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환, 레스트랑을 나와 미안한 마음으로 잠깐 뒤를 돌아보다가 걸음을 재촉해서 간 다.
이때,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핸드폰음 들린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화면창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다.
“누나! 차 상두,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래.”
은환 (충격어린 표정)
2. #레스트랑 일각
택시 와서 멎고, 상두, 택시에서 잠든 보리를 안고 내린다.
맞은 편 길에 은환이 서 있다......두 사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상두 인석이 왜 이렇게 오래 자? (보리를 깨우는) 보리야...일어나, 다 왔어, 일어나...
이때, 보리의 코에서 쉴새없이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서) 보리야!! 보리야!!
의식을 잃은 보리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상두, “보리야!” 소리치며 보리를 품에 꼭 껴안는다...하얀 셔츠가 빨간 피로 물든다.
상두, 택시를 잡으려다 쉽지 않자 보리를 안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맞은 편 길에 은환, 아무것도 모르고 서 있다.
3. #병원 현관/복도
민석, 기운이 빠져 털레털레 들어온다....허탈한 표정 지으며 넥타이를 푸는데....
이때, 민석 뒤로 와서 멎는 택시....상두가 보리를 안고 내려 뛰어오다 민석과 스 쳐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간다.
민석 (뛰어가는 상두 뒷모습 보고) 차상두!!
상두 (그 소리에 발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보리, 코에서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고, 상두의 셔츠는 땀과 빨간 피로 흠뻑 물들었 다.
민석 (놀라서 다가오며) 왜...왜 이래? 보리 왜 이래?
상두 (멍해서) 모..몰라...몰라.
민석, 다가와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상두, 멍한 표정....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다.
4. #응급실
보리, 창백한 안색으로 누워 있고, 민석, 보리의 코피를 닦아내고 지혈제를 주사하 고 있다. (옆으로 간호사 2명 정도 서 있다)
상두 (반쯤은 넋이 나가 민석옆에 붙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우리 보리 왜 이래? 별 일 없겠지? 별 일 없는 거지? 우리 보리....
민석 (O.L.) 아, 정말....시끄러워 치료를 못하겠네.....(간호사 보고) 김 선생은 이 보호자 저 만치 좀 밀어버리구, 정 선생은 본 메로 바이옥시 준비 해줘요!!
상두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다...은환,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에 커피잔 놓여 있다.
은환 저기요....여기 쥬스 한잔만 더 주시겠어요?
은환, 핸드폰 꺼내 지환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상두가 제비라는)를 삭제해 버린 다.....지환이가 또 장난을 치는거야....믿지 않는다.
6. #응급실
상두, 응급실 한쪽에 멍하게 기대서서 보리를 보고 있다.
보리, 응급 조치를 모두 마쳤다...민석, 보리의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엉덩이뼈에 바늘 꽂아 혈액을 빼내는)
이때, 소식을 들은 세라, 눈물이 그렁해 뛰어 들어온다.
세라 보리야...보리야....세상에.....어떡해...어떡해, 보리야....(보리앞으로 다가가 어쩔 줄 몰라하는)
민석 죄송하지만, 조용히 좀 해 주시겠어요?
세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주억거리다가 문득 고개를 휙 돌려 상두를 본다)
상두 (그대로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세라 (상두를 노려 보며 다가간다) 꼴 좋다, 아주 꼴 좋네, 차상두!
상두 (그대로 멍해서)
세라 그 여자한테 보리 보여줬어? 몸두 안 좋은 앨 굳이굳이 끌구 나가더니....그 여자한 테 기어이 저 아픈 앨 보여줬어?
상두 .....
민석 (돌아보는)
세라 여자한테 미치면 새끼도 안 보이니? (울컥해서 상두를 잡고 흔들어대는) 여자한테 미치니까 새끼도 안 보여, 이 나쁜 자식아!
상두 (그대로...반항하지 않고 흔들리다가 무너지듯 주저앉는)
민석 (돌아본다)
세라 우리 보리 잘못되면 너 가만 안 둬....그 기집애두 너두!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죽 여버릴거야아!!!
민석 .....(서늘하게 보다가 다시 보리의 혈액을 채취하는)
상두 (넋나간 사람처럼 주저앉은 채 그저 멍한)
7. #커피숍
은환 앞으로 두잔의 쥬스잔 놓여 있다....은환, 별로 화난 기색없이 담담하게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종업원, 은환앞으로 다가온다.
종업원 죄송합니다, 손님...문 닫을 시간이 다 됐는데요.
은환 아, 예....(시계를 보고)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일어선다)
8. #커피숍 앞
은환, 그래도 상두가 올 지 모른다...서성이며 기다린다. 커피숍안 불이 꺼진다.
9. #보리 병실
민석, 세라와 함께 보리를 침대에 눕힌다.
상두, 보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보리를 본 다. 멍한 동공.
10. #은환집 앞길
은환, 털레털레 걸어온다.
지환(E) 누나!
은환, 돌아보면, 지환, 가로등 한쪽에서 나타난다. 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환 (아무렇지도 않게) 지환아.
지환 (자신도 몹시 마음이 안 좋다) 시간이 몇신데 지금 들어와?
은환 (씨익 웃으며) 누나 기다리구 있었어? (지환 엉덩이 툭툭 때리며) 어우, 우리 애기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지환 .....문자 메시지 받았어?
은환 (피식 웃으며) 짱가 죽구 누나가 좀 울쩍했었는데....그래, 아주 신선한 유머였어...가 자. (걸음 옮기려는데)
지환 사실이야.
은환 말두 안되는 소리 하지 말구 가자.
지환 사실이라구! 희서가 직접 보구 들었대! 증인도 있어!
은환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지환 상두형 대체 뭐야? 그 꼴루 어떻게....무슨 염치루 누나 앞에 나타난거래?...또라 이 아냐?
은환 지환아!!
지환 (버럭) 나두 신경질이 나서 그래!
은환 ......
지환 난 있지, 그 형이 어른 되면 우리 같은 인간은 쳐다도 못 보게 대단해질 줄 알어.... 근데 뭐야? 어떻게 인생을 그렇게 밖에 못 살았대, 그 형은?!!
은환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발걸음 돌려서 간다)
11. # 보리 병실
모두 잠들고 조명등만 켜져 있다.
상두, 멀찍이서 여전히 그 자세로 잠든 보리를 보고 있다.
세라, 보리 침대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상두, 핸드폰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다. 창에 “채은환”이라고 뜬다.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핸드폰을 받지 않고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12. #은환방
은환, 핸드폰을 들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안 내 메시지 들린다.
은환 (1번 누르고, 밝은 목소리) 상두야, 나 은환인데....나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약속 장소에 못 나갔거든...미안해...혹시 많이 기다린 거 아니지?...핸드폰두 밧데리가 다 닳아 갖구 전화도 못 받았어....미안해....(감정의 평정을 찾으려 애쓰며)....앞으론 절 대루 안 삐지께. 니가 날 암만 기다리게 해두 화 안 낼거야.
13. #병원 정원 벤치.
수은등 덩그라미 밝혀진 어두운 정원.
상두, 벤치로 와 앉으며 핸드폰을 통해 녹음된 은환의 목소리를 듣는다.
은환(F) 니가 암만 뺀질대구 내 속을 긁어두 다 이해하께.....니가 어떤 사람이어두....상관없 어, 난.....상두야...사랑해.
상두, 핸드폰을 닫는다....가슴속에 울컥 치미는 것이 있다. 감정을 다스리려 어둡고 먼 하늘을 보는.... F.O.
