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황금연못 / 시

[배덕정]

내 마음의 황금연못

퇴직금이 중간 정산되어 나왔다
5천만 원씩 세 사람 이름으로 예금을 했다
예금이 만기되는 날 신바람으로 은행에 달려갔다
남편 명의로 된 통장은 빈깡통이 되어
끄극끄극 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작정 외곽으로 차를 몰았다
좋은 땅이 나왔다며 입에 침버캐가 생기도록
중개인은 열띤 브리핑을 했다
훗날 전원주택 용도로 좋겠다는 생각에
갈등도 없이 구두 계약을 하고 돌아섰다

이차저차 땅 매입건으로 조언을 얻고자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주변에 묘지도 있고 땅 주인이 둘이어서
측량도 해야되는 복잡한 땅이라며
누나 혼자 결정한 거냐 물었다
그렇다
통장 증발 사건 이후로 남편은
묵비권으로 모든 결정권을 내게 넘겨버렸다

1층 살림 2층 서가
정원의 드리워진 버들잎 사이로
크고작은 비단잉어가 물주름 만들고
한가로이 노니는 황금연못을 그렸다

그렇게 폼나게 그렸던 내 마음의 황금연못
하룻만에 백지화로 끝났다

[정혜진]

눈에 보인 것처럼 선명한 그림을 그리며 시를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성급했다는 말에 공감도 했지요.
그러나 황금연못이 앞으로 더 멋지게 만들어질 거라 결론내렸답니다.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까스로 목적지에 닿거든요.
조금 더 좋은 조건이 분명 다가올거니까 기대하시고... 곁에서 응원할게요.

[민금순]

생생한 묘사로 제 일처럼 마음의 동요가 몰아쳐 옵니다. 황금연못이 보이는 서가. 멋진 풍경 속에서 글쓰시는 모습도 상상이 됩니다.

꿈꾸며 이뤄가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