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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04
S#1. 혜원집 마당. 밤.
-혜원의 두 손이 망설이는 중에 선재의 입술이 다시금 다가오자,
혜원, 밀어내며,
혜원 : 들어가자.
선재 : (쿵!)
S#2. 음악실 앞.
혜원 : (문을 열고 들어가라 고갯짓) 기다려.
선재 : (머뭇)
S#3. 주방.
-혜원, 들어와 가방을 의자에 놓고, 전기 포트 스위치 켠다. 외투 벗는다.
-싱크대에서 손 씻고,
-티 팟에 차를 집어넣는데,
-미순이 곁방에서 나온다. 자다 깨서 잔뜩 찡그린. 잠옷에 스웨터 차림.
미순 : 많이 늦으셨네요.
혜원 : (흠칫) 왜 깼어요? 업어 가두 모르시는 양반이?
미순 : (시계를 보고는) 교수님 전화 여러번 왔댔어요.
혜원 : 아,네, 묵음으루 해놓구 깜빡했더니,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는) 확인할게요. 주무세요.
미순 : (시계를 보고는) 보안 켜지 마세요, 곧 오신다니까.
혜원 : (엉?!)
미순 : (들어가려다) 손님 계세요?
혜원 : 아뇨.
미순 : 차 드실 거믄 제가,
혜원 : (핸드폰 확인하며) 괜찮아요. 들어가세요.
미순 : 네, 그럼,
-핸드폰 들여다 보는 혜원.
-‘남의 편’ 부재중 전화 및 문자 여러 통.
준형 소리 : 뭐 하는 거야. 왜 답이 없어. 서영우랑 여태 놀아주나? ...애들 대충 조인서한테 맡기구 나왔어. 지금 출발 해.
혜원 : (정신 번쩍...내가 무슨 짓 한 거야...급히 단축 버튼 누른다...) 어, 여보... 전화 못 받아서 미안. 어디야?..
(소리 지르는지, 미간 좁히며 전화기 잠깐 보고는) 아침에 온다구 해서 당신 전화 신경 안썼지...
S#4. 음악실 앞.
-혜원, 급히 다가온다. 문 손잡이 잡고 잠깐 머뭇. 할 수 없지, 문을 연다.
S#5. 음악실.
-혜원이 자못 도도하게 들어선다. 선재가 불안하게 바라본다.
혜원 :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천연덕) 너 왜 여깄어?
선재 : (네?!)
혜원 : 안 갔어? ...이 시간에 널 집안에 들였을 리 없는데.
선재 : (혼란)
혜원 : 미안하다, 기억이 안 나. 내가 원래 술이 한꺼번에 올랐다가 확 깨는 체질이거든.
선재 : (그렇다면, 방금 전의 일이 술김이었다고?)
혜원 : 가라. 피아노 다시 칠 거믄 연락하구, 아니믄 하지 마. 난 니가 재능이 있어서 이쁜 거니까.
선재 : (그런 거예요?...눈빛이 흔들린다. 혼란. 무참...)
혜원 : 택시 불러 줘?
선재 : (담담하려 안간힘) 아니요.
혜원 : 뭐 타구 왔는데.
선재 : 공무용 트럭,
혜원 : 그럼 알아서 가. 조용히.
선재 : (아주 조금 웃음. 분노와 수치심 이렇게 비져 나온다) 강교수님께 죄송하네요. 저 원래 남의 여자 관심 없는데,
-순간 혜원, 선재 뺨 찰싹. 손목만 써서 때리니까 더 앙큼해 보인다.
혜원 : 남의 여자라니, 선생님이지.
-선재, 피하지 않고 본다.
혜원, 마주 본다. 지면 안 돼.
선재 : 제가 큰 실수 했어요. 술두 안 처먹구 맨 정신에,
혜원 : 말 안 해줘두 돼. 난 모르니까. (돌아선다)
S#6. 현관.
-혜원이 문을 열고 서 있다. 신발 신고 나가는 선재.
혜원, 문을 닫고 고개를 턴다.
S#7. 혜원 집 부근. 새벽.
-트럭이 뒤로 확 빠졌다가 방향 돌려 간다.
-난폭하게 달려 내려가는 트럭.
-마주 오는 차 한 대, 급히 비켜간다. 준형의 차.
-트럭 안. 거칠게 수동 기어 변속하는 선재.
혜원 소리 : 어, 왔어?!
S#8. 혜원 욕실.
-준형이 들여다본다. 김서린 샤워 부쓰 안에서 혜원이 샤워 중.
커다란 월풀 욕조, 세면대, 나무 벤치 등등, 근사한 꾸밈새.
준형 : 방금 들어 온 거야?!
혜원 : 좀 전에!
-혜원, 눈 감고 서서 정수리에 물줄기를 맞으며 소리 높여 말한다.
혜원 : 무슨 일 있었어? 엠티 가믄 끝까지 놀아주잖아.
S#9. 침실.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혜원이 파우더 룸에서 얼굴에 화장솜 두드리고, 준형은 소형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마개 딴다.
준형 : 학과장 되구 보니까 것두 이상해. 눈치 없이 앉아 있다간 꼰대 소리나 듣겠지.
맥주 두 박스 넣어주구 그냥 왔어. 조인서 그 자식 인격 자랑 하는 것두 꼴보기 싫구.
혜원 : 그래서 울적한가봐?
준형 : 거 말야,
혜원 : 응?
준형 : 관리소에 차량 통제 좀 잘 하라구 해. 이 시간에 웬 고물 트럭이 폭주를 하더라고.
미친 놈인지 도둑놈인지, 사고날 뻔 했잖아.
혜원 : (이선재구나)
S#10. 강변 국도. 새벽.
-1톤 트럭 달린다.
S#11. 혜원 주방.
-까운 차림 혜원, 작동 중인 커피 머신 물끄러미 보며 중얼. 마음 한 켠이 좀 아프다.
혜원 : 허접하네, 오혜원..
S#12. 면사무소 마당. 이른 아침.
-트럭 도착.
-핸드브레이크 확 잡아당기는 선재.
S#13. 면사무소 숙직실. 아침.
-근무복 갈아 입는 선재.
-책상 위, 혜원이 보내온 책과 선재 핸드폰.
-선재, 책을 집어 휴지통에 던진다. 핸드폰 집어들고 나간다.
S#14. 사무실.
-선재,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대걸레질.
선재 : 두구 나갔었어.
S#15. 뷰티 샵 직원 락커 룸.
-통화 하며 들어와 락커 열고 가방 집어 넣는다.
다미 : 미친 거 아냐? ...한 시간 기다리다 찜질방서 자구, 지금 출근 했다!
...뭐가 일찍이야. 내가 젤 먼저 나와야 되는구만! ...어디 갔었는데!
S#16. 사무실.
선재 : (통화. 책상 아래 구석구석 닦는) 뻘짓 하러...
S#17. 플래시 백.
-스치듯 닿고 또 닿는 둘의 입술.
혜원 소리 : 미안하다. 기억이 안나.
S#18. 사무실.
-선재, 대걸레 짚고 서서 눈물이 핑. 어이없고 화 나고 헷갈린다.
S#19. 거리. 혜원 차 안.
-출근길, 꽉 막힌 도로. 그 중에 혜원 차.
-운전석의 혜원. 무심히 창밖 보며 중얼.
혜원 : 절대 기억 안 나지...