14. #학교 외경 (아침, 3일후)
15. #은환 교실
은환, 오늘은 왔겠지....불안한 표정으로 심호흡하고 교실 문 열고 들어선다.
떠들던 학생들, 자리로 가 앉는다.
상두의 자리는 비어 있고, 희서, 걱정스럽게 상두의 빈자리를 본다.
은환, 힘이 쑥 빠진다.
16. #복도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오는데, 희서, 뒤따라 온다.
희서 선생님!
은환 (돌아보는)
희서 상두 오빠....어떻게 된 거예요? 사흘째 결석인데...
은환 글쎄...전활 해두 전화도 안 받구, 집 주소두 틀리구....연락할 방법이 없네.
희서 이러다 퇴학 당하는 거 아녜요?
은환 .....(쓰게 웃는)
희서 저하구 지환이만 알아요, 선생님.
은환 .....
희서 상두 오빠 제빈 거....다른 사람한텐 말 안 했어요.
은환 (따뜻하게 웃어주며) 고맙다....(돌아서서 가려는데)
희서 선생님!
은환 (돌아보면)
희서 상두오빠 찾지 마세요. 다시는 오빠, 안 보게 해주세요.
은환 .....(당황하는)
희서 (눈물 그렁해서) 오빨 다시 보면 경찰에 찌르고 싶을 거 같애요.....그냥 지금까지 상 두오빠 모습....멋지구 용감하구 근사했던...그 모습만 기억할래요.
은환 희서야.
희서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가버린다)
17. #교무실
은환, 컴퓨터를 켜고 상두의 생활 기록부를 보고 있다.
상두의 옥탑방 주소가 자꾸만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주인남(E) (8회의) 차상두? 차상두가 사는 지는 잘 모르겠구, 언내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살 기는 하는데?
은환, 벌떡 일어나며 가방을 챙겨든다.
18. #보리 병실
의식을 회복했지만, 창백한 안색의 보리, 어딘가를 보며 웃고 있다. 보리 옆으로 희 진과 친구들도 앉아 있다.
상두, 얼굴에 호랑이 가면을 쓰고 한손에 토끼 인형을 끼고, 인형놀이 해주고 있다.
상두 (호랑이 목소리) 어흥!! 요놈! 토끼야!! 너를 잡아 먹겠다! (토끼 목소리) 아이구, 호랑이님! 제발 살려 주세요. 우리 집에 따끈따끈한 인절미가 있으니 그걸 먼저 잡 수시고, 날 잡아 잡수세요, 네?
보리와 아이들, 재밌다며 웃는다.
이때, 민석,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민석을 보는 호랑이 가면 속의 상두 얼굴, 갑자기 싸늘하게 굳는다.
19. #병원 정원
민석, 정원 벤치로 와 앉는다. 상두, 멈칫멈칫하며 따라 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다.
보리 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다. 두렵다....
민석 이리 와, 이리 와 앉어.
상두 (멈칫거리는)
민석 (피식 웃는) 짜식, 떨기는....안 잡아 먹어, 이리 와.
상두 (벤치 끝으로 와 앉는다....마른 침 삼키며 민석의 입만 보고 있는)
민석 보리 결과 나왔다.
상두 ......(긴장한) 잠깐만....(눈감고 심호흡하며) 백개만 세구 말해.
민석 (가운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 꺼내 내밀며) 사탕 먹을래?
상두 (고개 젓는)...됐어, 일초안에 그냥 말해.
민석 ....내 앞에 보리 담당했던 선생한테 약물 부작용에 대해 주의를 들은 적 있을 거 야.
상두 몰라, 기억 안 나.
민석 악성 빈혈을 치료하려면 적혈구 모세포를 활성화시켜야 돼...그래서 약을 투여했었 는데, 백혈구까지 활성화되면서 백혈구 수치까지 높아졌어.
상두 잘난 체 하지 말고 쉽게 말해. 그렇게 말하면 고등학교도 못 나온 내가 알아듣냐?
민석 백혈병으로 전이가 됐어....상태가 많이 안 좋아.
상두 (충격받아 잠깐 멍해 있다가....애써 담담하게)...일주일전에 보리랑 같은 병동에 있던 애가 백혈병으로 죽었다던데...우리 보리가 그 병에 걸렸다, 그 얘기지?
민석 지금부터 항암 치료를 받아야 돼....머리도 빠지고 두통도 심해지고, 보리가 많이 힘 들어 할거야.
상두 ....(마치 남의 얘기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우리 보리두...걔처럼 죽을수도 있 어, 그럼?
민석 살 수도 있어.
상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민석 ....우냐?
상두 .....
민석 손수건 주까?
상두 (손을 내린다....담담한 표정이다) 미쳤다구 니 앞에서 우냐? 쪽 팔리게?
민석 (쓰게 웃는) 울어야 되는데....내가 보긴 너, 머리 꼭대기까지 눈물이 차 있는데....자 꾸 그렇게 니 감정 속이면 너두 암 걸려.......울어.
상두 배 고프고 힘이 없어서 울지도 못하겠다....(일어난다)
민석 내가 밥 사주께, 그럼.
상두 그렇게 내가 우는 걸 보구 싶냐?
민석 어....너까지 암 걸리면 내가 감당이 안될 거 같애.
상두 앞으론 내가 너 예수라구 불러주까?.....웬수조차도 사랑하는 열라 멋진 놈.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는)
20. # 식당
허름한 한식집. 소박한 찌개 백반 놓여 있다. 상두, 슬픔을 누르려고 오바한다.
상두 (식단을 한심하게 보며) 그렇게 악착같이 돈 모아서 뭐할라구 그냐?
민석 뭐?
상두 난 또 한턱 쏜다길래 거하게 갈비나 생선회나 뭐 그런 거 정돈 쏠 줄 알았지.
민석 이 집 되게 맛있어. 내 단골집이야.
상두 (밥을 떠 먹으며) 갈비 정도는 먹어줘야 내가 힘을 내서 폭포수같은 눈물을 쏟아내 지...앞으로 내가 너한테 뭘 얻어먹으면 우리 보리 아들이다, 내가.
민석 (피식 웃으며 본다....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상두 (밥을 먹으며) 아무래두 이거 먹구는 눈물이 안 나올 거 같은데...가서 단팥빵 세 개 만 사와라.
민석 공기밥 한 그릇 더 시켜 먹어, 그럼.
상두 단팥빵 먹구 싶어. 좀 사와.....확 안 울어버린다, 진짜?
민석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일어선다) 하여튼 별종이다, 너두.
상두 너두 만만치 않어.
민석 (윗도리 들고 밖으로 나간다)
상두 (민석이 사라지자) 너 나한테 속았어, 임마....내가 적 앞에서 쪽팔리게 눈물을 보일 거 같냐?....단순한 자식.
상두, 우걱우걱 밥을 먹는데
세라(E) 니 아길 가졌어, 상두야!
21. #오락실-7년전
껄렁하고 불량스런 폼의 상두(인생을 막사는 듯한), 입에 쮸쮸바 물고 오락하고 있 는데, 옆에 와서 선 만삭의 세라.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계속 오락하는데)
세라 (머쓱해 하며) 접때 니가 나한테 한번 실수했잖아...그때 들어선 애기야...니 자 식이 야, 상두야.
상두 (미친 여자보듯 보고 외면하며 다시 오락만 하는)
22. #고아원앞 (혹은 소규모의 아기 보육시설)-7년전, 겨울.
