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로 유명했던 이규태 선생의 역작 한국인의 의식구조 라는 책이 있었다. 알듯말듯한 한국인의 습관과 문화를 콕찍어 쉽게 설명해 놓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백번 동의가 되어 여러번 탐독하고 지금도 내 서재에 잘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세월이 급히 흐르고 문명의 이기(利器)가 사람의 상상을 거침없이 앞질러 가는것은 물론 첨단기기를 만들고 파는 ICT 산업의 맨 앞자리를 서둘러 달리는 한국사람의 의식이나 문화도 틀림없이 많이 바뀌고 있어 보인다. 지난 시대와는 구별되는 신세대의 서구적 사고와 개인주의가 모름지기 논리와 이성적 합리를 추구하는 서양문물에 익숙해 진것도 여러군데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구문화와 변화된 교육방식에 힘입어 새롭게 장착된 두뇌구조에 창조성이 덤으로 발휘되는 문화.예술.과학세계의 대담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환경과 시대변화 앞에 한국인의 의식구조도 많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우리문화는 국물문화다. 한국음식은 거개가 국물이 있다. 밥과 나란히 국이나 찌게가 자리해야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완성된 밥상으로 보이고 반찬이나 무침에도 필경 국물이 흥건히 남는다. 국물도 없다 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말뜻은 자비와 배려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국물없는 밥을 먹고 목이 메이는 곤란한 현상의 식문화(食文化)에서 유래된 정신문화의 단면이다. 국물이 있다는 말은 좋게 보아 여유와 배려의 우리 고유습성이라고 매듭지어 본다.
이와 유사한 독특한 우리들의 습관을 몇개 소개하면 참 재미있다. 여럿이 식당을 찾아 음식을 주문하다가 일행중 누가 한가지로 통일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개인취향을 접고 쉽게 짜장면이나 육계장으로 맘을 모은다. 개성이나 취향을 몰수 당해도 그냥저냥 수긍하는것을 보며 외국인들은 갸우뚱한다. 그뿐인가. 고기를 야채와 싸서 잔뜩 구워먹고 나서 식사는 뭘로 하겠냐고 채근하는 종업원에게 각자 한가지씩 음식을 주문하기 일쑤다. 고려시대부터 내려 온 대식(大食)의 문화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외국인들과 좀 다르다. 마지막으로 많이 다른 문화가 술자리 풍경인데 술은 두서너병을 달라고 하고 안주도 알아서 적당히 라고 말하면 주문하는 손님이나 주문받는 식당주인이나 흔쾌히 알아 차린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불분명한 문화지만 주인이 차려내온 안주상이나 적당히 내어 온 술의 양을 두고 큰 시비가 없다. 주인은 손님을 손님은 업주를 믿고 맡기는 여유와 여백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야박하지 않은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딱부러지지 못한 돈계산도 한몫해서 쉽게 깍아주고 에누리 있는 거래에도 불만이 없다. 두루뭉술한듯 보이는 문화요 뽀족하지 못한 처세지만 그렇게 우린 살가운 삶을 나누었다.
지난주 7일날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삼성은 신모델 모발폰(mobile phone)을 소개했다.7.3인치 크기의 Infinite flex infolding phone 이 물건 인데 20%초반대로 떨어진 시장점유율에 청신호라고 기대가 크다. 2등이 중국의 화웨이 제품이고 죽은 스티브잡스의 전설인 아이폰이 동메달의 시장등수에 머물고 있다. 컴퓨터나 모발폰.자동차는 물론 로봇산업이 주도하는 4차산업의 주축은 정확성과 오차제로의 산수(算數)요 과학이다.입력계수가 맞아야 ( Input) 출력결과가 (Outputp) 틀림없이 작동하는 분야다. 그렇게 보면 두루뭉술하고 딱부러지지 못한 습관과 문화에 젖어 산 우리가 서양의 앞선 기술과 능력을 넘어 이제는 선도하는 자리에서 ICT산업의 리더가 된 것이 불가사의 라는 말이다. 단순히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먹을 수 있는 재주있는 민족이라는 특징만으로 이 현상을 가늠하기엔 설명이 서툴고 모자란 느낌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알다시피 19세기만해도 한국은 동도서기(東道西器)를 중국은 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는 사상속에 잠들고 있었다. 성리학중심의 앞서고 우선되는 인간의 도리와 깊은 도덕성의 동양적 사상위에 서양의 기술과 실용적 기재를 접목하자는 해석이었다. 아직 서구의 기술이 포괄적 범주에선 앞서 있지만 150년만에 세상은 뒤집어 졌다고 봐도 무방할듯 하다. 한.중.일의 항공우주분야와 로봇및 컴퓨터 관련 산업이 세계를 흔들며 광폭의 질주로 괄목한 때문이다. 언제 부턴가 아이폰보다 늘 한발앞서 신기술을 탑재한 신상(新商)을 내놓는 삼성을 보며 으쓱하기도 하고 앞서 말한대로 한국인의 문화와 두뇌구조를 살피건데 의문부호도 함께 찍는다. 아직도 손님을 만날 약속이나 초대할 시간을 정하지 않고 두서너시나 대여섯시에 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나와 이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도대체 과학적이지도 않고 상대편 마음이 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게 해주자는 배려지만 꿇여 놓은 음식을 서너번은 뎁히고 내려놓길 반복해야 하고 시간을 다퉈 만드는 서양요리로 대접하는 경우엔 여간 힘겨운게 아니다. 이런모습의 우리와 최첨단 기술상품과 아무리 생각해도 조화롭게 수긍이 않돼서 말이 많아 진다.
한가지 머리가 끄덕여 지는 우리의 습관이 있다면 우리의 오지랖이다. 제것이 아니거나 자기일이 아니면 외국인들은 관심도 없으니 눈길도 주지않고 손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인들은 뭘 보면 궁금해 죽는다. 어떤 해결방법이 없나 꽤 골몰한다. 꽤많은 경우 간단한 고장이나 이상은 고쳐놓고 본다. 이것저것 참견하고 눈여겨 보길 즐기고 때문에 이웃에겐 가끔씩 불편한 오지랖이 잉태한 창의성에다가 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세밀함이 버무려진 열매가 아닐까 나름 생각해 본다 . 18년을 호텔에 일하며 관찰한 한국인을 포함한 동.서양인들의 차이와 습성을 분석한 제딴엔 기특하게 생각하는 결론이다. 에디슨도 달걀을 깔고 앉는 호기심에서 탐구가 시작되어 발명의 황제가 된것 아닌가. 이것저것 궁금하면 못참은 아이나 이웃을 만나면 오늘부터라도 기대만발한 눈으로 바라 볼 일이다.
첫댓글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먹을 수 있는 재주있는 민족이라는 특징......"
글을 읽다보니 이대목에 공감이크네요. 평소에 저도 신기하게 생각했거든요 ㅎㅎㅎ
"두서너시나 대여섯시.. 이렇게 말하는 배려와... 최첨단 기술상품과 아무리 생각해도 조화롭게 수긍이...."
대여섯시 두서너시가 편한 저도 아날로그인가보네요 ㅎㅎㅎㅎ
개인과 가정에서 흔히 있는 생활속의 과학이 우리 민족에게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김치를 담그면서도 손맛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표현대로 오늘날 앞서가는 우리의 과학이 불가사의하고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