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에게는 차 마시는 습관이 깊이 배어있다. 차를 마시는 광경은 때와 장소,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차의 역사는 5천년을 훌쩍 뛰어 넘으며 지구상에서 최초로 차를 마신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전해진다.
중국 신화에 의하면 중국에서 차를 마신 최초의 사람(신화의 인물)은 기원전 2737년의 신농(神農)으로 평소 약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산과 들을 두루 다니며 잡초의 풀잎에서 식용이 될만한 것을 찾아 해맸다. 그러던 어느날 독초에 중독되었다가 주변의 한 잎사귀를 먹고 살아났다. 그 후로 세상 사람들이 그 잎을 따 차로 끓여 마시게 됐다. 처음에는 찻잎을 약용으로 썼으나 점차 보편화되어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속에 자리잡아 갔다.
세계적 명차로 널리 알려져 있는 차 중 최상품은 단연 '용정차(龍井茶)'다. 차의 종류는 발효정도에 따라 '녹차', '우롱차', '홍차' 등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꽃잎을 말려 만든 '국화차','자스민차'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임상을 통해 입증된 차의 효능에는 일반적으로 피로회복과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그밖에도 주목할 만한 효능으로 항암효과가 있으며 성인병을 예방하고 체질을 개선한다. 해독, 숙취예방, 녹화방지 등에도 효과가 있어 통용범위가 매우 넓다.
'차관풍정'이라고 해서 옛 중국인들은 좋은 차를 마시고 시를 읊었다. 이것으로 옛 중국인들의 차사랑을 엿볼수가 있다. 현대인들의 차사랑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차는 중국인들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보이차(普洱茶)’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보이차(普洱茶)의 명성을 들어 봤을 것이다. 서남지역의 소수민족들이 특히 즐겨 마셨던 차가 보이차이다. 보이차의 역사는 당(唐)나라 때부터 시작 됐는데 당시의 사람들은 이 차의 우수성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어찌됐건 현대인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보이차를 역사 저편에 묻어뒀더라면 또 하나의 문화 재산이 소멸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보이차는 우수한 환경에서 비교적 잘 자란다. 운남성은 보이차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토양은 기름져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이현’은 운남성의 중요 무역지 라고 한다. 이곳에 많은 차들이 모여 중국 각지로 판매된다. 때문에 ‘보이차’라는 이름이 붙여 졌다고 한다.
보이차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기능에 있다. 『본초강목십유(本草綱目拾遺)』에서 육식의 독을 해소시키는 능력이 강하고 소화를 잘 시켜 장을 이롭게 해 준다고 했다. 현대 의학에서도 보이차가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도 아주 탁월하다고 밝혔다. 이는 보이차가 미생물을 번식시켜 그것이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발효되게 하는 후발효차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자주 앉아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이 차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보이차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발효기간에 있다. 차는 민감하기 때문에 언제 씨를 뿌리고, 찻잎을 따며 어떤 방법으로 보관 하느냐 등 여러 요인으로 그 맛이 결정된다. 이런 것들을 맞추는 것을 아마추어적 수준이라고 본다면 발효기간을 맞춘다는 것은 프로에 속한다. 차는 보통 오랫동안 땅 속에 묻어 두는데 이 기간이 길수록 값이 더 나간다.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은 40~50년 정도다. 품질이 좋은 차는 찻잎이 도톰하며 황녹색의 빛깔과 붉은 반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찻잎을 우려낼 때 마치 녹물이 흐르는 듯한 진한 적갈색이 난다. 맛은 아주 독특해 곰팡이 냄새가 난다. 필자가 보이차에 중독(?)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독특함 때문이었으리라. 이것을 처음 접했을 경우에는 매우 낯설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바다의 시원함과 밥알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보이차의 이러한 맛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잘 어울린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즐겨먹는 중국인들이 왜 그렇게 보이차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왜냐면 보이차는 중국음식과 가장 구색이 잘 맞기 때문이다.
보이차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주위를 기울여야 하는 게 있다. 그것은 ‘가짜’를 조심하라는 것이다. 중국여행을 하다가 구매한 것 들 중에는 발효가 제대로 안 됐거나 ‘진품’과 완전 다른 것들이 허다하다. 보통 가짜라고 불리는 것들은 독특한 냄새가 날 수 있다. 그것은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나는 것이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전문매장을 가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茶의 황후, 용정차 |
중국 녹차의 대명사인 용정차 이름의 유래는 '용정'(龙井)이라 불리우는 샘에서 시작된 것으로 샘으로 인해 '용정사'라는 절이 세워지고 산이름 또한 '용정산'이 되었다. 용정차라는 명칭은 용정사에서 처음 재배되어 얻게 된 이름인 것이다.
