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 이후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는 김 추기경을 그리워하고 보고파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서 약자들과 함께 하셨던 모습, 한편으론 이웃집 할아버지와 다름없는 소탈한 모습을 보러 온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관람객들은 사진을 둘러보며 김 추기경의 빈자리를 실감했고 시대의 어른이 떠났음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김 추기경이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고 세상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바랐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개막식에서 "추기경을 기억하는 이들이 사진전으로 추기경과 영적 만남을 가지길 바란다"면서 "사진 속 추기경님 모습을 보면 마음의 위로와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가족이 작은 얼굴사진으로 모자이크한 김수환 추기경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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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천사에 울고 웃었다. 12일까지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린 사진전을 찾은 이들은 사진 속 김 추기경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쳤고 또 잔잔한 미소를 피웠다. 개막식에 참석한 정진석 추기경은 사진전을 둘러본 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하늘나라에서 잠시 내려오신 것 같다"면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했다. 김 추기경이 시국선언을 하는 사진, 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 인터뷰 중 우리사회가 혼탁한 것에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진 앞에서는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다. 오정자(데레사, 70)씨는 "불의의 칼날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 싸우신 추기경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면서 "사진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시대의 아픔과 정치적 혼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진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대식(대건 안드레아, 62)씨는 "김 추기경이 진정으로 시대의 큰 어른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사진전이었다"며 "김 추기경님께서 유언으로 남긴 사랑과 감사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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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한 켠에서는 김 추기경 특유의 미소를 따라 지으며 "그래, 이 표정이야"하는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김 추기경이 해맑은 표정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거나 머리에 꽃을 꽂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등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며 관람객들은 하느님의 미소를 느꼈다. 김석주(다니엘, 53)씨는 "추기경님 미소만 봐도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다"면서 "사진전을 보면서 추기경님께서 정말 하느님의 사람이셨고 사랑이 가득하셨던 분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주영(가타리나, 30)씨는 "한 사람의 웃는 모습이 이렇게 감동적인지 몰랐다"며 "나도 나이가 많이 들면 저렇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 모습을 담아가려는 이들은 부지런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러댔다. 특히 은퇴 후 10여 년간 노후를 보낸 혜화동 주교관 숙소 정문 앞에 서 있는 김 추기경의 초대형 사진 현수막은 큰 인기였다. 현수막 옆에서 포즈를 취한 지희순(엘리사벳, 58)씨는 "장례식 때도 명동성당을 두번이나 찾아왔다"면서 "이렇게라도 추기경님과 함께 한 듯이 사진을 찍어 아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 한 중년 여성이 추기경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픈 듯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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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화랑 제1전시실에는 TV가 설치돼 평화방송이 제작한 김수환 추기경 일대기를 그린 영상물이 방영됐다. 관람객들은 영상물을 통해 생전 김수환 추기경 활동 모습을 보며 김 추기경을 되새겼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지은숙(율리안나, 46)씨는 "아이들에게 추기경님을 가르쳐 주기 위해 왔다"면서 "사진전에 와서 미처 몰랐던 추기경님 활동과 모습에 대해 알게 돼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여류 화가 이재윤씨는 4일 전시장을 방문해 김 추기경의 나눔과 사랑 정신을 받들어 설립되는 '바보의 나눔' 재단에 전해 달라며 '빛과 마음의 소리'를 주제로 제작한 유화 2점을 전달했다. 이씨는 "김 추기경 추모 사진전 및 바보의 나눔 재단 설립 소식을 듣고 추기경님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데 함께 동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03년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이 주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즉위 25주년 기념 미술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수상한 경험이 있다"며 "비록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 추기경이 보여준 사랑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글=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사진=전대식ㆍ백영민 기자
▲ 사진 속 추기경님과 함께 셀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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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눈동자............ 작사, 작곡: 김영복. 편곡: 최성욱.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사랑 이 가슴에 슬픔만 남아
이제 난 당신을 알고 사랑을 알고 느꼈어요
끊을 수 없는 우리의 사랑 가슴 가득 그리움 남아
이제 난 당신을 알고 사랑을 알고 느꼈어요.
그대의 사랑은 내 마음을 감싸주고
그대의 그 모습은 사랑의 눈동자여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사랑 가슴 가득 그리움 남아
이제 난 당신을 알고 사랑을 알고 느꼈어요.
사랑의 눈동자 AR 1234.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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