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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조 윤옥
소나타가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있다. 서종IC를 돌아 서종면을 도착했다. 북한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봄 냄새를 풍기며 재잘 거리듯이 속삭이고 있다. 좌편으로 황순원 문학관 5Km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정백리 반대편 종점 마을은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다. 드문드문 민가가 보인다. 작은 마을 실개천 사이로 펑퍼짐한 언덕에 교회 하나가 세워져 있다. 육십년의 세월을 짊어진 교회가 있다. 십자가가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는 십여 년 전에 세면 블록을 헐고 붉은 벽돌로 아담한 이층으로 신축되어 있었다.
최동석은 오늘도 대패질을 하고 있다.
교회가 올려다 보이는 작은 공방은 등이 굽은 최노인의 허리를 조금이라도 펴면 바로 머리가 다을듯이 천장이 낮다. 유난히 낮은 공방의 천장은 최노인과 함께 사는 부인을 위하여 그리 개조한 것이다. 최노인의 부인은 걷기가 매우 힘들다. 한쪽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그녀를 위해 이년 전에 큰 공사를 했다.
노인의 이름은 동석이라고 한다. 이곳에 정착한 지 삼십년이 훨씬 넘었다. 동석이라는 이름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우편물을 돌리는 김씨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것이다. 그 저 알고 있는 것은 간혹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과 바이올린을 만든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에 이곳 종점마을에 도착하는 버스도 몇 대 안된다. 종점 마을은 정말 산새가 깊고 경작할 만한 농토가 그리 많지 않은 마을이다. 봄이면 산나물을 뜯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도 제법 있다. 노인의 올해 나이가 육십을 조금 넘었으니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 것이다.
마을에 50여 가구 만 남고 주민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시작한 것은 교통과 아이들의 교육문제이었다. 강 만 건너면 서울로 갈 수 있는 위치의 지리적 환경으로 이웃은 하나 둘 짐을 사서 한강을 건넜다. 빈집이 많아갈 때 최 노인은 윤정리로 들어왔다.
젊은 시절 동석은 낙원 상가에 있는 악기점 점원으로 있다 큰 사건에 연루되어 그만두었다. 현악기 전공자들은 전부 수입악기를 사서 사용해 악기를 수입하다 파는 시대였다.
신내동 지하 단칸방에서 결혼 십년 차 살림을 하고 있었다. 변변한 살림도 없이 석유곤로로 밥을 해 먹었었다.
“음악대학교수 억대 악기 강매 “이 사건으로 단칸방 지하방으로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이 닥쳤다.
‘ 제보가 들어왔소. 체포영장이오. 이번 사건에 혐의가 있다고 “ 음악대학 교수와 악기상회가 짜고 감정평가를 허위로 하여 제자들에게 천만 원짜리 억대로 판 사건에 동석이 개입했다는 진술자가 있었다.
“ 이 번 사건? 당신들 무슨 짓 하는 겁니까?”
“ 신문은 보았을 텐데”
“ 체포해 ”
“날 왜 잡아 가냐구.” 잠바차림 들이 다짜고짜 낚아채 수갑을 채우고 쿵쾅 거리며 끌고 나갔다. 아내가 따라 나서자 앞을 막았다.
“ 이 밤에 남편이 왜 붙잡혀 가는 겁니까?”
“ 가짜 악기 사건과 감정가 허위 조작에 교수와 공모한 가격 부풀린 단합이요. ”
“ 감정가 허위조작 ? 교수와 공모? ” 동식이 처 숙자는 알아들을 수 가 없는 소리를 듣는다.
남은 자들은 증거를 찾느라 단 칸 방을 샅샅이 뒤졌다. 돈 부스러기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돌풍노도와 같은 무시무시한 행동에 동석이 아내는 벌벌 떨었다.
“남편이 큰돈을 근래 주신적은 없소.”
“ 무슨 소리예요. 큰 손커녕 작은 돈도 준 적이 없어요.”
그래도 집을 샅샅이 뒤진 자들이 한 마디 던진 말만 붙들고 동식이 아내는 기다렸다.
“ 뭐야 이거 억대를 주물렀다는데 콩고물커녕 아무 것도 없고 지하 단 칸 방이야. 알 수 없군.”
“ 헌물 킨 것 같은데 ”
“죄 없으면 나오겠지 ”
동식이 아내는 몇 마디하고 나가는 잠바차림의 남자의 팔을 잡다 뿌리치는 힘에 밀려 고구라 지면서도 두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동식이 처가 죄 없으면 나오겠지 하던 소리를 믿고 기다리기를 일주일이 지났다. 그래도 남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답답해 악기점에 가도 문을 닫았고 관활 서에 가도 동필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동식은 사건이 윗선을 들른 고발이라 검찰 특수부로 가 있었다.
이름 최동석. 사기죄. 수입 악기 감정가허위조작. 뇌물수수. 미리에 얽힌 죄목이 컸다.
몇 년 동안 교수들과 단합하여 합 10억이 넘는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는 기사에 최동석은 울분을 토한다.
“쟁이가 되고 싶은 나는 오 억대짜리 보는 것만도 소원이요. 그 사건이 사실이라면 윗선에서 이루어졌을 겁니다. 윗선 말입니다”
‘말조심해 정확히 말해 여기가 어디라고 윗선이야 윗선 “ 구타를 당한다.
십억을 들썩이는데 십억은 장안의 땅을 크게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어마 어마한 금액으로 특별수사본부까지 올라왔다. 윗선에서 올라온 것은 이번에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더라도 음악교수들의 과외 실기 레슨과 악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악기강매란 만연된 악습을 뿌리 뽑을 판국이다. 최동석은 아닌 밤중에 형사가 들이 닥쳐 특수부까지 온 내막조차 알지 못하는 자기를 지목한 사람들이 괘씸했다.
“ 단합했어?”
“금시초문입니다. 수리 조금 하는 것이 제 일인데 공모라니요?”
“ 당신 사장이 불었어. 라벨이 당신 이름이라고.”
“말도 되지 않습니다. 악기 만드는 실습을 혼자 해보는 거지. 제대로 한 대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겨우 한 대 어느 학생에게 써보라고 빌려 준 것이 나가 있습니다.”
“ 그럼 그걸 갖고 외제로 둔갑했다는 말이야. 말도 안 돼 ” 퍽 한 대가 들어온다.
“그럴 리 없습니다. 벌써 무슨 라벨을 붙입니까? 견습생도 아닌데 ”
“솔직하게 말하라고 교수가 얼마 줬어. 감정평가서 조작에서는 빠져나가지 못하겠지?”
전문평가는 사장이 하지 모든 것이 서툰 내가 무슨 스트라디 발리 바이올린을 감정 평가 합니까?. 전 세계적으로 삼백여개가 돌고 있다는데 어떻게 나 까짓것이 수억대의 악기를 만져볼 수 있단 말입니까? “
“ 그럼 너는 뭐야 하수인도 아니고 ” 수사에 진척이 없자 퍽 퍽 저지른다.
이 사건은 속전속결 석 달 만에 끝났다. 더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는 사건이다. 지도자와 학생간의 거래로 인한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수해 온 전례가 한꺼번에 뿌리 뽑기란 어렵다. 악기사장이 감옥에 들어가고 당사자인 교수가 음대교수직을 사퇴를 했다. 악기 상회 사장은 감정평가를 부풀려 많은 세월 단합으로 돈을 먹어 형무소에서 나오지 못했다. 무혐의로 두 달 만에 풀려난 최동석이 건강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고막이 터져 귀가 한 쪽이 들리지 않았다.
최동석은 심신이 허약해졌다. 대인공포증이 심해져 사장의 혐의를 알고는 다른 악기 상회도 나가지 않았다. 병원을 다닐 돈도 없고 정신적 불안이 심해 외부 출입을 하지 않았다. 이 큼직한 사건 후 윤종리 종점으로 들어와 은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동식은 음악을 조금 알겠다, 바이올린을 켤 줄도 알겠다. 도제를 틈틈이 연습도 했겠다. 전격적으로 만들 결심을 한다.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장사는 못하겠으니 이제부터는 오로지 바이올린을 만들어 불 생각이오.”
“ 돈 한 푼 없이 살길도 막막하고 지식도 없이 바이올린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무모한 짓 아니예요?”
“그래도 몇 대는 만들어 보았으니 책을 보고 배워가며 좋은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야지.
”
나이 사십이 되어 가는데 가야금도 아니고 깽깽이를 만들어요? 언제 자식 낳고 밥걱정 없이 살건 데요? “
“ 당장은 땟거리가 궁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해 ”
“말은 좋지. 친정으로 쌀 얻으러 가는 것도 한두 해지. 우리 부모 최가네에 죄졌어요?”
“ 몇 년 만 더 도와 달라고 그래.”
“ 자식새끼 있어 공부 가르치느라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입에 풀칠도 못해 동냥질 창피
하지 않아요. 친정집 신세 지려면 자식이나 낳자고요. “
“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인가. 병원 한 번 가봐.”
“내 잘못이란 말예요?”
“ 장손 집에 와서 십년이 넘었으면 누구 탓인가?”
“ 한 번 날 잡아서 같이 갑시다.” 동식이 처는 아를 못 낳는 것 여자 탓을 돌리는 신랑에 화가 치밀어 올라 밖으로 나갔다.
종점 살구나무집 한 칸짜리 폐가에 사과 궤짝 빈 박스. 공병. 깨진 그릇 등을 보이는 대로 나가 주워왔다. .
