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대학교 자연보호 등반대회」를 다녀와서
6시 20분 집에서 출발했다. 원주 나들목으로 들어서니 고속도로엔 예상보다 상당히 많은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돌아올 걱정이 앞장섰다.
소사휴게소를 지날 쯤, 저 멀리 태양이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애들과 처가 매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더 흐뭇해보였다. 이 얼마만인가?
대관령을 통과할 때 강릉쪽으로 운무가 양떼처럼 있고 동해안이 언뜻언뜻 보이길 기대했는데 약간의 안개만 뿌엿게 도시를 감싸 안았다. 대관령을 내려가면서 산들은 오색의 산옷으로 치장을 하고 왼쪽으로 보이는 산등성이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보기좋게 내려오는 모습이 좋았다.
출발한지 한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강릉을 지나서 동해고속도로에 들어섰다.
8시 6분, 바다가 보이는 동해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침으로 김치우동(4,000원)과 밥 한공기(1,000원)를 주문했는데 보기보다 내 입맛에 딱 맞았고, 양도 많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아침을 먹고 바다를 향해 가족 사진을 한 장, 찰깍.
동해고속도로는 4차선 개설공사로 마구 파헤쳐져서 처의 눈치를 보니 저녁 때 올 일이 걱정이 되는가 보다. 특히 처 입장은 남편이 등산 후 동해안에서 저녁식사 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술도 곁들여서 하면 분명 핸들은 본인이 잡아야 되니깐, 계속 가면서 야간 운전은 못하고 더군다나 이런 도로에서는 운전하기 힘들다는 말로 계속 나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무릉계곡 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지나서 삼척시로 들어가지전 바로 도계 쪽으로 빠지는 길을 가다 보니, 천은사 이정표가 보였다. 천은사로 가는 계곡옆으로 길과 계곡이 2차선 아스팔트로 난 길인데, 아직도 중간 중간에 지난 2년 동안의 수해의 흔적을 볼 수 가 있었다.
10시까지 집합인데 우리는 9시 10분쯤, 집합 장소인 두타산자연학습원에 도착하였다. 폐교를 활용한 곳인데 벌써 많은 준비요원들이 와 길을 안내했다. 우리 식구들은 다른 볼일이 있어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눈 뒤 보내고, 다른 팀들이 오길 10시까지 기다렸다. 전체가 운동장에 모여 식순에 의해 식이 진행되면서, 특히 김대수 삼척대 총장님의 인사말씀 중에 천은사는 이승휴의 제왕운기를 쓴 유서 깊은 곳이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에 임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하셨다. 맨 나중에는 예쁜 아가씨가 리드해가면서 지도한 에어로빅으로 모든 등반객의 몸을 풀어주었다. 대회의 이름은 「제6회 삼척대학교 자연보호 등반대회」이며 대학측에서 김밥과 물, 음료수, 소주 한병을 준비해서 팀별로 나누어 주었다. 우리팀은 김귀옥, 강민정, 김선학, 치악총무로 구성되었고, 다름팀은 김기홍, 김재원, 황명선, 이석인 선생님으로 구성하였다.
등산의 시작지점은 학습원으로부터 약 2km 떨어진 천은사부터이므로 학교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체크포인트가 4군데로 중간에 삼척대와 등산에 관련된 상식 문제를 A4 용지로 제시하고 풀어서 맨 마직막 지점에서 제출하면 된다. 처음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면서 오르는 길은 보통 산행 때와 같이 평범하였다. 팀원들이 같이 올라가면서 그간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갔다. 제2 체크포인트부터는 산세가 적당한 것이 올라갈만했다. 그런데 우리팀원 중 김선학씨가 평소 산을 좋아만 하고 실습이 부족해서 조금 힘들어 보였다. 더군다나 운동화를 신고와 힘든 모습을 보다 못한 김귀옥 선생님이 등산화를 바꿔 신고 힘을 북돋는 모습이 지난 봄 처음 산행을 시작한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조금 지나니 등산화와 스틱의 고마움을 아는 것 같았다. 올라가면서 서서히 단풍이 물든 숲이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냈다.
