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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충북학습연구년
 
 
 
카페 게시글
청주교대 스크랩 [제주여행] 4월 16일 이야기
박진환(충남) 추천 0 조회 76 13.04.22 20:0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은 걷기 일정이 짧아 조금 늦게 일어났다. 기상 시간은 9시. 그런데도 새벽에 깨다 다시 자서 피곤하다며 아들놈은 엄살이다. 게다가 발목 인대족이 어제보다 상태가 안 좋아 오늘은 절룩 거린다. 파스를 발랐지만 인대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그렇다 쳐도 남은 3일이 걱정이 됐다. 어쨌든 일정을 마쳐야 가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아무튼 오늘은 모든 일정을 느슨하게 가져가야 했다.

 

9시 20분쯤 숙소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서귀포 우체국을 갔다. 불필요한 짐을 덜어야할 것 같아서였다. 여행 중 원고 청탁 때문에 받았던 책들과 가져온 책, 그리고 옷가지들을 모아 상자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그런 뒤 이중섭 거리를 지나 이중섭미술관으로 향했다. 지난 번 올레길을 가는데 집중하다 놓쳤던 이중섭 미술관을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천천히 미술관을 돌며 이중섭을 떠올렸다. 제주에 불과 1년 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행복한 했던 시절이라 기억한다는 곳.  그 집 앞 멀리 보이는 섶섬과 서귀포는 이중섭 가족들을 늘 품어준 고향 같은 곳이었다.

 

 

 

 

 

 

 

 

 

 

생계가 어려워 일본으로 자식을 데리고 떠난 일본인 아내와 주고 받은 편지를 읽노라면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미술관 곳곳에 걸려 있는 일본어로 쓴 편지와 이것을 해석해 놓은 글이 작품보다 더 내 눈을 잡아 놓았다. 그렇게 미술관을 나와 다시 이중섭 거리를 살펴보고는 11시쯤 서귀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중국집 덕성원으로 갔다. 지난해 제주에서 한 달간 머물며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한 준우 친구가 서귀포에 가면 꼭 맛보라던 꽃게 짬뽕. 국물 맛이 정말 죽였다. 짬뽕 국물에 꽃게 하나 넣어둔 정도려니 했는데, 국물이 정말 꽃게탕 맛이 났다. 다만, 면이 쫄면 모양의 면이어서 아쉬웠다.

 

 

 

 

 

이제 출발이다. 아들의 다리가 아픈 관계로 7-1코스 출발점까지는 택시를 타야 했다. 출발점은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늘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축구장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담하고 예쁜 경기장. 전 세계의 축구장 중 바닷가 근처에 지은 경우가 드물다는 바로 그 경기장. 그 경기장의 후문을 통해 우리는 7-1코스 길을 걸어갔다. 첫 전환점은 성산아파트였다. 하지만 피곤해진 나와 아들은 무심코 반환점 표시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다 다행히 어느 호텔직원의 도움으로 제자리를 찾아 갈 수 있었다. 7-1코스는 다른 코스와 달리 아스팔트와 시멘트길이 많은 길이어서 그다지 선호하지 않은 길이다.

 

 

 

 

 

 

 

한동안 위로 위로 올라가는 그래서 더욱 힘들었다. 대신중학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흙길로 들어섰다. 편안한 흙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그 유명한 엉또폭포에 다다른다. 제주도민들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엉또폭포. 70미리 이상의 비가 쏟아져야 비로소 폭포를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의 위용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위 아래를 보고 또 보며 절벽이 가져다 주는 엄청난 무게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뒤를 돌아나서면 무인카페르 길이 이어진다. 살며시 들어간 곳. 아무도 없는 곳. 음료수와 과자, 컵라면 등이 많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잠시 구경하고 쉬다 이내 내려왔다.

 

 

 

 

 

 

 

 

 

 

이어지는 곳은 고근산. 고근산을 힘겹게 올랐다. 오랜만에 오름이 아닌 산을 타니 힘겹다. 안 그래도 발에 물집이 잡히고 짐을 덜어냈다고는 하나 무거운 것을 어깨에 등에 얹어 올라가는 산길은 정말 숨이 차다. 더구나 계단으로 이어진 길이어서 아들 말마따나 운동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선 고근산. 거기서 보이는 풍경은 서귀포 시내이의 전경과 멀리 범섬이 보이는 바다였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멀리 있는 섬까지 보지 못해 아쉽기가 그지 없었다. 내리막길로 만만치 않다. 계단으로 가파르게 내려오는 길도 힘겨웠다. 그렇게 평지로 내려온 길은 책에 쓰여진 대로 정말 심심한 도로길이었다. 제남 아동복지센터에서 중간스템프를 찍고 서둘러 양재성선생님이 계신 서호초등학교로 향했다.

