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몽골 징기스칸 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한주의 여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푸른 초원을 수놓은 하얀 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회색빛 하늘이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 그리운 사람이 있어 돌아오고 싶어 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이고 여정입니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것이 세상사, 헤어지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 회자정리가 없었더라면 세상살이 참으로 팍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운 사람은 언제고 만날 거라고, 우연이든 풍문이든 바람결에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이야기에 가슴 뛰며 좋다고 하고, 눈물 흘리고 하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몽골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한마음이 되어 함께 한 여정, 그 여정의 끝은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 다시 보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두 손을 마주 잡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사진을 찍으며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 휴대폰을 꺼내서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추억, 한 장의 흑백 사진이 학생들의 가슴에 곱게 간직되기를 바라면서, 그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몽골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공식행사에서 우리 학생들은 몽골 경찰대학에서 그간의 여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은 CD를 포함해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느낀 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는지를 말해달라는 청을 받고, 우리 학생들은 각자의 소감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감동이 많은 여정이었으며, 무엇보다 몽골 학생들과 뜨거운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오후에는 백화점 근처에서 몽골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 학생들이 시내 구경도 하고, 기념품을 샀습니다. 몽골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곳에 도착한 후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 “몽골 학생들하고 같이 보면 안 되나요? 어떻게 여기서 그냥 헤어지나요? 저녁이라도 먹여서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학생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내년 1월에 한국에서 재회할 것을 기대하며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몽골 전통공연은 초원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휘파람 같기도 하고, 크고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 읊조리는 그들의 이야기, 몽골의 대 역사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마두금, 비파 등의 전통 악기에 맞춰 그들의 노래와 춤이 작은 공간을 휘저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적이어서 약간의 스토리를 가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습니다.
공연 후 이태준 의사 기념 공원 방문 후 들렀던 ‘이화정’이라는 한국 식당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오양가(Uyanga Galt), 어뎀베렐(Oyundemberel Odgerel : 박미소) 두 사람의 석사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양가는 9개월 된 딸이 있는데, 평소 한국어로 아기와 대화를 하다 보니, 몽골어로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한국어로 ‘엄마’라고 불러서 본인도 깜짝 놀랐다며,이러다가 아빠하고 몽골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몽골어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함께 웃었습니다. 오양가는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 만났던 친구와 재회를 해서 결혼했다고 하고, 박미소는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공인회계사가 되어 돌아온 초등학교 친구와 곧 결혼할 거라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몽골에서 중산층의 삶을 향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노력해서 상류층으로 진입하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징기스칸 공항에서 수속을 하고, CIQ 책임자의 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간의 몽골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더 좋은 구경을 하고 갔으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부족한 게 있다면 넓게 이해해달라는 이야기, 앞으로 한국과 몽골이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이야기, 본인도 한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램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그냥 잠을 청했습니다.
지난 7일간의 몽골여정은 봉사도 하고, 양교 대학생간에 다양한 문화교류를 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여정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초원의 색처럼 푸른색입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추! 추! 추!’ 말을 타고 초원을 다시 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