상두, 고아원 앞에 와 선다....갈등하며 망설이는.
23. # 보육원 응접실-7년전.
보육원 여자(혹은 수녀), 갓난 아이 하나를 안고 와 상두에게 안겨준다.
여자 윤 세라씨가 맡긴 아깁니다....근데.... 아기가 별로 건강하질 못해요.
상두 (수건에 싸여 꼬물딱거리는 아기를 인상 긋고 보다가...아기의 재롱에 어느 순간 미 소가 감돈다) 까꿍!까꿍!....임마, 내가 누군 줄 알어? 내가 니 아빠야. 아빠....아빠 해 봐, 아빠!
24. #식당(현실)
무표정하게 밥과 반찬을 꾸역꾸역 먹는 상두. (냉정하다싶을 만큼 아무렇지도 않고 담담하고 무표정한)
상두(E) 우리 딸 우유 먹자.
25. #상두방 (현재의 집-침대는 없고 허름한)-6년전.
상두, 돌 정도 지난 보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아기 키우는 아빠답게 귀여운 동물 모자 같은 거 쓰고 있음 어떨까요? 헤어스타일 차별화문제상 )
만도, 한쪽에서 뒹굴며 만화책 보다가 한심하게 보고.
상두 (안타까워하며) 왜 안 먹어? 맘마를 잘 먹어야 빨리 병두 낫구, 건강해지지...차 보 리! 쪼끔만 쪼끔만 더 먹자, 응?
만도 미친 놈....(흘겨보는)
26. #상두 옥상-6년전
섬아기를 불러주며 보리를 포대기로 업고 (돌정도 지난), 빨랫줄에 기저귀를 널고 있는 상두.
작업에서 돌아온 만도(양복 빼입고), 상두를 잔뜩 못마땅하게 보며.
만도 너, 그 기집애 갖다 안 내버릴거야, 정말?
상두 (무시하는)
만도 지 에미도 힘들어서 갖다 내버린 앨 니가 왜 주워 와서 사서 고생을 해, 임마? (보 리를 빼내려 하며) 갖다 주자...도로 갖다 줘!
상두 삼초온....(만도가 못 건드리게 보리를 숨기는)
만도 이 콩알만한 기집애 한달 병원비가 우리 일년치 생활비야, 자식아.
상두 (O.L) 내가 벌게. 내가 벌면 되잖어.....삼촌이 시키는 거 뭐든 다하께.. 삼촌 말대루 제비짓이라두 하께...(포대기 풀고 보리를 꼭 껴안으며) 우리 보리 병은 내가 고칠거 야....삼촌 신세 안 지면 되잖아....(보리 얼굴을 보고 미소 지으며) 보리한테 약속했 단 말야....보리야, 아빠가 너 안 아프게....꼭 건강하게 만들어주께.
27. #식당-현실
상두 (밥을 먹으며 중얼거리는) 차 상두, 넌 정말 하늘이 낸 사기꾼이다....새끼한테 사기 친게 대체 몇 가지야?....뭐? 안 아프게 해줘? 건강하게 만들어줘?....야, 정말...넌 사 기의 천재야, 천재. 훌륭해! 대단해! (하다가 결국 울컥하며 울음이 터져 나온다.)
밥을 먹고 있던 상두, 결국 누르고 있었던 슬픔이 울음이 주체할 수 없이 오열로 터져 나온다.
단팥빵을 사들고 들어서던 민석, 상두의 들썩거리는 어깨를....그렇게 견고해 보였지 만 결국 무너져 내리는 슬픈 뒷모습을 본다....착잡하다.
28. #상두 옥탑방 계단(늦은 오후)
은환(안경을 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29.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잠겨 있는 문을 두드린다.
은환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실례합니다. 주인 안 계세요?
은환, 안에서 아무 소리도 없자, 평상으로 와 앉는다. 한쪽에 보리의 장난감차가 놓 여 있다. 은환, 장난감 차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다가 문득 빨래 줄에 걸린 상두의 교복을 본다.
은환, 잠깐 멈칫하다가 빨래 줄로 가 상두의 교복을 걷어서 본다.
“차상두” 이름표 그대로 달려 있다.
어이없는 은환, 충격으로 멍해 있는데.
이때, 만도,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은환을 발견한다.
은환 (얼굴을 살짝 가리고) 죄송합니다만, 여기 차상두씨라구 살고 계시나요?
만도 상두요?....살긴 사는데....누구신가? 우리 상두랑 어떻게 되시는 분인가?
은환 치...친군데요.....아...아저씬 차상두씨랑 어떻게 되시죠?
만도 난 상두 삼촌되는 사람인데...
은환 (연이어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겠다)
만도 우리 상두가 여자랑은 친굴 안하는 앤데...(자꾸만 얼굴 가리고 있는 은환이 수상쩍 다...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은환 (만도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계속 얼굴 가린 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난감해 하고 있는데)
만도 (다가와서 은환의 손을 떼어내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어디서 많이 본 언니네.. ..언니, 나 몰라?...(은환이 계속 만도를 피하자 은환의 안경을 벗긴다. 그제야 기억 이 난다. 기함을 하며) 샘!!
은환 (후들거리던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결국 주저앉고 만다.)
만도 (자기도 바들바들 떨며)....새...샘....여기는 어...어떻게 찾아내시구.....
은환 (떨려오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만도 (손을 휘 저으며) 그...그때는요, 저...정말 심부름만 한거였거든요...저...인제 개..개과 천선 했어요, 샘..
은환 (있는 힘을 다해 일어선다) 상둔...차상두씬 지금 어딨어요?
만도 몰라요. 죽었어요...그....그때 그 일은 나 혼자 한 거예요. 단독 범행이예요, 단독범 행....잡아가구 싶음 나만 잡아가요, 나만!!
은환 .....(보다가 일어나서 휘적휘적 걸어간다)
만도 그냥....가시는 거예요?
은환 (걸어가는)
만도 (꾸벅 인사하는) 안녕히 가세요, 샘....다신 오지 마세요, 샘. (그러면서도 불안으로 달달 떨며 보는)
은환 (계단을 내려가다가 풀석 주저 앉아 버린다)
32. #계단
은환, 계단에 주저앉은 채 쉽게 일어나질 못한다.
만도, 위에서 불안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만도 (위에서 내려다 보며) 내려가기가 힘드세요, 샘?....제가 좀 업어다 드릴까요, 샘?
은환 (벌떡 일어나서 이를 앙물고 계단을 내려간다)
33. #학교 정문앞(노을녘)
상두(사복 차림), 학교 정문앞으로 와서 선다.
애틋한 표정으로 학교를 보지만,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핸드폰을 꺼내 은환의 이름을 찾는다. 통화를 누르려다가 결국 핸드폰을 닫아 버리 고 만다.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발걸음 돌려서 간다.
잠시후, 상두가 사라진 반대편 골목에서 은환이 털레털레 나타난다.
은환, 교문앞으로 와 섰다가 발걸음 돌려 상두가 사라진 반대편으로 다시 간다.
34. #분식집
은환, 종업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은환 치즈 김밥, 참치 김밥, 소고기 김밥, 쫄면, 떡볶이, 찐만두...일단 이렇게 주세요.
종업원 (당황하며) 손님 혼자서 이걸 다 드신다구요?
은환 (명랑하게) 예, 다 먹을 수 있어요....뱃속이 든든해야 힘이 생기죠. 걱정 말구 주세 요.
시간 경과.
