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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물류 현장을 가다 | ||||||||||||||||||||||||||||||||||||||||||||||||||||||||||||||||||||||||
컨테이너 물동량 급증, 교통체증 몸살 인프라 턱없이 부족 연말'物流大亂'예고
2월 3일 기자는 오전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베트남항공의 여객기를 타고 하노이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비행기는 1차로 6시간 뒤인 오후 4시 15분으로 스케줄을 변경하더니 또다시 2차로 스케줄을 연장했다. 할 수 없이 협력 파트너인 대한항공 비행기의 좌석을 얻어 겨우겨우 저녁 7시쯤에 하노이 시내 '대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자그만 소동에서 두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역시 아직은 베트남이 기술적인 면이나 서비스에서 후진성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항공사가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과 고객들에게 호텔 방을 제공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베트남도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어 있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취월장.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베트남의 경제와 물류 현장을 느낀 대로 기술해 본다. <전문> 하노이 대우호텔에 여장을 풀고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커피 숍으로 내려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지방 출장을 온 것 같은 친근감이 든다는 점이었다. 여기저기 한국 말 소리가 들리고 자세히 보니 호텔 로비에는 노무현대통령이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하여 이 호텔에 묵었을 때 호텔 사장과 악수하는 사진도 크게 걸려 있었다. 한국, 對베트남 투자 당당 1위 하루를 지나면서 보니 대우호텔만이 아닌 듯 싶었다. 식당을 가도 시내 백화점엘 가도 한국사람과 한국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잘 가는 곳을 갔기 때문이었겠지만 마치 한국사람들로만 넘쳐나는 듯이 보였다. 대우호텔 주변에는 한식당이 서너 개 눈에 띄었고 한국사람들을 위한 전용 PC방도 있었다. 저녁 무렵 맥주를 한 잔 먹으려고 밖으로 나오니 젊은 친구들이 '마담' '가라오케'를 외치면서 따라붙다가 반응이 없으면 사라지곤 했다. 낯선 젊은이들이 뭐라고 말을 걸면서 밤길에 따라오면 무섭기도 하련만 무섭다기보다는 '착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 마디로 베트남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 가운데 한국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아마 이것은 마침 기자가 도착하던 날(2월 3일)이 공산당 창당 77주년 되는 날이었고 구정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호치민에 갔을 때 한 국적선사 주재원은 베트남에서 살아가고 있는 교민과 주재원의 합계는 4만 5000명에서 5만명이 된다고 했다. 2년전인 2005년초와 비교하면 거의 두배로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2년후인 2009년초에는 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호치민에만 한국식당이 100군데가 넘는다고 했다. 호치민의 ‘푸미홍’이라는 지역은 한국식당이 몰려 있어서‘코리아 타운’으로 불린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 베트남을 많이 방문하면서 드디어 지난해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2006년도에 무려 26억 80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하여 단연 세계 1등을 기록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초의 기록이다. 2위인 홍콩이 11억 4000만달러, 3위인 일본이 10억달러라고 하니 한국의 투자 규모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기왕 한국의 투자 붐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므로 좀 더 분석을 하면 전체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금액의 67%가 남부지역에 투자되었고 나머지 33%가 북부지역에 투자가 되었다. 남부지역에 투자가 많은 것은 POCSCO의 제철소 건설이나 두산중공업의 공장 건설 투자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 남부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철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바리아 붕따우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투자액의 거의 42%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 대베트남 투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제철소 건설이나 철구조물 건설 등 중공업 분야이고 신도시 건설 투자가 20%, 아파트 및 호텔 건설도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났으며 따라서 중공업과 건설을 모두 합치면 85%가 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이 몰려들고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투자자들이 베트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우수한 노동력과 인건비가 싼 점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8400만명(2005년말 통계 8311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매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월남전 이후 태어난 30세 미만의 