-핸드폰 울린다. 급히 받는 혜원.
혜원 : 네, 이사장님, 아침 잘...네?
S#20. 서회장 집 침실.
성숙 : (바깥 쪽 힐끗거리며 통화) 영우 쟤 웃긴다... 간만에 부부가 같이 와서 멀쩡히 아침 먹길래 기특하다 했더니,
지 남편 먼저 보내놓구는 대뜸 눈물 바람이야... 울면서 지 아부지 끌구 서재루 들어가더니 30분 째 안 나와.
S#21. 서회장 서재.
-영우가 뚝뚝 떨어지는 눈물 닦고, 출근 차림 서회장이 혀를 찬다.
영우 : 왜 사는지 모르겠어.
서회장 : 허허, 참,
영우 : 태어나 지금까지 좋은 날이 단 하루두 없었어. 난 희생양이잖아.
엄마는 날 낳구부터 아빠가 딴 여자 보기 시작했다며 하나 밖에 없는 딸을 꼭 무슨 요물이나 보듯이,
한 번 제대루 안아 준 적두 없구 따뜻한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휭 먼저 가버리구,
서회장 : 2절은 내가 해주랴?
영우 : 몰라. 다 너무 슬퍼.
서회장 : 어른이 돼라. 결혼해서 애를 둘 씩이나 낳구두 꺼떡하믄 옛날 얘기야?
그게 그렇게 사무치믄 니 애들한테는 좋은 부모가 돼 줘야지.
영우 : 애들두 맘대루 못보게 하면서.
서회장 : 애들한테 간다구 나가서 사고나 치니 널 뭘 믿구 내보내겠어.
영우 : (콧물 닦으며 핼끔 눈치)
서회장 : 원하는 게 뭐냐.
S#22. 서재 앞 복도.
-성숙이 문에 귀를 대고 서 있다가 복도 어귀로 비서가 지나가자 시치미 떼고 돌아선다.
S#23. 아트센터 이사장실. 낮.
-성숙이 외투를 벗고, 왕비서가 받아서 옷걸이에.
미리 와서 기다리던 혜원이 곁에 서서.
-탁자 위에는 혜원의 태블릿과 서류철.
성숙 : 고까지 밖에 못 들었어. 감질 나. 고성능 특수 장비라두 달던가 해야지.
나 여행 간 동안 인테리어 바꿔야 한다 그러구 공사 한 번 해볼래?
혜원 : (웃음) 그건 자신 없네요.
성숙 : 하긴, 너라구 만능이겠니. 영감 눈치를 어떻게 피하겠어.
혜원 : 그러니까요.
-왕비서가 성숙의 어깨에 스카프 둘러주고 목례한 뒤 나간다.
-마주 앉은 둘. 차 마시며.
성숙 : 걔 쑈 하는 거지, 이혼하구 싶어서?
혜원 : 글쎄요.
성숙 : 영우 애인한테 인제 만나지 말라구 했대며.
혜원 : 네... 뭐, 제 말 듣지는 않겠지만 그래두 그게 제가 할 일이라.
성숙 : 남자애가 헤어지자 그랬나?
혜원 : 그랬을 수두 있어요. 영우가 더 많이 좋아하는 거 같거든요.
성숙 : 글쎄 왜 그런 티를 내냐 말야. 그건 곧 연애 관계에서 권력을 포기한다는 건데.
그럴듯한 상대라믄 또 몰라. 겨우 업소 남자애한테.
혜원 : 걔가 많이 외롭잖아요.
성숙 : 핑계야. 아무리 외로워두 자존심은 지켜야지. 원조 교제가 다 뭐래?
얼마나 자신이 없으믄 자기를 여자가 아닌 돈으로 보게 만드니? 난 이 나이에두 오직 나의 여자됨, 그거 하나루 승부한다.
그 쫌팽이 서필원이한테서 쪼꼬렛 값 받아 내는 거 봐. 감정노동은 좀 했지만.
혜원 : 대단하세요. 인정합니다.
성숙 : 너, 영우 그냥 말리는 척만 하구 냅둬. 갈 데까지 가서 만천하에 개망신 당하게.
혜원 : 그랬다간 저 해고 당하게요? 서영우 사생활 관리두 제 업무 중 하난데.
성숙 : (짐짓 샐쭉) 고생 많다 얘. 이중 첩자 노릇 하느라.
혜원 : 보답해야죠. 영감님 돈으루 유학했으니까요.
성숙 : 니 남편 교수 만들어 준 건 나야.
혜원 : 그 보답으루 삼중 첩자.
성숙 : 너두 대단하다. 나보다 몇 배 더.
혜원 : (태블릿 집어들며) 확인 차 다시 한번 보고 드릴게요. 우선 이번 여행 스케줄부터,
-혜원이 성숙에게 태블릿 피씨의 출장 일정표 짚어가며 설명.
혜원 : 빠리 사흘, 베를린 이틀, 스위스 쮜리히 열흘이예요.
성숙 : 거길 하루 일찍 가믄 좋겠는데. 베를린 하루만 잡으믄 안돼? 재단 장학생 모임만 가구.
혜원 : 연주회를 한 번은 보셔야죠. 음악계 시찰인데.
성숙 : 지사 직원, 스위스까지 따라붙는 거 아니지?
혜원 : 네, 거기부턴 현지 경호 업체가 수행해요.
성숙 : 그럼 됐구,
혜원 : (태블릿 화면 터치) 쪼꼬렛 값은 지금 이렇게 분산 돼 있어요. 오늘 백선생 얘기 듣구 결정하시는대로,
-노크 소리.
혜원 : 네.
-왕비서가 열어주는 문으로 백선생과 민학장이 들어온다.
혜원이 얼른 일어서서 다가가며 맞이한다.
혜원 : 어서 오세요...
성숙 : 말씀들 잘 나누셨나요.
백선생 : 아유, 저는 바늘방석이었죠, 자식 일이라. (혜원의 손을 잡는) 내가 아주 강교수님께 애원을 했어요.
민학장 : 따님이 학교엘 통 안 와.
혜원 : 아유 저런.
성숙 : 학교에 남을 애가 그럼 어떡해?
백선생 : 그르니까요. 딸 하나 있는 거, 언감생심 교수 한번 만들어 볼려는데 도무지 희망이 없네요.
민학장 : 오실장두 얘기 좀 잘 해 줘, 강교수한테.
백선생 : 네, 부탁드려요.
혜원 : 저 힘 없는데,
백선생 : 무슨 말씀을요.
성숙 : 난 세상에서 젤 재미없는 게 자식 얘기야.
백선생 : 아유 죄송합니다. (혜원에게도) 미안해요.
혜원 : (웃음) 앉으세요.
민학장 : 자, 용건 처리 합시다. (앉으며 성숙에게) 돈 얘기가 젤 재밌지?
성숙 : 왜 아냐?
S#24. 서회장 집무실.낮.
-서회장이 비서에게 지시한다.
서회장 : 영우, 바람 좀 쐬게 해 주지.
비서 : 저, 서대표 여권, 압수 중인데요, 분실 재발급 신청 하시려는 것두 김전무 지시로 간신히 막았구요.
서회장 : 내 주라고... 김서방한테는 내가 긴히 심부름 보내는 걸로 해 둘테니. 믿지는 않겠지만.
비서 : 알겠습니다.
S#25. 뷰티 샵. 마사지 룸.