테이블 한가득 차려진 음식들...무표정한 은환, 우걱우걱 야무지게 잘 먹는다.
스트레스성 폭식이다.
분식점 안의 직원과 손님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이때, 분식집앞을 지나던 교장, 창문을 통해 은환을 보는.
35. #병원 현관
상두, 털레털레 들어서는데, 저 앞으로 세라, 한 우락부락한 남자 두명과 실랑이하 고 있는 것 보인다. (한명은 차 문 열고 운전석에 앉아 있고)
세라 (애교 떨며) 갚으께, 오빠....일주일만...일주일만 더 기다려 줘, 응?
남자1 너 일주일 일주일 한 게 몇 번짼지 알어? 확 그냥 이걸!! (한대 칠 듯이 하는데)
세라 (움찔하며) 돈이 없는 걸 어떡해? 내가 뭐 있으면서도 안 내놓나?...오빠! 한번만 딱 한번만 봐줘, 응?
남자1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남의 돈을 왜 빌려 써? (세라의 손목을 잡아 끌며 차에 태우 려 하는) 가자...안되면 니 몸뚱아리도 팔아서 갚아.
세라 오빠아....오빠아.....(하다가 안되겠는지 남자1의 손목을 물어버린다)
남자1 이게 정말....(한대 칠려고 손을 쳐 드는데)
이때, 남자1의 손을 탁 잡아 채서 확 꺽어버리는 손....상두다.
남자1 (비명 지르고)
세라 (반가와서) 상두야...(하며 얼른 상두 뒤로 가 숨고)
상두 덩치가 아깝다, 쨔샤...어떻게 니 반만한 여잘 팰라 그러냐?
남자1 너 뭐야, 새꺄! 이거 놔! 이거 못 놔?!!
운전석에 있던 남자2, 상두에게 달려 오는데, 상두, 그대로 돌려차기 해버린다.
남자1도 순식간에 날렵한 발차기로 넘어뜨려 버리고.
세라, 상두를 황홀하게 본다.
36. #휴게실
세라, 헤벌쭉 웃으면서 여전히 황홀하다는 듯 보는데, 세라의 머리를 꽁 쥐어 받아 버리는 상두.
상두 아주 간뎅이가 부었구나, 부었어....그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런 놈들한테 사챌 빌 려 써?
세라 갚으면 돼....우리 엄마한테 갚아 달라 그럼 돼.
상두 뭐?
세라 나 엄마 찾았단 말 들었지?...보리 외할머니, 니 장모님! 이따만한 족발 가게두 하나 갖구 계시구.....너 완전히 봉 잡았어, 상두야.
상두 (푸후 한숨 쉬고 돌아서 가려는데)
세라 (상두의 허리를 와락 안으며) 보릴 봐서라두 나랑 살자, 상두야....오늘보니까 너 그 래두 나 싫어하는 건 아니던데....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혼하는 게 아니래.
상두 (매정하게 떼어내며)....너 아니래두 나 지금 돌 거 같거든....냅둬, 냅둬, 제발 좀.
세라 보리한테 일러줘야지....니 아빠가 엄마두구 딴 여자랑 바람 핀다구 일러줘야지.
상두 야!
세라 내가 보리한테 새 엄마가 들어오면 니가 얼마나 미움받구 구박 받는지 세뇌를 다 시켜놨어. 밥두 안 주구, 빨래두 시키구, 맨날 회초리루 때리구....
상두 (어이가 없다)
세라 그래서, 내가 새 엄마 얘기만 꺼내두 경끼 일으키구 쓰러진다, 자동으루?...진짜야, 실험 한번 해볼래?
상두 (한심하게 보며) 너...엄마 맞냐?
세라 앞으로 니 행동 하나하나가 보리 병을 악화시킬수도 있구, 낫게 할수도 있으니까.... 니가 행동을 잘 하란 말야, 그러니까.
상두 (차마 때리지도 못하고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니가 사내 자식이었음 삼 박 사일을 패구 하루를 더 팼다.
세라 (삐죽거리며) 보리한테 일러줘야지...니 아빠가 나 패죽이구, 새 엄마 들일라 그런다 구....(가려는데)
상두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세라의 입을 막아버리는)
37. #분식집
은환, 자신앞에 있던 접시들을 싹싹 긁어 먹었다.
종업원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 놀라서 보고.
은환 (종업원에게 웃어주며) 봐요, 제가 다 먹는다구 그랬잖아요.
38. #분식집앞
분식집에서 나온 은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디론가 걸 어간다.
한쪽에 숨어서 지켜보던 교장, 은환을 따라간다.
39. #오락실
은환, 또 팝콘 먹어가며 열심히 오락하고 있다....옳지, 좋았어! 아자! 오버 모션까지 하며....
이때, 교장, 은환옆으로 와서 앉으며 같이 오락을 한다.
교장 (오락하며) 차상두 학생네 갔었더래요?
은환 (흠칫하며 보는) 교장 선생님!
교장 내가 갔더니만 채 선생 인상착의하고 비슷한 사람이 왔다 갔다 그러더라구?
은환 (잠깐 당황하다가....건성으로 오락하며)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차 상두 학생 하구 저, 예전에 친구였었어요.
교장 (오락하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저희들....예전에 많이 좋아하던 사이였어요.
교장 사랑은 변하게 마련이죠....그래두, 닥터 강 같은 훌륭한 사람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 이래요?
은환 지금은....(잠깐 망설이다가) 더 많이 사랑하구 있어요.
교장 학생들이 알면 큰일 날 소리구만.
은환 저 상두 되게 많이 좋아하거든요....너무너무 좋아 죽겠는데,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교장 학부형들까지 알면 채 선생 입지가 아주 힘들어질수도 있어요.
은환 ....내가 얼마나 절 좋아하는지 말해주고 싶은데...어떻게 말해야 걔가 알아 들을 지 모르겠어요. 답답해 죽겠어요.
교장 재단측에서 알면 채 선생 징계 당할수도 있어요.
은환 (비로소 눈물이 그렁해진다) 내가 얼마나 절 사랑하는지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소리 라두 지르고 싶어요.
교장 (오락 멈추고 은환을 미소로 보며)....부럽네...
은환 (눈물이 흐르지만, 웃는) 부러우시죠?.....교장 선생님은 이런 사랑 한번도 못해 보셨 죠?
교장 (고개 끄덕이는)
은환 불쌍하다, 우리 교장 선생님.....(웃고, 계속 오락하는)
교장 .......(웃는)
은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낸다...나는 강해져야 한다. 누가 뭐래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다.....교장과 열심히 오락하며 함성을 질러대는 은환. F.O.
40. #민석 병원 외경(낮)
보리의 비명 소리.
41. #보리 병원 정원
병색이 완연한 보리, 두통으로 울면서 비명을 지른다.
상두, 보리를 담요에 말아 싸안고 꼭 껴안고 있다.
보리 아빠....머리 아파....머리 아파.....아빠...머리 아파....
상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보리 머리 만져주며) 아빠 손은 약손....아빠 손은 약 손.....우리 보리 머리 안 아프게 해주세요.....쎄...쎄....우리 보리 안 아프게 해주세 요....
보리 (칭얼거리며 운다) 아파....머리 아파....아빠....머리 아파...
상두 아빠가 노래 불러주께....우리 보리 애기때 맨날 울다가 아빠가 이 노래만 불러주면 안 울구 잘 잤지?....아빠가 불러주께.
상두, 한쪽 구석에서 양파를 까고 있다....식당에서 보리 정도의 여자 아이와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 서로 짜장면을 먹여주며 다정해 보인다.