젊은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67%라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노동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비시장도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개혁 개방정책을 뜻하는 '도이머이'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 환경을 크게 개선시켜 놓은 것이 외국인들의 투자를 끌어 모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7일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관세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외국인 투자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베트남의 WTO 가입건은 가입 의결 한달 후인 지난해 12월 11일, 정식으로 베트남이 150번째의 회원국으로 등록됨으로써 발효되었고 이 때문에 2007년 이후 더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투자가 세계 제1일 정도로 앞서나가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전을 통해 끈끈하게 이어져 온 베트남과의 관계가 막연한 '향수'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베트남 투자 열풍은 문제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한국의 이러한 투자 러시현상이 지나친 과열만은 아니다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월 6일 기자가 호치민에서 개최한 주재원 좌담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이 과열이나 과잉은 아니다'라는데 동의했다. 그만큼 베트남 경제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 중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가 어느 정도의 상황인가는 사실 베트남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집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유추해 보면 2005년도의 경상 GDP는 492억달러로 전년대비 8.4%가 성장했다. 2006년의 경우는 완전한 집계는 아니지만 전년대비 8.5%가 성장한 539억달러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인당 GDP는 2005년 571.3달러에서 2006년 624.3달러로 향상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만을 보면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생산 증가율이 매년 15%대 넘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5년 15.8%였으며 2006년은 15.7%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7-8%대 아시아 최고 베트남의 대외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2005년도에 총 교역규모가 690억달러를 상회했기 때문에 2006년에 700억달러를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원유, 섬유봉제품, 직물, 신발류, 수산물 등이고 미국이 제1의 수출 대상국이다. 수입은 각종 기계류와 플랜드, 석유화학 제품, 철강제품, 섬유 원부자재 등이다. 베트남의 산업화에 꼭 필요한 것 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교역량 가운데 컨테이너화물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기도 쉽지는 않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들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일부 공식집계라고 나오는 것들을 보면 인바운드 아웃바운드를 이중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기자가 입수한 항만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베트남 항만들이 취급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70만 8630teu이다. 이것이 2006년도에는 342만 8721teu로 전년대비 26.6%가 늘어난 것이었다. 2006년도 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남부의 호치민항 등의 물량이 252만 7721teu로 전체의 73.7%를 차지한다. 해운 관계자들은 이가운데 호치민항에서 취급된 물량이 220만teu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호치민항의 전체 컨테이너 하역능력을 240만-250만teu로 볼 때 2007년 연말이면 화물량이 시설 능력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기자가 베트남에서 느낀 것 가운데 또 하나는 해운물류와 같은 서비스 산업 보다 앞서서 중공업이나 조선업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기자는 2월 4일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하이퐁항을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구경을 했다. 하이퐁항에 가면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은 도심외곽에서부터 도심을 지나 항만쪽으로 가면서 계속하여 선박 해체장과 수리조선소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엄청나게 조선산업이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침 베트남 조선소에 사업상 찾아온 조선 기자재업 관계자를 하이퐁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베트남 조선산업에 대한 많은 설명을 들었고 2월 5일에는 베트남 국영 조선소인 VINASHIN도 함께 방문했다. 2월 5일 월요일 기자는 국내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와 함께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국영조선소 VINASHIN을 찾아갔다. 홍보담당자가 빌딩 정문 앞까지 나와서 맞이하고 안내를 했다. 건물은 6층 정도에 그리 높지 않았고 현대화된 빌딩은 아닌 것 같았다. 