-영우, 발 맛사지 받으며 통화.
영우 : (전화) 어머 정말?!...아빠 땡큐.
(끊고 급히 단축번호) 어, 나... 내 친구 땜에 서운했지?... 맘 풀어. 빠리 가서 쇼핑이나 하자.
S#26. 이사장실.
-혜원, 태블릿에 메모하는 척 하면서 딴 생각.
-둘러 앉은 넷. 탁자 위에 찻잔들. 백선생, 종이에 가득 써진 한자며 숫자에 밑줄 긋거나 하면서 이야기.
돋보기 쓴 성숙과 민학장,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백선생 : 이번에는 종목을 확 바꾸셔야 돼요.
민학장 : 이게 전망이 있으까?
성숙 : 그러게,
백선생 : 이하태상, 혁괘라, 지금 이게 딱 이사장님 현재 형국이거든요.
이녀동거, 기지불상득, 두 여자가 한 집에 사는데 불행히두 서로 해친다 이겁니다.
혁이 뭐겠어요. 바로 그걸 과감하게 바꾸라는 뜻이죠. 리스크 감수할 만 합니다. 선물 쪽으루 다 넣으세요.
두 분 올해 신수하구두 잘 맞아서 관재 구설두 막아 줄 거구, 즐겁게 여행 다녀 오시믄 확 불어나 있을 거예요.
-혜원, 조심스레 핸드폰 들고 일어선다.
혜원 : 잠깐 실례 좀, 급히 처리할 게 있어서요.
성숙 : 어, 그래, 얼른 하구 와.
S#27. 면사무소 마당. 오후.
-선재, 뒷마당에서 나온다. 장갑 낀 양 손에 페인트 통과, 붓이며 신문지 따위 들어있는 나무 상자.
-선재, 철제 울타리 밑에 신문지 깔고 페인트 통 뚜껑을 연다.
-상자에 걸터 앉아 마른 걸레로 울타리 닦아낸 뒤 붓을 페인트 통에 담그는데,
-문자 도착 신호.
혜원 소리 : 잘 갔니?
선재 : (핸드폰 든 채, 대체 뭔가, 싶은데)
S#28. 아트센터 복도 일각.
-혜원, 답전 기다리는 듯, 핸드폰 보다가 또 문자.
S#29. 면사무소 마당.
혜원 소리 : 내가 묻는 말엔 대답 해두 돼.
-선재, 핸드폰 던져 놓고 통에 담긴 붓을 집어든다.
-맞은 편 발레 학원 앞에 승합차가 서고, 아이들이 내려 우르르 올라간다.
-필요 이상 꼼꼼하게 칠하는 선재. 집중하려 애쓰는.
-귀를 후벼파듯 거슬리는 피아노 소리.
-붓을 든 채 어금니 악무는 선재.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면서 선재의 인내심도 한계치 도달.
-선재, 벌떡 일어나며 페인트붓 내팽개친다. 어으, 시바.
-부르르 길 건너며 장갑 벗는 선재.
-김주사가 나오다가 의아.
김 : 어디 가냐!
S#30. 무용 학원 복도.
선재 소리 : 나 좀 그만 괴롭혀요!
- 우당탕탕탕, ‘꺅“ 반주자 비명 소리,
- 겁에 질려 소리 지르며 뛰어나오는 연습복 차림 아이들.
S#31. 무용 학원. 교실.
-구석에 피아노 의자와 함께 처박힌 반주자(여.30대 중반). 연습복 차림의 강사(여.40대 중반)는 바들바들.
선재 : (분노) 들어 줄 수가 없어, 증말. 인간이라믄 쪼끔이라두 나아지는 게 있어야지.
-반주자, 벌떡 일어나서 선재를 확 밀어버린다.
반주자 : 이거 미친 놈 아냐?
선재 : 이딴 거 맨날 들으믄 누구라두 미쳐!
반주자 : 니까짓게 뭘 안다고, 나 체르니 50번까지 쳤어! 미치겠음 안들으믄 될 거 아냐!
선재 : 귀 막구 살어, 그럼?! (피아노를 주먹으로 쾅 치고는) 당신이 한 번 당해 볼래? 매일 같은 시간에, 엉?
반주자 : (강사에게) 언니 이놈 정신병자야, 빨리 신고 해!
-강사, 핸드폰 집어들고 뛰어나가고, 선재, 엎어진 피아노 의자를 세운 뒤 반주자 어깨 잡아 앉히려.
선재 : 신고같은 소리 하지 말구, 내가 하란대루 해봐요!
반주자 : (뿌리치는) 어디 손을 대, 미친 놈아!
S#32. 학원 앞.
-경찰차 서 있다. 선재, 경관 두 명에게 팔 잡힌 채 반항하며 나오고, 뒤따라 강사와 반주자가 뭐라뭐라 떠든다.
-면사무소 직원들, 주민들, 원생들 구경한다.
선재 : 그런 게 아니라요, 아 진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강사 : 저 미친놈이, 갑자기 나를 번쩍 들더니 집어던지구, 피아노 의자까지 들어서, 나 증말 죽는 줄 알았어요!
-선재, 경관들 뿌리치고 반주자의 양 어깨 잡더니 무릎을 세워 그녀 등에 대고 어깨를 한껏 뒤로 젖힌다.
선재 : 당신은 자세부터가 잘못됐어!
반주자 : 악,
선재 : (더 세게 젖힌다) 이게 안돼 있으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
-경관들 달려들어 선재를 떼내고 수갑 채운다.
S#33. 남양주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 담당형사 책상 앞에 앉아있는 선재. 그 곁에 김주사.
- 그 뒤에 앉아있는 반주자, 이마에 물수건을 대고 죽겠다는 표정.
- 학부모들이 모여 서서 흥분.
형사 : (키보드 두드리며) 공익 요원이 시민한테 폭력을 행사하셨고.
선재 : (고개 숙인다)
형사 :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계속 반항하셨고.
학부모 : 삼촌, 애들이 놀라서 막 울구 경끼 하구, 난리도 아니에요.
형사 : (끄덕끄덕하며 키보드 두드리는)
김주사 : 선배님, 이 친구가 평소엔 매우 얌전하구 성실해요. 폭력성이라구는 전혀,
(하다가 선재에게) 너 정신적으루 뭔 문제 있냐?
반주자 : 그냥 쳐넣어요!
형사 : 거, 좀 가만 있어봐요. (선재에게) 합의 안할 거야?
선재 : ...
김주사 : 안 하믄 감방 가야 돼. 넌 군인두 아니구 민간인두 아냐. 준공무원 신분인데, 폭행? 그럼 곱하기 1.5지, 마!
형사 : 보호자 대신할 만한 사람 없냐?
김주사 : 하,참 나, 누구 없냐고.
선재 : ...
형사 : 없어?
선재 : 없습니다.
S#34. 유치장 면회실. 밤.
-다미와 장호, 선재.
-선재는 아직 이 모든 일이 실감나지 않아 멍하기만.
장호 : 김주사라는 사람이 니 핸폰 보구서 그래두 친할 거 같은 이름을 찾았더니, 성 없이 이름만 있는 게 나랑 다미 딱 둘이더래.
전화 받구 병원에 먼저 갔다, 합의금 견적 낼라구.
다미 : 딱 보니까 뻥이두만. 전치 6주라면서 치맥 쳐먹구, 막 돌아다녀.
