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마산시의 남성동 지구대. 한 아주머니가 양손을 꼭 쥔 채 안절부절못하며 경찰들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아주머니의 딱한 사정을 들었지만 그 분을 도와드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달리 없어 그저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아주머니가 좀 전에 탔던 택시에 깜빡 잊고 현금 800만원이 든 가방을 두고 내렸다며 제발 돈을 찾아달라고 경찰들에게 하소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택시기사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하다못해 택시회사의 명칭이나 차량번호조차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주머니가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기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였다. 거의 넋을 놓고 있었던 아주머니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아주머니가 받은 휴대전화 저편에서 “아이고, 아주머니 지금 위치가 어디십니까”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주머니가 탔던 택시의 운전기사 박동석 씨였다. 박동석 씨는 아주머니를 내려드린 후 승객이 없어 시내를 주행하다가 뒷좌석에 놓여 있는 돈가방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다행히도 가방 주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되어 가방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얼른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정신을 차린 아주머니가 파출소의 위치를 알려주자 박동석 씨는 한걸음에 파출소까지 찾아와서 “아주머니, 얼마나 상심이 크셨습니까? 여기 가방이 있으니 이제 안심하세요”라고 위로하며 아주머니의 손에 돈가방을 안전히 넘겨드렸다.
이와 같은 광경을 지켜본 파출소의 경찰들은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그렇게 큰돈을 아무런 사심 없이 주인에게 찾아준 박동석 씨의 마음씨에 감동하였다. 또한 돈가방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아주머니는 ‘재래시장에서 피땀 흘려 벌은 생선 비린내가 밴 800만원을 잃어버려 앞이 캄캄했는데 이렇게 찾아줘 고맙다’며 박동석 씨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주변의 칭찬에 박동석 씨는 몸 둘 바를 모르며, ‘돈을 잃어버린 승객이 얼마나 걱정했을까 염려되어 한시라도 빨리 돈을 찾아드리고 싶었다’며 ‘돈이 무사히 주인의 손에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만물세계를 창조하신 후, 끝으로 자신의 형상을 닮아 희로애락의 감성을 지닌 인간을 창조하시어 인간을 중심한 만물세계 전체가 조화와 번영을 이루어 살아가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끼시고자 소망하셨다. 하나님이 이렇게 창조의 사역을 펼치신 것은 사랑을 통해 기쁨을 느끼시고자 하셨던 심정(心情)의 발로였다. 그러한 심정은 하나님의 자녀로 지음 받은 인간에게도 상속되어 인간 또한 사랑을 실천할 때 그를 통해 한없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소망은 하나님을 부모로 하여 전 세계의 온 인류가 사랑의 주고받음을 통해 한 형제자매가 되는 천일국을 이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천일국이 이룩된 세계는 하나님과 인간이 사랑으로 이어진 세계이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하나님의 심정이 온 인간에게 전해지며, 인간 상호 간에도 심정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될 때, 인간은 하나님의 심정을 체휼하며, 그의 뜻을 알고 그대로 생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끼리도 서로의 심정을 헤아리고 배려하며 상대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이렇게 인간의 삶의 면면에 상대의 심정을 생각하고 위하는 사상이 스며들게 될 때, 하나님을 중심한 문화인 심정문화가 꽃피게 된다.
박동석 씨가 자신의 택시에서 돈가방을 발견했을 때 가진 생각은 돈의 액수나 큰돈을 자신이 가져도 될 것인가 혹은 큰돈을 가졌을 때 자신이 얻을 이익 등과 같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돈가방을 발견하였을 때 박동석 씨는 돈가방을 잃어버려 크게 슬퍼하고 있을 주인의 심정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박동석 씨가 택한 것은 다른 이의 돈을 취하여 얻게 될 죄책감 어린 기쁨이 아니라 돈을 잃어버린 주인이 돈을 되찾았을 때 느낄 기쁨과 그를 통해 자신이 얻게 될 마음의 행복이었다. 박동석 씨의 고귀한 결심은 한 사람의 삶에서 슬픔을 몰아내고 기쁨을 안겨주었으며, 많은 이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감동을 선사하였다. 상대의 심정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삶을 실천한 박동석 씨의 행함을 바라보며 우리가 추구하는 천일국이 실현되어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