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8월 18일 화요일
1. 느긋하게 아침을 해 먹고 문경활공랜드(054-571-4675)로 향했다. 예약 시간은 10시.
이곳에서는 예약을 하면 누구나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1인당 9만원이라는 다소 부담이 가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이 이를 충분히 커버를 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연주와 윤식이 둘이 체험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하늘을 난다는 기대와 흥분, 그리고 불안감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들이다. 집사람은 착륙하는 장면을 보기로 하고, 나는 아이들이 이륙하는 것을 보기 위해 아이들을 태운 트럭을 뒤쫓아 산 꼭대기까지 차를 몰고 갔다.(경사가 장난이 아냐ㅜ.ㅜ)
막상 산 꼭대기에 오르니 연주가 걱정이 되나 보다. 아이를 달래고 사진도 찍어주고 하다 보니 교관들이 출발하겠다고 한다. 아무런 사전 훈련이나 연습도 필요없이, 교관과 함께 비행하는 tandem 활공이다. 연주는 부르럽게 출발했고, 윤식이는 다소 껄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하늘로 날아 오른다. 이곳 교관들은 출발 전 비행복을 입은 모습도 촬영해 주고, 또 체공 중에도 기다란 스틱으로 연결된 카메라을 이용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 사진을 곧바로 메일로 전송해 준다. 물론 이 비용들은 다 체험비에 포함되어 있어 추가 비용은 없다.
[패러글라이드를 타고 활공 중 촬영한 윤식이와 연주의 모습]
2. 문경하면 무엇보다 새재 도보횡단이다.
새재에 여러 번 왔지만, 늘 차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1관문까지만 가든가, KBS촬영장만을 보고 간다든가 하는 것을 그쳤었는데, 오늘은 기어코 가족들과 함께 횡단하기로 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택시를 부르니 산 반대편 주차장까지는 2만 5천원, 이대 수련장을 지나 새재 입구까지는 3만원이란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3만원짜리로 선택했다. 입구에서 간단하게 올갱이 국으로 점심을 하고 본격적으로 새재를 넘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 넘기지, 이곳 입구에서부터는 거의 내리막 상태여서 누구든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3관문과 2관문을 거쳐 1관문까지 거꾸로 걷는 것인데, 처음에는 물이 없다가 2관문을 지나자 샘과 계곡이 나타나고 물소리가 들리면서 기분이 더욱 상쾌해 진다. 쉬엄 쉬엄 탁족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연주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7Km정도가 되는 길을 다 걷고 나니 아이들도 그렇고 집사람도 무척이나 좋아하고 뿌듯해 한다. 연주는 작년 하이원 트래킹에서 10Km를 걸어 본 이후 가장 길게 산행(?)한 것이 된 셈이다.
3. 다음으로 찾은 곳은 문경관광사격장(054-552-6673)이다. 인터넷 게임에서 virtual reality속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도 대유랜드에서 이미 실탄사격도 해 본 윤식이가 이 곳에서도 꼭 총을 쏴보고 싶다고 해서 들러보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권총과 공기총 뿐 아니라 클래이 사격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클래이. 25발에 17000원이다. 윤식이와 내가 둘이서 내기를 했다. 탕!탕!거리는 총소리와 화약냄새, 그리고 산산히 쪼개져 날아가는 원반을 보면서 정말이지 속이 다 시원해 진다. 집사람과 연주도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결과는 당연 군대 갔다 온 아빠 승! 대신 사격자세가 문제가 있었는지 오른쪽 어깨 죽지에 격발 충격으로 인한 피멍이(ㅜ_ㅜ;).
[총쏘는 걸 좋아하는 윤식이가 날아가는 원반을 보며 격발자세를 취하고 있다.]
4. 이제 문경을 벗어나 차를 안동쪽으로 접어들어 용궁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육지속의 섬이라는 회룡포가 있다. 나는 몇차례 다녀왔지만,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다녀와서 기억도 못하고, 더군다나 앞 산에 만들어져 있는 전망대에는 가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2박 3일에서 1박 2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에 뿔이 난 연주를 어르고 달래며 산에 올라 전망대에 이르니 아이들도 그 특이한 지형을 보며 맘을 좀 푸는 것 같다. 윤식이는 또 나름대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동원에 지원형성의 원리를 나름대로 설명해 준다.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동요를 불러주며 깔깔거리던 어릴 때가 엇그제 같은데, 참 아이들이 많이도 컸다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 아래 난간 철판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는 것이 전망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조망이 좋다.]
5. 이제 이번 체험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삼강주막으로 향했다. 이 시대 마지막 주막이라는 이 삼강주막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 세 강이 합수하는 곳(그래서 이름이 삼강)에 있는 나루터에 앞에 있던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으로, 지금이야 다리가 놓여 있어 나룻배도 사공도 없지만, 그래도 그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 그 향기나마 느껴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곳이다. 처음에 할머니가 장사를 시작했던 그 초라하고 비좁은 초가도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데, 거의 유적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음식도 소박한 것들 뿐인데, 배추지짐, 묵, 칼국수 등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값이 너무 싸다. 메뉴판(벽에 검을 글씨로 써 놓은 것이 메뉴판!)을 보면 2천원, 3천원 모두 그렇다. 칼국수 둘에 묵한사발, 배추지짐이를 시켰는데 모두 다 해서 만천원. 아무 조미도 꾸밈도 없는 소박한 배추지짐이를 먹성 좋은 연주는 물론 입맛 까탈스런 윤식이도 맛있다며 잘도 먹는다.
[할머니가 처음 주막을 열었던 초가집: 부엌 벽엔 '할머니의 외상장부'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번 체험 여행을 통해서 그 동안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체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고, 특히 하늘을 나는 체험은 아이들은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올갱이 채취 등 2박 3일 예정에 들어 있었던 것을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다소의 아쉬움이 오히려 희망과, 기대를 이어줄 수 있기에 이번 여행을 여기에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첫댓글 문경에 체험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모셔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