장호 :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라는데 진짜 황당하더라. 정신 완전 건강해보이던데.
다미 : 무조건 빌었어야지, 바보야. 바라는 게 돈인데.
선재 : (퉁명) 어떻게 빌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장호 : 안그럼 어째? 7백을 당장 무슨 수로 만드냐고. 너 살던 집이라두 나간다믄 모르까.
다미 : 요새 누가 그런 집 들어가냐? 원룸이 넘쳐나는데.
장호 : 야, 저기, 그 교수한테 좀 도와 달라믄 안되까?
선재 : (엉?!)
장호 : 밑져야 본전이지. 자기가 먼저 너를 이쁘게 보구 키워 주겠다구 했잖아.
다미 : 맞어! 대학까지 보내 준다구.
장호 : 물론 니가 시험을 쌩까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구,
선재 : 안 돼!
S#35. 플래시 백. 혜원 집 음악실.
-혜원, 선재의 뺨을 찰싹.
-찰싹찰싹찰싹(이건 선재의 상상)
S#36. 면회실.
선재 : (방금 맞은 듯 뺨을 감쌌다가 얼른 다시 손을 내리는) 그러지 마, 절대!
장호 : 왜,마. 밑져야 본전,
선재 : (떨린다. 자기 자신이 더 겁나서) 사람이, 사람이 너무 쪽 팔리구 재수 없구 화가 나믄, 심장이 그냥 멎을 수두 있어.
나 그냥 징역 살을래.
다미,장호 : 뭐?!
선재 : 그게 더 좋아.
다미 : 거기가 어떤 데라구!
장호 : 말두 못들었어? 별 놈 다 들어와서 별 짓 다 한다는데!
선재 : 가만 있음 되잖아.
장호 : 니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다미 : (선재 팔 잡으며 글썽) 야, 정신 차려...
선재 : (선다) 진짜야. 진심이라고!
S#37. 인천공항 전경.
S#38. 전용 엘리베이터.
-영우와 우성, 가방들 실린 카트.
-4층 버튼 옆에 ‘CIP 라운지’라 쓰여 있다.
영우 : (우성 뺨 토닥) 기분 좋아?
우성 : 씨아이피?
영우 : 기업인 전용 귀빈실.
우성 : 그럼 몸 수색 안하구 바루 들어가나?
영우 : 하긴 하는데 간단하지. 탑승 수속 대신 해주구.
우성 : 클래스 죽인다.
영우 : 별 거 아냐.
S#39. CIP 라운지(기업인 전용 귀빈실)
-혜원과 성숙, 다과를 들며 얘기 중..
-입구, 직원이 대기 중인 것 보인다.
성숙 : 나 없는 동안 영감이 또 너 불러내겠지?
혜원 : 매운탕 설렁탕 이런 거 사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겠죠. 혹시라두 이사장님 애정이 식지나 않았을까.
성숙 : 내 딴주머니에 신경이 쓰이는 거다.
혜원 : 왜 그러세요, 여전히 사랑하시는데.
성숙 : 그건 유통기한 이미 지났어. 암튼 적당히 알아서 둘러대구, 감시나 잘 해. 엄한 년 건드리구 다니믄 나 짜증나.
여자 취향이 워낙 독특해야 말이지. 영우가 그걸 고대루 닮은, (멈칫 놀라는)
혜원 : (? 돌아본다)
-영우가 직원1에게 카드를 내밀고, 직원2, 영우의 카트 밀고 간다.
성숙 : (나직) 세상에, 저거 뭐니...
혜원 : (벙)
-영우와 우성이 들어온다.
-혜원, 순간 판단. 일어선다.
혜원 : 어머, 서대표님!
-영우,우성, 흠칫.
-혜원, 개의치 않고 다가가며 활짝 웃음. 우성에게 아는 척.
혜원 : 안녕하세요.
우성 : (벌개져서 어쩔 줄 모른다)
영우 : (나직) 어, 어떻게 된 거야.
혜원 : (나직) 너야말루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텐 미리 말을 했어야지.
영우 : 저 여자 오늘이었냐구!
혜원 : 얼른 인사시켜. 사업차 동행한다구.
-성숙, 어느 새 여유있게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딱 걸렸지?
성숙 : 너무 했다... 명색이 모녀지간인데, 이렇게 만나니...
영우 : (새침) 내가 요즘 뭐 하나 구상하느라 바빠서요. 소개할게요. 이쪽은 신우성씨, 사업상 파트너예요.
성숙 : 반가워요. 나 영우 새어머니 되는 사람예요.
우성 : (꾸벅)
혜원 : (성숙에게) 이 분은 저두 몇 번 뵌 적 있어요, 패션 쪽의 무서운 신인,
성숙 : (됐고, 영우에게) 행선지가 어디야?
영우 : 같은 비행기만 아니믄 좋겠네. 우린 빠리행 10시 20분.
혜원 : (헉)
성숙 : 절묘하네.
혜원 : (우성에게) 나중에 기회되면 또 뵙기루 하구요, (영우 팔 가볍게 잡는다) 대표님 잠깐 얘기 좀,
-우성, 바짝 얼어 혼자 앉아 있고,
-성숙과 마주 앉은 영우와 혜원.
성숙, 타이른다. 표정은 자상하게, 언사는 독하게.
성숙 : 저녁 비행기루 바꿔.
영우 : 내가 왜요? 싫은 사람이 바꿔야지?
혜원 : 이사장님은 공식 스케줄이라 그쪽에 다 대기 중이거든.
영우 : 나두 마찬가지야.
성숙 : 니가 욕을 번다. 아무리 그래두 내가 엄마구, 1등석 자리 겨우 열 몇 갠데,
고개만 좀 돌리믄 뻔히 다 보이는 공간에서 새파란 애 끼구 희희낙락하구 싶어?
영우 : 정말 이상하시네. 사업 파트너라는데 왜 자꾸 이상하게 몰아가?
성숙 : 우길 걸 우겨야지. 넌 지금 나한테 매달려 통사정을 해두 시원찮어.
안할 말루, 쟤랑 나란히 앉아 있는 거 사진 찍어 퍼뜨려 봐. 옛날 같으믄 저런 아들 장가 들일 나이에. 돌 맞을 일이야.
영우 : 찍으라지. 겁 안나요. 내가 워낙 동안이잖아?
성숙 : (혜원에게) 이래두 되는 거니?
혜원 : (난처한 듯 웃지만 아프게 찔린다) 글쎄요,
-겁먹은 듯 앉아있는 우성.
-선재의 모습 스친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간절한 눈. 해맑은 이마. 어린애처럼 좀 벌어진 입.
-혜원, 확 닳아오른다.
직원 : (조심스레) 저, 탑승 시각,
혜원 : (정신 차리자!) 아, 네, 알겠습니다. (성숙과 영우에게)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림 될까요?
성숙 : (핸드백 집어들며 일어선다) 난 상관없어.
영우 : (선다) 나두 상관없지.
혜원 : 잘 됐네요. 그럼, (가시자는)
-혜원, 성숙과 영우들을 에스코트 하듯, 좀 비껴 앞장 서 나간다.
-혜원, 등 뒤의 청년이 의식되어, 또 선재 모습 스친다.
-아트센터 연습실 복도, 혜원의 뒤 따라 오는 선재(3부)
-혜원, 소리없이 숨을 헉 들이마시는.