용정차의 맛의 특징은 섭씨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맨손으로 덖어 내어 향기가 맑고 깨끗하여 청향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지속된다. 맛은 담백하고 고소하며 단맛이 남는다.
용정찻잎은 싱싱한 녹색의 우아함과 기품을 지니고 있어 '녹색황후'라 일컬어진다. 투명한 비취빛을 띠는 찻잎은 편평하고 끝이 날카로와 마치 참새의 혀같아 작설차라 불리우기도 한다. 차를 우려 내면 깃발처럼 하나씩 펼쳐지고 밝은 벽녹색을 띤다.
채취시기에 따라 청명을 기준으로 수일전에 채취한 것은 '명전'이라 하여 일등품으로 치고, 청명으로부터 곡우 전까지 채취한 것은 '우전'이라고 하여 이등급의 가품으로 여긴다.
용정차의 주산지는 저쟝성(浙江省)의 항저우시(杭州)로 따뜻하고 남풍이 불며 물안개가 있어 녹차를 재배하기 좋은 기후이다. 1년에 20여 차례를 수확할 수 있지만 이 곳의 봄차는 산량이 매우 적어 중국 정부에 극빈 접대용으로 귀속된다.
고급 녹차를 마시려면 물의 온도는 85도가 적당하며 마실 때에는 투명한 유리잔이나 흰색의 자기에 부어 빛깔과 찻잎의 모양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70년대 중국의 항저우를 방문해 용정하인이라는 차 요리를 대접받은 닉슨 대통령이 그 맛에 탄복해 칭찬을 자자하게 하여 용정차 판매량의 증가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녹색황후', 용정차를 마시며 중국의 황후와 입맞춤하는 상상을 해보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의 항암 버섯, '영지버섯'
영지버섯은 듣기에도 친숙한 이름이다. 그만큼 대중화 돼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좋은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불로초라 불려왔던 영지버섯. 영지는 각종 활엽수의 썩은 나무에 붙어서 기생한다. 영지가 자라는 환경은 자연림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영지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재배 기술이 발달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에서 영지버섯은 의약품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를 만병통치약이라 여겨 자주 달인 물을 복용한다.
영지는 강장, 진정제라 불린다. 불면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저혈압 등 항암 성분이 함유 돼 있다. 영지의 성인병 치료 효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항암작용이 있음이 알려져 위암, 간암 등 암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영지는 쓴 약재다. 이런 영지의 독특한 쓴 맛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운다. 면역세포의 숫자를 증가시켜 활동성이 늘어나 암세포를 없앨 수 있다. 때문에 그 약재를 달여 마시면 성인병 예방에 비교적 탁월하다. 영지의 가장 신비로운 효능도 바로 난치병이나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영지에는 장기의 기를 보충해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하는 기능이 있다. <본초강목>에서도 이런 영지의 효염이 잘 나타나 있다. ‘장과 오장을 보호해 정신안정 및 몸이 허한데 탁월하며 혈액순환을 도와 심,폐,간 등의 장기를 보호한다’고 기록 돼 있다.
영지버섯에도 등급이 있다. 수십 년 된 매화나무 등걸에 생겨난 자연산을 최상급으로 친다. 참나무와 밤나무의 그루터기에서 자생하는 것이 바로 특등 영지다. 계절로 치자면 가을철에 자생되는 버섯이 제일이다.
영지는 우수한 한약재다. 맛이 써서 처음 먹는 사람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꿀을 타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한 잔 정도씩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진시황의 불로초 '구기자차' |
진시황이 불로초라 하며 즐겨 애용했다는 구기자는 여러 기록에 강정식으로 나와있는 약재이다. 체질이 허한 몸을 보하고, 정력을 증강시키며 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눈을 밝게 하고 동맥경화나 근육통, 류머티스 관절염, 당뇨병에도 좋다. 간장과 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피로회복에 좋으며 위장을 튼튼히 하고 소화기능을 향상시켜 체중감량에도 효과적이다. 그 외 고혈압과 중풍 예방에 도움이 되며 특히 여성들이 구기자를 자주 섭취하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구기자를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친숙한 방법을 차로 달여 마시는 것이다. 구기자 차는 독이 없어 장시간 마실수록 좋다.