상두, 부러운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양파를 깐다.
이때, 중국집 밖에서 만도, 스윽 들어와 상두의 눈치를 살피며 같이 양파를 깐다.
상두 (만도 보지 않고) 일요일인데 장 여사랑 도봉산에나 가지.
만도 (눈치 살피며) 너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마라.
상두 (보는)
만도 너 잡아 먹을려구 왕 찐드기 하나가 우리 집에 죽치구 앉아 있어, 아침부터....세라 찐드기는 유도 아냐.
상두 뭔 소리야, 그게?
만도 죄 짓구 살면 안돼, 그러니까....양파에 대고 맹세한다. 앞으론 진짜 착하게 살거 야, 나.
상두 무슨 소리냐구!!
만도 너 접때 그 샘 기억나냐?....왜 나 원조교제 브로커 뛰러 나갔다가 학생으로 위장하 고 나온 샘한테 딱 걸렸잖아.
상두 (들고 있던 양파를 툭 떨어뜨린다)
만도 그 샘이 어떻게 알구 우리집에 다시 찾아왔어....집안에 짭새가 있는지 너하구 나랑 공범인 것도 알구, 니 이름이 차상두라는 것도 알구...정보망이 거의 FBI수준이야.
상두 (충격으로 멍한)
만도 지 말로는 지가 니 애인이라구 꼭 만나야겠다구 그러는데....내가 바보냐? 그 말을 믿게?
상두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암담함이 느껴진다...양파 속껍질만 계속 벗겨내는)
43. #상두 옥상
은환, 평상에 앉아 작정하고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철가방와서 짜장면 곱배기 놓아 준다.
은환 (돈 지불하고) 여기요...단무지 많이 갖구 오셨죠?
은환, 만화책 펴놓고 보며 짜장면을 비벼 먹는다.
이때, 그런 은환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
그 사이 집으로 온 상두, 한쪽 벽에 숨어 은환을 지켜본다.....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느낀다.
이때, 은환의 핸드폰 울린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어, 엄마...내가 꼭 만나야 될 친구가 있어서 친구 집에 좀 와 있는 데....오늘 저녁에 좀 늦을 거 같애....엄마는 잘 모르는 친구.
상두 ......
은환 (짜장면 먹다가 목이 메이는 듯 가슴 두드리며) 내가 혹시 이 친굴 못 만나면 낼 아침에 그냥 여기서 바루 학교로 출근하께....으응, 옷이랑 칫솔이랑 다 싸갖구 왔어.
상두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돌아서 내려온다)
44. #상두집 일층
상두, 털레털레 걸어내려오는데, 만도, 불안하게 서 있다.
만도 어떻게 담판을 좀 지었냐? 바라는 게 뭐래? 돈이래?
상두 ...쟤 짜장면 먹을 때 물 없이 못 먹어. 물 좀 갖다 주구, 김치두 좀 갖다 줘.
만도 (어안이 벙벙) 정말 니 애인이냐?
상두 (멍하니 서 있다)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고) 네, 보리 실업 김 준홉니다....아, 사모님.....실장님께서 지금 바이 어랑....(하다가 상두를 보고 아차 하며 평소때 껄렁한 목소리로) 사모님께서 아직 연락을 못 받으셨구나.....우리 그동안 사모님한테 사기 쳤어요...우리 실장님 사실은 놈팽이 제(비..하려는데)
상두 (핸드폰을 홱 채서 뺏으며) 아, 자기야....응, 나야....아니, 우리 김부장님이 감기 약 다섯 봉질 한꺼번에 먹더니....정신을 못 차리네.....(전화기 떼놓고) 미스 리! 뭐해? 가서 김부장 좀 말려....(핸드폰에 대고) 아니...자기가 가제튼 줄 알구, 자꾸 목을 뺏 다가 다시 꽂아본다구 구경하라 그러잖아.
만도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상두 요즘 사업 때문에 좀 바쁘긴 한데, 우리 하닐 위한 시간은 언제든 비워두구 있 지!
만도 (미친놈...하며 핸드폰 뺏으려는데)
상두 (돌아서며) 응...오늘 시간 괜찮아...오케이...내가 한 시간안에 글루 가께....사랑해, 하 니야. (핸드폰 끊으며 표정 굳어지는)
만도 너 제비짓 청산한다 안 그랬어?
상두 가서 쟤 몰래 옷 한벌만 좀 갖구 내려 와.
만도 청산하기루 했음 끊어....다시 발 들여놓음 망가질때까지 빼기 힘들어, 임마.
상두 내가 밥두 안 먹구 잠두 안자구 오줌도 안 누구...얼마나 양파를 까면 우리 보리 치 료비 벌수 있을까, 삼촌?
만도 (생각하다가)....넌 갑자기 그런 가슴 아픈 질문을 하구 그러냐? 사람 슬퍼지게?
상두 갖구 와, 어서.
45. #옥상
은환, 만화책 보며 열심히 짜장면 먹고 있다가 목이 메이는지 가슴을 두드린다.
만도, 오다가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웃으며.
만도 ....물이랑 김치 좀 갖다 드릴까요, 샘?
은환 화장실 좀 쓰께요. 삼촌.
만도 안돼요....집안까지 들어오시면 곤란하죠, 샘.
은환 그럼 여기서 싸요?
만도 집에 가세요, 그러니까.
은환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경찰에 찔러버리는 수가 있어요, 삼촌.
만도 (기함하다가)...드..들어가세요, 샘.
46. #상두 옥탑방안
만도, 문을 열어주고, 은환,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으며 주위를 휘 둘러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하게 살고 있는 상두의 방.
은환 부모님은 어떡하구, 삼촌이랑 살구 있어요?
만도 저기...화장실은 이쪽인데요, 샘?
은환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팔 모양의 전축이 눈에 들어온다. 심하게 일렁이는 눈 빛....전축앞으로 다가간다.) 이...이게 왜 여기 있어요?
만도 에?
은환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해져) 이거....우리 아버지 유품인데....이게 왜...이게 왜 여기 있어요?
만도 아, 정말....(전축에서 은환의 손을 떼어내며) 오줌싸러 왔으면 오줌이나 싸세요, 샘....우리가 사기는 치구, 거짓말은 해두 도둑질은 안해요, 샘....이 샘이 진짜 사람을 어떻게 보구....
은환 이게 왜 여깃냐구요?!!
만도 세상에 이런 물건이 하나밖에 없어요, 샘?!!....내가 저 길바닥에 버린 거 줏어 왔어 요, 왜?!!
은환 (그제야 격앙됐던 표정 추스려지며....멋쩍은 표정)
만도 오줌 안 싸세요, 샘?
은환 (일어난다...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전축을 돌아보는)
47. #상두집 일층
상두, 왜 이렇게 안 내려와?.....위를 올려다 보며 서성거리는.
48. #상두 화장실
은환, 변기에 앉아 있다.
은환 ....삼촌!
49. #상두 거실
만도, 커다란 쇼핑백에다 상두의 양복과 와이셔츠등을 챙겨 넣는데.
은환(E) 삼촌!!
만도 (흠칫) 저요?.....저 부르셨어요, 샘?
50. #화장실
은환 저 삼촌 안 미워해요....삼촌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혼잣말 처럼) 상두 삼촌이니 까...
51. #상두 거실
만도, 양복을 챙겨들고 조심스럽게 나간다.