S#40. 이륙하는 비행기.
S#41. 혜원 사무실. 낮.
-왕비서와 세진, 하이파이브 하고 만세 부르며 몸을 흔든다.
왕 : 해방이다!
세진 : 둘 다 없어!
-왕비서 전화벨. 얼른 집어드는 왕.
왕 : 어, 혜원아, 무지 당황했지... 최기사두 여행 계획 전혀 몰랐대...
S#42. 공항도로. 혜원 차 안.
혜원 : 애인이랑 놀러 가는데 기사 불러대겠어? 24시간 컨택 했어야지... 앞으루는 신경 더 쓰자...
점심 둘이 먹어. 난 한 가지 더 남았어...어... (건조한 음성. 방금 전 극도의 긴장에 탈진했다)
S#43. 비행기 안.
-성숙은 혼자, 영우와 우성은 나란히 앉아. 각자 불편하고 불쾌한 두 여인.
기대지도 못하고 등을 세운 채 굳어 있는 우성.
서회장 소리 : 껄껄껄.
S#44. 허름한 설렁탕집. 점심.
-혜원과 서회장. 식사 전. 수육 따위와 소주를 먹으며 이야기.
혜원은 간간이 서회장 술잔이 비는대로 따라 준다.
서회장 : 거 아주 재밌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두 없구.
혜원 : 웃으실 줄 알았어요.
서회장 : 웃지 그럼... 영우는 싫은 일두 싫지 않게 넘기는 법을 좀 배워야 해.
사이가 좋으니 나쁘니, 기분이 어쩌니 저쩌니, 그게 뭐 대수냐. 성질만 팩 했지 그릇은 작아.
(술잔 들어보이는) 요것만두 못하다. (마시고 고기 한 점 집는다)
혜원 : (빈 잔 채워 준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름 사업 구상두 있구.
서회장 : 사업 구상이 아니라 돈 까먹을 구상이겠지.
혜원 : 저기, 뭐 이건 어차피 다 아실 일이라 말씀드리는데요, 서대표 실은, 동행이 있어요.
서회장 : 뭐?
혜원 : (네. 웃어 보이는)
서회장 : 남자야?
혜원 : 네.
서회장 : 거 참 맹추같기는... 아니, 뭐하러 같이 다녀. 가서 만나믄 될 걸.
혜원 : 제가 소홀했어요.
서회장 : 됐다. (고깃점 집는다)
혜원 : 서대표한테, 크지 않은 거라두 뭔가 믿구 한번 맡겨 보시믄 어떨까 싶은데요. 책임두 지워 주실 겸.
서회장 : 어떻게 맡기냐. 니가 붙어서 전담해주믄 모르까.
혜원 : 제가 사업 쪽으루 뭘 아는 게 있어야죠. 예술재단을 떠날 상황두 못되구.
서회장 : (떠보는) 뭣보다 성숙이가 널 안 내놓겠지.
혜원 : (웃음)
서회장 : 한 잔 해라.
혜원 : 운전 땜에.
서회장 : 그 밑에 있으믄 평생 실장일텐데.
혜원 : (짐짓 농담) 평생이믄 고맙죠. 직함이야 어찌됐든.
서회장 : 한성숙이는, (끅 트림) 아직 젖두 크구, 다 좋은데 딴주머니가 너무 커져버렸어.
혜원 : (민망하지만 미소 지우지 않고, 시선도 돌리지 않는다)
서회장 :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 놨다.
혜원 : 어떡하죠, 회장님? 제 원칙대루라면, 지금 그 말씀 이사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
서회장 : 허허 참, 이거, 니가 진짜 큰 여우다, 나한테 협박을 다 하구.
혜원 : 죄송합니다.
서회장 : 칭찬이야. (새끼 손톱으로 잇사이를 쑤셔내 냅킨에 닦는다) 내가 너를 식구처럼 여기니까 하는 말인데,
혜원 : (더럽지만 참 소박하셔)
서회장 : 영우가 니 반만 돼두 걱정이 없겠어. 니가 사내라믄 사위 삼았을 거다.
혜원 : 아, 설렁탕 오네요.
-쟁반(설렁탕 두 그릇) 들고 다가와 앉는 40대 연변 아지매.
아지매 : 뚝배기 뜨겁습니다.
혜원 : 감사합니다. (그릇 좀 옮겨 놓을 자리 만들어 주는)
서회장 : 어째 올 때마다 수심이 가득하신가. 무슨 걱정이 있길래.
아지매 : 뭐 사는 게 다 그렇지요.
서회장 : 나두 인생 걱정이 많아요. 자식이구 마누라구 다 아주,
혜원 : (작업 시작인가봐)
아지매 : 뭐 더 필요하시믄 말씀 하십시오.
서회장 : (숟가락 들며) 그러지.
-아지매 나가고 소금, 파 따위 떠넣는 서회장과 혜원.
서회장 : (바깥 쪽 힐끗) 눈매가 맹하구두 처연한 게, 늘 맘이 짠 해. 내 언제 한 번 품어 줘야겠다.
혜원 : (그러시겠죠)
서회장 : (한 술 뜨고 밥을 만다) 어으 좋다... 릴리 여사 오기 전에 소풍 한 번 나가보자. 날두 따뜻한데.
혜원 : (알겠습니다)
S#45. 식당 홀.
-혜원, 아지매 손에 만원 쥐어주며 정답게 포개 쥔다.
아지매 : 아유 이거, 늘 고맙습니다.
혜원 : 별 말씀을요... 어 참, 둘째 넷째 월요일에 쉬시던가요?
S#46. 식당 앞.
-서회장은 차 안에 있고, 혜원, 비서와 뭐라뭐라 이야기.
평일에 막무가내 불러내믄 안되겠죠? ...비서 연신 끄덕이며 듣는다. 혜원의 차 그 곁에.
-비서가 조수석에 타고, 혜원이 서회장에게 공손히 절.
서회장 손을 흔들어 보이고 차 떠난다.
S#47. 음대 교정.오후.
-예쁜 스포츠 카 도착 (영우가 우성에게 선물한). 운전석의 장호가 바깥쪽 기웃.
-유라가 나오고, 뒤쫓아나온 시은이 유라를 잡는다.
시은 : 오늘은 진짜 안돼. 수업 하구 가!
유라 : (뿌리치는) 웃겨 증말.
시은 : 그럼 너 땜에 나 에프 맞어? 조별 수업을 맨날 빠지믄 나는 어떡하라구!
유라 : 알아서 해라? (간다)
시은 : 야! 정유라!
-유라, 차에 타고, 얼른 문 닫는다.
유라 : 빨리 가.
-시은, 차를 두드리지만, 그냥 출발하는 차.
-차 안,
장호 : 뭔데?
유라 : 꼭 저런 애들이 수업에 목을 매요.
장호 : 어떤 애길래.
유라 : 아, 몰라. 짜증나. 대충 좀 살지.
S#48. 인주 방.
-인주, 준형 마주 서서,
인주 : (답답하다는) 어떻게 봐 줘요, 출석이 엉망인데.
준형 : 왜 그래. 맘만 먹으믄 방법이 다 있지.
인주 : 이중주 실기 딱 한번 들어 왔어.
준형 : 신경 좀 써 줘요. 나, 학장한테 같은 말 여러 번 듣게 만들지 말구.
