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서는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70세 노감독의 연륜으로 꽤 세심하게 표현됐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감칠 맛 대사와 인물의 개성 표현, 심리묘사가 세련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풍겼다.
또 사랑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타이밍의 교감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는데 대부분 그렇듯 타이밍이 어긋났다. 왜 그들은 탐색하고 두려워했는가. 노신사에게 뒤늦게 찾아온 사랑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도박빚을 갚아달라고 중요한 시점에서 번번히 등장하는 노인의 친구는 괜찮은 상징이다) 베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 점잖게 보이는 노신사는 외모와는 달리 판사에서 사업가로 과감히 변신했고 배신한 동업자를 폐인으로 만들어 복수하는 등 치밀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결코 보여지는 그대로의 로맨티스트나 휴머니스트적인 면모가 전부가 아닌. 그는 계속 여자의 마음을 탐색해본다. 돈으로 시작했지만 젊은 여자의 마음을 얻는 지점은 다른 데 있음을 안다. 자신이 살아온 길, 실패한 결혼과 가족 문제등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며 대화를 통해 지성과 안정감을 주고 감정을 교류하려고 한다. 또 자서전의 수정 작업을 시키며 이렇게 떠본다. ' 내 문장이 진부한가? 구식인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런 간접 질문에 냉정하게 대꾸하는 여자에게 실망하는 노신사는 사랑에 애가 달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또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평생 모은 장서를 대대적으로 정리해 보인다. 한편 25세의 여자는 이제 막 무책임한 철부지 남편과의 이혼으로 인생 수업을 시작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려고 하는 중에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 나타났으나 선뜻 달려가 안길 수 없는 불안이 있다. 게다가 누가봐도 돈때문에라는 경멸적 시선이 분명할 대상이어서 녹녹치 않은 표정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만다. 방어벽으로 대리 상대자에게로 도피하지만 터무니 없는 간섭에 정신이 든 여자는 노신사의 품으로 젖은 새처럼 안겨든다. 비와 어둠과 와인의 유혹이 모든 성적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싱싱한 젊은 여성의 벗은 몸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노신사. 결국 오래묵은 친구같은 아내의 느닷없는 방문과 여행 제안을 도피처 삼아 여자를 떠나는데 아쉬운 이별의 포옹에서 확인된 농축된 사랑의 열기가 관객과 여인에게 여운으로 남는다. 같은 내러티브를 헐리웃이나 우리 연속극에서도 보여주지만 대부분 칙칙하거나 상투적 플롯으로 사랑의 순정성에 상처를 남기는데 반해 이 영화에서는 냉정한 두 남녀의 줄다리기가 눈빛과 대사속에 긴장감이 살아 생생하고 어느 나이, 어느 상황에서도 사랑의 성공은 힘들다는 것,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준다, 게다가 이 영화의 장점은 일부 프랑스 영화의 문제인 지루한 화법과 불필요한 상황 설정과 고정된 화면등이 대부분 정리가 돼 대중성을 확보한 데 있다. 재미와 진지함을 갖춘 괜찮은 영화였다. 다만 같은 여자로서는 별로인 (완전 내숭형) 여주인공 (에마누엘 베자르?)이 대개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엄청 자극할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딱이었다.- 같이 본 남편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음. 그 노신사는 몸짓 연기가 일품이었다. 어쨋거나 이 영화도 주제나 소재가 하나의 전형과 도식을 갖추기에 충분했지만 인간성의 탐구라는 측면에서 진지한 작업의 하나로 성공한 편이었다고 본다.
첫댓글 와아~독설가인 유아독존님의 찬사를 듣는 영화를 못 본 것이 천추의 한이 됩니다. 사랑을 은근히 표현하는 노신사의 몸짓 연기가 환상이었나보다.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내게 어떤 느낌이 오는 듯 해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