52. #화장실
은환 상두한테 꼭 전해주세요....상두가 대단하구 훌륭한 사람이어서 상두 좋아했던 거 아 니예요....상두가 어떤 사람이어두....상관 없어요, 전.
53. #상두 거실
아무도 없다.
54. #상두집 일층
만도, 상두에게 쇼핑백 건네준다. 상두, 잠깐 위를 다시 쳐다 보고 발걸음 돌려서 간다.
55. #상두 거실
변기 물내리는 소리 들리고, 은환, 나온다....집안을 휘 둘러보는 은환....상두 방으로 들어간다.
56. #상두방
은환, 상두방을 둘러본다....보리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벽 한쪽에 걸려 있다. (아기 때부터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음 좋겠습니다)
은환,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가슴을 잡는 은환....괜찮아...당황하지 말자, 놀라지 말자....의연해지자....
문득 고개를 돌리던 은환의 시선에 핸드폰 하나가 들어온다. 예전에 잃어버렸던 자 신의 핸드폰이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며 핸드폰을 들어서 보는 은환.
57. #플래시백-1회
지하철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소매치기 해서 달아나던 젊은 남자.
도로를 가로질러 쫓아가다 교통사고가 났던.
58. # 상두방
그 남자가 상두였나....설마...아닐거야....세차게 고개 젓는 은환....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핸드폰을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만도(E) 샘!
은환 (얼른 핸드폰을 제자리에 놓고 등을 돌리고 선다)
만도 (들어오며) 화장실만 쓰시기로 해놓구 여기까지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샘?....이거 명 백히 불법 가택 침입이예요, 샘.
은환 죄...죄송해요.
만도 샘도 그럼 경범죄 하나 추가하셨으니까, 저랑 쌤쌤하시죠.
은환 (애써 웃으며) 그래요, 그렇게 해요. 쌤쌤해요. (주저앉고 싶을 만큼 다리가 후들거 리지만 안간힘을 쓰며 견디는)
59. # 상두 동네 계단
쇼핑백 들고 계단을 걸어내려 가는 상두....이때, 그런 상두를 한쪽에서 숨어서 지켜 보는 지환, 애증이 섞인 복잡한 눈빛.
60. # 레스트랑
말쑥하게 차려입은 상두,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선다.
저 앞으로 졸부티가 나는 30대 후반녀 상두를 향해 손을 흔든다.
상두, 졸부녀를 눈이 부시다는 듯 보다가 다시 고개 돌리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졸부녀 자기야, 여기!!
상두 (고개 갸웃하는)
졸부녀 (손을 흔들며) 여기, 여기!!
상두 (저요? 자기를 가리키며 여전히 고개 갸웃하며 다가가서는 뚫어지게 바라본다)
졸부녀 왜 그래, 자기야! 나, 나 몰라?
상두 (놀라는 표정 지으며) 어? 목소리는 분명히 우리 하닌데?
졸부녀 (어리둥절) 자기야....왜 그래? 내 얼굴도 잊어버렸어?
상두 야아, 너무 이뻐져갖구 난 웬 미스코리아가 앉아 있는 줄 알았잖아!! 자기 정말 이 렇게 사람두 못 알아보게 뷰티엔 섹시해져두 되는 거야?
졸부녀 (좋아서 헤벌레) 그렇게 내가 뷰티엔 섹시 해졌어? 화장품을 바꿔서 그러나....
상두, 졸부녀를 향해 윙크하더니 마술을 한다...팔을 몇번 이리저리 돌리던 상두의 손에 잠시후 쥐어진 장미 한송이....봉우리가 떨어질 듯 달랑거린다.
상두, 무릎을 굽혀서 장미꽃을 졸부녀에게 내민다.
상두 야아, 이 장미꽃조차두 자기의 미모에 고개를 숙이잖어, 봐.
졸부녀 자기야...(장미꽃 받으며 눈물까지 글썽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상두 (느끼하던 표정 한순간 쓸쓸해졌다가 갑자기 짧게 비명 지르며 통증을 느끼는 듯 가슴을 잡는다)
졸부녀 (놀라서) 자기야! 왜 그래?
상두 (통증을 느끼는 표정 짓는다...한순간 고개 돌리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꾀병이다)
레스트랑밖 에서 그런 상두를 지켜보는 지환의 눈빛이 서늘해진다.
61. # 보리 병실
민석, 진료하기 위해 들어와 보리 침대앞으로 온다.
보리,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민석, 보리의 흘러내린 이불을 덮어주다가 보리 머리 위 벽에 붙어 있는 그림(보리가 그린)을 본다.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의 그 림...아빠, 엄마, 보리, 할아버지...네 식구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다.
민석, 심난해 진다.
62. # 병실 복도
민석, 나오는데, 복도 앞으로 지환이 서 있다.
지환 (씨익 웃으며) 매형!
민석 (갑작스런 지환의 방문에 당혹스러운)
63. # 병원 휴게실
지환, 앉아 있는데, 민석, 캔 음료 내민다.
민석 어쩐 일이야, 여긴?
지환 (대뜸) 우리 누나랑 요즘 문제 있어요?
민석 (피식) 왜, 누나가 뭐라 그래?
지환 자기 여자 하나두 관리 못하구 뭐해요, 매형은?....누나랑 통화는 자주해요?
민석 내가 워낙 바쁘잖어.
지환 매형이 가서 좀 끌구 오세요....엄마한테 거짓말하구 그 자식 집에 있어요, 누나.
민석 응?
지환 제가 언제 말했었죠? 차상두라구 우리 학교 수위가 있다구...그 사람 사실은, 누나 첫사랑이었어요.
민석 ......(캔 음료 따서 마신다...착잡하다)
지환 누나, 지금 그 형네 집에 있어요.
민석 (흠칫)
지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요. 돌아도 보통으루 돈 게 아녜요.
민석 ......
지환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막을 사람 매형 밖에 없어요!
민석 ......
64. #상두집 옥상 (노을녘)
은환, 평상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만도, 집안에서 만화책 들고 나오다가 은환을 답답하게 본다.
만도 이제 해두 질라 그러는데, 집에 가세요, 샘!!
은환 (그대로 고집스럽게 앉아 있다)
만도 아, 만화책 잘봤어요, 샘....(은환옆에 만화책 갖다 주며) 5권이 빠졌더라구, 근데.
은환 상두 있는 데 가르쳐 주세요.
만도 모른다니까, 난...군대 갔어요, 군대.
은환 삼촌...제발요....저 상두 꼭 만나야 돼요.
만도 나 지금 나가봐야 되거든, 샘?....여기 문 잠궈 버리면 샘 화장실도 못가요.
은환 (고집스럽게 앉아 있다)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다가 흠칫 놀란다. 은환, 만도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만도,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은환, 잽싸게 나꿔챈다.
만도 샘!
은환 (핸드폰 창에 “상두”라고 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쪽으로 뛰어가 폴더 열어 받는다)
만도 (어쩌지도 못하는데)
은환이 들고 있는 만도의 핸드폰으로 상두의 목소리 들려온다.
상두(F) 삼촌, 와서 바람 좀 잡아줘야 겠어....딱 한 장만 챙기자....여기 **동 **레스토랑 이야.
은환 (핸드폰에 소리 안 들어가게 손으로 꼭 막고 있다...가슴이 먹먹하다.)
상두(F) 삼촌, 안 들려?.....여보세요, 삼촌!!
만도 (핸드폰을 채서 뺏는다) 여보세요, 상두야!
은환 (멍한 표정으로 보고)
만도 여보세요....어우, 끊어졌잖아.
