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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필리핀 UST교정 사진을 잠시 봤습니다. 교정이 참 아름답네요. 사진을 보며 필리핀에 있는 형제들 생각이 났습니다. 유스티노형제의 등쌀에 이제는 수도원에 없는 요아킴형제, 저 이렇게 셋이서 안산수도원에서 대부도까지 자전거 따고 가서 대부도 뚝방에서 라면 끓여 먹었던 일이 남겨진 사진과 함께 이제는 추억이 되어 가슴 시리게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여기는 타이완(臺灣) 남서부에 있는 타이난(Tainan)이라는 곳입니다. 타이난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로 1891년 수도가 타이베이(臺北)로 옮겨지기 전까지 타이완의 행정 수도였던 곳입니다. 이곳 인구가 70만이니 안산보다는 약간 더 큰 규모의 도시입니다. 날씨와 습도 음식은 홍콩과 비슷한 것 같고, 물가(物價)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싼 것 같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람들 사는 모습은 홍콩과 우리나라보다는 떨어지고, 중국보다는 살기가 낳은 것 같습니다. 중국과 홍콩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이 도시에 대한 설명은 이정도로 마치고요.
제가 있는 수도원은 타이난시에서도 가장 중심입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타이난기차역이 있고, 주변에 온통 상가건물과 학생들 보습학원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스페인신부인 원장 리까르도신부(58세)와 꽈드라도신부(43세)가 폴란드신부인 보익신부(34살)가 살고 있습니다. 리까르도신부는 대만에 산지 30년 정도 됐고, 해마다 성주간이 되면 해변에 나가서 십자가를 지고 다녀서 대만에서는 괴짜로 유명한 분입니다. 겉보기에는 괴팍한 사람 같지만, 실제로는 이해심과 정이 많고, 편한 분 같습니다. 그리고 꽈드라도는 신부는 대만에 온지 15년 정도 됐고, 유럽인답게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키가 좀 작고, 이성적인 성격 같지만 까다롭거나 어려운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스페인신부들은 만다린(중국어)을 배웠는데 반해 이 신부는 타이완어를 배워서 실제적으로 이 수도원의 거의 모든 일을 이 꽈드라도신부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익신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미남이지만 진지함이 도를 넘어 군인같은 느낌이랄까? 좀 어두워 보이기까지합니다... 더 지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산처럼 이곳도 아주머니(60세 정도) 한분이 출퇴근하면서 청소며, 점심과 저녁을 준비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음식을 탐하거나 가려먹는 성격이 아니라 그다지 음식이 불편하지는 않아요. 신부들의 빨래를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것 같은데, 저는 남에게 옷 맡기면 옷 갈아입는 것도 불편하고, 속옷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싫어해서 제 빨래는 그냥 제가 하려고 합니다.
좀 더 소식을 올렸어야 했는데, 홍콩에서 제 노트북이 고장났어요. 전문가에게 문의했더니 메인보드문제랍니다.(돈 억수로 드는) 그래서 고치지 않고 그냥 버려버렸습니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여러 친구와 은인들이 선교지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쓰라고 준 돈을 가지고 있다가 이곳 수도원원장신부에게 드렸더니, 그 돈으로 며칠 전에 새 모니터와 데스크탑본체(컴퓨터)를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언어는, 신부님들이 중국어보다는 영어 쓰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해서 수도원 안에서는 주로 영어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영어도 중국어도 부족해서 내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냥 남의 예기를 듣고만 있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식사 중에는, 리까르도신부(원장 59살)와 꽈드라도신부(43살)의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꽈드라도신부가 중국선교에 대한 의견을 이죽거리듯 표현하자, 리까르도신부가 열을 내면서 두 사람의 충돌이 시작 됐습니다. 꽈드라도신부는 형제들이 중국선교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리까르도신부는 중국선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고,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한 분이시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옆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다른 두 사람이 10여년을 함께 살았을까 싶습니다. 리까드도시부가 보익신부를 붙잡고 열을 내고 있을 때, 꽈드라도신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따라서 저도 식당을 나왔습니다.