인주 : (내선 전화) 악기 갖다 놔. (끊고는) 아우 증말.
준형 : 좋게 가자고.
-조교가 들어와 두 대의 첼로 케이스 중 하나 집어들려,
인주 : 아니, 그거 말구,
-조교, 옆엣 것 들고 나간다.
인주 : 그렇담 무슨 반대급부라두 확실하게 있어 주던가.
준형 : 있지 왜 없겠어. 중간 고사 끝나구 회식 자리 한 번 또 만들겠대.
인주 : 밥이야 늘 먹는 거구,
준형 : 밥만 사겠어?
인주 : 좋은 정보 있음 좀 줘 봐요. 한성숙 해외 계좌설 파다하던데, 그거 다 정유라네 엄마가 불려준 거라며.
자기네두 거기 숟가락 얹지 않았어?
준형 : 무슨, 난 전혀 모르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주 : 그럼 나두 몰라요. (나간다)
준형 : (따라나가는) 거 참, 김교수는 그런 거 관심 없어두 되잖아.
S#49. 복도.
-인주와 준형, 가면서,
준형 : 암튼 그건 학장님께 얘기 해볼테니까, 부탁 좀 하자고, 응?
인주 : 알았어요. (간다)
S#50. 연습실.
-인주가 들어온다. 시은이 케이스에서 악기 꺼내다가 멈칫.
-인주의 악기가 세워져 있고,
시은 : (주눅) 안녕하세요...
인주 : 또 혼자야?
시은 : 정유라가 도망 가서요,
인주 : 그럼 다른 애라두 데려 와야지, 왜 남탓을 하니?!
시은 : 네, (나가려)
인주 : 시간 아까워. 그냥 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연주 중에 건반 쾅 치고 일어서는 인주, 시은, 연주 하다 겁에 질려 멈추고,
인주, 시은의 손에서 활을 나꿔채 악보 가리키며.
인주 : 이거 안 보여? 읽어 봐, 뭐라구 써 있나.
시은 : 모데라토 칸타빌레...
인주 : 근데 그렇게 악을 써? (활로 찔러가며 독일어) 정말 들어 줄 수가 없다. 너 같은 애가 어떻게 붙었는지 몰라.
분명 채점 실수겠지. 너는, 인간이 아니라 돼지야.
시은 : (눈물 뚝뚝)
인주 : 울어? 뭔 말인지 알아듣기나 하구 우니? 이걸루 해 봐.
-시은, 삐질거리며 인주의 악기로 연주.
인주 : (활로 피아노 언저리 탁 친다) 그만.
시은 : (멈춘다)
인주 : 명색이 전공자라믄 이 정도는 써 줘야지. 억울하믄 악기부터 바꿔. 내 귀, 더 이상 고문하지 말구, 알았어?
시은 : 네...
인주 : (쯧) 다시 해 봐.
S#51. 유라 집 앞.밤.
-장호, 유라의 뺨에 쪽.
장호 : 잘 자.
유라 : 또 이게 끝이야? 초저녁인데?
장호 : 내가 정한 너의 귀가 시간은 열시 아니니. 널 그만큼 격하게 아낀다는 뜻이구, 응?
유라 : 짱 나, 진짜.
장호 : 어, 참,
유라 : 뭐.
장호 : 저기 말야, 너희 어머님, 인맥이 역대급이시라며. 혹시 검찰이나 경찰 쪽에두, 아시는 분 있어?
유라 : 뭐래, 갑자기.
장호 : 내 친구가 지금 좀 곤란하게 됐거든. 근데 어른들 모르시게 처리할려구... 우리 집에 말해두 되긴 되는데,
걔네랑 무지 친해요. 아빠들끼리 친구구.
유라 : 무슨 일인데.
장호 : 어, 뭐 별 건 아니구... 없으까?
유라 : 그딴 거 몰라. 난 우리 엄마가 잡혀갈까 겁나는 사람이야. 안녕. (내린다)
장호 : 어, 그래, (손 들어 보이는)
-유라, 가고, 장호 보다가, 낙담의 한숨.
S#52. 술집 앞.
-주차요원들 바삐 움직이는 중에 지배인이 장호 혼낸다. 곁에 우성의 차.
지배인 : 누가 니 맘대루 끌구 다니래.
장호 : 급한 일이 있어서요. 카운터에 차 키가 있길래,
지배인 : 왜 맘대루 건드리냐고. 우성이가 너한테 맡긴 것두 아닌데, 어?
장호 : 잘못했는데요, 형, 혹시 주변에 힘 있는 분 없어요?
지배인 : 됐구, 얼른 차 집어넣구 들어가 일 해.
장호 : 네...
-장호, 차에 타며 전화 받는다.
장호 : 어, 다미야... 어디, (두리번)
S#53. 부근 주차장 일각.
-다미와 장호, 마주 서서,
다미 : 선재는 그러구 있는데 넌 외제차 끌구 다니면서, 가짜 대학생 노릇이나 하구 다니냐?
장호 : 선재 일 땜에 잠깐 빌려 탔다.
다미 : 좀 알아 봤어?
장호 : 다 좌절이지 뭐... 아, 시바, 기댈 데가 이렇게 없나...
다미 : (눈물 그렁)
S#54. 유치장.
-코고는 소리 요란하다. 복도 쪽의 불빛 뿐이라 어둑. 남자 두엇 자는 모습.
-오그려 누운 선재, 손바닥으로 양 쪽 귀 막고 중얼중얼. 딴 생각 하는 것으로 코골이 굉음을 막아 보려는.
선재 : 좋은 거만 생각해. 난 그럴 수 있어. 좋은 거만.
-서서히 집중이 되면서, 침상 모서리에 손 걸치고 꼼지락꼼지락. 흥얼거린다. 띠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리라리라리...
S#55. 회상.
-혜원집 음악실. 혜원과 선재의 연탄.
S#56. 혜원 침실. 새벽.
-혜원이 조용히 일어나 이불을 걷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온다.
-깊이 잠든 준형.
S#57. 혜원 서재.
-컴퓨터 키보드 위 자판 치는 혜원 손.
-클래식 사이트 대화방. 접속자들 닉네임 훑어 본다.
-게시물 검색. ‘나천재’ 치고 검색 클릭.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불안하게 모니터 보는 혜원.
-혜원, 엄지손가락 끝으로 관자노리 꾹꾹.
S#58. 뷰티샵 손님용 락커룸.
-혜원이 직원의 도움 받아 까운 입는다.
혜원 : 나, 머리가 너무 아파가지구... 왜 그, 샴푸실에 지압 잘하는 친구 있던데, 다미씨던가?
직원 : 아아, 네. 불러 드릴게요.
S#59. 샴푸실.
-다미가 들어오며 의례적인 인삿말(요즘 선재 일로 시종일관 시무룩하다).
혜원, 직원 도움으로 자리에 앉으며 답한다.
다미 : 안녕하세요.
혜원 : 안녕.
직원 : 머리 좀 충분히 눌러 드려?
다미 : 네.
-직원이 나가고 다미가 다가선다.
혜원 : 잘 지냈어요?
다미 : (문득 멈칫, 목걸이 가린다)
혜원 : 왜?
다미 : (손을 떼며) 죄송합니다. 이거,
혜원 : 응?
-다미 목의 목걸이.
다미 : 버리라구 하셨는데.
혜원 : 아아,
다미 : 고쳐서 제가 해요. 이뻐서 그냥... 죄송해요.
