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경기
육상은 인간이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기의 스포츠이면서,
인체의 능력을 최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경기기술이 발휘되는 종합스포츠다.
▶남자 400미터 계주 세계기록은 100미터에 9초28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육상선수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다.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계주에서 모두 우승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거리 3관왕’을 차지한 유일한 스프린터다. 그는 또한 3종목 모두 세계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육상경기의 속도경쟁은 흔히 100미터를 중심으로 비교되며, 100미터 기록이 가장 빠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사인 볼트가 가진 단거리 3종목의 세계최고 기록을 비교해 보면 단위당 평균속력이 가장 빠른 종목은 100미터(초속 10.44미터)가 아닌 400미터계주(초속 10.78미터)다. 400미터계주를 1백미터당 평균기록으로 환산하면 9초28에 해당한다.
▶가장 멀리 날아가는 투척종목은 창던지기
원반, 창, 포환, 해머 등 4대 투척경기는 고대 부족 간 전쟁에 대비한 훈련과정에서 스포츠로 발전했다. 투척경기는 힘을 바탕에 둔 파워와, 턴과 스텝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기술의 경기다.
투척선수는 신장이 크고 단단한 근육을 가진 체형으로, 육상선수들 중 가장 우수한 체격을 가진다.
창던지기는 투척종목 중 가장 멀리 날아가는 종목이다. 해머와 포환은 2미터13센티미터, 원반은 2미터50센티미터의 원형으로 제한된 구간 내에서 던져야 하지만 창던지기는 약 30미터의 도움닫기가 허용되고 무게도 남자 8백그램, 여자 6백그램으로 가장 가볍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투척 각도는 45도로 날아갈 경우 정확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가장 멀리 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창은 가볍고 길기 때문에 45도로 던져지면 공기저항을 크게 받게 되면서 머리 부분이 들려 멀리 날 수 없게 된다. 최근 미국 UCLA 스포츠생체공학연구소는 정상급 창던지기 선수들은 대부분 31~33도 사이로 던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헤머던지기는 피겨스케이팅과 사촌지간
투척종목인 해머선수는 몸을 빠르게 회전하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무거운 중량의 해머를 빠르게 회전시킴으로써 구심력을 최대한 증가시켜야 한다. 해머 무게는 남녀 각각 7.257킬로그램과 4킬로그램. 지름 2.135미터의 서클 내에서 하체를 고정한 채 머리 위에서 1미터가 넘는 연결줄에 달린 해머를 회전시켜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해 투척한다.
회전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능력의 관점에서 해머던지기와 피겨스케이팅은 유사점을 갖는다.
요즘 대부분 해머선수들이 회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4회전 기술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선수들이 처음 시도했다.
4회전 기술. 많이 들어보지 않았던가?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주쿄대)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로부터 ‘회전에 관한 비법’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이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는 400미터
400미터 경기는 단거리종목 중 가장 긴 거리를 달린다. 단거리종목은 레이스 중 들이마신 산소가 실제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전혀 이용되지 못하는 무산소 에너지로 달린다.
100미터는 대부분 이미 저장된 에너지로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
200미터의 경우에도 소비 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저장 에너지를 이용하며 레이스 후반에 가서 추가 에너지를 분해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단거리를 최고속도로 계속 달리면 젖산이란 피로물질이 안정 시보다 훨씬 많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400미터 경기는 무산소 상태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의 한계에 이르게 되면서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가 거의 고갈되고, 새로운 피로물질도 많은 양 축적되어 근육이 극도의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탓인지 지금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거리 3종목을 혼자 휩쓴 선수는 없다. 100미터, 200미터 2관왕은 우사인 볼트, 칼 루이스, 제시 오웬스 등이 있지만 200미터와 400미터 2관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우승자 마이클 존슨이 유일하다.
▶육상선수 심장은 크기와 기능이 일반인의 1.5배
육상선수는 계속된 훈련을 통해 더욱 튼튼한 스포츠 심장을 완성하게 된다. 초음파 심장 촬영기술(Echocardiography)로 심장 구조와 기능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육상선수는 좌·우 직경이 일반인의 거의 1.5배 이상 증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좌심실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되어 혈액을 한 번에 짤 수 있는 양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중·장거리와 마라톤선수의 심장에서 나타나며 한 번에 짜 내는 혈액량이 많기 때문에 심장박동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효율적인 심장기능을 나타낸다. 마라톤선수의 안정 시 심박수는 현저하게 감소하여 40~45회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반인은 60회 이상을 나타낸다. 심장 무게도 차이를 나타내는데, 중·장거리 혹은 마라톤선수는 3백50~4백그램에 이르지만 일반인은 약 3백그램에 불과하다.
▶기온과 바람은 변수이자 ‘웬수’
초속 2미터 이상의 풍속이면 100미터와 멀리뛰기는 기록이 공인되지 못한다. 두 종목 모두 개인의 집중력과 리듬감은 물론 기온, 바람, 공기저항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대기압이 낮은 고지에서는 공기저항이 적기 때문에 멀리뛰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해발 2천2백미터 고지에서 개최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밥 버몬이 수립한 8미터90센티미터는 무려 23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1991년 도쿄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이크 포웰이 칼 루이스와 명승부를 벌이면서 새롭게 수립한 8미터95센티미터도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또 더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온도지수(WBGT)가 섭씨 28도 이상이면 마라톤경기를 금지시킨다. 고온과 함께 습도가 높으면 발한과 호흡에 의한 증발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습기 찬 대기는 수증기의 포화정도가 높게 되면서 피부표면과 대기 사이의 수증 기압 차이가 현저히 감소하여 땀의 증발이 어렵게 됨으로써 증가하는 체온의 효과적인 조절이 어렵게 된다. 엄청난 에너지 열량을 생성하기 때문에 만약 체온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완주 후에는 약 1백20도까지 체온이 증가될 수 있다.
글·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