말아야, 젊은 꽈다라도신부 말이 더 맞죠. 제가 봐도 중국선교에 대한 형제들의 생각에는 과장된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남이야 중국선교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든, 국을 끓여먹든 남의 의견에 대해 그렇게 이죽거리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버릇은 좋은 습관이 아니죠. 어느 한쪽이 크게 잘못이 있거나 정당성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닌 것을, 상대를 배려하며 말하는 습관이 부족해서 서로 간에 말다툼이나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기는 것을 종종 봅니다.
저 역시 예전에 이런 일들로 형제들과 참 많이 다퉜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형제가 제 의견에 대해 조금이라도 나쁜 쪽으로 말하면, 왜 그렇게 쉽게 열이 오르던지... 급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제 성격 탓이었음을 잘 압니다. 이런 이유로 저와 가장 많이 다툰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안산에 계신 배신부님이었습니다.
어제 배신부님이게서 E-메일을 받았습니다. 대만에 오자마자, 전화로 인사는 드렸었는데, ‘바뻐서 연락이 늦었다, 미안하다’는 그분의 메일을 읽으며, 그 동안 그분께 잘못한 일이 참 많았음을 새삼 느낍니다. 안산공동체 살림을 모두 맞아서 애쓰는 분께 ‘공동체를 위해 애써 주어서 고맙다’는 말보다는 철 없이 불만을 토로 할 때가 더 많았으니...
한국을 떠나온 이후, 한국도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모른 체, 한국공동체를 떠나왔다는 죄책감으로 줄곧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왠지 이곳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언제든 한국공동체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내심(內心)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성균부제(요한)에게서 E-메일을 받았는데, 10월 서품 후에 안산에 발령받고,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오직 가능성-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성균이라면 똑똑하고, 싹싹하고... 정말 믿음이 가는 형제죠. '곧 서품받는 형제들도 생기고, 성균이까지 한국공동체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내가 더 이상 한국공동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안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한국공동체에 대한 걱정과 미련을 떨치고, 이곳 대만으로 마음이 옮아가는 저 자신을 느꼈습니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곧 금경축을(7월 25일 미아동성당) 맞이하시는 하비에르신부님을 비롯해서 심지어 저와 자즌 다툼으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형제들에게까지 고마움과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깊은 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외국 땅까지 나와 살면서 엄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늘 가족을 챙기는 큰형과 작은형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에 감사를 느끼며 저 역시 앞으로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이곳 린주교님께 인사차 방문했을 때 리까르도신부님과 대만도미니코수도회원장님이신 토마스미구엘신부님과 함께 찍은 사진 보내드립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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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어 신부님 긴 글 감사하네~ 대만에서도 늘 주님의 사랑을 품고 사는 도미니칸이 되기를 비네~ 종종 소식 전해주길 기대하며, 짧은 글로 여러번 올려주면 좋지 않을까 하네~ 한 번에 길게 적으면 읽는 사람의 인내심도 필요할 것 같구~ 나야 모어 신부님 무척이나 존경하니까 재미있게 다 읽었지만...*^^* 부디 건강 요망~
한국 도미니칸으로써 훌륭한 선교사로 살아가리라 생각 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모어 신부님매우 요 소식 정말 기쁘네요 ^^ 그 곳에 계신 신부님들과 찍으신 사진을 보니 모든 분들이 몸관리를 안하시고 계시네요 한마디로 "뚱뚱해" 인데 모어 신부님께서는 고런 것은 닮지 마시길 .. 하 건강하세요 홧팅
모어 신부님, 건강해보여서 좋습니다. 리카르도 신부님은 예전에 홍콩에서 수련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해 주실때 만나뵈었었는데 사진으로 다시 뵈니 반갑네요. 앞으로도 소식 자주 올려 주세요. 감솨~
신부님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
신부님1
점점 더 성숙해져가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언제나 건강유의하시면서 잘 적응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