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낚시에 반쯤 미쳐 사는 내가 오늘은 조금 안쓰럽다.
어제 충남 서천의 바다낚시를 다녀오고나서 근육통,피부화상에 박카스를
2박스는 먹어야 풀릴 것같은 피로가 거대한 곰처럼 등에 붙어있으면서도
지금 시간까지 잠못들고 낚시TV를 시청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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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기억
내가 최초로 낚시대를 잡은 건 아버지 손잡고 바다낚시를 다니던 매우 꼬
마시절이었다.
가물가물하지만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낚시대를 들고 있을 힘조차 부족한 내가 어른 팔뚝만한 볼락을 잡고서 끙
끙대고 울었다며
아버지는 당시상황을 증언하신다. (초등학교때는 그 정도로 울지 않았으
니 확실히 꼬마였다.) 아무튼 아버지가 낚시가시는 날이면 따라가겠다고
울고불며 엄마를 졸라댔다.
학교에 다니며 공부도 하고 이래저래 놀기좋아하던 나는 여름이면 어김없
이 동네 아이들과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낚시보다는 그물채를
가져가 발길질을 하며 미꾸라지,피래미,은어등을 잡았는데....
가끔 물뱀도 잡혔다. 우리들은 물뱀이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며 가차없이
사형시키곤 했었다.
물고기의 조황이 좋지않으면 개구리를 잡아 곧잘 구워먹기도 하였다.
당시 낚시는 멱감기가 끝난후,혹은 멱감기 전에 이루어 졌는데 낚시대
는 주로학교뒷산 대나무숲에서 잘라온 어린대나무를 이용했다.
뒷산에 올라갈때면 아버지 연장통에서 부러진 쇠톱하나 챙겨 대나무숲을
헤메이며되도록 잘 뻗은 놈을 고르는데 선별기준은 꽤나 엄격했다. 어쩔
땐 잘라온 대가 친구것보다휘어져서,혹은 짧아서 던져버리고 다시 대나
무 숲으로 향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낚시대로 발탁된 어린 대나무는 낫을 이
용해 잔가지를 제거한 후 다듬어야 되는데 그 작업은 낚시선배이기도 한
아버지께서 담당하셨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대나무는 그제서야 낚시대의 모습을 갖추지만 마지
막으로 강한 태양아래 하루쯤 말려야되는데 그 이유는 대나무내의 수분
을 말려 없애줌으로서낚시대의 경량화를 꾀하기위함이다.
잘 말려진 대나무낚시대가 짙은 청색의 원래색이 바래서 노랗게 변하면
이리저리 흔들어서 휨새를 테스트하는데 옆에 코흘리고 서있던 동생이 맞
고 울기도 했다. 동생의 울음으로날 혼내려고 어머니가 나오시면 그길로
낚시를 가게되었다.
바늘과 찌는 문방구에서 파는 300원짜리 조립낚시가 있었는데 당시 내 형
편으로는상당히 고가였으나 군것질을 못해가며 살 필요까진 없었다.
이상하게도 어머니께선 그것을 잘 사주셨다.
우리동네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의 그 강은 붕어,잉어,매기,장어,쏘가리,
망둥어,미꾸라지,송사리,버들치,피래미,은어,뱀,개구리,올챙이,도룡뇽등
별의 별 잡종고기들의 서식처 였는데단연 민물장어가 인기 어종이었다.
읍내의 장터에가서 장어 5마리를 5000원 받고 팔았다는형도 있었다. 일
단 그곳까지 낚시대를 들고 이동하느라 더웠으므로 다 팽게치고
헤엄을 쳤다. 위에 언급된 온갖 물고기들과 일단 같이 헤엄치며 놀아준
후 포획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당시 낚시를 하던 우리는 인내심이 부족해 좀하다 더워지면 바로
물로 뛰어들어 물장구치며 옆에서 낚시를 하던 다른아이의 것도 방해하
곤 했다.참 미끼는 근처 논에 쌓여있는 두엄을 파헤치면 널린게 지렁이였
다.물고기가 안 잡히는 날은 거의 없었다.
큰 매기라도 한마리 잡으면 삽시간에 동네방네 소문이 퍼졌는데
그 다음날 강가엔 어김없이 낚시하는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럴때면 헤엄치다 바늘에 걸리는 아이들도 분명있었다.
주로 낚시는 철공소의 광석이형이랑 같이 가곤했는데
털털거리는 자전거로 논길사이를 달리며 이동하는 중 낚시대를 들고 가기
란 참 힘들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낚시장비만을 챙길수 밖에 없었고
그 장비란대나무,조립낚시,가게에서 얻은 비닐봉지뿐이었다. 광석이형은
양파를 담는 망을 주로 이용하지만 내가 비닐봉지를 고집했던 이유는 봉
지에 물을 채우고 잡은 고기를 집까지 활어로 이동시키기 위해서였다.
물고기가 담긴 봉지를 자전거 핸들 한쪽에 걸고 집가지 오려면 고도의
자전거운전술이필요했지만 내게 그다지 어려운과정은 아니었다.
항상 저녁노을빛 가득한 저녁 나의 자전거는 만선이었다.
집에돌아오면 흙장난하고 놀던 동생도,장사하시던 어머니도
낚시대 휨새 테스트중의 불미스런 사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to be continue............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멋진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2부도잇어요^^
잼있습니다~! 기대하며 2부 기다릴께요~~
글 이뿌게 잘 쓰셨군여~ 잘 읽었네염.. ^^
2부 기대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정말 부럽습니다. 글도 잘쓰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