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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넥스트'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이스트인 김세황(40)은 날개를 다 펴지 않는 독수리 같은 연주자다. 다 펴면 무한 속도로 질주해 하늘을 잠식시킬 것 같은 위험성 때문에 스스로 절제한다고 할까. 그는 최대 90%만 펴고 하늘과 땅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그래서 그의 연주엔 무모함 보다는 정확한 스케일에 의지한 안정감이, 광기의 속주보다 의미 있는 속주의 탄탄함이 숨어있다. 힘을 90% 정도만 쓰기 때문에 연주는 늘 꿈틀거린다. 그 안에서 그는 각종 묘기를 선보인다. 6번 줄에서 1번 줄까지 연달아 훑는 속주 기법인 '스윕(Sweep) 피킹'은 물론, '이빨로 물어뜯기' 같은 고난도 기술까지 자유자재로 토해낸다.
그를 흔히 '기교파 연주자'로 수식하기 쉽지만, 그는 한 음 한 음에 필링을 요구하는 블루스 계열의 연주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뮤지션이다. 게다가 그는 최근 비발디의 연주를 기타로 재해석한 음반 [Vivaldi - The Four Seasons]를 통해 정확한 '흐름의 연주'가 무엇인지 꿰뚫기도 했다.
"짧은 기타 진화의 역사에 비해 클래식은 수 백년간 숙성돼 온 노하우가 많잖아요. 클래식은 전자기타 연주보다 5배가량 높은 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전자기타만의 특색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그의 클래식 연주에 대해 좀 더 얘기해야겠다. 대중음악인이 클래식을 연주하는 일은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원류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가 클래식과 '친숙'해진 것은 클래식 기타 전공자였던 어머니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다. 어릴 때부터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음악인의 음악을 듣고 자란 그는 "그 중에서 비발디의 '사계'를 가장 자주 듣고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사계' 음반([Vivaldi - The Four Seasons])을 녹음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메트로놈으로 규칙적인 박자를 강조하는 대중음악의 패턴과 달리, 솔로이스트의 자유로운 연주에 따라 박자가 들쑥날쑥하는 클래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어릴 때 듣고 자란 클래식이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서 사라졌는데, 최근 클래식을 다시 들으면서 그 음악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에 빠져들게 됐어요. 음악을 폭넓게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하죠."
클래식 연주에서도 록의 강렬함을 잊지 않았던 그는 여전히 록의 울타리에서 음악을 이해하는 일을 좋아한다. 이번 주 '뮤지션스 초이스'에서 그가 선택한 주제도 록의 영웅들이다. '내가 존경하는 록의 영웅(히어로)'이란 주제로 고른 음반들은 록 마니아, 특히 록 기타리스트들은 피할 수 없는 '불후의 명곡들' 이기도 하다.
"제가 그런 영웅들처럼 되고 싶은 로망을 담은 음반들이에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누군가를 존경하며 살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주역으로 조명되길 원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음반들에 대해 이질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잠시 열린 마음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클래식이 결코 '죽은 음악'이 아니듯, 록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성(城)의 권위를 자랑할 것이다. 김세황처럼 우리 시대의 음악들을 만들어가는 연주자들이 잊어져가는 록의 혼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반 헤일런(Van Halen)은 전자기타에 대해 제대로 눈을 뜨게 해준 기타리스트예요. 이전까지 청취자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를 내는가 하면, '피킹 하모닉스 (엄지손가락과 피크를 이용해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내게 하는 주법)' 같은 주법을 통해 놀라움을 안겨줬거든요. 그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eat it'에서 간주 부분을 연주하기도 했죠. 제가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아 그의 음악을 자주 들었는데, 그가 전자기타를 연주하면 당시 초등학교 학우들이 모두 열광했고, 특히 여자 학생들이 좋아했어요. 전자 기타 연주를 잘 하면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당시 최고 여배우였던 발레리 베르티넬리(Valerie Bertinelli)와 결혼했는데, 미국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를 대단하다고 여겼어요. 저 역시 이때부터 전자 기타를 열심히 연습해 여학생들부터 환심을 사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인기 초등학생이 되기 위해 가장 인기종목이었던 미식축구(Virginia 주 대표), 전자기타 연습, 봉사활동,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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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Halen | Diver Down | 관심음악 설정 | 뮤직비디오 | 가사 | 담기 | 구매 |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알게 된 전자 기타 연주자예요. 지난해 그의 내한공연에서 어머니와 제가 부둥켜안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이 음반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명반이라 굳이 추천을 강요할 필요가 없지만, 한 곡 한 곡이 너무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전의 전자 기타 악기들에 비해 연주가 비교적 용이했던 펜터와 깁슨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새로운 연주기법을 구사한 3인방이 있었는데, 야드버즈 출신들이 그들이죠.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제프 벡(Jeff Beck),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주로 벤딩(Bending : 줄을 올리거나 내려 음정이 올라가도록 하는 주법)을 자주 구사해 많은 음악 팬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어요. 제프 벡은 특히 새롭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전자 기타 연주의 기교적인 부분에 대해 매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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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Beck | Blow By Blow | 관심음악 설정 | 뮤직비디오 | 가사 | 담기 | 구매 |