혜원 : 죄송은. 기분 좋지, 내가 하던 거 맘에 든다는데. 대신 두통 좀 확 날려 줘봐.
다미 : 감사합니다.
-다미, 의자를 눕히고, 혜원, 누우며 숨을 내쉰다.
-완전히 눕혀진 혜원, 천장을 바라본다. 긴장을 풀어야 해...
-천장에서 선재가 내려다 보는 것 같다.
S#60. 플래시 백.
-혜원 집 음악실(2부)
선재 : 아니 저기, 이해가 안되는 게요,
S#61. 샴푸실.
-혜원, 눈을 감고, 얼굴에 수건이 덮힌다.
S#62. 회상.
-2부 혜원 음악실 몽타주.
선재 : 치면서 말씀드릴게요. (저음부 두 손으로 치다가 오른 손 고음부로 옮겨 멜로디 치면서 왼 손으로 저음부 멜로디)
여기는, (오른손 멜로디 두 마디쯤 친다) 이게 좋으니까, 고음부 화음 대신 왼손 멜로디를 쳤구요, 고 담에, 또,
선재 : 제가 좀 쳤는지,
혜원 : 넌 널 모르나보다? 정말 몰라?
혜원 :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 그냥, 가지구 놀았습니다.
혜원 : 악보는...어떻게 외워?
선재 : 다운 받아서요, 백번쯤 치믄,
혜원 : 지겹지 않니?
선재 : 외우구 나믄 재밌습니다.
-3부 선재 방.
혜원 : 내가 괜히 왔나보네.
선재 :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구요, 네, 분명히 아닌데, 근데 제가 너무, 아,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혜원 : 니 선생은 강준형 교수지.
선재 : 싫은데요,
선재 : 아닌데요. 왜냐믄요, 왜냐믄, 그건 그날, 선생님 첨 만나던 날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루.
혜원 : (픽 웃음)
-3부 혜원 서재.
혜원, 모니터에 박히는 글자들 본다.
선재 소리 : 난 다 바쳤어, 여신한테.
-혜원 집 마당.
선재 : 상관 없어요, 다 지옥이라. (안는다)
-입술이 닿는다.
S#63. 뷰티샵 샴푸실.
-흠칫, 진저리치는 혜원. 거품을 덮어쓴 채.
-다미, 얼른 손을 떼고, 혜원이 수건을 걷어내며 고개를 좀 든다.
다미 : 어,어디 불편하세요?
혜원 : (혼미) 어,어어... (웃어준다) 괜찮아요..
S#64. 미용실.
-거울 앞의 혜원, 물끄러미 눈 앞을 본다. 이건 아닌데...
원장이 드라이어로 볼륨 업.
S#65. 동 라운지.
-굳은 표정 혜원이 나가려는데,
다미 : 저기요,
-혜원, 돌아본다.
-다미가 급히 다가온다.
혜원 : (웃어준다) 나?
다미 : 네, 저기, 아줌마가 친절하셔서 용기를 냈어요. 힘 있는 분두 많이 아실 것 같구.
혜원 : (응?)
다미 : (글썽) 제 남친이요,
혜원 : (귀엽다는 듯) 연애 상담이야?
다미 : (눈물 후두둑) 그게 아니라, 걔가 사람을 패서, 잡혀 갔거든요.
혜원 : 어머... (얼핏 둘러보고는) 잠깐 앉을까?
-라운지 한 켠, 혜원은 사려 깊게 바라보며 들어주고,
다미, 흐득거리며, 눈물 콧물 닦아가며 힘들게 이야기.
다미 : 절대 흑, 그런 애 아닌데, 흑, 갑자기, 흑. 공익 가더니, 흑, 멘붕이 왔나봐요.
혜원 : 천천히, 응?
다미 : 흑,
혜원 : 저런, 무지 좋아하나부다...
다미 : 네, 흑, 잠만 안잤다 뿐이지, 저는, 걔랑, 꼭, 결혼할 건데, 흑, 인생이 꼬여두, 흑, 너무 꼬여요.
피아노 잘 쳐서, 대학 갈 뻔 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더니, 또,
혜원 : (응?!)
-직원이 지나가다 급히 다가온다.
직원 : 어머, 아직 안가셨어요?
-다미, 얼른 일어선다. 혜원도 엉거주춤 일어선다.
혜원 : 아,네,
직원 : 무슨 일이세요? 얘가 무슨 실수라두,
혜원 : 어우, 아니예요, 아니예요. 내가 맘 아픈 얘길 괜히 물어 봐서, 곧 끝낼게요. 괜찮겠죠?
직원 : 아,네, 그럼.
-직원이 다미를 한번 보고 물러가면,
혜원 : 피아노를...한다구?
다미 : 네... (정신을 좀 차린 듯 하다. 간간이 훌쩍이기만) 저는 잘 몰랐는데, 교수가, 잘 한다구 했대요.
부인이랑 걔네 집에까지 막 찾아와 주구,
혜원 : (확인하려는) 정말 잘, 하나 봐?
다미 : 네, 서한대 장학생으루 뽑아준다 그랬대요.
혜원 : (멍해진다. 이선재 맞네...)
혜원 : (다시 눈물) 냅두믄 감방 가요. 도와 주시믄 평생 갚을게요. 제발,
혜원 : 어어... (눈 앞을 보며 중얼거리듯) 알아는 볼게... 기대는 말구, 어쨌든 기운 내라...
S#66. 동 주차장.
-차 안. 혜원, 멍한 채 통화.
혜원 : 뭐 하나 알아봐 줘... 이선재 경위서에 신원 적혀 있지? ...그걸로 사건 조회 할 수 있어?...
S#67. 혜원 사무실.
세진 : 폭행, 협박, 기물 파손, 공무 집행 방해로 민사 및 형사상 고소 고발 돼 있구요, 관할은 남양주 경찰서,
-혜원, 여전히 멍한 채 세진의 보고 듣다가 일어선다.
S#68. 경찰서.
-한 떼의 사람들이 싸우듯 떠들며 나가고 혜원이 그들 피하면서 들어선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둘러 보는 혜원. (천하의 혜원에게도 낯설고 싫은 곳)
-혜원, 멈칫멈칫 유치장 쪽으로.
S#69. 유치장.
-면회실에서 싸우는 소리 들리고,
-창살문 바깥 쪽에서 조심스레 들여다 보는 혜원.
-선재,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서성인다. 무표정하게 입술을 달싹이고 있다. 빰바라밤밤 빰바라밤밤, 그러는 것 같다.
한 손을 빼내 박자를 젓는가 싶더니, 돌아선다.
-혜원, 얼른 돌아선다.
S#70. 복도 일각.
-벽에 기대 선 혜원. 손에 든 종이컵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 저 애는 왜 사람을 팼을까. 왜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을까. 내게 화가 많이 나서?...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떡하면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즉 저애가 무참하지 않게, 쥐도 새도 모르게 손을 쓰나.
-잠시 후, 혜원, 종이컵 구기듯 접으며 뭔가 가닥이 잡힌 듯한.
S#71. 혜원 집 주방. 다음 날 아침.
-혜원은 서서 커피를 따르며 눈치 살핀다.
준형, 토스트 먹으며 태블릿 피씨 검색하는. 둘 다 출근 차림.
준형 : (엉?!)
혜원 : 왜?