이 홍보 담당자의 말로는 빌딩이 너무 좁아서 몇 달 내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VINASHIN의 경우 매년 조직이 커지기 때문에 매년 더 큰 빌딩으로 이사를 다녀야 할 처지라는 설명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조직이 커지고 있고 그만큼 종업원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VINASHIN은 매년 이사를 다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현대화된 건물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 짓는 건물의 이름은 ‘VINASHIN TOWER'. 3년전에 이 건물 신축을 계획했으며 올해부터 착공하여 4-5년후에 완공한다는 것이다. 1단계로 53층을 건설하는 건설공사에 200만-300만달러가 투자되며 1단계가 완성되고 나면 다시 2단계로 60-70층으로 증축하는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VINASHIN은 1972년 설립된 베트남조선조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6년 정부의 결정에 의해 7개 조선소를 포함한 20개의 조선관련회사들이 합쳐져 탄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VINASHIN은 초기에는 조그만 조선회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02년도 와서야 1만 1500dwt급의 벌크선 1척을 인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VINASHIN은 2004년 영국의 한 회사로부터 DNV선급 벌크선 15척을 수주하면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의 경우도 벌크선을 여러척 수주하고 자동차전용선도 2개사로부터 수주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제는 영역을 넓혀 중공업, 건설 등에도 깊숙이 진출함으로써 베트남의 초대형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 홍보관계자의 말로는 현재 VINASHIN의 중요한 사업영역은 5개로 수리조선을 포함한 조선과 해운이 그 하나요 나머지는 중공업, 건설, 무역, 은행 등이라고 말했다. 각 부문별로 대표를 한사람씩 임명해 놓고 있다. VINASHIN 53층 사옥 신축 비나신(VINASHIN)이 놀랍게 생각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해운산업 분야에도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국영선사인 Vinalines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베트남 정부는 기업간의 경쟁체제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비나신은 해운사업에, Vinalines는 조선산업에 상호 교차 진출할 수 있었다. 베트남 방문 기간 중에 Vinalines 계열 선사의 컨테이너 보다 'VINASHIN'이라는 로고가 찍혀 있는 컨테이너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비나신 계열선사들의 선박을 모두 합치면 107척 정도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나신은 내년부터 하이퐁과 호치민 사이에 여객선도 운항할 계획이다. Vinalines도 생각지 않는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실무 관계자는 “앞으로 10만dwt가 넘는 아프라막스급 탱커선을 보유할 생각이며 LPG선도 조만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VINASHIN은 올해부터 해사대학을 설립,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Vietnam Maritime University라고 명명된 이 학교는 주로 조선 관련 학과를 가르치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VINASHIN 조선대학‘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VINASHIN 이밖에 빌딩관리와 호텔업, 리조트업에도 손을 뻗히고 있다. 하이퐁에 작은 호텔을 현재 운영중에 있으며 앞으로 리조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의 야심찬 계획이 모두 다 쉽게 잘 풀려갈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이고 향후 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그룹으로 성장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5일 오후에는 베트남해운의 본산 베트남국영해운회사(Vietnam National Shipping Lines)를 찾아갔다. 이 베트남국영해운회사는 약칭으로 'Vinalines'라고 불리고 흔히들 VINA LINE이라고 한다. Vinalines의 본사 사옥은 18층짜리 고층 건물로, 큰길 옆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새 빌딩이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베트남 국영해운회사가 이렇게 멋진 빌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현대식 멋진 빌딩의 외벽에는 'Vietnam Maritime Bank'를 선전하는 대형 간판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베트남에 '마리타임 뱅크'가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것을 국영해운 회사가 선전해 주고 있는 사실도 놀라웠다. Vinalines 건물에서 Vinalines 본사는 상층부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몇 번인가를 타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야 했다. 여기서도 최근 베트남이 어느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었다. 건물을 설계할 때는 엘리베이터 3-4대 정도면 사람들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설계했지만 갑자기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엘리베이터가 만원 사례를 빚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대도시의 대형 건물들은 대부분의 엘리베이터가 만원이었다. Vinalines는 베트남 국영해운회사이지만 해운부문에서는 아직 후진국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Vinalines 역시 7개 해운회사, 4개의 항만운영회사, 6개의 서비스회사가 모여된 그룹회사이다. 