" 쓰레기장이지 이게 살림집이란 말이야."
" 돈을 벌면 새 것을 사지. "
“ 언제 새것을 사요.”
“하루아침에 되나 ” 부부는 의견이 안 맞아 싸움이 잦았다. 만드느라 동석은 밤낮으로 불을 켜 놓는다. 만들 때 동석은 밤을 많이 활용했다. 처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서로 다른 이해가 얽힌다.
" 낮에 일했으면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 것 아냐? "
" 먼저 자 "
" 깽깽이 만들면 밥이 나와 돈이 나와. “
“시끄럽지 않은 세상 보지 않으니 좋아. 좋아하는 일하고”
“끼니는 없는데 혼자만 좋다고 하면 되냐고 ”
못들은 삼라만상이 잠든 산골마을에 겨울 풍경이 하얗게 들어온다.
“ 밖을 봐 눈이 장관이지 않아?”
“나가면 눈에 발이 빠져 걷기 불편하고 눈 쓰는 일도 고역이고 팔자 좋게 을씨년스럽고 배고픈데 장관이라니 ”
부부란 말을 곰삭혀서 아름다운 이중주가 나와야 되는데 목소리가 둔탁해지고 서로 어긋났다. 방향성이 다른 언어는 충돌하고 깨져 서로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독도 삽살개가 선물로 들어왔다. 개를 봉구라 불렀다.
“봉구야 ”
“ 새끼에게 붙여줄 이름을 지었다더니 씨를 까지 못하니 개새끼한테 봉구라 해 ”
사사건건 울화가 치미는 아낙이 큰 소리다.
동석이 아내가 건강상태가 나빠졌다. 교회에는 작은 공부방이 하나 있었다. 저녁 무렵이면 살구나무집 공방을 거쳐 교회로 항하는 오솔길이 있어 학생들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공방을 지나가야 한다. 동석은 학생들이 지나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이올린을 켠다. 차고 음울한 선율이 흐르다가 뚝 끊어지고 순간 동석의 아내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은 바이올린과 뒤섞인 음울한 소리가 싫어 귀를 막고 달린다. 해지는 노을이 만든 하늘은 핏물이 스며든 보자기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이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해가 넘어가는 운길산을 바라본다.
동식이 처의 악에 가까운 소리와 울음소리는 아이들에게 주일 날 교회 다니는 일도 섬뜩하게 해 반사 선생님들이 오솔길로 마중을 나왔다.
“ 나쁜 놈. 순경이 온다.”
“ 아무도 없어요.”
헛소리가 심한 그 해 동석의 아내는 우울증이 심해 친정으로 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노인은 후에 고향에서 함께 살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 아내의 소식도 들었다. 자식이 있는 상처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전처소생 딸 하나를 키우며 아들 둘을 낳았단다. 아내가 떠나가며 밥을 핑계 삼았어도 이혼의 결정적 사유는 펄펄 끓던 여인의 성적 굶주림이라는 이유를 자신은 알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작업대를 한 칸 방으로 끌어 드려 밤에 일을 많이 했었다. 아내는 허구한 날 왕왕거렸다. 아내는 이혼 무렵에 심각한 조울증세로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몰랐다.
아내를 맞는다 해도 성희의 축복인 부부의 한 이불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여체에 대한 기대나 환영도 떠오르지 않았다. 꿈속에서라도 몽정 한 번 한 일이 없었다. 살구나무 집은 마을 사람이나 세간에서 멀어졌다.
시간은 단조로웠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공간에서 도제만을 위해 산 증인 위에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갔다. 정교하고 미묘한 소리를 찾아 삶을 불태웠다. 아내가 간 궁색한 삶 속에 자신의 꿈을 녹이며 포기하지 않은 도제의 길로 산지 삼십 년이 흘렀다. 둔탁하기 짝이 없는 최 영감도 변화의 무게와 그 만의 빛을 입혔다. 스탠드 불빛 밑에 있는 영감의 커다란 눈은 쳐져 있었고 머리칼은 반백이 희끗거리며 얼굴은 주름이 지글거렸다. 쭈그리고 앉아서 평생 작업을 하여 하체는 약하고 등은 굽었다. 손은 울퉁불퉁 손마디가 틀려 있었다.
날이 밝아온다. 의자에서 일어나 돋보기를 코끝에서 걷어낸다. 주방으로 간다. 어제 먹다 남은 밥을 끓인다. 노인은 명란젓과 김치를 내놓고 아침을 먹었다. 이내 두터운 잠바를 입고는 끓인 밥을 들고 공방을 나왔다. 마당 한 편 수돗가로 온다. 물이 얼었다. 봉구의 목욕탕으로 만든 세면 통에 담겨진 수돗물이 꽝꽝 얼어 있었다. 계량기 뚜껑을 열고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덮개를 걷어 계량기를 튼다. 새물을 받는다. 반가워 펄쩍펄쩍 뛰는 봉구에게 물을 준다. 손에 든 밥도 그릇에 쏟았다.
"봉구야. " 삼십년 전에 봉구라는 지은 이름. 순 독도의 종자도 지키지 못하고 잡종이 된 봉구. 노인은 어처구니없게 벌써 3대가 지났는데도 똑같이 불렀다. 그동안 다른 것이 있다면 노인은 자주 마른밥을 먹고 봉구는 끓여 주었다. 오늘도 끓인 밥에 조기 북어 토막을 넣고 끓였다. 봉구는 순식간에 다 먹는다.
" 봉규야. 모자라느냐. " 노인은 남긴 밥을 더 부어주었다. 몸에 찬기가 드는 날씨에도 봉구를 풀어 운길산 길로 나선다. 3대 봉구와 팔년간의 동행. 봉구는 단조로운 영감의 일상에서 받는 낙의 한 부분이고, 유일한 식솔이다.
"봉구야 봉구야 “
운무가 운길산 무릎까지 쳐 올라 산을 휘감고 있다. 예봉산에서 부터 시작한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운무는 스멀스멀 날아간다. 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노인은 허리를 쭉 폈다. 운길산에 올라가면 주변의 정취가 아래로 깔려 하루 시작의 상쾌한 기상을 느낀다.
거실로 들어와 타고 있는 화목 보일러에 나무토막을 넣는다. 시뻘겋게 불이 올라온다. 화 독 뚜껑 위 냄비 안에는 아교와 물을 넣은 중탕이 끓고 있었다. 딱딱한 책상에 앉아 라디오를 듣는다. 소리라고는 라디오에서 흐르는 베토벤의 교향곡이 들리고 영감의 기침 소리가 난다. 멀쑥한 얼굴에 도수 높은 돋보기를 끼었다. 통나무를 들었다. 바이올린. 앞 판은 유일하게 가문비나무를 사용하고 옆면과 뒷면은 단풍나무를 사용 한다. 여러 시간동안 굵은 대패에서 시작하여 손가락보다 작은 장난감과 흡사한 대패를 사용하여 결을 밀어낸다.
훌륭한 장인의 조건으로 음악성이 있어야 하고 현악기의 사용하는 나무 조각을 이어가며 판을 만드는 기술도 좋지만 오랜 숙련을 요한다. 만드는 것을 도제라 한다. 현악기 장인 1세대인 최동석은 도제를 외국 책을 보며 독학으로 시작했다. 초기 단계는 청계천에 수시로 나가 싸구려 헌 악기를 사서 뜯어보는 것이 일이었다.
거실 벽면을 이용해 송판을 넓게 붙여 선반을 달았다. 선반을 여러 개 올려놓고 칸칸에는 현악기를 만드는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도제에 사용되는 도구는 종류가 많다. 많이 손이 가는 편한 순서로 진열이 되어 있다. 장난감 램프도 있고, 아주 오래된 호롱불도 보인다. 잘 쓰지 않는 먼지가 소복이 않은 두지와 잡동사니가 있다. 대패며 실톱 끌과 칼이 꽂혀 있다. 손이 많이 가는 하단에 있다. 투박한 대패와 샌 날이 좋은 공구들. 사십년의 무게가 겹겹이 쌓인 공방의 모습. 왼쪽 나무 선반에는 생산 년도가 적힌 마른 나무 조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잡동사니 폐품으로 여기던 물건도 새 공구와 잘 어우러져 빛이 났다.
창문 틀 사이 외부 벽 빨래 줄에 바이올린이 매달려 있다. 연갈색의 바니시 칠이 칠해져 있다. 칠이 입혀가는 중이다. 기름에 녹여 쓰는 바니시와 알코올에 녹여 쓰는 바니시가 따로 있다. 기름에 녹이면 유성이라 늦게 마르고 알코올은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한 달 이상 공을 들여 열 번 이상을 반복하여 칠을 입힌다. 영감은 해바라기 오일도 섞어 노랑과 코발트색을 넣어 오래된 악기처럼 색을 낸다. 최 노인은 유성작업을 하며 색깔에 그만의 노하우가 들어있다. 완성 단계의 칠만큼은 혼합하는 것과 입히는 여러 단계를 자기만의 노하우로 삼아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현악기 도제 책을 보아도 마찬가지로 기본만을 써 놓았다. 최영감도 자기 소생의 친자식 봉구가 있으면 가르쳐 줄까마는 옹고집쟁이들과 마찬가지 칠 연구는 각자의 몫이다. 다름대로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소리는 목재가 종요하다고 하고 어느 사람은 칠 과정에서 소리가 조절된다고 믿는다.
