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의 꽃
-- 김준호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 마태 2,6
유다에서 가장 작은 마을 베들레헴
이스라엘의 거친 역사를 지고 왔지만
예루살렘의 그늘 속에 잊혀진 고을
이곳에서 구세주 예수님이 태어났듯이
광활한 땅 미국 남쪽의 한 작은 항구
조지아주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지만
애틀랜타의 덩치에 묻힌 귀여운 사바나
이곳에서 화알짝 찬란하게 꽃이 피리라
저 멀리 동방의 등불 태평양을 건너와
이 넓은 땅 미국 이 작은 바닷가 마을에
이제껏 보지 못한 거대한 나무를 심고
양귀비보다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조지아 땅 사바나야 너는 더 이상 한가로운 바닷가 고을이 아니다
봄 처녀
-- 김준호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 요한 21,18
젊었을 때도
스스로 허리띠를 맨 적도 없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다닌 적도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적어도 내 팔다리는
내 마음대로 휘저었을 테니까
그래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지금까지 떠도는 것이 아닐지
이제 내 팔이 내 팔이 아닌 듯하고
내 다리를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저 현란한 석양 때문일까
걸을 만큼 걸어서일까
카우보이의 로프에 걸려
저 허름한 초가집으로 끌려가야 할지도
그곳에서 방랑의 낭만을 마칠지도
아니지
겨울잠을 달콤한 꿈으로 보내
고양이 발톱 같은 겨울을
견디어온 아가씨
아직 때 이른 봄소식에도
춤을 추며
백마탄 왕자가
허리띠를 매어주기를 기다리는
봄 처녀처럼
가슴이 설렜더니
내가 꿈도 꾸지 않았던
전혀 원하지 않았던
사막으로 끌려온 나
내 허리를 묶고 있는
비단 허리띠
그 띠를 잡고 있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손
그 손 주인의 찬란한 미소
이곳은 바로
봄 처녀가 겨우내
꿈꾸던 그곳
이제야 방랑을 멈추고
모래밭 깊이 파고
겨자씨 하나 심을까
약력
서울 출생
서울대 졸업 – 학사, 석사
미국 미네소타 대학 의료 전산학 박사
2017년 짚신 문학상 수상
시집: 축제의 노래
우물가에 핀 꽃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시인의 예수
짚신문학회 부회장
한국 문인 협회 회원
한국 문인 협회 미주 지회 회원
현 미국 애틀랜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