계열사가 2개사가 있고 조인트벤처 컴퍼니와 투자 자회사까지를 모두 합치면 31개사나 된다. Vinalines의 전체 선대는 베트남 전체의 65%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대단한 회사라고 할 수 있으나 베트남 해운 자체가 아직 발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는 선진 외국선사들과 비교할 때는 빈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말 통계를 보면 Vinalines 계열의 13개 해운회사들이 소유한 선박은 모두 101척 117만3241dwt인 것으로 나와 있다. 계열회사 가운데 중요한 7개 해운회사는 VOSCO, VITRANSCHART, VINASHIP, DONG DO, NOSCO, VINALINES, FALCON 등이고 이밖에도 소형선박 1-3척을 소유한 계열회사 6개사 정도가 더 있다. Vinalines 계열 선사들의 보유선박 101척은 대부분 2000dwt에서 2만 9000dwt까지의 드라이벌크선이고 컨테이선이 11척, 프로덕트 오일 탱커가 2척, 케미칼선이 1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크기는 대부분 400-500teu급이고 1000teu가 넘는 선박은 겨우 4척에 불과하다. 이들은 베트남의 근해항로에만 취항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원양 컨테이너선이 없기 때문에 정기선해운 부문은 초보단계라고 해도 좋은 실정이다. Vinalines는 해운부분이 빈약한 대신에 항만부문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선사인 동시에 항만 소유자이자 오퍼레이터인 것이다. Vinalines가 관장하고 있는 베트남 전국의 유명 항만은 5곳에 이른다. 북부의 Hai Phong, Quang Minh, 중부의 Da Nang, 남부의 Sai Gon, Can Tho 등에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들 항구에서도 다른 항만오퍼레이터들이 있기 때문에 전체 화물을 취급한다고 할 수 없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2004년말 기준으로 볼 때 Vinalines이 운영하는 항만에서 취급한 화물량은 3530만톤으로 전체 베트남의 취급 물량의 35%에 해당하며 이중 컨테이너화물은 140만teu인 것으로 밝혀졌다. Vinalines는 이밖에도 선박대리점, 포워딩업, 해운중개업, 수리조선업, 선원송출업 등 해운관련업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VINASHIN의 해운업 진출에 대응하여 수리조선업 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Vinalines는 아직은 취약한 선대를 보강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32척을 베트남 조선소(주로 VINASHIN)에 발주했다. 이 가운데 2006년말까지 14척을 인수했으며 2009년까지 너머지 18척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 발주분량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단지 1800teu급 2척인데 오는 2009년 상반기에 인수할 생각이다. 나머지는 6500dwt-22500dwt급의 벌크선들이다. Vinalines 관계자는 내년 2008년부터 북미항로와 구주항로 등 원양항로에 선박을 취항시킬 계획이며 그와 동시에 베트남과 한국 및 일본간 서비스도 개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컨테이너선 오더 상황으로 볼 때 조기에 개설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기자재 진출 시동 한국의 베트남 투자도 최근에는 해운부문 보다는 조선부문에서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베트남 낫짱(NATRANG)이라는 지역에 현대미포조선과 비나신이 합작으로 수리조선소를 가동시켰으며 STX조선의 투자설도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것인지 최근 한국의 조선기자재업체들도 베트남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들 가운데 최근 부상되고 있는 것은 KSEG(Korea Shipbuilding Engineering Group)이다. 한국의 대베트남 조선기자재 수출인들이 모여서 조합형태로 만든 이 그룹은 베트남에 중소조선소 건설까지도 꿈을 꾸고 있다. 조선기자재를 수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선박 건조할 때 들어가는 각종 기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베트남의 조선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KSEG는 이미 자체 사무실을 얻고 활동에 들어가 있으며 현재 완성된 회사라기보다 조합형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조선기자재 수출업자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KSEG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회사에서는 이미 조선기자재 중 공기조화시스템인 턱트(duct) 생산 설비 220만달러어치를 플랜트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자는 하노이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2월 6일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으로 갔다. 한진해운 관계자들의 안내로 찾아간 호텔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옴니 사이공(OMNI SAIGON) 호텔이었다. 하노이의 대우호텔 보다는 약간 규모가 작은 것 같았지만 깨끗한 1급 호텔이었다. 까이멥 지역 컨부두 개발 경쟁 2월 7일 아침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에 갔던 기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한국사람들이 호치민 외곽 새로운 컨테이너터미널로 부상되고 있는 붕따우 지역을 가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기자도 붕따우항을 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같이 갈 수 있는가를 물었다. 알고 보니 이들이 바로 해양수산부와 BPA 등이 주도하는 베트남-코리아 글로벌 터미널 (VKGT) 프로젝트 시행사협의회 실무관계자들이었다. 