알코올을 배제하고 린시드에 색조를 배합해 칠을 입히고 계속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천천히 말리는 것을 최영감은 선호한다.
노인은 묵직한 음을 내는 과르네리나 스트라디바리 명장모델을 사용한다. 특히 그가 선호하는 틀은 화려한 음을 좋아하는 스트라디바리 모델이다. 틀을 잡는다. 여섯 기둥을 새운 틀에 아이론으로 얇은 나무판을 눌러 형태를 잡는다. 그 위에 앞 뒤 판 두 쪽씩 만든다. 형태를 잡고 네 쪽을 꺼냈다. 꺼낸 단풍나무 뒤판 한쪽 면을 먼저 조심스럽게 적당한 크기의 대패로 밀기 시작한다.
노인의 작업복 무릎 위로 대패 밥이 도르르 말려 떨어진다. 앞 뒤 판 두께가 다른 부분을 재며 중심으로 얇게 수없이 밀어야 하는 작업은 한두 달이 걸린다. 도제는 한 결 같이 반복되어지는 일상이다.
아내로 호족에 올린 삼십대의 풀꽃 여인으로 인해 삼십년 만에 식구가 늘었다.
한 쪽 다리 장애로 인해 집 구조를 고치고 천장을 낮게 개조했다. 벽을 전부 봉을 쉬워 아내가 잡도록 했다.
“ 천천히”
“ 아 아 ” 외마디를 내고 아내는 벌러덩 넘어진다. 여자로 인해 일상의 바뀌었다. 일이 전부인 노인이 우선순위가 사람을 보살피는 일로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 여자를 씻기고 밥을 준 후에 봉구를 챙긴다. 모두 영감의 손이 가야한다. 여인의 존재를 싫어하던 봉구도 제법 꼬리를 흔든다.
“ 조금 만 더하면 튀김을 만들어 줄게 ”
주방에는 튀김 음식을 만들려고 고구마와 대구포를 떠 놓았다. 약간의 소금 간을 뿌렸다. 밀가루를 꺼내놓고 날계란을 푼다. 젓가락으로 노란 알을 휘저어 놓는다. 이내 간 묻은 손을 닦는다.
" 풀꽃.“
“ 풀꽃. 운동 그만하고 봉구와 놀고 있게나. 자네가 좋아하는 튀김을 아빠가 해 주겠네." "
아빠 하 " 작업실 보다는 밖이 좋아 하 지른다. 밖으로 데리고 나오자 손 날개 짓이 가볍다.
" 여기서 봉구와 앉아 놀게 " 안전하게 풀꽃을 마당에 앉혀 놓는다. 봉구와 서로 바라보도록 있었다. 최영감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주재료에 튀김 가루를 씌워 놓는다. 가스를 켜고 후라이판에 올리브기름을 떨어뜨린다. 튀김 가루를 묻힌 대구 편을 계란 옷을 입혀 붙인다. 호박과 대구를 붙여내고 마지막에 고구마를 튀긴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하는 동안 풀꽃은 의자에 있다가 잠이 들었다. 영감은 일자집 주방 안에서 간혹 밖을 내다본다. 봉구도 무료한지 납작 엎드려 슬그머니 눈을 감고 있었다.
영감이 밖으로 나와 풀꽃을 안아 작업실로 들인다. 작업실 안에 간이침대가 상시되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조각 이불을 덮어주면서 얼굴을 만져준다. 이내 작업 의자에 앉는다. 영감은 풀잎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아 되도록이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하루의 준비로 시간을 보낸다. 청소 빨래 아내의 치다꺼리를 하다 잠이 들면 자기 옆에 재운다. 풀꽃은 말을 잘 못하고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장애자다. 풀꽃을 아내로 맞이한 후로는 도제를 집중적으로 하지를 못한다. 삼 년의 훈련기간이 흘러 생활이 손에 잡혔다.
" 착하네. 두 시간이 훨씬 넘었는걸. 튀김이 식었어. "
"허 허 " 들었다는 소리인지 말았는지 웃더니 움직인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 보다 가볍지 않다는 표현이 옳다. 상대가 방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동석은 찾아내야 한다. 똥 싸고 싶어 엉덩이를 뺀다. 우습다. 동석은 풀꽃이 집안에서 봉을 잡고 팔을 휘두르고 뒤뚱뒤뚱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한다.
" 풀꽃? 화장실? "
" 아빠. 허" 다급한 여인이 눈을 맞추며 쭈뼛쭈뼛 공방 안을 서성거린다. 아침밥을 먹고 잠이 들어 배가 고플 리는 없고 시간적으로 보아 틀림없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아랫도리를 벗기고 변기에 앉힌다. 혹시 소변인가 했더니 얼굴이 뻘게진다. 쉽지 않다. 큰일을 볼 낌새다.
" 아빠 아 아 " 겨울철 운동량이 적어 풀꽃은 변비가 있었다. 아프다고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 그대로 혼자 두고 방으로 갔다. 약통에서 변비약을 꺼낸다. 파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좌약이다.
여인이 있는 화장실로 돌아와 욕실 바닥에 느릿느릿 큰 타월을 깐다. 풀꽃을 변기에서 일으켜 타월로 놓는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벗겨 있다. 무릎 까지 내의가 내려와 있었다. 엉덩이를 들어 좌약을 넣어준다. 액이 들어가고 움푹 들어간 빈 껍질이가 손에 남는다. 미끄러운 납작한 통을 휴지통에 넣는다. 오른 손으로는 잠시 똥구를 막아준다.
" 아빠 허 " 큰일을 시원히 보았다. 좋은 낯빛이다. 피씩 웃는다.
" 풀꽃 착하네. 착해 "
" 아빠 허 " 반응이 좋다. 다시 변기에 올려준다. 뒤처리를 늘 해주었는데 렌탈 바람이 불어 수세식 변기에 간단히 기계를 올려놓았다. 자동식 수세식 변기가 세척까지 해주고 말려줘 버튼만 눌러 주면 되었다.
최동석 노인과 풀꽃과의 인연은 기구하다.
골목길 빈티지 길이라 볼거리도 많다. 영감은 시골을 나와 구경하는 곳은 고물상과 동대문 평화시장 정도이다. 작업복을 사고 부속과 공구를 사기위해 나온다. 이 날은 나무 켜는 자동기계를 사러 나왔다. 집에 있는 것은 너무 오래 써서 소리가 크고 작동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늦가을 저녁 송판을 자른 기계톱을 사러 청계천을 나갔다.
공구상회를 빙빙 돌다 여인을 길에서 만났다. 한쪽 다리를 못 써 엉망인 여자가 골목길에 찢어진 옷을 입고 늘어져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성추행을 당한 모습이다.
" 아빠 "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여자가 구호를 외친다.
"어……. " 최동석은 놀랬다. 영감은 자식을 낳아보지도 못했다. 일으켜 자세히 보니 삼십은 될 성 싶은 여인이다.
" 아빠 허 " 다리가 휘청 거리며 바지를 덥석 잡는다.
" 이 일어나 보소 ? " 정상이 아닌 여자를 뿌리치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빠 !" .
" 이봐요. 나는 자네 아버지가 아닐세. "
"아빠! 아빠! " 주위를 동석 노인이 휘둘러본다.
" 아버지는 아닐세. 그러나 파출소는 가세 " 자기 보고 하는 말이 창피하고 귀찮게 느껴지면서도 노인은 부축을 해서 일으켰다.
" 아빠 밥 "
" 밥?" 하의가 찢긴 수치감을 모르고 있었다. 노인이 노점상이 파는 아래 바지와 사서 입혔다. 밥. 애절한 소리. 내성적이라 속이 비어있어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소리다. 그 소리에 뿌리치지 못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육이오 사변 당시 배를 곯아 배고픈 설움을 안다. 지금도 죽이나 밀가루가 싫은 영감이다. 특히 밀가루는 속에서 받지를 않는다. 배고픈 설움이 제일 크다고 여기는 영감은 여인을 밥 한 그릇을 사서 먹이고 보내고 싶어졌다.
“ 밥. 밥” 여인은 말은 딱 몇 마디 아빠 . 밥 . 허로 잇는 단답형이다. 여자는 하루 종일 거리를 떠돌아 배가 고팠다.
" 젊은이 배가 고프오?"
아빠 허 " 배고프다는 소리로 알아들었다. 동석은 그녀를 데리고 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 매운 것 잘 먹습니까? "
" 허 허 " 안도의 웃음을 띤다. 최영감은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면 잔소리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의 의사대로 하기로 한다.
국밥 두 그릇 줘요. 맵지 않게. " 매운 것을 먹는지 안 먹을지 몰라 맑은 장국을 시켰다.
젊은이 식구를 잃어 벼렸나?
" ........밥 " 여자가 언어 장애가 심하다. 여자를 누가 버렸다는 생각이 순간에 들었다. 찬찬히 상대를 훑어본다. 입맛을 다시며 기쁜 듯이 영감을 쳐다본다.
"아빠. 하 " 하가 뭣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얼굴은 밝다.
"청개천은 누구하고 나왔소?" 국밥을 시켜놓고 말을 걸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 행색은 남루하지 않았다. 밤색바지에 상위는 빨간 가디건을 입었다. 의도는 눈에 잘 틔게 상의를 빨간색을 선택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잃었거나, 여자를 유기로 본 다해도 거리를 떠도는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보였다.
