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수련회를 하던때 갑자기 백구 한마리가 정토사에 나타났습니다.
첫눈에도 영리해 보이는 백구는 진도개 혈통이 많이 느껴졌는데,
절에서 개를 데리고 살고 싶지 않은 나는 백구를 향해
"너 어디서 왔어? 너희집 어디야,
너희 집으로 가!"
하고 바로 문전 박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백구는 차 아래 바퀴사이로 몸을 감추며 절을 떠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정토사에서 기도하던
연중스님에게
"스님 저녀석 먹을것 주지 마세요.
먹을것 주면 안 떠나고 여기 절에 눌러 살지 몰라요. 그럼 날 마다 밥해 먹일려면
고생이니까 제 갈길 가라고 먹을거 주지 마세요"라고
당부 했었습니다.
그런데 백구는 하룻밤을 절에서 지내고 다음날이 되어도
절을 떠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이리 저리 피해
다니며 극도로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다 오후 늦게 택배 아저씨가 절에 왔다가 그 백구를 보고
"어! 복실이네~" 라고 하여
택배 아저씨가 그 개를 잘 알고 있는듯하여
개 주인이 누군가 물었더니 택배 아저씨
대답하기를
"저 개는 본래 여기 절 개여요,
앞에 살던 스님이 기르던 개인데..."
라고 대답하여
비로소 어렴풋이 작년 늦가을에
여기 절을 사기 위해 처음 방문 했을때
낯선 방문객에게 짖던 백구가 생각 났습니다.
'아하, 앞에 살던 스님이 기르던 개구나!'
그래서 전 주인인 스님에게 전화를 하여
스님 개가 여기 와 있으니 데려가라고
말했습니다.
전 주인인 스님은 알았다고 해 놓고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개를 데려가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역정 난듯한 말투로
스님 개 때문에 신도님들이 불안해 하니까
빨리 데려가라고...
그랬더니 자신이 지금 서울에 있다며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였고,
다음날 낯선 처사님 한 분이 절에 왔습니다.
그런데 그 처사님은 스님들에게 말한마디
건네지 않고 바로 개에게 다가가자
개가 마치 주인을 만난듯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처사님이 그 개를 붙잡아서
연못 옆에 있는 예전에 개를 가둬 두었던
울타리로 데려가서 강제로 개를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자
개가 제발 밖으로 내 보내달라고
울부짖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래서 나는 그 처사님에게 왜 개를
데려가지 않고 시끄럽게 울타리에
가두느냐고 하면서
당장 개를 꺼내라고 했습니다.
당시 정토사는 수련회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연못위 요사채에도 불자님들이
있었는데 개가 울부짖기 시작하면
크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절 스님들에게 말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모양새가 너무 안하무인격이라
불쾌하기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처사님이 적반하장격으로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내게
도리어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왜 도량에 풀을 베지 않느냐?
주차장 바로 아래가 누구 땅인줄 아느냐면서..
시비를 걸어오기에 너무 어처구니 없었지만,
처음엔 지금 너무 바쁘고 아직 여건이
안되서 풀을 베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마치 자신이 주인이고 내가 머슴이나
되는냥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면서 고함을 치기에
내가 황당하기 그지없어 바로 대꾸를 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풀이 눈에 거슬리면
본인이 직접와서 풀을 베시든가...
무엇 때문에 남의 땅에 와서 풀을 베지
않느냐는둥 간섭을 하느냐며,
만약 다른 사람이 당신 집에가서 집이
청소가 안되었니 어쩌니 하면 되겠냐고" 했더니
바로 화를 내면서
"나랑 지금 한번 해보자는거요!" 하고 대들기에
바로 순간
'아, 이사람은 정상이 아니구나, 상식도 통하지 않고 또라니 기질이
있으니 더이상 상대하면 안되겠다' 라고 판단하여
더이상 혼자떠들거나 말거나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하니까
그 처사가 나중에 목소리를 낮춰
스님이 여기 절을 샀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간단하게 대답해주자
그때부터 풀이 죽은 그 처사는 전 주인스님을 욕하기 시작하였는데,
아마 그처사님은 내가 정토사 도량을 매입해서 들어 온것이 아니라 그냥
관리차원에서 들어온줄 착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시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처사가 말하기를
"저 개가 본래 사람을 따르지 않아 내가 저개를 꼬실려고
3개월을 매일같이 고기를 가져와서 주었는데 아무리
고기를 갖다 주어도 고기만 먹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아는체를 하지 않다가 3개월정도 되니까 그때야 비로소
저 개가 자기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해 주데요.