준형 : 이거 뭐냐. (태블릿 들어보인다)
-기사 제목과 사진. ‘쇼팽 콩쿨 최초 한국인 심사위원 나오나. 서한 음대 조인서 교수 후보군에’
준형 : 당신 알구 있었지?!
혜원 : (커피잔 놓아주고 준형 어깨 쓰담쓰담) 열 받지 마.
준형 : (토스트를 던지며 일어선다) 또 뒤통수야, 또!
혜원 : (물러서며 나, 참) 아직 결정된 것두 아닌데...
준형 : 거명이 된 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 내가 꼭 이렇게 알아야 돼? 당신 도대체 누구랑 사니!
이선재 일만 해두 그래. 당신이 좀만 신경 썼으믄 잡아 둘 수 있었어!
걔가 조인서 밑에 있었으믄 그렇게 손놓구 냅두진 않았을 거다. 내 말 틀려?
혜원 : 틀리지.
준형 : 뭐가 틀려.
-준형의 핸드폰 진동. 혜원, 얼른 집어 짐짓 대령하듯.
혜원 : 받으세요.
준형 : (뺏듯이 건네 받아) 네...전데요..어디요?...누구요?...네? (나가며) 저,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시죠.
혜원 : (어깨 으쓱)
S#72. 달리는 준형의 차.
S#73. 남양주 경찰서 강력계.
-형사와 반주자, 준형의 명함과 준형을 번갈아 보며 놀라는.
준형 : 제가 가장 아끼는 제잡니다.
반주자 : 제자...요? 쟤가 그럼 서한 음대,
준형 : 아니요, 개인적으루 저를 사사 중입니다. 저랑 같이 국제 대회 준비 하면서 심적으루 크게 부담이 너무 컸는지
정신과 치료 중이었어요. 그러니까, 저 친구는,
형사 : 환자란 말씀이세요?
준형 : 그렇죠. 저랑 의논두 없이 소집에 응하더니 이런 일이 생기구 말았습니다. 성품은 더없이 착한 애예요.
제가 다 책임 지겠습니다.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주자 : 아우우, 저는 그런 줄두 모르구, 김형사님, 당장 합의,
형사 : 거 참, 형사로 걸리는 부분이 있잖아요.
준형 : 아,네, 잠깐 전화 좀, (전화기 꺼내는)
둘 : (본다)
준형 : (전화) 네, 조청장님, 저 강준형입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 때문에요...네...네...
S#74. 아트 센터. 카페테리아. 낮.
-혜원, 세진, 쟁반 들고 자리에 앉는다. 점심 식사.
세진이 유쾌하게 재잘대고 혜원은 건성.
세진 : 좋다... 높은 분들이 안계시니까 실장님이랑 같이 점심두 먹구.
혜원 : 이럴 때두 있어야지.
세진 : 그거 아세요? 저 입사하면서 실장님을 롤모델루 삼았거든요.
혜원 : 그랬어?
세진 : 껌처럼 달라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거야, 그랬는데, 실상을 보면서 완전 허걱.
난 죽었다 깨나도 저렇게 못하겠네, 깨끗이 포기했죠. 나 같으믄 일주일두 못버틴다, 하면서요.
혜원 : 너 같으믄 어떡해. 나 같아야지.
세진 : 그르니까요.
혜원 : 오늘 야채 진짜 싱싱하다.
세진 : 네...어 참, 그 친구 어떻게 됐어요?
혜원 : 잘 풀리구 있어. 곧 나올 거야.
세진 : 다행이다.
혜원 : (그렇구 말구)
S#75. 경찰서 강력계.
-선재가 경관 따라 들어온다. 꾀죄죄하다. 멈칫하는 선재.
-준형, 과장되게 다가가 선재를 안는다.
준형 : 이게 무슨 꼴이냐.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더니... 어머니 일은 가슴 아프구 니 심정 다 이해하는데,
그래두 그건 도리가 아니지. 알만한 놈이, 어? 결국 나한테 손내밀게 돼 있잖아?
선재 : (무참하고 혼란스럽다)
준형 : 사람끼리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질기냐. 너 나 첨 만났을 때부터, 응?
S#76. 강변 국도. 달리는 준형 차 안. 저녁 무렵.
-준형, 운전하면서 옆자리 보며 슬몃 웃는다.
선재, 정신없이 자고 있다.
S#77. 혜원 집 마당. 저녁.
-준형의 차가 들어오고, 선재, 등을 세우며 두리번두리번.
준형, 시동 끄고 차 열쇠 뽑고 벨트도 끄른다. 선재도 얼결에 벨트 끄른다.
준형 : 푹 잤냐.
선재 : (어디지?)
준형 : 우리 집이다.
선재 : (당신 집이면 혜원 집!) 저, 근무지 이탈... 복귀해야 되는데요,
준형 : 안해두 돼. 넌 지금 환자거든?
선재 : 제가요?
준형 : 당분간 여기 있으면서 몸을 좀 풀어라. 그동안 손두 많이 굳었을 거야. 들어가자.
-차에서 내리는 준형. 선재, 급히 따라내린다.
준형 : 일단 좀 씻구, 맥주 한잔 하면서 천천히 얘기 해.
선재 : 아니요, 저기, 지금 저,
준형 : 글쎄 안 가두 된다니까? 뭔 말인지 모르겠어? 너 중증이야. 시끄럽다구 사람 패는 게 정상이냐?
그쯤이면 제대 사유 되구두 남어. 내가 다 알아서 손 써 놨어,
진단서 끊어 보내면 니 병역 문제두 다 처리 될 거다. 그냥 맡겨.
선재 : 싫은데요.
준형 : 뭐?
선재 : 합의금 내주신 건 감사한데요, 병역, 그건, 그건 아니거든요?
준형 : 마, 뭐가 아냐!
선재 : 아니죠, 왜냐믄,
-혜원의 차가 들어온다. 준형 반색.
준형 : 오,
선재 : (철렁)
-혜원이 차에서 내리고, 선재, 얼른 시선 떨군다.
한껏 뽐내고 싶은 준형.
준형 : 여보, 이게 누군지 좀 봐.
혜원 : (천연덕) 그러게...
선재 : (본다. 저 깔끔한 표정이라니. 알 수 없는 배신감에 차분해진다) 안녕 하신 것 같아요...
혜원 : (유감 많겠지) 그래... 근데 어쩐 일이야?
준형 : 내가 다시 건져 왔지. 애가 손이 근질거려 아주 발광을 했던가봐.
혜원 : 어쨌길래,
준형 : 글쎄 이 놈이,
선재 : 제가 말씀 드릴게요.
혜원 : (그래?)
준형 : 허허허, 자식 이거 은근 허세가 있네?
선재 : 네, 맞는데요,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말씀을,
혜원 : (웃음) 들어가.
준형 : (선재 어깨 감아 안으며) 그래, 그럴 나이지. 이해한다.
-준형이 선재 어깨 안은 채 장광설 늘어놓으며 집안으로 통하는 문을 향한다.
혜원이 뒤따라 가면서 선재의 어깨를 물끄러미 본다.
준형 : 인제 넌 다른 거 생각하믄 안 돼.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재능을 배신 하구서는 살 수가 없어요.
매일 매일이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지만,
선재 : (안 들린다. 혜원에게 묻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 순서를 정하느라)
혜원 : (긴장을 지그시 누르는)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