거의 다 정상에 오르면서 마주보이는 산들과 절벽들은 등산의 기쁨을 만끽하게 만들었다.
정상(쉰음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팀의 구성은 삼척대 교직원팀과 고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팀, 교사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팀으로 되었다. 특별하게 대회라고 명칭하기는 어렵지만, 서로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등산한다는 것과 건강을 생각하며 같이 어울려 가을의 경치를 보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정상의 이름은 오십정라고 하는데 돌마다 적당히 파인 구멍이 우물이라고 생각하고,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50개라서 오십정이라고 한다. 자리를 잡고 안자 나누어 준 김밥과 각자 가지고 온 음식(특히 치악 총무의 족발은 인기 만점)을 내어 놓고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을 하는데, 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어깨너머로 보이는 절벽들과 그 틈에 자란 빨간 단풍잎을 보면서 신선의 즐거움을 누렸다. 또한 대학 측에서 가지고 온 오징어회도 산 정상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점심을 먹고, 사진도 찍고, 주변도 정리하여 쓰레기도 주어 배낭에 넣고 하산을 하였다. 내려오면서 밝은 얼굴에 상쾌한 대화들이 생기가 가득 차 있었다. 내려오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천은사까지 와서 물 한잔을 먹고 마지막 체크포인트에서 문제지를 제출하고 쓰레기를 내려놓았다.
천은사 입구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우리 학교 팀은 처음 집합 장소인 학습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보이는 농가 뒤뜰마다 물어 익은 붉은 감들이 한 장의 사진과도 같으며, 만나는 아이들의 얼굴의 순수함이 저절로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을 일게 하였다. 오후 3시까지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2시쯤 학습원에 도착하여 번호표를 반납하고, 행운권을 받아 가지고 쉴만한 곳에서 즐거운 얘기를 하며 3시를 기다렸다.
3시부터 장기자랑을 했는데, 어린 아이들의 노래와 춤의 재롱이 이어졌다. 이어서 시상이 이루어졌는데 거의 영동지역 학교의 팀에게 주어졌다. 모든 팀원들이 기대에 찬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상을 주어지지 않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은 참가한 팀은 150여팀과 인원은 550여명이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행운권 추첨이 이어졌는데 이 또한 하나도 타지 못했다. 원주에서 출발할 때부터 우리에게는 멀리서 그것도 많은 인원이 오니깐 조그마한 상이라도 하나 주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왔는데, 다들 김치 국물을 많이 마신 것 같다.
모든 것이 5시 10분쯤 끝나고 삼척으로 나왔다. 교감선생님께서 안부 전화를 하시고 또, 늘 산행을 하고 하던 대로 원주에서 참가 안한 다른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싶었지만, 모두들 동해안에 왔으니 회라도 한 접시 먹고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일단 삼척항으로 가, 일출횟집이라는 곳에 회를 시켜 놓고 주변의 삼척항을 구경했다.
회를 먹으면서 재미있는 저녁시간을 가졌다.
단풍객으로 도로가 정체될까 걱정을 했는데 7시 10분쯤 삼척을 출발하여 10시쯤 원주에 도착했다. 즐거운 산행이었다.
끝으로 아침 안개 헤치고 집을 나서 저녁별을 헤아리며 귀가하는, 고난의 시간을 함께하는 단계동 481번지 운명 공동체들의 결속을 다지고 강인한 체력을 길러 자라나는 새싹들의 무지몽매함과의 기 싸움에서 필승을 거두기 위한 뜻 깊은 연수의 장을 열어 대자연의 호연지기를 함께 누리는 가운데 깊은 정을 길이 이어가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의 변화 속에서 진한 국토애를 기르면서, 마지막 강원의 비경과 그 속에서 한없이 베풀어주는 대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세속의 가볍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순수함과 교직원 상호 간의 진한 정을 키워가고자 이번 등반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에게 축복과 참가에 힘을 써주신 교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