"밥 " 다시 밥 소리. 그 뒤에 국밥이 두 그릇 나왔다. 통에서 수저를 집어 줬다. 콩나물과 우거지를 줄줄 흘린다. 여자는 수저를 놓쳤다. 쨍그랑 소리가 난다. 밥도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
" 아주머니 수저 하나 더 줘요."
“ 따님이세요?”
“ 아니요. 밥을 먹고 싶어 하기에 왔소.”
“그러시군요. “
홀 아주머니가 새 수저를 다시 가지고 왔다. 수저를 다시 주었다. 뭉뚱그려 쥔다.
"아빠 허허 " 멋쩍게 웃는다. 여자는 국밥에서 뿜는 뜨거운 김을 겁을 내었다. 중증 장애. 식당 아주머니는 여인을 상태를 보고 거두기가 어려워 사람을 유기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아주머니 빈 그릇 하나만 주세요." 빈 그릇을 받아 국밥을 식혀서 놓았다. 여인은 수저가 거북해 그냥 놓고 손이 그대로 온다. 먹여주어야 할 상태. 영감이 국물이 뭍은 손을 휴지로 닦아 주었다. 표정이 밝아졌다. 히쭉하고는 웃으며 밥으로 눈이 간다.
" 네가 먹여 주어야 갰네 그려 "
아빠. 하 " 불편의 정도가 심해 수저로 떠 먹였다. 한 술 두 술. 배가 많이 고픈지 들어가면 넘긴다.
"천천히 천천히 " 체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밥을 조금씩 갈라 주었다. 먹이고 휴지로 입을 닦아주었다. 젊은이를 다 먹이고 지신도 먹으려니 밥이 넘어 가지를 않는다. 국물을 떠 넣다 그냥 일어났다.
아가씨. 일어나세나. "
'아빠 하 " 식당을 나와 보내려 해도 가지를 않는다. 할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기계를 산 후에 경찰서에라도 데려다 줄 생각이다.
" 아빠 하 " 하하는 소리는 좋을 때 매우 만족한다는 뜻 같았다.
공구상회를 돌았다. 중고품이 신품같이 반짝였다. 노인은 날이 좋은 마땅한 기계를 보았다. 독일 날이다. 값도 괜찮다. 주문을 한다.
" 택배로 보내 주시오 "
" 선생님 알겠습니다. 내일 도착하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러시오" 배달을 부탁하고 집에 오려는 데 줄곧 쫓아다니던 여자가 계속 함께 길을 나선다.
“ 아빠! 아빠! ” 가자는 소리 같았다.
"선생님 딸이 있었습니까? " 삼십년이 넘는 고객이라 노인이 혼자 산다는 것을 아는 터라 여인의 정체가 궁금했다.
" 아니네. 따라 다니며 아빠라고 하지 않는가. 허참 "
" 혹 붙었네요. "
" 그러게 말일세. 원 참 "
" 파출소에 가십시오. "
" 그래야 되겠네. "
"아빠 허 " 영감의 손을 잡는다.
" 꼭 부녀 같습니다. "
" 여보게 끔찍하네. " 둘은 공구 상회를 나왔다.
동석은 여자의 단순 언어와 행동에서 잃어버릴 당시에 아버지의 손을 놓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여인은 아버지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 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여러 기지 추리를 한다. 영감의 상의 끝을 잡고 놓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다정하게 파출소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 이 젊은 여인이 길을 잃은 모양이요. " 파출소 직원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여기 앉으시지요." 여인도 노인 옆에 앉는다.
" 어디서 보았습니까? " 민원 담당 형사가 묻는다.
" 청계 5가에서 만났지."
"아는 사이입니까? "
" 아니오. 자꾸 아빠라 하고 밥 이야기를 하며 따라 다녀 국밥 한 그릇 먹였우. " 경찰이 훑어본다.
" 아빠. "
"이름이 뭐야?"
"……. " 경찰 공무원이 신상을 물어도 아무 대답을 못한다.
" 집이 어디야 " 조서를 꾸미려던 경찰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
"아빠. 아빠 아 " 불안한 빛이 돈다. 동석을 덥석 잡는다.
"어른이 아버지 아니세요?" 공무원이 의심되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 아니라고 했지 않소. 따라다녀 밥을 먹였는데 놓아주지를 않소." 경찰은 의심을 풀고 분실물을 접수하듯 간단하게 적기 시작한다.
" 신고가 들어오지는 알았소? "
"버려진 여자 같습니다. 신고 들어온 것도 없으니......,'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호소로 넘겨야 지요."
파출소에는 여인을 찾는 가출인 신고를 한 사람은 없었다. 최동석이 홀가분하게 맡기고 나오려는 데 여인이 소리를 친다.
“ 아빠 ”
“ 난 아가씨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했잖소.” 뒤돌아 파출소에 남겨놓고 문을 나가려 발이 움직였다.
“아빠 아빠 ”
" 잘 부탁합니다. " 여인이 잰 걸음으로 뛰쳐나온다. 넘어지려고 한다.
아가씨! " 덥석 안았다.
" 아빠 허 허 " 눈물이 보인다.
동석이 그녀를 본다. 순간 전쟁 당시가 떠올랐다.
“ 동필아 내 옆에 바짝 붙어라 ”
“무서워 ” 동식이 배고픈 설움 외에 어린 시절 환연히 기억되는 사건이다. 피난길에서 잔뜩 겁먹은 어머니의 눈빛을 본다. 그 옆에 있던 아녀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공포와 드려움은 같아도 서로가 처한 환경이 달라 헤어지던 무리들의 어enq던 잔영. 내 어머니. 남의 어머니. 폭탄 소리에 질린 눈빛이 섬광처럼 스쳐간다. 공포를 피해 나왔는데 걸음을 걷다가 만난 생명력 있는 풀을 기억이 생생하다. 솔잎과 그것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밟혀 없어질 들판에 핀 풀꽃을 떠 올렸다. 가족이 찾지 않으면 보호소로 보내진다는 여자. 한 참을 생각한 후에 그녀 곁에 앉았다. 젊은이가 처해질 상황을 보고 싶었다.
" 아빠 허 허 “ 눈물을 흘린다. 거리에 자기도 모르게 버려지고, 강간당하고 걸을 수 없을 때 동석을 만났다. 노인의 가슴에 달려든다.
"왜 다시 앉으셨습니까. ?”
" 오늘 보호소로 보내진다기에 앉았소. "
"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셨잖습니까? "
" 아닌 것은 맞소. "
그런데 왜 다시 ?"
" 측은하고 걱정이 되어서 . "
" 걱정이 되신다고요?"
그렇소. 만약 말이오. 정말로 가족들로 부터 버려진 사람이라면 내가 데려가는 절차는 어떻게 밟아야 하오 "
"하여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가족을 찾아야 합니다. " 생각해 보셨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았소.”
“ 거리서 추행을 당해도 모르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자 치다꺼리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어르신. 가족과도 상의를 하셔서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 너무 나이가 많으시면 보호의 대상자에서 제외도 됩니다. ”
“아니오. 문제없소.”
경찰은 나이 먹은 영감을 의심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상한 물음표가 생긴다.
" 최동석이요. 조회를 해 보시오" 분명하게 힘을 주어 말을 한다.
“아빠 ” 여자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노인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본다.
" 그럼 관계가 어떻게 이로워질지는 모르지만 성함하고 주민등록 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최동석은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대려다 인터넷에 검색란에 최동석을 쳐보라 일러준다. 자신의 경력을 펼쳐 보여 보호자의 적격자임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 형사의 컴퓨터에 금방 상세히 잡힌다.
" 어르신 현악기 장인이시네요? 현악기를 만드신다고 되어 있는데 어떤 종류를 만드십니까? 직업상 말은 들어 알고 있지만 제가 모르는 생소한 직업이시군요. "
" 거기 있잖소. 바이올린. 첼로 다 만드오. "
" 윤종리에서 말입니까? "
그렇소."
여기 손님들 댓글이 상당한데 손님 층은 어떤 부류입니까? "
“음악교수. 선생님 학생이오. “
“ 그 먼 곳을 찾아 갑니까?”
“그렇소.”
“오래 걸립니까?”
“주문을 하면 만들기 시작해 삼 계월에서 어느 것은 일 년이 넘을 때도 있소."
" 명장이시군요."
" 명장이랄 거는 없고. 그저......, "
" 아니 그러고 보니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여기 상세하게 나오는 군요. 어르신 기사도 있고요. “
" 그거야 내가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서양악기 아니겠소. 현악기 장인 일 세대라 가끔 나왔지 "
" 현 주소에는 어르신 혼자 계시네요? "
" 그렇게 되었지. 홀아비요."
" 입양 방안도 알아보고 우리가 가족을 찾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외로우시죠? "
" 아니 그런 깊은 뜻은 없소. 거두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앉았소이다. " 그렇게 영감이 해명을 해도 순경은 빙그레 웃는다. 그 자리에서 여인과 노인은 사진을 찍었다. 부녀처럼 소파에 나란히 앉혀 둘이서도 찍었다. 그날은 일단 사진과 주소를 남겨놓고 혼자 집으로 들어왔다.
서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서너 번 전화를 했다. 장순경에게서 느껴지는 전폭적인 호의가 고마웠다.
여기 서까지의 인연으로 하여 영감은 여인은 풀꽃이라 부른다. 풀꽃은 장애인 시설로 들어갔다. '아빠 밥 ' 하며 따라다니던 마지막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그 후 두 달이 지나서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언니라는 여인이 찾아 왔다는 소식이다. 반가웠다.