차를 만드는 방법에는 잎을 이용하는 것과 열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열매를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 주전자에 물과 함께 붉은 색이 돌 때까지 푹 끓인다. 여기에 꿀이나 설탕, 약간의 생강과 계피같은 향신료를 가미하면 맛이 더욱 좋다. 뿌리를 달여 마시면 각혈과 치통에 효과가 있다.
많은 약리효과로 인해 구기자를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오용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많은 사례와 문헌에 의존해 남용하면 좋지 않다.또한 일시적으로 효과가 생겼다고 해서 그 동안 해왔던 치료를 그만두고 계속 구기자 차만 음용하는 것은 안된다.
깊은 가을 향의 '국화차(菊花茶)'
국화는 약재로서 매우 풍부한 효능을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에 잘 맞는 화초이다.
들국화는 몸을 덥혀주는 효능이 있어 차로 수시 음용하면 월경불순, 냉증을 다스려 주며 소화가 안 되는 사람들은 식후에 뜨겁게 마시면 금세 속이 편안해진다.
중국에서는 가을에 달콤한 향이 도는 갓 피어난 소륜 국화를 따서 그늘에 말린 후 이것을 1~6개월 정도 달여 하루 세 번 차로 마셨다. 이 차는 이뇨 작용과 더불어 고혈압 증세의 치료 효과도 높인다. 또한 고혈압에 따른 안저 출혈로 시력이 갑자기 저하되는 경우에도 좋다.
국화차를 따로 끓이는게 귀찮다면 평소 마시는 녹차에 국화 꽃잎을 한 장 띄워 마시면 된다. 중국에서는 이를 일컬어 향편(香片) 즉,‘향기의 조각’이라고 불렀다. 일찍이 중국의 명의 화타는 꽃 향료를 주머니에 싸서 환자의 몸에 지니게 하거나 침상 위에 걸어 놓게 하여 폐결핵과 설사 등을 치료하였다고 한다. 이른바 자연 의학으로 각광받는 향기 치료를 했던 셈이다.
가을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는 국화차는 마음을 치료하고 육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삶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의 심신을 달래는데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茶대신 마시는‘석곡(石斛)’ |
‘석곡’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약초는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착색란(着生蘭)에 속하는 자생란으로 관상용으로도 우수할 뿐 아니라 한방과 민간에서▲활신 ▲소염 ▲강장 ▲요통 ▲건위 등에 약재로도 쓰인다.
깊은 산 속의 바위나 나무에 붙어 자생하며 독특한 형태를 지닌 품종으로 자태와 무늬의 변화가 매우 다채로우며 꽃 빛깔이 아름답고 매우 향기롭다.
우리나라 석곡은 덴드로비움 모니리폼(Dendrobium moniliforme) 한 종만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제주도나 홍도, 대흑산도, 완도, 거제도 등지와 같은 남부 해안의 도서 지방의 고지에 분포한다.
조선조 때는 깊은 산중의 절에서 도를 닦던 승려들이 석곡의 줄기를 햇볕에 말려 가루로 만들어 수시로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중국의 본초강목(本草鋼目)에도 귀한 약재로 쓰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확산 석곡이 그 중 명물로 통한다.
석곡은 내분비를 높여 주고, 해독작용을 한다. 건강을 최고로 여기는 중국인답게 홍콩의 상류 가정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석곡을 차대신 즐겨 마신다.
요즘은 석곡과 인삼,국화 등을 섞은 약차 ‘확득 건강차(確得建康茶)’가 시판돼 담배나 술을 즐기는 사람에게 인기가 높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향, 티에관인(鐵觀音)
티에관인(鐵觀音)차는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로 발효과정을 거친 반 발효차이며 우롱차의 한 종류다. 넓은 범주에서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녹차의 발효성질을 갖춘 티에관인은 우롱차와 성질이 비슷하여 여러 번 끓여도 향기가 오래 머문다. 일엽향(一葉香)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는 티에관인의 향기에 대한 예찬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봄에 재배되는 티에관인 차는 품질과 향이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티에관인이란 이름은 아름답기가 관음보살 같고 무겁기가 철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정숙한 미인이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차갑고 강한듯한 느낌을 주는 이런 이름을 왜 붙여 줬을까? 이야기는 푸젠성(福建省)의 한 농부에서 시작된다. 그는 매일 아침 정성을 다해 맑은 차를 끓여 관음상에 바쳤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를 보고 그 모습이 마치 관음상을 닮아 그 잎을 따다가 차를 끓여봤다. 맛은 달콤하고 부드러웠고 향까지 났다. 티에관인은 그 때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마시기 시작했다.