은환 (평상쪽으로 가더니 가방을 챙기는데)
만도 어디 가세요, 샘?....(하다가 뭔가 발견하고) 샘?!!
은환, 가방 챙겨서 고개 들어보면, 바로 앞에 민석이 서 있다.
은환 (당황)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민석 가자. (은환의 손목을 잡는다)
은환 놔아.
민석 못 놔...차 상둔 절대루 안돼!
은환 미안하다 그랬잖아! 벌 받는다 그랬잖아!!
만도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동그래서 열심히 눈동자 굴리며 보고)
민석 그래, 너 벌 받어...차상두한테 가면 너 천벌 받어.
은환 민석씨!
민석 (버럭) 세상엔 니네들 사랑밖에 없어? 니네들 사랑만 중요하고 니네들 사랑만 대단 해?!!
은환 민석씨....
이때, 세라, 빨래를 들고 올라오다가 민석과 은환의 모습에 당황해서 발걸음 멈춘 다.
만도 세라야!
은환 (세라를 보고 당황하는)
민석 (암담하다)
세라 이 분들이 여기 웬일이셔?
은환 (보리를 사진에서 본 탓에 세라의 존재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옆집 언니라 생각한 다. 민석의 손을 떼어내고) 내 인생이라 그랬잖아....이제 상두가 없음...내가 죽어.
(휙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민석 (암담한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린다)
세라 ...(목소리가 떨린다) 저...저 기집애 지금....뭐라 그랬어요?
민석 (할 말을 잃는다)
만도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서 열심히 눈알만 굴리고 있고)
세라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죠, 그쵸?
민석 ......
세라 저 기집애가 말한 상두가 우리 상두 아니죠? 그쵸?!!
민석 .....
만도 (눈치도 없이) 우리 상두 맞어, 세라야.....접때 왜 상두가 못 잊는다는 샘이 저 샘이 래, 세라야.
세라 (들고 있던 빨래를 떨어뜨려 버린다)
민석 .....
만도 근데, 방금 그 샘이 정상은 좀 아닌 거 같은데요, 샘?....암만 내 조카지만, 샘같은 호구를 두구 상두 자식이 뭐가 좋다구 죽느니 마느니 그런 정신 나간 소릴 해요, 샘?
민석 (그저 암담할 뿐이다)
세라 (기가 막힌 웃음, 소리 내어 웃어버린다)
65. # 일각 길
은환, 택시를 잡고 있다.
은환 **동! (상두가 있다고 했던)
66. # 레스트랑(밤)
상두, 손수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꺽꺽거리며 우는 체 하고 있다....
졸부녀, “어뜩해. 어뜩해” 하며 같이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리고.
졸부녀가 안 보는틈에 간간히 안약을 넣고 침도 바른다.
상두 (꺽꺽거리며) 첨에 의사가 당장 수술 안하면 3개월 이내에 죽는다 그러는데, 그땐 하늘이 내려 앉고 세상이 끝난 거 같앴거든...근데 좀 지나니까 어차피 사람이 한번 은 죽는 거, 공수레 공수거다....그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
졸부녀 그래서, 자기 재산을 사회 단체에 다 기부해 버렸다구?
상두 색즉시공 공즉시색!
졸부녀 자기야.
상두 인생이란 그렇게 허무하고 허무한 것을....뭘 그렇게 더 가지고 더 누리겠다구 아득 바득 돈돈 거리며 살아왔을까, 난?
졸부녀 자기 뜻은 너무 훌륭한데, 그래두 수술비는 남겨두구 기부하지!
상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 리라.
졸부녀 그만...자기야...더 듣고 싶지 않어....죽는다는 말 그만 해, 제발.
상두 (사의 찬미 흥얼거리는) 적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졸부녀 (울컥) 수술하면 되잖아...수술하면 살수 있다면서?
상두 돈이 있어야 수술을 하지...수술비가 한 두푼두 아니구...
졸부녀 그러니까, 수술비는 남겨두구 기불 하지!
상두 색즉시공 공즉시색!...나무 아미 타불.
이때, 은환,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서며 상두와 졸부녀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심호흡하는 은환, 상두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상두 (충격을 받고 멍해진다)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시선을 외면한다)
졸부녀 알았어! 천만원? 내가 내주께....자길 살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한 돈두 내 놓을 수 있어, 나.
상두 (정신 가다듬고 졸부녀에게 말하는) 고마워, 자기야....자기 은혜 평생 안 잊으께.
졸부녀 자기같이 훌륭한 사람들은 꼭 살아 남아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계속 앞장 서야 지.
상두 .......(애써 웃으며) 고마워......(돌아버릴 것 같지만, 이 앙물고 참으며)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살게. (은환의 시선 외면한 채)
은환 (눈물이 날 거 같아 눈을 부릅뜬다)
졸부녀 (핸드백에서 수첩 꺼내며) 자기 계좌 번호 불러봐.
상두 ......음....한국 은행 1588....
은환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벌떡 일어서더니 상두앞으로 다가간다) 상두야! 학교 가 자!!
상두 (흔들리는 표정으로 은환보다가 다시 시선 외면한다)
졸부녀 누구세요?...상두가 누구야?....자기 아는 사람이야?
상두 계좌 번호 불러 달라며? 한국 은행...1588-30-
은환 여기서 뭐하는 거야, 상두야? 학교 가자....(상두 팔을 잡고 흔들어 대며) 학교 가자 아....
상두 (그대로 은환 시선 외면하며) 받아 적었어? 30-4578 (은환은 계속 학교 가자며 상 두를 흔들고 있고)
졸부녀 이봐요, 아가씨!.....멀쩡하게 생긴 아가씨가 실성했나? (근처에 있는 웨이터 부르며) 이봐요! 이 미친 아가씨 좀 끌어내...
상두 (여전히 은환 외면한채 졸부녀 보며 괜히 소리 지르는) 뭐해애? 받아 적을 거야, 말 거야!!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웨이터 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나가시죠...(은환을 끌고 나가려 하는데)
은환 놔요, 아저씨...(계속 상두를 흔들어대며) 학교 가자,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아!!
상두 30-4578...(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졸부녀 자기야!!
은환 상두야!!
67. #레스트랑 앞 거리
상두, 굳은 표정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상두 뒤로 레스트랑에서 나온 은환, 상두를 부른다.
은환 상두야! 상두야!!
상두 (그대로 걸어가는)
은환 (있는 힘을 다해 상두를 향해 뛰어오더니 상두 앞을 가로 막고 선다)
상두 (먹먹한 표정으로 보는)
은환 학교 가자.
상두 (고개 저으며 은환을 밀쳐 내고 걸어가는데)
은환 (상두의 팔을 잡는다)
상두 (멈칫 서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며) 그래, 이젠 내가 가께.....내가 가께, 넌 거기 있어.....
상두 ......
은환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피하지만 말구 거기 있어, 상두야.
상두 (은환을 돌아본다....싸늘했던 상두의 표정에 미소가 돈다.....허탈하고 슬픈 미소)
은환 (자신도 상두를 향해 웃어준다)
상두 (위악적인) 너 때문에 지금 천만원을 날렸어.
은환 (당황하는)
상두 (얼굴에 미소는 띤 채) 남의 영업을 그렇게 방해하면 안되지 않냐? (표정이 싸늘해 지며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은환의 손을 떼낸다)
은환 (당황하는) 상두야!
상두 (보다가...돌아서서 간다)
은환 상두야!!
상두 (심장이 터질 것 같다....부지런히 걸음 옮겨간다)
은환 상두야!!