" 이름은 조 난숙. 처녀 33세 그 언니가 장인어른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 장 형사가 대충 보내준 메시지이었다.
풀꽃과 그녀의 언니를 장애인 센터에서 만났다. 기대가 되고 더 흥분이 되었다. 맑은 웃음의 아가씨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동네에 풀꽃이 들어오는 날 부터 이상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 종점 살구나무집 노인이 바보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사왔다나 봐 "
" 남자는 검불 하나만 들 힘이 있어도 여자가 그립 다잖아? "
" 정말 할 수 있을까? "
" 만졌다 놓는 성 노리개 감 아니야? "
"바보잖아. 구실을 할 수 있을까?"
" 남자야 뭐 들어가니 꽂으면 되고 나오면 배설하면 되는 것 아니야?"
"그럼 학대야 " 동네 사람이 모이면 추측과 여러 가지 확대해석으로 분분하다. 노인은 아무래도 좋다. 윤종리에 들어오던 날부터 아닌가봐, 그런가봐, 그렇다, 라는 군, 소문에 소문으로 꼬리를 물었다.
한 울타리 안에 노인정상인과 젊은 장애자를 보는 시각 차이. 이웃이 쳐 놓을 높은 장벽에, 때로는 호적도 무시하고, 나이어린 장애여성을 성노리개로 삼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들을 아마도 영감은 이 땅의 생을 마칠 때까지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장애인 보호소에서의 만남을 이야기해야겠다.
난숙은 친 언니 미숙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사무실에 보호소 원장과 장 순경이 함께 있었다. 영감이 들어가자 난숙은 얼른 언니 손을 놓고 최동석의 손을 재빨리 잡았다.
아빠 허 " 끼어 안는다.
이산가족 텔레비전에서 보던 생생한 부녀 상봉 장면 같았다.
" 잘 있었우?"
" 아빠 허 허."
" 미숙아. 고마운 어르신이야." 언니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아빠 ! 아빠 " 잡은 손을 뺨에 비빈다.
" 그 아이가 내 동생 조 난숙입니다. " 풀꽃이 조 난숙임이 밝혀졌다. 이남 이녀의 막내 조난숙. 시집을 안 간 처녀다.
조 난숙이라? 나는 풀꽃이라 늘 생각했소. "
" 여태껏 생각하셨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에 대해 원장님과 장순경님을 통해 그 동안의 일을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 그러십니까? " 알고 있다는 말에 장 순경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동생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형제들은 동생을 돌볼 수가 없었는지라 예. 어쩔 수없이 교대로 돌보다 막내 동생의 차례에 동생이 청계천에 데리고 나가, 내 삐러두고 왔는 기라 예. 사업에 실패한 막내가 그만. "
“ 핵가족화가 문제라니까. 가족의 구성원이 해체되었어.”
“형제가 있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마음이 없는 가라 예 “
난숙은 유기된 채 그 날 하루를 길에서 지냈다. 골목에서 가게 철문이 닫치고 취한에게 당한 모양이다. 자기 아버지와 체구가 비슷한 동석을 보고 늘어졌었다. 아버지로 착각했다. 언니가 가출인 신고를 했다.
"지도 예. 형편이 어렵고 자식들이 원하지 않아 같이 살 수는 없는 기라 예.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막내가 버렸다는 근처를 찾아다니며 신고를 하고 다녔지 예. 난숙이가 어르신 덕분에 이렇게 살아 있습니뎌. "
"뭐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처자가 험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
" 그런 기라 예. 내야 동생을 찾아 소식 들은 것만으로 족하고 센터에 그냥 살기를 원한다고 했더니 어르신 얘기를 해서 만나 뵙고 싶었던 기라 예 "
" 아 그렇소. "
" 지금도 마음이 변하시지는 않았능교? "
"그렇소. 변하지 않았소. " 평상시보다 말에 힘을 주었다.
미숙은 장애인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난숙을 만나보고 다시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 때 미숙을 설득하여 장순경이 들어서 메모 해놓은 대로 작가 댁이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주선을 하였다. 가족이 나타나면 자기가 데려가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몇 번이나 들었다. 자리에 나온 최동석 노인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기대와 불안을 함께 지니고 나왔다. 까다로운 법적인 절차가 있다. 가족상황. 경제문제. 양육환경. 객관적인 평가가 따른다. 가장 유력한 합의는 둘의 결혼이다. 호적상의 부부. 난숙이 언니와 상의를 하고 서류를 만들었다. 혼인 신고는 한 후에 집으로 데리고 왔다.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최동석은 평생 양육조건을 받아 드렸다. 항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사람. 서너 살 도 안 되는 지능을 지닌 중증 장애자. 똥오줌 목욕 전부 해줘야 한다. 서른여덟 차이. 딸이라면 좋은 성싶은 숫자다.
최영감은 젊은 마누라를 맞이하여 혼인신고를 할 때 난숙을 풀꽃이라 개명을 해서 올렸다.
이것이 두 사람이 맺은 이 땅에 놓인 축복의 연이다.
풀곷이 오기 전 부부의 축복의 동체는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여체에 대한 기대나 환영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인은 꿈속에서라도 몽정 한 번 한 일이 없었다.
입양보다 아내로 풀꽃을 호적에 쉽게 받아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보호자로서는 부적합한 나이 많은 홀아비였다.
아내의 자식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는 종손인 최 동석이 미리 작명해 놓은 아들 봉구를 얻지 못함을 아내를 탓으로 돌렸었다. 처에게 진 마음의 빚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갚자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풀꽃이 아버지라고 느끼도록 살아 주고 싶었다. 전처가 아들을 낳았다 함으로 짐은 벗었다.
여자를 단지 나이 들어 입에 풀칠하는 것이 편하자고 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노인은 조금만 꿈적거리면 되는 일로 여자를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최동석 장인. 명장이란 관록이 붙어 음악 잡지며 매스컴도 타 간혹 팔리는 악기로 경제력은 훨씬 좋아졌다. 중산층 정도에 맞게 살고 있었다. 워낙 씀씀이가 적은 노인이라 지금의 집도 마련했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한 벽돌집이다. 땅을 사 번지수가 확실한 최동석 이란 문패도 달았다. 3대를 잇는 봉구도 있다. 약간의 채소밭도 있어 푸성귀는 심어 먹고 과실나무도 몇 개 있었다. 텃밭은 야산과 붙어 열흘 만 손을 대지 않아도 살모사가 다나는 붉은 옥토다.
도제 재료인 아교와 린스가 독해 손끝이 갈라지는 작업 환경에 무 농약 야채를 먹자고 풀을 뽑고 씨를 뿌리는 일을 해 손이 험해졌다. 오른 손은 문진이 없다. 처음 해외로 활 털을 사러 나가면서 여권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다.
풀꽃여인을 아내를 올리는 절차를 실행에 옮기면서 풀꽃은 자기 생전에 이별하는 일을 없기를 바라며 부부로서 실현 가능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다.
"여보게 내가 자네 없으면 살 수 있겠나? 없단 말일세. " 장수를 기원하는 이유가 늘었다.
"내가 오래 살아야지. 아주 오래 "
"아빠 허 허 " 잘 웃는 풀꽃에게 진심을 이야기 한다.
“그대가 없으면 잠시라도 살 수 없다오 ” 풀꽃이 잠시라도 안 보이면 살 수가 없다고 영감이 수시로 중얼거린다.
젊어서는 만드는 일로 밤을 꼬박 새웠다. 돈이 없다고, 밥이 없다고, 사랑을 채워 달라고 볶아대는 아내도 없어 오히려 좋았었다.
세월이 얼굴에는 검버섯이 생겼다. 사람의 근접은 집에는 우체부가 배달 올 때나 이장이 올라 올 때뿐이다. 가끔 읍 사무실 직원이 들른다.
복지를 내세우는 울타리에서도 외로움이 희석되지는 않았다. 사람은 멀어지고 세상과 거리가 있는 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드문드문 보는 이웃이 있어도 말을 섞지 않았기에 입에서는 군내가 나고 , 깨끗한 척을 해도 영감탱이 냄새가 났다. 그저 냄새 방지에 도움이 되게 촛불을 피어 놓았고 산골짝 밤은 깊었으며 방안은 종종 산자락에 운무처럼 고독이 뒤덮었었다.
" 멀리 날아라. 멀리 "
“아줌마 나비 와 ” 따사로운 햇살에 나비와 아이들의 나들이로 호사를 부린다.
" 아줌마 멋지지 와 하 "
" 하 하 ' 가오리가 높이 나는 것을 보고 풀꽃은 다리는 절룩거렸지만 뒤틀어진 두 팔 날개 춤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왁자한 울림도 좋은 자연의 악기가 된다. 이 광경은 즐기는 노인의 미소가 퍼진다.
안에서는 빵 냄새가 나고 있다. 오븐기에서 잘 익은 빵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 임자 ! 임자 ! 이 거 잠깐 만 하고 노세.” 풀꽃의 손에 목각 인형을 들려줬다. 손에 힘을 키우도록 굴곡을 내어 만들었다. 자기를 닮은 벙글거리는 목각 인형을 보며 허 허 웃는다. 웃던 울던 사람이라 반응한다는 작은 몸짓이 좋았다.