안치(安溪)현(縣)은 티에관인의 주산지다. 안치현은 산이 많고 기후가 따뜻해 티에관인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롱차 처럼 여러 번 재탕을 해도 향이 변하지 않는다.
티에관인은 온성의 차다. 따라서 속이 냉한 사람이 마시면 좋다. 반면에 열이 많은 사람이 마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명 ‘다이어트 차’라고도 불린다. 소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리라. 또한 정신을 맑게 해 줘 피로회복에 효과가 좋다. 늘 머리가 아프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왕의 옷을 입은 차, ‘무이대홍포’
중국의 명차들 중에서 가장 대단한 애칭을 갖고 있는 차가 ‘대홍포’이다. 세계의 다인들은 대홍포를 가르켜 ‘차의 왕’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암차지왕(岩茶之王)’이란 표현을 한다.
세상에서 대홍포를 생산하는 차나무는 단 여섯 그루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중 네 그루는 푸젠성(福建省) 무이산에서 자라고 있다. 대홍포는 유일하게 무이산에서만 생산돼 흔히 ‘무이대홍포’라 불려진다. 연간 생산량이 경우 500g에 불과해 구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구한다 해도 100g에 몇 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맛은 달콤하며 향기가 진하고 그윽하다. 특히 과일처럼 단맛과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홍포는 왕이 걸치던 옷을 말한다. 대홍포라는 말은 이른 봄 찻잎이 날 때쯤 멀리서 바라보면 차나무에 홍색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여 홍포가 씌워진 듯 하다고 하여 얻게 된 이름이다.
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무이산을 지나다 병이 중해져 죽을 지경이 되었다. 마침 그 앞을 지나던 스님이 절벽에 있는 차를 따와 선비에게 먹였더니 선비의 병이 씻은 듯 낫게 됐다. 그 덕택에 무사히 과거에 장원을 해 왕의 부마로 책봉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왕비가 불치병에 걸려 갖은 약을 쓰고 명의의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 효험이 없었다. 이때 부마가 과거의 일을 떠올려 무이산에서 차를 구해와 왕비에게 먹였더니 병이 금세 완쾌되었다. 이에 감탄한 왕은 곧바로 무이산을 찾아가 신비의 차나무에 답례로 자신의 홍포를 벗어 덮어주었다. 이상하게도 차나무는 점점 말라 가기 시작해 부마가 다시 홍포를 걷어내자 차나무가 예전의 활기를 띠며 아름답게 되살아났다. 그 후 차나무는 국가의 유물로 지정되었다.
무이대홍포는 거의 전량이 중국정부에 귀속되어 국빈이 방문했을 때만 내놓는 선물용으로 쓰인다. 하지만 진귀한 차라고 일반인들이 아주 맛을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차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이미 연구진에 의해 모수의 일부를 채취하는 방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품질 면에서도 진품 대홍포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한다.
무이대홍포는 매년 5월 중순에 찻잎을 따는데 암갈색을 띄고 무거운 바위의 향기가 나며 맛이 독특하고 순하다. 또한 신기한 약리효과도 갖고 있다. 오래된 문헌의 기록을 보면 ‘무이암차는 성질이 온화해 차지 않고, 정신을 맑게 하고, 위를 건강하게 하며,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기를 돋구며, 눈을 밝게 하고, 생각을 도우며, 몸을 가볍게 하고, 노화를 방지한다. 무이암차를 장복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장수하게 된다’고 했다.
대홍포가 생산되는 무이암은 풍경이 수려해 일찍이 시인묵객들에게 ‘지상의 선경’이라는 찬사를 얻기도 했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암차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암벽의 강한 기운과 깨끗한 이슬을 마시고 자란 대홍포를 차의 왕이라 칭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입안을 감도는 향, 우롱차(烏龍茶) |
우롱차(乌龙茶)는 녹차와 함께 중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 중 하나다. 우롱차는 홍차와 녹차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춘 특별한 풍미를 가진 차다. 즉, 비발효 성질과 발효 성질을 모두 갖췄다는 얘기다. 그 발효 정도에 따라 녹색에서 홍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색을 지닌다. 맛의 변화도 다양해 물에 우린 우롱차의 찻잎을 보면 빨간 색과 푸른 색이 함께 나타난다. 빨간 색은 홍차에 가까워 발효 된 것을 말하고 푸른 색은 아직 발효가 덜 돼 녹차에 더 가깝다. 따라서 찻잎이 빨간 색에 가까울수록 많이 발효 된 우롱차로 보면 된다. 발효가 적게 된 것일수록 향기가 강하고 충분히 발효된 것일수록 맛이 부드럽다.
