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개 무침회는 각종 모임이나 체육대회, 등산,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등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그래서 큰일 있으면 반고개 무침회를 찾곤 했다. 장인어른은 동아 단골이었고 난 늘푸른 단골이었다. 장인어른이 반고개 무침회가 생각난다고 하면서 꼭 동아 무침회를 가라고 했지만 난 항상 늘푸른 무침회에서 사다가 드렸다. 전혀 눈치를 못채셨다. 심지어 드시면서 역시 동아가 최고라는 말을 하실 때 내심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사실 이 두군데는 거의 배달 위주였다. 지금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근래 한번 들렀는데 팔십 대 두 부부가 계산이 안 맞아 다투신다. 참 많이 늙으셨다. 할아버지가 자꾸 계산을 틀리게 하자 할머니가 큰소리로 꾸짖으며 나와 계산을 해 준다. 역시 틀린다.
1960년대 반고개 중간쯤 허름한 실비집 '진주식당' 주인 '화끈할매'가 '무침회'를 안주로 내놓은 것이 무침회 골목의 태동이었다고 한다. 매콤달콤한 이어 광주 출신 한모 씨가 화끈할매의 비법을 알아내어 '호남식당'을 차린다. 그 뒤 박순노 사장이 인수해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했다. 장사가 잘되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원조니 뭐니 하는데 맛은 대동소이하다. 오징어를 살짝 데쳐 소라, 우렁이 등 재료를 추가하여 무 채, 미나리 등을 즉석에서 초고추장과 마늘, 생강 등을 섞은 양념에 버무려 낸 것이 반고개 무침회이다. 반고개 무침회의 특성은 처음엔 별로 맵지 않다가 먹을수록 매운 강도가 강해지고 여기에 재첩국 한 숟가락이면 신기하게 매운맛이 확 줄어든다.
굳이 원조를 다지자면 '호남 원조 무침회'와 '똘똘이 식당'이 처음 영업을 시작해 점차 위로 번져 나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내가 기억하는 반고개 무침회 한봉다리 가격은 오천원이었다. 그 뒤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10년전 가격이 한 접시에 평균 1만3천원(소), 1만6천원(대)이다. 지금은 1만8천원(중) 2만3천원(대)이다. (소)는 없다.
푸른 회식당 황영준 사장이 1985년부터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칠십이 넘었을 것이다. 지금은 김명희 사장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갔다고 사진을 붙여놓았다. 자그마한 식당이었는데 엄청나게 커졌다. 그 앞에 있는 의성 무침회도 크게 지어 ‘삐까번쩍’하다. 의성무침회가 반고개에서 맨 처음 계란탕과 납작만두를 내놓았다. 지금은 모든 집이 다 내어놓고 있지만. 의성은 재첩국 대신에 조개탕을 내어놓는다. 세트메뉴도 처음 내놓았다. 뭔가 앞서 간다는 느낌을 항상 준다.
1. 의성 무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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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의성이 고향인데요
의성무침회라
흠
글맛에 군침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