아내를 들이고 세상이 달라졌다. 오솔길도 음침함이 들지 않는다. 노란 살구가 다닥다닥 열려 있는 살구나무집. 간혹 노인이 바이올린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기에 오고, 밝은 풀꽃을 보러 교회 아이들이 자주 모여 들었다. 해맑은 친구들을 간식을 주는 것은 최영감이 일이 되었다. 일상생활이 바빠지고 없던 활기와 의욕이 넘쳤다.
" 아줌마 ! 아줌마! "
허 허 " 숨이 가쁜 아내와 아이들이 마당에서 영감이 만들어 준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날리며 떠든다.
" 멀리 날아라. 멀리 "
" 아줌마 멋지지 와 하 "
" 하 하 ' 가오리가 높이 나는 것을 보고 풀꽃은 뒤틀어진 두 팔 날개 춤으로 화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울림도 좋은 자연의 악기가 된다. 이 광경은 즐기는 노인의 미소가 퍼진다.
안에서는 빵 냄새가 나고 있다. 오븐기에서 잘 익은 빵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 임자 ! 임자 ! 이 거 잠깐 만 하고 노세.” 풀꽃의 손에 목각 인형을 들려줬다. 손에 힘을 키우도록 굴곡을 내어 만들었다. 자기를 닮은 벙글거리는 목각 인형을 보며 허 허 웃는다. 웃던 울던 사람이라 반응한다는 작은 몸짓이 좋았다.
“ 이 바이올린은 엄 교수가 자기 제자를 쓰게 한다고 특별히 예약한 한 제작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
활을 만진다. 말총이 색이 곱지 않고 짧은 것 구부러진 것을 다 골라 낸 후에 사람 머리까락보다 가는 백 오십여 가닥으로 활 갈이를 한다. 송진 가루를 입히고 엇갈림 없이 평행선으로 명주실과 활 털에 빗질을 하여 팁과 플록에 팽팽하게 감는다.
만든 바이올린과 활을 켜 어우러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풀꽃이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세상을 지탱하는 돈의 단위를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 속에 가볍게 이는 육식의 밥이다.
" 밥. "
"그래 임자말이 맞아. 세끼 밥이 최고지 "
"밥 ."
“ 그래 밥 많이. 많이 사줄게”
“아빠 하 ” 무엇을 생각하는지 하 하더니 좋은 내색이 감돈다. 영감은 마냥 풀잎이 예쁘다.
'어여쁜 내 사슴이야. 앵두같이 예쁘도다. 붉은 입술이요. 내. 마누라요.'
" 아빠 하 하 " 누가 이 사람을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하겠는가. 영감은 풀꽃이 다 응답하기에 방실방실 웃는다고 믿는다.
“ 큰 시장가서 예쁜 옷 사줄게 ”
" 하 하 허 " 앵두 같은 입술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다.
"허 허 "
" 임자 좋다고 하는 군 . 고맙네. 구마우이. 틀렸네 그려 나는 아직 미약해. "
영감은 아내가 틀림없이 듣는다고 생각한다. 음률에 맞춰 춤을 추느라 팔을 펴고 비문을 남기기 위해 멍하니 있다고 여긴다. 노인은 내일을 믿기 시작한다.
최 영감. 저녁 9시가 전에 자는 풀꽃을 침실에 누인다. 영감의 침대 옆에 새 침대를 나란히 놓았다. 옆에 호흡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 아빠 허 허 " 자다가도 눈을 뜨며 아빠가 있어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 감사하다. 허 허가
다인 사람의 소리에 커다란 위안과 평화가 있다. 돌쩌귀같이 굳은 손으로 풀잎을 일으키고 느끼는 부딪침에 영감은 살아가는 의미를 더해 간다.
"영혼이 해맑은 마누라. “
“......, ”
“신의 선물이야. " 노인은 혼자 낯간지러운 소리도 들려준다. 선택받은 사람이라 느끼고 받는 넉넉한 마음이 솟는다. 쑥스럽고 간지럽다 못해 무안한 말이 멋도 모르는 아내의 재빠른 웃음에 잘 녹여진다.
" 임자 사랑하오. " 전 처에게는 단 한 번도 드려주지 못했던 고백. 풀꽃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시로 한다.
" 아빠 하 "
노인은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손놀림을 빠르게 한다. 풀꽃이 옆에 있어 도제를 하는 데 작은 활력이 된다. 소통이 원활 않아 주석을 달며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풀꽃과 소통이 이루어짐을 믿는다.
도제를 시작할 때도 아무도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불가능하리라고 했었다. 현악기를 만든 평가는 소리다. 좋은 음색을 듣고 평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어긋나지 않고 계속 진화 하는 말이고 싶다. 오늘 현재에서 내일 미래로 가는 진화이고 싶다.
영감은 현악기를 키는 것도 좋아한다. 들어 줄 아내가 늘 앉아 있다. 자기가 악기를 처음으로 키는 줄마다 울려지는 소리 . 전체적인 화음. 곧바로 시작하는 독주의 선율. 설렘과 흥분은 말할 수 없다. 그 흥분을 동석하여 팽팽하게 당겨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현실이 기쁘다.
" 전 작품보다 좋지? 그렇지? 아냐? "
"허 허 "
" 임자 좋다고 하는 군 . 고맙네. 구마우이.“
” 틀렸네 그려 나는 아직 미약해. "
영감은 아내가 틀림없이 듣는다고 생각한다. 음률에 맞춰 춤을 추느라 팔을 펴고 못다 한 비문을 남기기 위해 멍하니 있다고 여긴다. 노인은 꿈이 있는 내일을 믿기 시작한다.
최 영감. 아내를 욕조에서 떼를 밀어주고 목욕시켜 거실로 들인다. 라텍스로 큐ㅡ숀이 좋은
풀꽃의 침대에 눕힌다. 살짝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이내 잠이 든다. " 아빠 허 허 " 좋다는 표시. 허 허가 다다. 돌쩌귀같이 굳은 손. 가벼운 부딪침. 편안한 잠.
영감은 풀꽃의 장애진단을 받고 두 번의 수술을 하여 보조 대를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재활까지 일 년을 간호했다. 집안도 그 당시에 천장을 낮게 만들어 사방으로 봉을 둘렀다. 문턱도 없앴다.
"영혼이 해맑은 마누라. 신의 선물이야. " 노인은 혼자 낯간지러운 소리도 들려준다. 선택받은 마누라 라 느끼며 풀꽃을 통해 깨달은 삶을 통해 어휘력이 늘고 넉넉한 마음이 솟는다.
쑥스럽고 간지럽다 못해 무안한 말이 멋도 모르는 아내의 재빠른 웃음에 잘 녹여진다.
" 임자 사랑하오. " 전 처에게는 단 한 번도 드려주지 못했던 고백. 풀꽃에게 수시로 한다.
" 아빠 하 "
" 임자. 앞으로 가면 1Km에 황순원 문학관 있고 뒤는 운길산이야. "
" 우리 집은 교회 근처 "
들판에 나가 운길산. 예봉 산 .문학관이 당신네 집 근처라는 수없이 말해 준다. '
" 임자. 영감 몰래 나와 남을 따라가면 안 돼. " 특히 무서움을 털고 일어나 잃어버린 경력을 일깨워 줘야 했다.
“자 업어 비가 오니까”
“아빠” 황순원 문학관에 가서는 추위에 소낙비를 맞고 볏짚에서 몸을 비비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오는 날 영감이 풀꽃을 업고 오듯이 말이다.
“ 숨바꼭질" 걸음이 늘여 활동사진처럼 때로는 느릿느릿 방마다 숨어 숨바꼭질도 한다. 호랑이 놀이 토끼놀이. 무연 영화도 일 인극으로 한다. 늙으면 애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대장이 되는 것이 즐겁다. 노인은 어려서 대장을 한 번도 해 적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을 안 해 얻어맞고는 다음 날은 생각을 바꿔 보았었다. 힘을 기르자고 말이다. 그 때 속으로 하고 싶었던 대장 짓을 풀잎과 하고 있다.
아 하 하는 풀꽃의 단음이 들린다. 수 없는 시도에 단 한 번의 단음이 노인을 춤추게 한다.
집 안에서 대장은 다음날 마당에서도 대장을 한다. 사람을 잘 따르는 삽살개와 웃음이 많은 풀꽃을 보러 교회 아이들이 마당에 살구나무집 앞마당에 모인다. 대장은 놀이 도구와 간식을 마련해 준다.
“ 맛있어요. 할아버지 ” 동네 아이들도 제법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 많이 먹고 많이 놀고 ” 대장은 철이 들어 있어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살구가 뚜두둑 떨어진다.
옛 어린 추억을 떠 올리며 물에 발을 담구고 풀꽃과 나란히 앉아 냇가의 물소리도 새소리도 듣는다. 송사리도 어렵사리 잡아 비닐봉지에 잡아넣는다. 영감은 송사리 봉지를 들고 와 깻잎 몇 장과 물고기 몇 마리 밀가루 반죽 서너 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 삽살개 봉구와 풀꽃 과 영감이 오롯이 먹는다. 풀꽃이 지능 미달로 어떤 것을 이해를 안 하고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녀와 봉구로 하여금 함께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을 털어내는 것이 좋았다.
동석은 풀꽃과 동행함으로 늙음의 터 위에 넉넉함이 자리를 잡았다.
뒤판 두 쪽을 다듬고 안쪽을 날카로운 칼로 판다. 힘을 줘서 버려야 할 두께를 밀어낸다. 풀잎을 햇빛이 드는 마당에 봉구와 함께 놓았다. 습관이 되어 아내는 칼을 들었을 때 곁에 놓지 않는다. 자기가 힘이 들어가는 표정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방을 나가 봉구와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칼을 들고 만들기를 시도할 때 매번 찡그리는 모습을 보고 최영감은 아예 풀꽃이 잠들거나 없을 때 바이올린 안쪽 다듬기를 한다.
