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최용현(수필가)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부치 캐시디(본명 : 로버트 파커)와 선댄스 키드(본명 : 해리 롱가보)의 행적을 조지 로이 힐 감독이 1969년에 영화로 만든 것이다. 개성이 판이한 두 인물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버디 영화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상당한 인기배우였던 폴 뉴먼의 추천으로 선댄스 역을 맡게 된 신인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에 출연한 후 자신이 맡았던 배역 이름을 따서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국제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를 만들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출세작이었다.
부치 캐시디(폴 뉴먼 扮)는 두뇌회전이 빠르고 말주변이 좋아 보스 체질이지만 총 솜씨는 별로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세심한 편이다. 반면에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扮)는 말주변은 없지만 총 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명사수이다. 좀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이다. 그에게는 에타 플레이스(캐서린 로스 扮)라는 애인이 있다.
은행 강도를 일삼던 부치와 선댄스는 돈이 생기면 쓰고 없으면 갱단 ‘와일드 번치’와 함께 은행을 턴다. 어느 날 이들은 열차강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어 와이오밍 최고의 보안관 러포즈가 이끄는 추격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두 사람은 계속 도망 다니다가 절벽아래 물웅덩이로 몸을 던져 가까스로 추격대를 따돌린다.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낙천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에타를 찾아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곡예를 하는 등 행복한 한때를 보내다가 부치가 말하던 남미 볼리비아로 떠난다. 그곳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함께 온 에타에게서 ‘손들어!’ ‘벽에 붙어!’ 등 강도에 필요한 초급용어(?)를 스페인어로 배우고 익힌다.
볼리비아에서 처음에는 에타까지 포함한 혼성 3인조로 은행을 털고 도망치는 나날이 순조롭게 이어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영어를 쓰는 미국 강도라는 것이 눈에 띄어 볼리비아 경찰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더욱이 자신들을 추격하던 러포즈까지 이곳에 나타나자 이제 합법적인 일을 찾기로 한다. 에타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광부들에게 지급할 월급을 호송하는 광산업체 관리자를 호위하는 일을 맡게 되는데,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산길을 넘어오는 도중에 산적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관리자가 총에 맞아 죽자, 두 사람은 산적들에게 돈 가방을 던져준다. 두 사람은 산적들이 돈을 세고 있을 때 기습하여 산적들을 사살하고 그 돈을 차지한다.
다음 날, 부치와 선댄스는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가 식당에서 일하던 소년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볼리비아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두 사람은 낡은 건물 안으로 피신하는데, 그 사이 수십 명의 경찰과 수백 명의 군인이 밖에서 자신들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이서 천진난만한 대화를 이어간다.
부치가 ‘다음 행선지는 호주야!’ 하고 말하자, 선댄스가 ‘여기 볼리비아보다 좋은 점이 뭐야?’ 하고 묻는다. 부치는 ‘영어를 쓰고, 볼리비아처럼 눈에 띄는 외국인이 되지도 않고, 땅이 넓어 숨을 곳도 많아. 기후도 좋고 멋진 해변도 있어.’ 하고 대답한다.
드디어 두 사람이 권총을 빼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이때 군 지휘관의 사격 명령과 함께 빗발치듯 쏟아지는 총탄 속으로 두 사람이 뛰어들면서 화면이 정지되고 영화가 끝난다. 이 정지화면이야말로 이 영화를 불멸의 작품으로 남게 하는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이다.
과거의 주요 장면들을 세피아 톤 화면으로 편집하여 주목을 받은 이 영화는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악당 콤비가 서부극의 형식을 차용하여 마술 같은 매력을 발휘하면서 그 해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9년 뒤 ‘스팅’(1973년)에서도 사기꾼 콤비로 나와 다시 위력을 뽐내며 그해 아카데미상을 7개 부문에서 수상하게 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각본상 음악상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영화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부치와 선댄스의 애인 에타가 함께 자전거를 탈 때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주제곡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내 머리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다. 영화보다 더 유명할 정도이다. 가사의 앞부분을 보자.
Raindrops are falling on my head
And just like the guy whose feet are too big for his bed
Nothing seems to fit
Those raindrops are falling on my head
They keep falling.
빗방울이 내 머리위에 떨어지네요.
키가 너무 커서 침대가 맞지 않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맞는 것이 없네요.
빗방울이 내 머리위에 떨어지네요.
계속 떨어지네요.
이곡은 유명가수 밥 딜런에게 취입 제의를 했지만, 그가 거절하는 바람에 무명가수 비제이 토마스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결과적으로 그가 세계적인 가수의 반열에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곡이 되었다. 이 곡은 ‘스파이더맨2’(2004년)에도 삽입되어 다시 세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와 거의 동시에 개봉한 ‘와일드 번치’(1969년)도 같은 인물을 다룬 비슷한 내용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가 재치와 정감이 있는 여성 취향의 영화라면 ‘와일드 번치’는 폭력과 거친 액션이 가득한 남성 취향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강도나 범죄가 미화된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뒷맛이 조금 씁쓸해진다.
1890년대 미국 서부.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만 전문적으로 터는 은행 강도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하는 양심적인 강도들이다. 보스인 부치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인심은 좋지만 총 솜씨는 별로 없고 반면, 선댄스는 부치와는 정반대로 구변은 별로 없지만 총 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돈이 생기면 써버리고 없으면 은행을 터는 그들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매우 낙천적이며 낭만적이기도 하다. 선댄스에게는 애인 에타(Etta Place)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하들이 부치를 몰아내려고 반기를 드는데 부치는 특유의 구술과 임기응변으로 잘 무마 된다. 그러다 모처럼 몇 차례 열차를 턴 것이 화근이 되어 부치와 선댄스는 추적의 표적이 되어할 수 없이 볼리비아로 간다. 이때 선댄스의 애인 에타도 함께 동행을 하여, 볼리비아로 온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한 나라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부치와 선댄스는 에타에게서 스페인어를 배운다. 털고 도망 치고를 반복하는 은행 털이가 순조롭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까지 이들을 체포하러 온 와이오밍의 보안관 조 러포얼즈에게 잡혀갈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강도질을 그만 두고 정당한 직업을 찾아 주석광산의 노동자에게 지급할 봉급을 호송하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찾아 돌아오는 길에 이곳 산적들에게 습격을 받아 두 사람이 이들을 모두 소탕하게 된다. 두 사람은 마을에 내려와 식사를 주문하는데, 이때 한 소년이 이들이 탄 말의 표식을 보고 경찰에 신고, 이들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두 사람은 총상을 입고 막다른 곳에 피신하는데, 경찰의 신고를 받은 군대가 출동한다. 수백명의 군인이 밖에서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것을 모른 체 이번엔 "호주로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권총을 치켜들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군지휘관의 명령 소리와 함께 비오듯 퍼붙는 총탄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