그리고 그동안 몇달을 보지 못했는데 나를 알아보는 것이
정말 영리한 개입니다."라고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복실이라는 그 백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내게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서 기어와
내 손바닥에 자기 머리를 가져다 부비며 아부를 하다가
그 다음엔 다시 누워서 내게 항복 자세를 취하는 것이였읍니다.
그래서 내가 그 개에게
"어, 난 너 모르는데....
난 너 안좋아해 저리가~"라고
부드럽게 거절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와, 이녀석 진짜 영리하네~
이 절 주인이 바뀌었고 내가 주인이란것을
단박에 눈치채고 나에게 절에서 살게 해달라고
첨본 나에게 아부하며 항복자세를 취한거잖아'
그리고 그 처사는 결국 개를 데려가지 않았고
복실이라는 백구는 다음날부터 스님을 따라다녀
어쩔수없이 먹을것을 주게 되었고 대신 녀석에게 훈계를 했읍니다.
"너! 복실이, 우리가 너를 좋아해서 너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야,
네가 오갈곳이 없는처지고 본래 여기 절에서 살았으니 데리고 사는 것이지만,
네가 여기에서 우리랑 같이 살려면,
첫째, 고기는 줄수가 없다. 스님들도 채식만하고 살기에
너도 채식위주로 살아야 한단다.
둘째, 여기는 부처님도량이니까 다른 동물들을
죽여서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다른 동물 잡지 말아라. 알았냐?
(원래 진도개 혈통은 본능적으로 사냥 기질이 강해 고양이 못지않게 쥐를
잘잡고 다른 산 짐승들도 사냥하는 경우가 많기에 내린 훈계였습니다.)
셋째, 여기 절에 오는 신도님들에게 짖으면 안된다. 네가 마구 아무나 짖으면
신도님들이 겁먹고 절에 오지 못하니까 짖으면 우리랑 같이 못산다."
이렇게 세가지 훈계를 하고
이름도 왕생이라고 바꿔불렀습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왕생이다.
성은 원씨, 이름은 왕생이, 윈왕생! 알겠냐?
너도 이제부터 열심히 염불 듣고
이 도량에서 살다가 목숨 마칠적엔
극락왕생하라는 의미로 왕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녀석이 알아듣건 알아듣지 못하건
또는 지키건 지키지 못하건 관계없이
내가 지시할 훈계를 내려주고
개에게 법명을 준거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된 녀석의
사연은 주변 신도님들도 감동할만한
사연이 있었읍니다.
우리가 3월에 정토사에 입주하게 되니 그때까지
절을 비워 달라고 전 주인 스님에게 얘기했었고.
앞 주인 스님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서
복실이라는 개를 데려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절에서
7.2km떨어진 금수강산이라는 식당에다 개를 맡겨놓고 가버렸는데,
낯선 집에서 어쩔수 없이 묶여 지내던 개가
5개월쯤 지난 뒤 어떻게 목줄을 풀었는지 그 집에서 뛰쳐나와
7.2km나 되는 거리를 되돌아와서 자기가 살았던 정든 집인 정토사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을둥 살둥 애써 정든 옛집으로 돌아와서보니
자기를 버린 주인은 어데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또다시 낯선 사람들로 북적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부처님 도량과 인연을 이어갈려고
진돗개 특유의 한주인만 섬기는 고집스런 마음을 포기하고
새로운 주인을 섬기기로 작정하면서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옛집 부처님도량에 남기로 탁월한 결정을 한것이었습니다.
왕생이가 혼자서 찾아온 귀향 길, 로드맵으로 안양면 금수강산에서 정토사까지
지도검색을 해보니 7.2km였습니다.
다음 이야기
<왕생이 이야기 2 -> 엄마가 된 왕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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