작업실 중앙에 있던 운치 있는 화목 보일러도 없애고 전기 패널을 깔았다.
배려하고, 빛을 풍요로 보고, 태양을 가득 찬 생명으로 볼 수 있는 힘은 전 날의 아픔에서 이겨 새로운 눈을 틔웠을 때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녀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감사와 친화력이 생겼다. 혀를 날름거리는 징그러운 뱀, 물린 적은 없지만 독이 무서운 살모사도 잡아 던질 수도 있다. 풀꽃이 싫어하는 동물이 뱀이다.
산책을 나선다. 식구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밖을 향하면 봉구를 따라 풀꽃은 앞 서 곧장 나간다. 마구 다니다 보면 힘이 든다. 풀밭에 앉아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봉구가 펄쩍 뛰는 모습도 본다.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운길산의 푸름은 이들을 기쁘게 맞이했다가 계절의 색 다른 옷을 입는다.
영감은 해외로는 동남아를 다니며 부속을 사오는데 낮은 산새에 곡진 아름다움은 대한민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봉과 운길산의 산형과 마을의 형태를 좋아한다.
노인은 아스라이 생각을 더듬는다. 이곳에서 풀꽃 아내를 맞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마누라는 햇볕에 철퍼덕 앉아 풀을 쥐어뜯는다. 자르는 수준이 아니다. 힘을 줘 뜯는다. 풀이면 아무거나 움켜쥔다. 손에 잡히는 것을 한 움큼 주면 생각을 더듬던 영감이 간추려 바구니에 담는다. 현실로 돌아와 아내가 손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건강을 약속이나 한 듯 반갑다.
" 임자. 임자가 뜯는 것 나물 해 먹새. 좋겠소. "
" 허허 아빠. 허 "
“ 마누라 힘이 드는구려. 잘했소. 마누라"
봄볕에 연한 싹은 독이 없으면 다 먹는다고 마누라가 딴 풀잎을 솥에 삶는다. 삶아 된장찌개도 하고 무쳐 상에 놓았다. 영감이 먹는 시범을 보이면 풀꽃도 이내 따라 먹는다. 시골 장에서 사는 것은 말려 푸성귀가 귀할 때 먹고, 들에서 따 온 것은 푸성귀로 먹었다. 풀꽃 아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봄내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둘둘 말아 먹는다. 깨소금만 조금 넣어도 담백하고 맛나다. 푸성귀에는 마누라의 향기와 봄 내가 듬뿍 들어있다. 아내도 손으로 듬뿍 집는다. 허 허 하는 젊은 마누라의 소리가 최 영감의 가슴 속에 튕기는 반응은 바이올린 소리의 공명보다 더 크게 울린다. 아내를 입히고 먹이고 닦이는 수고로움 보다 소통과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공유의 시간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내 여인이 따온 연한 풀잎을 먹고 생기를 얻었노라고 동네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유일한 그녀의 일을 천기가 누설되거나 생기를 빼앗아 가면 안 될 것 같아 풀꽃에게 만 말한다.
“여기 우리 이야기 들어보소. 이 늙은이 봄내 풀 잎 먹고 회춘하며 살고 있소 ”
매화꽃이 차고 올라오는 들판에서 크게 소리를 쳐본다.
하얗게 노랗게 물감 퍼지듯 차고 올라오는 들판에 산도 꽃향기 와 노인의 소리를 먹는다.
“아빠!” 덩달아 풀꽃은 웃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기도 한다. 팔을 마음껏 버린다. 동석에게 있어 그녀가 하는 작은 몸짓은 모두가 사랑 받고 있다는 행위예술로 보인다. 노인은 어여삐 꽃망울 틔우는 매화의 감동을 풀꽃 아내의 날개를 편 환한 미소에서도 받는다.
“어여삐 풀꽃인 여인이여.” 노인은 가족 한사람과 자연을 찬양하는 시인이 되어 갔다.
이 가정에 파렴치한 형제의 욕심으로 문제가 생긴다. 오라버니가 구형 소나타를 타고 서종을 드나들면서 나쁜 싹이 보였다. 난숙의 소식을 늦게 듣고 최동석의 경제력 가치가 높고, 세상 인지도에 놀란 오빠. 자기가 버린 못난 난숙이가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미숙 누나에게 들어 한 편으로 사업을 재기하기 위한 자금을 흡수 하고 푼 욕심이 생겼다.
“ 두익아 난숙이 살게 그냥 둬라. 어른 괴롭히지 말거레이 ”
“세상에서 상처받은 잘 난 내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 너라고 ”
“ 신은 병신인 난숙 편만 들고 있지 않는가 말야 ”
“ 아버지가 생전에도 내가 오빠라고 양보하라 야단맞으며 살았지. 게다가 내가 청개천에 두고 와 득이 된 난숙이 아냐. 분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두익아 재발 이름답게 살아라. 두루 이익이 되게 말이 데이”
그러나 두익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요구하며 쌔애쌩 거리며 찰르 몰고 윤종리를 드나들었다. 청계천에 유기한 장본인. 늦게 나타나 부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번복한다. 다리를 수술하여 걸을 수 있으니 집에 데리고 가도 며칠은 문제가 되지 않을 성 싶었다. 노골적으로 풀꽃을 데려 가겠다고 협박한다. 사업 밑천을 달라고 한다. 그러나 최노인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을 망설인다. 보낼 수는 없다. 보낼 수가 없는 이유는 버려져 방치할 곳이라는 뻔한 상황보다 아내를 잃는 두려움이 크다.
풀꽃의 오라비가 나타나 다시 찾아가겠다고 하고 한 편으로는 거짓된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다. 노인은 아내로 인해 누리는 기쁨과 소망을 잃고 살 수가 없다. 열심히 살아가야 할 목적이 생겼다. 심기가 불편하여 끌탕을 하면서 생각을 깊이 한다.
" 난숙아 나하고 살자. "
".......,'
"나 니 오빠. 오빠인기라. "
미아가 난숙 고모가 보고 싶데. 너를 최고로 좋아하는 우리 막내 말이야" 동네북처럼 때리고 칠 때는 언제고 같이 살겠다는 수작을 부린다. 추잡한 거래를 들먹거렸다.
" 허 허 " 오라비가 손을 내밀자 뿌리친다.
" 난숙아 가자. 너를 한 푼도 안 주고 데려왔어. 너는 늙은 영감의 노리개야.
자기 집 호적을 뜯어 조 풀꽃으로 혼인신고를 했는데도 인정할 수 없다는 없어진 옛날의 난숙을 들먹거렸다. 거리로 내몰아 강간당하게 만든 난숙을 윤종리에서 찾는 염치없는 인간이 있다.
"가소.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마소 "
" 틀림없이 데려 가겠으니 안심하지 마십시오. 영감 " 두익 버린 자기네 물건을 달라고 번복하고 있었다. 심기를 쑤셔 흩으러 놓고 갔다 또 찾아올 것이다.
다음 날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다. 원장에게 법적 문제가 없어 전화로 근간의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나 상대는 자기가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을 주장하며 누나의 일방적 의사였다고 무르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사람의 연령차 이는 문제 제기에 적합하다. 본인의 의사가 정확하지 않아 없는 것으로 몰아 효력 상실 주장을 한다.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 최동석 작가님이십니까? "
청각이 발달한 영감의 귀에 낯익은 장순경의 음성이 들려온다. 풀꽃의 큰 오빠라는 작자가 장 순경의 심기를 바짝 건드려 놓고 보호소에 호소문을 보내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 아 장 순경이시구려."
" 예. 문제가 제기된 아주머님 조 난 숙씨 일로 잠깐 나오셨으면 합니다. 어른의 심정 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
" 장 순졍 나는 보낼 수가 없네. "
" 당연하십니다. 언니 조미숙씨도 그렇게 말을 하면서 한 번에 끝내자고 저한테 상의를 해서 쉽게 끝날 겁니다. 어른이 그 오라비로 부터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
" 내일 나가리라. 부탁하오."
"염려 놓으십시오. "
전화를 끊고 밤새 잠을 못 잤다. 풀꽃이 자는 모습만 바라보고 꼬박 있었다. 악기를 완성해 놓고 소리가 적어 부셔야 하는 순간보다 더 복잡했다. 악기는 성이 안차면 던져 버렸는데 그럴 수도 없다. 정이 들었다.
목욕을 시키고 새 옷을 입혔다. 영감도 수염을 깎고 정장과 넥타이도 맺다.
"허 허 " 마누라는 오늘도 좋은 기분이다. 풀꽃은 나들이를 나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영감은 눈물이 빙 돌았다. 보낼 수 없다. 상대는 돈이 목적이다. 살 수만 있다면 사자고 밤새 생각을 했다.
책상 밑에 깊숙이 밀어 넣었던 빛바랜 나무 궤짝을 꺼냈다. 현찰이 들어 있었다. 돈 뭉치를 한 뭉치 꺼내 윗주머니에 넣었다. 문짝을 닫았다. 재 차 궤짝을 연다. 또 한 다발 먼저 꺼낸 것과 합쳐 묶는다. 터질 듯 주머니가 모자라 시장을 갈 때 매는 배낭에 돈을 넣고 입구를 꽉 조였다.