우롱차의 향(香) 은 실로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다. 사람들은 우롱차를 두고 “일곱번을 끓여도 향기가 남는다”고 말하곤 한다. 맛보다는 차(茶)의 진한 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우롱차를 권해 주고 싶다. 뚜껑을 열자마자 풍기는 그 향(香) 탓일까. 우롱차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향기나는 차’로 자리 잡았다. 우롱차에는 자연향과 과일향이 배어 있다. 한 번 우려내도 오랫동안 그 향이 지속 돼 입안을 감돈다.
이렇듯 맛보다는 향을 중시하는 우롱차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우롱차는 그런 이유로 제조방식 또한 남다르다. 쓰고 떫은 맛을 가볍게 하고 산뜻한 맛이 가미되도록 자란 입을 딴다. 특히 고산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향과 맛이 진해 시장에서 일등급으로 친다.
우롱차는 지역에따라 민남우롱과(民南烏龍) 민북우롱(民北烏龍) 광둥우롱(廣東烏龍) 대만우롱 (臺灣烏龍) 네 종류로 나뉜다. 민남지역은 우롱차의 발원지로 여기에서 민북과 광둥,대만으로 전해졌다.
우롱차는 이뇨와 소화작용이 탁월하다. 한 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롱차를 하루에 세 잔 이상 마시면 아토피성 피부염을 완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마시면 좋다고 한다.
만병을 치료한다는 '백호은침(白毫銀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엽차에는 녹차, 청차, 백차, 홍차, 화차의 다섯 종류가 있다. 그 중 제일 생소한 종류가 바로 백차이다. 백차(白茶)는 차 잎 전체가 흰 솜털로 덮여 있으며 발효도가 약한 편이다. 차 잎이 은색이며 끓였을 때 향기가 맑고 청아해 단아한 맛을 풍긴다.
백차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는 차가 백호은침차이다. 옛날 황제에게 헌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또한 중국의 10대 명차에 속하며 값이 비싼데다가 진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백호은침의 내력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정화 일대에 지독한 가뭄이 생겨 역질이 번졌다고 한다. 병자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소문에 의하면 용이 사는 우물 옆으로 몇 그루의 선초(仙草)가 자라고 있어 그 풀의 즙을 마시면 백가지의 병을 치료할 수 있고, 그것을 들에 뿌리면 곧 물이 솟아난다고 했다. 이것을 전해들은 몇몇 청년들은 선초를 구하러 떠났으나 돌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 마을의 용감한 삼남매가 선초를 구하러 가는 일행의 뒤를 따랐다. 삼남매는 유일하게 살아 돌아왔다. 삼남매가 구해온 선초의 씨앗을 뿌리자 산과들에 물이 솟으며 가뭄이 끝나고 귀한 선초가 무성히 자랐다. 그 즙을 내어 마신 사람들은 비로소 역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에 선초가 자라 차나무가 되었는데 그것이 ‘백호은침’이었다고 한다.
'백호은침’의 주산지는 복정현과 정화현이다. 이 두곳에서 생산되는 복정대백차와 정화대백차의 품종으로 백호은침차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요즘은 대만에서도 일부 소량이 생산되고 있다.
차 싹은 통통하고 바늘처럼 뾰족하며 길다. 1인치 정도의 길이에 흰솜털이 덮혀있고 촉감이 부드럽다. 그 맛은 깨끗하고 향기는 은은하며 찻물은 연한 살구빛이 돌며 오래묵혀 저장해도 향미가 그대로다.
약리적인 효과로는 눈을 밝게 하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대화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위와 쓸개에도 좋아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홍차 종주국, 영국 아닌 중국!
커피 다음으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차는 ‘홍차’이다. 대중음료로 널리 알려진 실론티며 밀크티, 영국의 홍차 브랜드인 립튼 같은 용어 때문에 요즘 신세대들 중에는 홍차를 서양의 차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두말할 나위없이 홍차가 중국 고유의 차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지의 홍차 생산은 모두 중국에서 제조방법이나 묘목이 전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종주국 중국에서 전통의 제다법으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차가 ‘기문홍차’이다. 기문(祁門)은 안후성(安徽省)에 속한 현으로 기문홍차를 줄여 ‘기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홍은 맛이 달콤하고 과일향 같은 향기가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돈다. 이 향기를 ‘기홍향’이라 하는데 이 향의 종류가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매우 야릇한 향을 가진 차라고 볼 수 있다.