68. #거리
상두, 눈물이 그렁해 걸어간다....눈물이 날 것 같자, 선글라스 꺼내서 쓴다.
“상두야!” 부르는 은환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69. #레스트랑앞
은환, 멍해서 서 있다.
70. #거리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인파 속을 걷고 있는 상두.
71. #신호등앞
사람들과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두.
신호등 파란색으로 바뀌고, 상두, 잠깐 멍해서 서 있다가 사람들과 함께 횡단 보도 를 건넌다.
횡단보도 중간쯤 건너던 상두,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휙 돌아서서 왔던 길을 거 슬러 뛰기 시작한다.
72. #거리
뛰어가는 상두.
73. #레스트랑앞
멍해서 서 있던 은환,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이때, 반대편에서 땀 범벅이 되서 나타나는 상두....선글라스를 벗고 돌아서 가는 은 환의 뒷모습을 본다. 은환아....부르려다가 차마 부르지 못한다.
허탈하게 은환을 바라보는 상두.
74. #심란 족발집안
심란, 행주로 테이블을 닦다가 몸살기가 오는 듯 이마를 짚어보고 몸을 움츠리며.
심란 몸살이 올라 그러나...(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 돌아보며) 나 오늘 몸두 안 좋구, 일 찍 문 닫자, 아줌마.
75. #족발집 앞
심란, 문 닫을려고 준비하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한다.
세라, 가게 옆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심란 야!
세라 (퉁명스럽게) 돈이 많으니까 배가 부르시구나, 아줌마....벌써 문 닫으실라구?
심란 (울컥하지만) 너 지금 옷 꼴이 뭐냐, 그게? 날 잡아잡수우...광고하고 다니냐?
세라 (끄응 일어서며) 족발 먹구 싶어 왔는데, 안 되겠네.....(가려는데)
심란 (세라의 팔을 잡으며) 문 안 닫어...몇신데 벌써 문을 닫어?
76. #족발집안
족발이외에도 생선회와 갈비찜등 거하게 차려진 상.
세라, 상 앞에 앉아 있다.
심란, 주방에서 다시 음식들을 날라와 놓는다.
세라 소주나 한병 주지, 아줌마.
심란 술 마시지 말구, 음식이나 처 먹어!!
세라 정말 이 집 장사 이상하게 하네! 손님이 소주 달라는 데 뭔 말이 그렇게 많어?!!
심란 기집애가 누굴 닮아 성깔머리가 이렇게 못됐어?.....(소주를 가지러 냉장고쪽으로 간 다)
세라 (음식 집어 먹으며) 이 집 딸은 아직 안 들어왔나?
심란 (냉장고에서 소주 두병을 꺼낸다)
세라 아줌마 딸내미 하난 참 잘 길렀대?....똑똑하구, 이쁘구...공부도 많이 하구....선생님이 라며?
심란 (소주병 들고 와 입으로 병 마개를 따더니 벌컥벌컥 마신다.)
세라 궁금한게 있는데, 자기 속으로 난 자식이 아닌데두 그렇게 좋구 이뻐?
심란 그래, 좋구, 이뻐!
세라 (심란의 소주병을 뺏아 마시고) 자기 속으로 난 자식보다 더 좋구 이뻐?
심란 (당황하는)
세라 만약에 말이야....만약에....아줌마가 속으로 난 자식이랑 그 기집애랑 또 머리칼 붙잡 구 싸우면 누구 편 들거야, 아줌마?
심란 .....(어이없다는 듯 보는)
세라 지난번 누구처럼 또 그 기집애 편들면서 아줌마 속으로 난 자식은 빗자루로 팰거 야?
심란 너...정말 못됐구나....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겪구 살았길래 인간이 이렇게 이상하게 변했어?
세라 벌써 그렇게 실망하면 곤란한데, 아줌마....나 있지, 아줌마가 상상도 못하게 나쁜 년 인 거 모르는구나.
심란 (어이가 없는데)
이때, 지환, 들어서며.
지환 아, 저 라면 머리 또 왔네.
세라 (휙 돌아보고) 안녕! 고삐리!
지환 (흘겨보다가) 우와...무슨 상을 이렇게 껄적지근하게 차렸어? 우리 집에 회랑 갈비찜 이랑 이런 거 안 팔잖아. (집어 먹는)
심란 (당황한 표정)
세라 얜 아줌마가 낳았어?
심란 (소주를 마신다)
세라 (지환의 볼을 잡아 당기며) 야, 짜식 넌 복 받았네....엄마 밑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 구...호강하며 컸겠네.
심란 ......
지환 (세라 손을 확 쳐내며) 이 아줌마가 왜 이래, 정말....족발 먹으러 왔음 족발이나 곱 게 처 먹구 가셔.
심란 지환아.
세라 귀여운 고삐리...그러지 말구 나랑 좀 놀자.
지환 (눈을 부라리며) 아, 증말!!.....(심란보며) 엄마, 누나랑 얘기 좀 해봐. 무슨 생각을 하구 사는지 누나한테 관심 좀 가져.
세라 나랑 놀자, 고삐리이.
지환 아줌만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심란 보며) 누나, 요즘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하거 든, 엄마.
세라 나 좀 봐줘라, 고삐리.
지환 아줌마, 변태니?....(다시 심란 보며) 우리 오늘 누나랑 셋이 노래방 갈래? 가족간의 화합도 도모하면서 누나의 고민도 좀 들어보구...
세라 (O.L. 버럭) 나두 니 누나야, 자식아!!
심란 (흠칫)
지환 (아,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보는)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나두 니 누나라구!!...아버진 다르지만, 나두 니 누나야!!
지환 (무슨 소리야, 엄마? 하는 표정으로 심란을 보는)
심란 (눈물이 그렁해서 세라를 보는)
77. #은환방
은환, 침대와 와 털석 눕는다.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해두 나 도망 안가......누가 이기나 해 볼래, 차상두?
78. #보리병실
은은한 조명등만 켜져 있고, 상두, 털레털레 들어서 보리에게 간다.
창백한 보리, 잠들어 있다.
상두, 보리의 이마에 입맞춤 하다가 문득 보리 머리 위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본 다. (보리가 그린 가족 그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던 상두, 그림을 떼어내려 하다가 멈칫하며 손을 거둔다.
보리 침대에 엎드리는 상두....눈빛이 쓸쓸하다.... F.O.
79. #은환 학교 외경 (아침)
80. #은환반 교실
수창, 택구, 성길, 진진, 미영등 정신없이 시끄럽다.
희서, 상두의 빈자리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막상 안 보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상두의 빈자리가 가슴 아프다.
이때, 누군가 “담탱이 떴다!” 이야기 하고, 아이들, 자리로 가 앉는다.
잠시후, 교실문 열리고, 은환, 들어선다.
은환, 습관처럼 상두의 빈자리에 시선을 주다가 교탁으로 간다.
81. #은환반 교실 복도
은환, 종례를 마치고 나와 걸어간다.
창호, 교실에서 나와 은환옆에 붙어 걸어가며.
창호 차상두 학생 일주일째 무단 결석이죠?....이렇게 되면 자동 제적으로 처리되는 거 아 닌가요?
은환 (걸음 멈추고 창호보며) 상두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선생님....지난번에 선생님 새 차 부순 거....제가 다달이 월급 떼서 갚아 드리께요.
82. #구름다리
은환, 구름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순애, 반대편에서 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반 가움이 넘쳐 감격적인 표정으로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