거울에 섰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니 근엄한 예술가의 품위가 베어 나왔다.
" 명장 최 동석이오. " 너그러운 선처를 바라며 거울을 보고 웃어 본다.
“ 선처로 안 되면 파십시오. 얼마입니까 …봉구와 풀꽃을 보호하는 입장인 노인이 힘이 들고 번거로워도 풀꽃의 오라비가 나타나 다시 찾아가겠다고는 안할지 걱정이 생겼다.
풀꽃을 팔라고 간신히 읊조리고 인력장사를 하는 상인에게 구십 도로 고개를 숙인다.
"아빠 하 " 철모르는 풀꽃도 거울을 보고 영감을 따라 한다. 어설픈 흉내를 내며 하 하를 외쳐댄다. 동석은 익히기 위해 반복을 했다. 아내도 쉬지 않고 따라한다. 거울에 비친 각시가 사랑스럽다.
“ 앞에 가는 장 노인과 바보 여자. 저 두 사람 관계 뭐야 딸이야. 부인이야? ”
“ 딸 같기도 하고, 첩은 아니라지? 원 ”
" 그렇다지. 부인을 보내고 다 늙은이가 미쳤어. 아냐 첩이래. 봉선 엄마가 그러던데. "
“이 말을 해도 저 말을 해도 탐탁치는 않아. 이해도 안 되고, 원. 이장의 말로는 호적에는 정식 부인이래.”
"첩이 기든지 아니든지. 각시는 각시 . 바보 각시와 잠자리는 하나? "
" 밤이 있고 낮이 있으니 누가 알아. 한다고 봐야지." 낮일과 밤일. 이불 속의 일을 섞고 상하로 까불러 본다. 영감은 누가 뭐라 하건 무슨 사이라 해도 괘념치 않았다. 당당한 부부다.
불안에 떨었다.
파출소를 가려고 양평을 나와 시내버스를 탔다. 동네 어귀는 멀어졌다. 의자에 앉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노인은 바이올린을 완성한 대가로 받아 현찰로 있던 묵직한 돈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시장에 나가 올 겨울은 묵직한 털옷을 사주고 싶었던 영감이다. 하얀 털옷으로 말이다. 파출소를 들어갔더니 당당하게 큰소리치던 난숙 오라버니가 풀이 꺾여 있었다. 난숙이 아니라 풀꽃이기에 승부수를 띄우지 못했다. 이유를 들어 장순경이 쉽게 끝내겠다. 염려하지 말라더니 호통을 친 탓이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어른께 용서를 빌어요." 단오하게 말했다.
“......, ”
" 이 자리에서 빌지 않으면 공갈협박으로 조서를 꾸밀 테니 제대로 해. "
"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고모가 보고 싶어 하기에 . 그렇고" 궁색한 변명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전에 와는 다른 선량한 얼굴로 둔갑되어 있었다.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어서 다시 해 ” 장 순경이 화가 나 버럭 소리를 지른다.
“매제 용서해줘요. 사업이 어려워져서 ” 솔직해지려고 얼굴과 목소리가 따로 논다.
최영감은 매제라는 소리가 나오자 양떼구름이 자나가며 안도감이 들었다.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다는 거짓이 하나도 노엽지 않았다. 풀꽃이 자기의 마누라라는 인정하는 사둔관계가 부드럽게 가슴에 와 닿았다.
최영감은 배낭을 오라버니에게 건넨다.
" 매제 이게 뭡니까? " 무거운 가방을 받아 들었다. 눈치가 빠르다.
" 그냥 집에 가서 형제들과 풀어보소. "
최영감은 마누라를 그 돈으로 샀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쉽게 순복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내려놓았다.
"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또 한 번 만 그런 짓을 하면 공갈협박. 갈취로 잡아넣겠어. "
자기를 위해 가족의 연을 끊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아내를 기쁘게 하는 길임을 안다.
거래를 끝내고 나와 청개 시장으로 나왔다. 시장 통이 북적거린다. 풀꽃을 잃어버릴 까 신경이 쓰인다. 아침에 나올 때의 여인네들의 구전을 들었으나 발걸음은 가볍다. 사뿐거리는 풀꽃의 설래 이는 몸짓에서 얽히고설킨 후비던 고통을 노인은 넉넉히 풀었다. 가족 간의 문제도 여린 풀꽃을 옆에 둘 수 있는 행복으로 여기고 흘려버린다.
시장으로 들었다. 풀꽃은 작은 소품을 집어 든다. 손에서 금방 풀려 나가던 물건들이 풀꽃의 손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동행하기에 가능한 수다한 일들이 일어난다. 약속대로 흰 털옷도 샀다.
사진관에 들어갔다. 봄의 신부. 눈이 부시다. 동석은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 한없이 많은 나이 차가 미안해 함께 찍지 않았다. 입고 온 옷을 입히고 서야 부녀처럼 다정하게 찍었다.
풀꽃은 오리궁둥이를 내밀고 갈 자를 그리며 빠르게 걷는다. 신이 난 모양이다. 관광객이 많이 몰려와 아내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끈으로 서로를 묶었다. 시장에서 사람과 사람이 닿는 피로에도 한 줄로 묶여진 동행이 버겁지가 않았다. 깨 복장이 촌놈들이 동대문 시장에 올라와 잃어버릴 까 새끼줄로 묶고 다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신기하다. 동석은 풀꽃아내와 다니면 복잡한 환경에도 옛 생각이 저절로 났다. 왕사탕 파는 장사도 보였다. 왕사탕을 사주자 금방 어린아이가 된다. 새 옷에 설탕물을 질질 흘리며 빨아 먹는다. 감각을 못 느껴 닦을 줄도 모르는 아이. 설탕물에 떼 국물이 줄줄 흐르던 아이들이 오버랩 된다. 사탕을 달라고 한다. 아내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영감도 주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도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닮아 한 번 또 웃는다.
" 그래 임자는 나를 닮았어. 맛있지 ? "
" 아빠 허 " 군침이 돈다. 돈이 귀해 사탕 사먹기도 어려워 어머니가 하나 사주면 누가 달라고 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주지 못했던 빈약한 추억이 가물거린다. 영감은 자기도 하나 사서 왕사탕을 입에 물었다. 외국인이 쳐다보고, 어릴 적 오일장의 깨 벗은 친구들이 침을 흘리며 보고 있다.
쇼핑. 눈요기. 입이 즐거운 여러 가지 시장 소꿉놀이로 마누라는 피로가 왔다. 갈자 걸음에 스쳐가는 시선을 의식한다. 처음 해장국을 먹였던 국밥집을 들어갔다.
“어마나 여태껏 함께 다닙니까?”
“ 가족일 걸요 ”
“내 기억으로 가족이 아니라 하셨던 것 같은데요?
“ 그날 이 후로 ......., ”
“ 그랬군요.” 저녁을 먹으며 한 숨 돌리고 윤종리로 떠날 생각이다.
해 넘기 전에는 집으로 들어가자 마음을 먹는다. 아내가 잠잘 시간이다. 앞걸음이 느린 것을 보니 본인의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삐딱하게 뒤틀린 궁둥이. 뒤에서 등을 받쳐준다.
" 조금 만 더. 힘을 내소 . 마누라 . "
허 허 " .풀꽃의 단음에 최 노인은 책상 밑에 나무 궤짝에 남긴 마지막 한 묶음으로 자가용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 아빠!” . 아빠라는 단어에 많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눈 만 보아도 안다. 하품을 연실한다. 따라 하품이 나왔다.
" 업어줄 게. 자 “ 언덕길이다. 노인은 앞으로 가 등을 보이고 앉는다. 풀꽃이 올라 타 업혔다. 영감은 덩치가 크고 풀꽃은 몸이 가랑가랑 작아 큰 무리는 받지 않는다.
“ 잘 자라. 아가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아내는 잠이 들고 노인은 소학교 다닐 때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을입구를 걸어 들어온다. 붉은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저 만치 교회가 보인다. 십자가가 시기가 지나도 걷어내지 않은 성탄의 불빛을 받아 반짝 거린다.
풀꽃을 업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비껴가는 해와 오르는 달을 향해 말을 한다.
" 와 할아버지와 아줌마 온다. "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하는 교회 에서 야학을 마친 아이들이 몰려 내려온다.
" 와 할아버지 대보름 불꽃놀이 해요. "
" 이놈들. 쉿! 조용히 해 천사가 자고 있단다. "
“ 풀꽃 아줌마 자. 쉿!”
아이들이 금방 조용해진다. 집으로는 가지 않고 모퉁이 끝 살구나무 할아버지 집으로 따라간다. 조용조용 오소소.
깡통을 아이들이 휘두르자 불꽃이 일어난다.
" 와. 와 "
" 아빠 허 "풀꽃과 아이들의 소리가 어우러진다.
노인은 멀찌감치 떨어져 마디 굵은 두 손을 모은다.
" 주여 지난 죄 용서 하시고 다시는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게 마시며
이 해맑은 아이들이 세상을 복되게 누리며 나 또한 마누라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욕심을 내 더 기도하오니 청컨대 풀꽃도 나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 "
" 주여 지난 죄 용서 하시고 다시는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게 마시며
이 해맑은 아이들이 세상을 복되게 누리며 나 또한 마누라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욕심을 내 더 기도하오니 청컨대 풀꽃도 나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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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샌님의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30번 수정할려고 합니다.
처음 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히 머물렀습니다.선생님
대단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