"제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가장 처음 접해보고 좋아했던 전자 기타 연주가 산타나(Santana)의 'Black Magic Woman'이었어요. 이 곡은 그냥 좋았어요. 처음에 전자기타와 어우러진 북소리들은 제 마음을 쉽게 사로잡았어요. 이 음반엔 1969년 '우드스탁 뮤직 페스티벌'에서 자유주의를 외치던 'Soul Sacrifice', 연주곡이지만 대중적으로 사랑을 엄청 받은 'Samba Pati', 아름다운 선율로 강인한 인상을 남겨준 'Europa', 남미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Oye Como Va' 등 정말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요. 산타나 음악 경력에서 초기의 액기스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할까요? 물론 60대 나이의 지금 음악도 너무 좋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거예요. 만약 여러분께서 'Smooth' 이후의 산타나만을 알고 계신다면, 70년대 산타나 음악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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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na | Ultimate Collection | 관심음악 설정 | 뮤직비디오 | 가사 | 담기 | 구매 |
"프린스(Prince)는 여러모로 대단한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데뷔 음반부터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냈으니까요. 게다가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인기가 더 많아지죠. 자신의 차 콜벳(Corvette)을 좋아해 'Little Red Corvette'이란 곡까지 만들었던 프린스는 이때 20세기 문화 아이콘이었던 마이클 잭슨과 비견되는 아티스트로 급성장하기도 했죠.. 이후 [퍼플 레인(Purple Rain)]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도 하면서 영화음악 분야에도 진출하게 됐어요. 프린스는 이 음반을 통해 이전까지 보여줬던 모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어요. 이 음반 이전까지 그 어느 누구도 그를 기타 연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전자기타 연주자들은 그를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연주자로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Let's Go Crazy'의 간주 부분과 그래미 시상식 때의 'Purple Haze'를 열창하고 후주를 연주하는 모습은 기타 영웅이자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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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ce | Purple Rain | 관심음악 설정 | 뮤직비디오 | 가사 | 담기 | 구매 |
"베트남전, 인종차별 등 어지러웠던 1960년대, 신인 흑인 전자기타 연주자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는 이런 사회적인 갈등 속에서 '왜 흑인이 전자기타를 백인처럼 연주해야 하는가'란 질문 속에 첫 음반을 내놓았어요. 하지만 실패하고 영국 런던으로 본거지를 옮겼어요. 이 음반은 영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성공으로 이어졌어요. 그의 성공은 그의 피부색을 탐탐치 않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색안경을 불식시키며 사회 운동에 큰 역할을 했어요. 그는 'Machine Gun', 'Voodoo Chile' 등의 노래를 통해 머나먼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미국인의 슬픔을 달랬고, 1969년 '우드스탁(Woodstock)' 무대에서 새로운 강력한 기타 소리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바라본 그의 연주는 너무나 자유로웠어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제게 그의 연주는 전자기타 연주자로 전향할 것을 종용한 계기가 됐어요. 그를 알면 알수록 배울 게 많다는 것도 자연스레 깨닫게 됐어요." (해당 음반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온라인 서비스되지 않습니다. 이에 다른 앨범으로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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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 Hendrix | Best | 관심음악 설정 | 뮤직비디오 | 가사 | 담기 | 구매 |
긴 머리로 포효하는 무대 위의 강한 인상과 달리, 그는 굉장히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전화 한 통 못 받은 '죄책감' 때문에 한 10번은 '미안하다'고 외치고, 한번 던진 질문에 열과 성의를 다해 대답하는 뮤지션이 그다. 장문(長文)에서 보여지는 음악에 대한 지식도 가히 평론가 수준이다.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있는 그는 자상하지만 정확한 교수법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넥스트' 활동과 함께, 그는 계속 클래식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클래식 데뷔 무대를 열기도 했던 그는 '사계' 음반 출시 이전,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와 협연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내년 초 이무지치와 음반도 낼 예정이다.
"록 기타리스트와 클래식 음악가의 협연이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제가 그런 편견을 깨고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뮤지션으로 인정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조화를 꿈꾸는 것만큼 좋은 음악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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