대우건설, GS건설, 벽산건설, 대한통운, 동부익스프레스 등등의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들은 호치민 시내에서 배를 타고 붕따우 지역까지 가서 섬이나 다름없는 VKGT 공사예정지로 간다고 했다. VKGT 프로젝트 시행사들은 2월 6일부터 9일까지 호치민에서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시행사간에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2월 8일 붕따우 현장을 견학하고 회의를 통해 호치민에 2월말까지 합동사무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VKGT 프로젝트 사업은 하역사 2개사(동부익스페스, 대한통운)와 건설사 5개사 등 모두 10개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국적선사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취가 주목되던 한진해운의 경우는 까이멥지역의 사이공 뉴포트측과 탄깡 까이멥 컨테이너 터미널 2단계 공사에 참여하기로 MOU를 체결함으로써 현재 VKGT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VKGT프로젝트는 4000teu급 컨테이너부두 3개선석을 3100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공사를 하여 완공할 계획이다. 위치로 볼 때 붕따우 까이멥강의 가장 하류 부분에 위치한 섬 같은 지역이다. 붕따우 까이멥-티바이(Cai Mep - Thi Vai)강 부근과 사이공포트 외곽에는 이 프로젝트 말고도 이미 한진해운과 MOU를 체결한, 해군이 건설하고 있는 탄깡-까이멥 터미널이 있으며 그밖에도 많은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모두 합치면 13개 정도가 되며 이중에 이미 절반인 7개사 정도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자도 2월 8일 자동차를 타고 붕따우의 까이멥 티바이강 지역을 가보았다. 1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오른 방향으로 꺾어서 까이멥지역의 터미널 건설 현장 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좁은 2차선 도로가 나왔다. 주변은 늪지이고 가끔씩 초라한 가옥들이 나왔다. 주변에서 고기를 잡아서 생활을 하는 어부들이 사는 집 같았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1-2년내에 컨테이너 터미널이 부분적으로나마 완공이 되게 되면 그때가서는 터미널까지의 연결도로가 너무 좁아 다시 공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스팔트가 끝나고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는 부분에 한진해운이 참여하기로한 해군 주축의 '사이공 뉴포트'가 건설중인 탄깡-까이멥 터미널이 있었다. 현재 300m짜리 컨테이너 부두 1개 선석을 우선 건설하고 있는데 준설선이 준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1단계 1선석(300m)은 이미 기반 공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부두 축조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수심이 15.5m인 이 부두의 완공시기는 2008년말이나 2009년초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붕따우 까이멥 지역에는 이밖에도 새 컨테이너항만 건설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강의 상류쪽에서부터 살펴보면 한진해운이 참여하고자 하는 사이공 뉴 포트측이 건설하는 탄깡-까이멥 컨테이너 터미널(1)이 가장 위쪽에 위치하고 다음이 베트남해운공사인 Vinalines 산하에 있는 '사이공포트'와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계열의 'APM터미널'이 합작으로 건설하려는 컨테이너 터미널(2)이 위치해 있다. 2010년까지 1억 8700만달러를 투자하여 2개선석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더 하류쪽에는 역시 Vinalines 산하의 물류기업 GEMADEPT와 허치슨 포트 홀딩스가 합작으로 추진하는 터미널(5)의 예정지가 있다. 허치슨은 2월에 총연장 700m의 3개선석 개발에 2억 6000만달러를 투자하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는 완전히 하류쪽으로 섬처럼 떨어져 있는 터미널 예정지가 바로 한국에서 추진하는 VKGT 프로젝트 터미널(6)이다. 지금까지 붕따우 까이멥지역에서 확실하게 밝혀진 6개의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 후보지역 외에도 호치민항 인근과 까이멥 지역 인근에는 많은 항만 건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모두 13개의 항만 개발 계획이 베트남기업 단독으로 혹은 외국과의 합작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호치민 도착 다음날인 2월 7일 처음으로 베트남 호치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진해운을 찾아가 홍성원 호치민 지점장을 만났다. 그는 2004년 10월 베트남에 나와서 현집법인 설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싱가포르 지역에 4년을 근무하면서 베트남지역을 담당했었다. 2005년 1월 한진해운이 현지법인화 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당시 한진해운의 대리점은 Vinalies 그룹 해운회사 GEMADEPT의 자회사가 맡고 있었는데 현지법인화에 대해 상당한 반발을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달 지불되는 상당한 대리점 커미션을 생각할 때 비용절감과 조직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현지법인화는 꼭 필요했다. 결국 한진해운 본사의 전격지원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실무경험자 11명을 선발하여 투입하면서 현지법인화를 강행했다. 한진해운의 현지법인화 초기에는 하주의 이탈과 기존 대리점의 반발 등등으로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현지법인 설립 6개월 후인 2005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취급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현지법인은 설립 첫해인 2005년 한해만 60만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진해운 현지법인 직원은 하노이 지사 10명, 하이퐁 지사 7명등을 합쳐 모두 83명이다. 