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소개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
고 1989년「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냉정과 열정사이, 로소」로 이
미 한국 독자들을 사고잡은 바 있는 저자는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
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게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다.
김난주 - 1958년에 태어나 경희대학교에서 우리 문학을 공부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두 딸아이를 키우며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에쿠니 가오리의「냉정과 열정사이, 로소」, 유미리의「여학생의 친
구」「가족 시네마」「골드러시」, 요시모토 바나나의「키친」「하치의 마지막 연
인」「허니문」, 미루야마 겐지의「쳔년동안에」, 구로야나기 테츠코의「창가의 토
토」, 텐도 아라타의「영원의 아이」, 무라카미 하루키의「렉싱턴의 유령」, 시게마
츠 키요시의「비타민 F」등이 있다.
책 표지 글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
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작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
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 이리사와
야스오
차례
작가의 말
1 물을 안다
2 파란 구신
3 기린자리
4 방문자들,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
5 알사탕
6 낮달
7 물의 우리
8 은사자들
9 7월, 우주적인 것
10 친족 회의
11 별을 뿌리는 사람
12 물이 흘러가는 곳
옮기이의 말 / 김난주
해설 / 이마에 요시토모
본문내용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나는, 당장 무츠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하네기의 꿈을 꾸다니, 무츠키 탓이다. 무츠키
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가슴에 응어리진 불안이 점점 목구멍으로 치밀고 올라
와,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잠에서 깨어나자 아홉 시 15분이고, 무츠키는 벌써 나간 후였다. 잠옷을 입은 채 거
실로 나가자, 향긋한 커피 냄새가 났다. 청결한 실내에는 가습기가 쉭쉭 소리를 내
고 있고, 리플레이 단추를 눌러 세트한 CD가 세 장,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볼륨
으로 흐르고 있다.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무츠키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이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무츠키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
른다. 비정상적이리만큼 밝은 이 방과, 환경음악의 병적인 투명함. 이곳에는 진짜 같
은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당장 무츠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
게 하네기의 꿈을 꾸다니, 무츠키 탓이다. 무츠키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가슴에
응어리진 불안이 점점 목구멍으로 치밀고 올라와,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
었다. (p.44)
독자리뷰
독자평점
드뎌 "반짝반짝 빛나는" 완독!
이아람 님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내가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생의 작은 순간, 그러나 그 순간이 가진 힘을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어쩌
면 인생 통째를 흔들어버리고,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그 순간을 놓쳐버리지 않고 정
확하고 섬세하게 짚어내는 그녀의 모든 문장들은 내게 가능한 모든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황홀한 판타지입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2004년도에 읽은(물론 이제 겨우 삼월이지만) 책중 가장 인상적
이고 감동어린 리스트 반열에 당당히 올랐습니다. 아마도 그 쿨함과, 심플함과, 담백
함에 있어서는 최고가 아닐까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기이한 알콜중독 아내
와 호모 남편과 그 남편의 애인의 이야기는 온통 나를 흔들고, 눈물짓게 하고, 마침
내는 행복하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위대한데, 이렇게 가벼우면서 동시에 위대해 질 수 있는 것인데 왜 사
람들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냐고, 왜 나만큼 사랑하지 않는 거냐고, 너를 사랑한
다고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일까요? 사랑은 이렇게 혼자서 조용히 위대한 건데 말이에
요.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지나간 나의 모든 사랑을 반성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해
야 한다는 각성과, 새로 찾아올 사랑에 대한 희망을 한껏 품어볼 수 있었습니다.
밤이었는데, 잠은 와주지 않고.. 온갖 스치는 상념과 우울, 그것은 하나의 정점을 향
해 가고 있는 데 하, 그 이름은 바로 "후회"였습니다. 괜찮아, 신이 아니잖아.. 그렇
게 다독여도 어느새 뜨거운 것이 솟아 올라 눈가를 콧날을 지나 뺨으로 그리고 귓불
로 떨어져 베개를 적시는, 옆으로 길게 누운 어느 밤.
결혼, 우울증, 알콜중독, 동성애
빛나는 님
사람들은 모두다 조금씩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정상적으로 살
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설명하기엔 기이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료코는 알콜중독이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 지나간 사랑의 실패 때문
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다소 설명이 비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무츠키와 곤의 사
랑에 대한 설명은 세세하다. 어느 순간 무츠키와 곤이 사랑에 빠졌는지.. 눈치빠른
독자라면 훤히 알 수 있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동성애자인 남편과 그의 애인인 남자, 그리고 부인 세 사람
의 사이가 좋다는 것도 그렇고. 동성애자인 남편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도 그렇
고 남편과 남편 애인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려는 것도 그렇고. 료코는 조금 특이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지닌 알 수 없는 매력이랄까? 남들에 비해서 다
소 예민하다는 것, 잠들기 전의 술 한잔을 좋아한다는 것.. 뭐 그런 것들.. 다른 사
람이 행하면 이상하게 비춰지는 것들이 료코가 하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료코와 무츠키의 정신적인 사랑에 감동받았다. 서로의 상태를 인
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서로를 배려해 주는 것. 육체적인 관계 없이도 그런
사랑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말이다.
열일곱번째 강추도서..."반짝반짝 빛나는"
국내에 소개된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을 폄하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이유가 있었겠지마는 그중에 두가지만 잡으라면...
소개되었던 작들이 엽기 벗어나 지저분하고 볼썽사나운 묘사가 많았었고
또한 근근히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던 상술이 많았으며 또하나는
아직도 가까운나라에 있는 일본이라지만 왠지모를 적대감에 소개를 아니
아예 준비를 하지 않았었죠..
간신히 소개했다면 "미우라 아야꼬님"혹은 "무라카미 하루키"등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의 정체됨을 고치게 만든 작들이 요즘 급격하게 매니아층이 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님과 요시모토 바나나님들의 작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님들에게 에쿠니작품군들을 많이 소개해 드렸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그중에서 하나를 잡으라면 당연 호응도가 가장 낫다고 생각되기에 강추도서로
올렸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