기홍은 4~9월까지 찻잎을 따서 만들어지는데 일창일기의 차는 20%정도이며 일창이기로 만들어진 차는 50%를 차지한다. 어린잎으로 만들어지며, 제다 과정은 시들게 하고, 비벼서, 발효시키고, 말리는 순이다.
홍차의 유래를 보면 처음에 서양의 상인들이 중국 녹차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녹차가 발효되어 홍차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미 당시 중국에는 홍차가 존재하고 있었으니 믿을 만한 얘기는 아닌 듯 하다. 세계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로를 만든 영국에 홍차가 처음 유입된 것은 1600년 경인데 스페인의 한 공주가 영국 황실의 며느리가 되면서 모국의 홍차를 가지고 간 후부터라고 전해온다. 이후 인도와 스리랑카 등이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중국에서 차종자를 들여가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다. ‘실론티’는 스리랑카 산의 홍차를 이르는 말이다.
종주국인 중국보다 오히려 영국에서 더 대접을 받는 홍차는 ‘친구가 되자’는 의미로 ‘오후에 홍차를 마시러 오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홍차가 이처럼 세계적인 기호음료로 널리 확산되면서 그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도 이뤄졌다. 홍차에는 해독, 살균작용이 있어 이질, 장티푸스 같은 전염성 질병에 효력을 발휘한다. 또한 적당히 마시면 카페인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심장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밖에 이뇨 작용, 소염효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나폴레옹은 홍차를 매우 좋아해 그의 군대에 따로 홍차병을 두고 전투 중에도 수시로 홍차를 마셨다는 일화가 있다. ‘기문홍차’는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의 3대 홍차로 일컬어진다.
사랑을 부르는 '향기조각', 자스민차
‘만리향차’로 잘 알려진 자스민차는 중국음식점에 가면 으레 요리와 함께 나오는 차로 중국인들이 우리네 '숭늉'처럼 가장 많이 마시는 차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차여서 가격도 싸고 품질도 다양하며 거의 대부분이 진품에 속한다.
차의 원료인 자스민꽃의 주산지는 광시성(广西省) 방성항(防城港)으로 여행자의 말에 의하면 자스민이 활짝 핀 계절에 방성항을 찾으면 꽃향이 날아와 어디서든 자스민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곳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인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추측해 보건대 그것은 자스민에 함유된 항우울제 성분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낙천적인 성격을 갖게 해 절로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 것이 아닐까.
자스민 꽃은 일찍이 ‘사랑의 꽃’으로 유명하다. 그와 관련해 인도에서 전해오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한 소심한 청년이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평소 너무나 냉담하고 차가워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내고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다 결국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청년은 ‘이러다가 그녀의 얼굴도 못보고 죽겠구나.’라고 한탄하며 마지막 힘을 내어 들판으로 나가 여인에게 바칠 자스민 꽃을 꺾기 시작했다.
청년은 자스민 꽃다발을 들고 그 여인의 집을 찾았으나 없던 용기가 생길 리 만무했다. 결국 청년은 여인의 방문 앞에 서서 곱게 잠든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바라보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튿날, 여인은 방안 가득한 꽃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창문 앞에 놓여진 자스민 꽃다발을 발견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불현듯 사랑의 감정이 샘솟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 달리 너무나 아름다워진 세상의 풍경 속에 잠든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여인은 단숨에 사랑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으나 이미 싸늘한 주검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불같은 사랑과 혹독한 죽음 앞에 여인은 결국 미쳐 자스민 꽃을 머리에 꽂고 떠돌아다니다 죽었다고 한다. 이후, 인도에서는 연인에게 자스민 꽃을 선물 받으면 머리에 꽂아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다.
자스민차는 화차(花茶)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향기로워 아예 향기조각이란 의미의 ‘향편차(香片茶)’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마시면 출산과 젖의 분비를 촉진하고 분만 후 회복을 돕기 위한 마사지용으로도 좋다. 또한 몸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하며 경련을 진정시키고 아토피성 피부염과 기타 피부질환에 도움이 되지만 몸에 바를 경우 매우 강한 자극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정도 마시면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있어 간단한 식사대용으로 좋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스민 차를 선물해 보자. 인도의 전설처럼 그 향기에 중독된 연인이 그대에게 사로잡혀 사랑의 포로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
첫댓글 아... 정말 .... 인내심을 가지고 복사를 해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익다가 졸리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