먼저 가족과 친구들부터 만나 피부관리 요령을 설명하고, 화장품 샘플을 나눠줬다.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였지만 발이 닳도록 미용실과 호텔, 가정집 등을 다녔다. 때로는 귀부인에게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언젠가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눈물을 훔치는 날이 늘러갔다.
한 손님을 붙잡고 끈덕지게 물었다.
"아니오. 제품이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당신이에요. 거울에 당신의 모습을 비춰봐요. 파는
사람의 차림새가 이렇게 초라한데 고급 화장품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말을 누가 믿겠어요?"
순간 로더는 눈앞이 환하게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고급 제품을 팔려면 판매사원 자체가 고급
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손님에게, 엎드려 넙죽 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부터 그녀는 화장품을 팔러 가기 전에는 먼저 자신부터 가꾸기 시작했다. 이미지는 타고나
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꿔야 하며, 제품에 자신이 있는 만큼 제품을 파는 사람 역시 우아하게
가꿔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다행히 우연히 화장품을 사용해 본 유명 헤어살롱 원장이 자신의 매장 한쪽을 내주었고, 이것
을 토대로 그녀는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곳이 에스티 로더 매장 세계 제1호점
이다.
이렇게 사작한 사업은 점점 커나가 3호점까지 열게됐고, 당시 최고급 백화점이었던 뉴욕의 삭
스 핍스 애비뉴 입점까지 넘보게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의 태도는 단호했다. 규모가 작고 유명
브랜드가 아니어서 매장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실망하지 않고, 아예 샘플을 만들어 백화점 앞을 지나는 고객들에게 직접 나눠
줬다. 샘플을 써본 고객들은 "도대체 이 화장품을 어디서 파느냐?"고 백화점 측에 물었고, 결
국 그녀는 성공적으로 매장을 낼 수 있었다.
클렌징 오일, 토너, 크림, 마스크 등단 4종으로 시작한 사업을 확장해 '유스듀'라는 행수를 출
시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받아주지 않자 1층 매장 바닥에
향수를 뿌려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이곳에 당당히 입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비싼 돈을 들려 광고하는 대신 유명인 전략을 사용했다.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게 샘플을 보낸 후, 친구가 됐을 정도다. 소리높여 고급스런 제품이라고 외치지 않아도
고급백화점과 유명인들이 환영하는 화장품이 됐으니 당연히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게 됐다.
로더는 자신이 파는 화장품이 왜 비싼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왜 피카소의 작품을 모두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구입할까요? 피카소가 한 폭의 그림을 완
성할 때까지 사용했던 재료들은 기껏해야 11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제작비용을 염두에 두고서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입니다. 바로 뛰어난 창조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눈을 뜨게 해줄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과 경험에 대해서 그 대가
를 지불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창고에서 삼촌이 만들어준 화장품을 팔기 시작해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영업에 몸담았던 그녀의 영업철학이기도 했다.
"세상에 못생긴 여성은 없어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왜 모두 아름다워 보일까요? 바로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외모를 정성껏 가꿨기 때문이죠. 외모를 가꾸지 않거나,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 여성만 흉하게 보일 뿐이에요."
아흔 살이 넘은 나이에도 항상 화사하게 자신을 꾸몄으며, 생기가 넘쳤던 에스티 로더의 말이
다. 그녀는 품질 좋은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반응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
이라고 믿었다. 또한 화장품을 단지 하나의 제품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누구의 얼굴일까요? 바로 당신의 얼굴입니다."
"이 말은 광고 문구가 아닙니다. 진심으로 내가 믿는 바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
운 이유는 그것이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 얼굴에는 당신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깊이
와 광채가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티 로더는 모든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겼고, 이런 생각은 좋은 품질의 화장품을 만드는 것
으로 나타났다. 하나하나를 예술품 만들어내듯이 하여, 고운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최
고의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1960년 영국에서 시작된 애스티 로더 화장품은 이제 세계 11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20개 가까운 브랜드를 거느린 유수의 기업이 되었다. 창고에서 만든 화장품을 팔던 소녀는
1998년 <타임> 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천재경영인 20인'에도 들었다.
에스티 로더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집안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고,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
위를 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삼촌이 만든 크림에 인생을 걸었다. 또한, 계속 나오는 자신의
제품을 믿었고, 그것을 알리고 판매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창고에서 화장품을 만들어 팔던, 10대 소녀 때부터 90세 노인이 될 때까지 그녀는 늘 한결같
았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에스티 로더는 이렇게 말한다.
"사업이란 커다란 집착의 결실입니다. 나는 내 생애의 단 하루도, 지루하게 느껴본 적은 없어
요. 왜냐하면 진정한 사업 중독자에게 하루란, 꾸준히 일을 하기에 결코 충분한 시간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상품을 존중하십시오."
"하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군데로 초점을 맞추고 꾸준히 노력해야합니다. 그리고 완
벽함을 추구해야지 중간 지점이나 평범함과 타협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계속 밀고 나간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에스티 로더(Estee Lau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