이중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3명이다. 이들이 취급한 컨테이너화물은 수출의 경우 지난해 6만 3000teu정도였다. 홍 지점장은 2006년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57%나 성장했다고 밝혔다. 원양항로의 컨테이너화물은 선박이 없어서 못 실어 나를 정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실적이 계속적으로 향상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이제 과제는 컨테이너화물을 얼마나 더 유치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고 베트남 시장에 새로운 신규사업을 시작하여 좀 더 깊숙하게 자리잡는가 하는 점이다. 본사로부터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내라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홍 지점장은 밝혔다. 이런 새로운 사업 가운데 하나가 예의 붕따우 까이멥 지역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사업 참여라고 했다.
한진해운 다음으로 들른 곳은 고려해운 사무소였다. 고려해운 옥준호 소장은 기자가 "베트남 사람들은 착하고 한국 사람에 우호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자 오래 있다보면 베트남이 싫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 주재하면 1년은 베트남을 사랑하고 그 다음 1년은 증오하며 또 그 다음 1년은 체념한다는 말이 있다"며 환상은 금물이라고 했다. 오후에 찾아간 장금상선은 마침 강병주 지점장과 새로 부임하는 구학림 지점장 사이에 인수인계를 하느냐고 너무나 바쁜 상황이었다. 장금상선은 GEMADEPT와 49대 51로 합작회사인 SINOKOR Viet Nam사를 지난 2005년 10월 1일 설립했다. 인트라아시아지역 컨선사 가운데는 최초의 베트남 진출이었다. 한진해운 현집법인 보다 10개월 늦게 출범한 것이다. 최초 자본금은 30만달러였으며 이사회는 3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 한사람이 장금상선의 이준구전무이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10월부로 한진해운과 공동운항 호치민 직항 서비스에서 공동운항 관계를 청산함으로써 베트남 서비스가 위축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까지 가는 서비스를 호치민에 기항시켜 단독 서비스함으로써 서비스 선복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강병주 지점장은 원양선사들 일부와 완하이 등 인트라아시아 서비스선사 가운데서도 일부가 운임을 심하게 낮추는데 이런 서비스는 수송기간이 8-9일 최대 12일까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류 심각한 동맥경화 문제 베트남의 교통 사정, 특히 대도시의 교통 사정은 심각한 정도를 지나있다. 호치민의 경우 출근시간의 교통 혼잡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2월 7일 기자는 묵고 있는 옴니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무역회관이 있는 시내 중심까지 들어가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한가한 때는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러시아워가 되니까 차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바람에 엄청난 시간이 걸린 것이다. 2월 9일 해군이 운영하는 사이공 뉴포트측이 건설한 새로운 컨테이너항만 탄깡 깔라이 터미널을 보기 위해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연결되는 1번 국도로 나갔다가 결국 1시간만에 되돌아와야 했다. 1번 국도에서 탄깡 깔라이 터미널로 연결되는 교차점에 차들이 뒤엉켜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말을 앞두고 컨테이너 차량이 깔라이 터미널로 몰려드는데다가 금요일 오후라 시외로 나가려는 차들도 많아서 깔라이 터미널을 들어가는 교차점에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시내도 인산인해, 자전거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더구나 기자가 호치민을 방문한 것이 구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혼잡함은 더한 것 같았다. 베트남은 컨테이너화물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매년 호치민항의 경우는 30%에 가까운 물동량 신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 수송 배후도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서 시내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차량들이 많아 더욱 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프라 건설은 진전이 아주 느리기만 하다. 도로 확장 계획은 여럿 있지만 제대로 시원스럽게 추진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역시 정부의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넋 놓고 외국계 기업들이 달려들어 해결해 주길 바라지만 국가 단위로 해야 하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기업은 발견하기 어렵다. 남들이 인프라를 건설하여 어느정도 터를 닦아 놓은 다음에 진출해도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베트남 물류는 심각한 동맥경화 상태이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병원에 실려가야 하는 위험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의 미래에 대해서 엄청난 밝은 희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일하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물류분야이다.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모든 기능이 올 스톱되었을 때도 베트남 정부관계자들은 그래도 팔짱만 끼고 앉아 있을 것인지 그것이 정말 궁금했다.
[2007-03-09 이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