 

 

 

 

 

 

 

 

 

 

 

마침내 도착한 서호초등학교. 다른 제주초등학교처럼 잔디밭 운동장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오른쪽 현관으로 발길을 올기자 고학년 남학생 몇몇이 내게 인사를 하며 낯선 객을 반긴다. 1학년 1반이 어디냐 물었더니 바로 옆 교실을 가리키며 저기라 한다. 엄마 손을 잡고 가는 1학년으로 보이는 아이한테 너 1학년 교실로 가냐 했더니 그 꼬마 아이가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더러 저 아이를 따라가라 한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교실. 양선생님은 우리 부자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난 열흘동안 벌써 세 번째 만남. 하지만 학교에서 만난 양재성선생님은 또 달랐다. 6학급 학교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엄청났다. 에전에는 20학급까지 갔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갔다. 이곳도 아이들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시골학교였다.

 

 

 

 

 

생각보다 큰 교실. 15명이 정원이라는 1학년 교실에서 제주에 관한 신화와 지역에 대한 특성을 잠깐 듣자니 벌써 퇴근 시간이다. 오늘은 자신이 한턱 쏘겠다며 앞장 서신다. 주위 맛집을 잘 아는 분에게 전화를 하시더니 우리가 제주흑돼지를 못 먹었다는 말에 바로 서귀포 시내 맛집을 소개받아 내셨다. 길을 가다 서시고는 제주 지역 신당을 안내해 주셨다. 제주는 지역마다 마을마다 신당이 있다며 마을의 액을 몰아내는 의식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렇게 맛난 제주이야기 맛는 음식을 대접 받고는 숙소로 우리르 데려다 주시려다 천지연 폭포를 미처 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운전대를 돌리셨다. 덕분에 아름다운 천지연 폭포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왜 사람들이 천지연을 찾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돈과 시간을 내준 양선생님 덕분에 우리 부자의 피로가 순간 싹 가시는 듯 했다. 얼마나 고마운지. 밤 7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까지 책임져 주신 양선생님 덕분에 오늘 하루도 뜻깊게 보냈다. 덕분에 내일 8코스로의 출발이 수월해졌다. 양재성선생님을 보내드리고 숙소를 잡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김경남선생님. 우리가 떠나기전 마지막날 뵙자고 약속했던 분. 내 초임시절, 그리고 6년 전까지 김해에서 함께 전교조일을 함께 해던 분. 언제나 활발하고 힘차게 생활하시는 여장부. 초임시절 둘째를 가졌던 그 분을 보며 나중에 저분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참 좋겠다 생각했던 어쩌면 나의 이상형이었던 분. 그분이 제주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 몇 년 전 김해에서 제주로 가셨을 때 참으로 아쉬웠는데, 2년 전 강의진행차 내려왔을때 만나 얼마나 반갑게 이야기 꽃을 피웠는지.

 

 

그 추억때문에 이번에도 다시 만나게 된 분. 제주에 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중간에 찾아 밥이라도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서귀포 출장 온 김에 얼굴이라도 보자며 달려와 주셨다. 숙소로 들어오자 마자 건넨 자그마한 선물. 한라봉 큰 것 2개와 감귤 초콜릿이었다. 내일 떠날때 힘내라 건네주신다. 참으로 지난 20년 간 교직에 있으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나를 좋아해주시는 이런 분들 때문에 내가 잘못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오는 금요일 또 만나 긴 얘기 나누자며 나는 서둘러 김경남샘을 떠나 보냈다. 오늘은 7-1코스를 걸었지만. 양재성, 김경남선생님 두 분 때문에 추억의 길을 잠시 떠날 수 있었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20k m 넘게 걸어야 한다. 아들이 제발 잘 버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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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4.23 14:11

    첫댓글 샘 아들과 소중한시간보내시는 아버지의 모습 훌륭하시고친구같아 보기 좋습니다.
    부탁이있어서요. 샘이 올린 제주도 걸어가는 여행이 좋아서 저도 5월3주에 2박3일로 가려고하는데 2박3일일정으로 제주도 올레코스중 그래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경치,맛집 함께할 수있는 코스있으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겟습니다.
    샘은 8-10일간 하시는 것같던데.... 2박3일은 짧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같이갈사람은 친구들과 3-4명이 가려고 합니다.

  • 작성자 13.04.23 15:57

    14박 15일 여행 중 어렵다는 길은 그다지 없었습니다...오름도 힘들만 하면 정상이었구요^^ 3박 4일이라면 1코스와 성산일출봉 3코스 5코스 추천합니다..7코스가 좋다고 사람들이 많이 가던데 실속이 없었습니다..서귀포시 이중섭거리와 매일올레시장 좋았구요^^ 올레시장 우정횟집 4만원이상 상에 나오는 꽁치김밥 좋았습니다..8코스도 좋았는데..끝자락 거닐다 카페는 인간극장에 나온 피자 파스타 전문 카페입니다..일주일 전에 예약 안 하면 자리잡기 어렵습니다..아들과 간 탓에 맛집은 별로 찾질 못했네요..5코스에는 서연의 집이라고 건축학개론 배경 카페가 있고요...올레도 올레지만 제주는 오름이더군요...거문오름 예약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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