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메모리얼 파크를 둘러본 후 우리는 고베시청사 24층의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를 조망하였다. 깨끗하고 반듯하게 잘 정비된 도로와 화려하고 세련된 고층빌딩들은 불과 15년 전에 그곳에 대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진 7) 시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베항 전경
사진 8) 반대편 창으로 바라본 고베시가지 전경
시청 전망대에서 내려와 우리는 부근에 있는 효고현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노출콘크리트 방식으로 설계, 지상4층/지하1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미술관은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마음의 재기'를 목표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본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씨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전시장뿐만 아니라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옥내외의 공간이 넓게 잡혀져 있었다. 여기에서는, 미술작품의 전시 외에도 음악·연극·무용 등 각종 이벤트를 행한다고 한다. 즉 이곳은 종래의 미술관의 개념을 넘은 이른바 어뮤지엄으로서, 어뮤지엄의 「a」는 지금까지의 뮤지엄을 부정하는 의미를 갖고,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어뮤즈 (즐기게 한다)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우리는 미술관 내부는 관람하지 않고 외부만 둘러보았는데 앞뒤로 산과 바다가 보이고 건물 모퉁이를 돌아 지날 때마다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미술관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외벽에 별 다른 장식이나 채색을 하지 않고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노출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사진 9) 효고현립미술관 전경
사진 10) 미술관 조형물 벽면 창
사진 11) 그 사진을 찍고 있는 윤용기 교수의 뒷모습
사진 12) 미술관 건축물 외관을 두루 살피며 계단을 내려오는 중
사진 13)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살린 나선형 계단
사진 14) 미술관에서 방재센터에 이르는 바닷가 소공원
그 다음으로 우리는 인접한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로 이동하여 일본의 재난대비 상황을 견학하였다. 이곳 역시 고베 대지진의 악몽을 잊지 말고 재난을 미리 대비하자는 뜻에서 2002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 센터는 시민협동의 방재문화 형성, 지역방재능력의 향상, 방재정책 개발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재해 없는 사회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센터는 서관과 동관 두 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서관 전시실 4층에 있는 지진재해체험공간에서 당시 지진을 재현한 영상물을 보며 끔직한 지진 피해의 참상을 실감하였다. 3층 지진재해 기억공간에서는 지진 관계 자료와 지진 직후 부흥기의 생활 및 거리의 모습, 체험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이 곳 저 곳의 방재관련 전시관을 둘러보며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진 등의 재난을 대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우리는 동관 1층에 있는 3D 영상관에서 지진발생과 피해 그리고 복구관련 영상을 관람한 후 다음 일정을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지진피해의 참상을 보고 느끼며 건물의 내진 설계를 의무화 하는 등 지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도 실제로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데, 재난 대비에 비교적 무감각한 우리나라에서 만약 일본 같은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사진 15) 특이한 외관의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
사진 16) 센터 내부 전시실에서 설명을 듣는 중
사진 17) 재난 발생 대비 필수 비상 물품
사진 18) 3D영상관 앞에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중
우리는 미래 방재 센터를 나와 점심을 먹은 다음 버스를 타고 오카야마로 이동하여 오후 3시경에 교과교실형 운영학교인 구라시키시립타츠미중학교(倉敷市立多津美中学校)를 견학하였다. 오카야마까지는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상당히 먼거리였다. 多津美中學校의 교과교실형 학교 운영은 학년별 배치와 교과교실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각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 형태를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교장·교감의 설명에 의하면 교과교실형으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유대관계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경우에는 보통 7년마다 이동하는데 일반학교에 근무하다 온 교사들은 교과교실형 학교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적응할만하면 인사이동이 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 학교는 1962년에 개교하였는데 2003년에 다목적으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새 교사를 신축한 후 2005년 11월에 이전하였다고 한다. 이 학교는 현재 남녀공학으로 15학급 510 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사실 교과교실형 학교운영의 장점은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하나 그 실제적 효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이 학교도 학교측에서 자발적으로 교과교실형 학교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면서 기존 방식의 운영학교와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자기들도 알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하였다.
지금(2010)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는 교과교실제 형태를 각급학교로 확대하려는 방침을 정하고 교실을 리모델링하고 기자재를 새로 마련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에 따른 학급수 감축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유휴교실을 활용하려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것은 몰라도 학생수도 많은 대규모학교에 까지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사진 19) 다츠미중학교 전경
사진 20) 일반 교실
사진 21) 특별활동 동아리 합주반의 연주 연습
사진 22) 체육시간 남녀학생이 자연스럽게 함께 농구경기를 하는 모습
사진 23) 특활 동아리 모집 홍보 포스터
사진 24) 복도에서 만난 여학생들의 발랄한 모습
사진 25) 하이바를 쓰고 자전거로 통학하는 여학생들
사진 26) 방문을 마치고 기념촬영(앞줄 가운데 여자분이 교장)
우리는 이 학교방문을 마치고 오후 6시경에 시내에 있는 오카야마 오쿠라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오후 7시부터는 몇 명씩 그룹을 나눠서 전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자유여행을 실시하였다. 나는 경남의 강종태, 조명제 사무관과 같이 움직였는데 오카야마 지하철역 부근에서 서울팀인 연장흠사무관, 이선경, 신현숙 장학사를 만나 그 이후 행동을 같이 하였다.
외국에서 밤중에 시내를 맘대로 다닐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져 마음이 다소 흥분되었으나 막상 바깥에 나오니 딱히 갈 데가 없었다. 역 주변의 골목길을 이리저리 누비며 방황하다가 결국 어느 선술집에 들어가 사케를 시켜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골목마다 들어선 간이 술집엔 일본 젊은이들로 가득한데 술에 취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 27) 오카야마 시내 전차
사진 28) 오카야마 지하철역 1번 출구 앞에서 조명제 사무관과 함께
사진 29) 오카야마 지하철 역 부근 시내 야경
사진 30) 선술집에서 서울교육청 신현숙 장학사와 담소를 나누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