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하순에 들어서니 날씨도 이제 늦가을답게 스산함이 느껴집니다. 지난주 내내 요셉관 배관 공사하였습니다. 천정을 뜯고 그 안에 얽혀있는 배관을 걷어내고 새로 배관을 집어넣는 일들이었습니다. 공사하시는 분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배관을 잘라내면 흘러나오는 오수를 뒤집어쓰면서 일들을 하셨지요. 공사 중에 배관 공사가 아마도 가장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천장 뜯으면서 나오는 먼지들과 찌꺼기들, 배관을 걷어내면서 나오는 주철 가루들 때문에 온통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천장을 열어보니 여기저기 화장실 바닥도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4곳이나 있어서 화장실 방수공사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30년이 되었으니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 방수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3층 교리교사실 창고에 곰팡이가 생겨 살펴보니 요셉관 옥상에서 물이 스며드는 곳이 있었습니다. 징크로 새로 덮고 새로 증축한 부분 바닥 방수를 다시 하려고 합니다. 건물이 낡아서 이곳저곳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이번에는 이 정도만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다음 주 중반쯤 배관과 화장실 방수공사 등이 끝나면 도배하고 장판 해야 될 것 같고 아무래도 다음 주 금 토쯤에야 다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토요일에는 성당 마당에 나무가 죽은 자리에 새로 느티나무를 심을 것이고 정화조로 들어가는 마지막 배관도 땅을 파고 갈아 넣어야 될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심으려면 어차피 작은 포크레인 하나는 들어와야 하니까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요셉관 도면을 살펴봤습니다. 건물의 하중을 벽이 받는 구조가 아니라 기둥과 보로 받는 구조였습니다. 그렇다면 1·2·3층 같은 경우에 벽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벽돌이라는 말인데 이번에 보니 그렇게 벽돌로 벽이 나누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벽을 다 헐어도 건물의 구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1층 전체를 강당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강당이 지하에 있으니 어른들께서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불편하시고 습한 여름에는 곰팡이 냄새가 가질 않습니다. 식관은 2층으로 가든지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하는 방을 몇 개로 나누어 교리실로 사용해도 되고 동아리 방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지하 강당으로 힘들게 오르내리시는 어른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앞으로 시간을 좀 가지면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글은 그 사람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요즈음 한강의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소년은 온다]는 읽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읽고 있습니다. 매체에서 인터뷰하는 작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잔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글에서도 그의 문체는 잔잔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잔잔함 가운데에서 울리는 강렬한 메시지는 마음을 절절하게 만듭니다. 그가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 강렬한 아픔이니까요. [소년은 온다]는 동호라는 소년의 관점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친구를 찾으러 광장에 나갔다가 시위에 합류하게 되고 도청을 지키면서 운명을 다하게 됩니다. 특별한 이념이나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서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서입니다. 떠나라는 군인들의 방송을 듣고도 그 자리를 지킨 이유였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이 공동적으로 고백하는 남은 이유였습니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고 시민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주에 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 4.3을 다루면서 이념이나 사상,생각을 비판도 추앙도 않습니다.
너는 어느편이냐? 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일이 우리가 사는 이곳 대구,경산 코발트광산,가창 까지ᆢ
70년이 지난 아직도 수천구의 유해가 경산의 코발트 광산 지하갱도에서,가창의 어느골짜기에서 우리와 같이 이 가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라지지 마라"
"자발적 난민" 생활이 얼른 끝이 나고
누군가는 그토록 그리워했을 "집"으로 오시길 기도합니다.
에효..생각보다 공사가 길어져서 여러가지로 불편하시겠습니다 신부님..ㅠ
우리네 영혼도 늘 새로이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느님께로 향하는 마음의 길이 낡고 막히어 썩어 가는지도 모른채 겉만 멀쩡하게 살고 있는게 아닐까...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제 영혼의 공사를 하시는 것 같아 신앙적 화두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