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미터의 높은 산 위에 개성만점의 여관이 좁은 계곡을 따라 나란히 서있는 구로카와 온천(
).
일본에서는 지난 1998년을 전후로 구로카과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현재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천마을로 당당히 손꼽히는 곳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름조차 생소하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부터 일본여행정보 jtour.com 을 통해서 구로카와 온천이 국내에 알려지게 되고, 그로인해 구로카와 온천을 다녀온 여행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또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구로카와 온천이 인기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2004년에는 도서출판 시공사를 통해 일본온천여행 가이드북이 발행되면서 구로카와 온천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기에 멀지 않은 시간에 유후인 온천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여행지로 각광받게 되리라 예상한다.
구로카와 온천은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가고 싶어하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을 지닌 곳이니까!
|
|
구로카와 온천의 인기비결은 다른 온천마을과는 달리 규모가 큰 호텔식 여관은 찾아볼 수가 없고, 산속에 위치한 온천마을 답게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소규모 여관의 온천마을이라는 데 있다. 특히 모든 여관에 자연미 넘치는 넓은 노천탕을 갖고 있어서, 새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여기에다,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에서 판매하는 1,200엔짜리 입탕어음 ‘데가타’(유효기간 6개월, 입욕시간 08:30~21:00)을 구입하면 구로카와의 22개 여관의 온천 중 3곳을 선택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특이한 시스템 또한 매력적이다.
동굴탕이 있는 ‘신메이칸’(新明館), 구로카와에서 제일 넓은 노천이 있는 ‘야마미즈키’(山みず木)와 ‘구로카와소’(
), 일본의 명탕(日本の名湯 秘湯)100선에 선정된 ‘이코이’(いこい), 아름다운 물빛을 가진 혼탕으로 유명한 ‘산가’(山河) 등 이곳의 여관들은 하나 하나가 일본의 대표하는 온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200엔으로 이런 명탕을 3곳이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 구로카와 관광 문의
-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 : 0967-44-0076 FAX 0967-44-0819
- JR 규슈 조이로드 : 092-482-1489
- 니시테츠 고속버스 : 092-733-3333
- 히타버스 : 0973-22-7681
- 규슈산업교통 : 096-355-2525
■ 구로카와 관련 홈페이지
|
|
지금은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인기있는 온천마을이지만, 십수년 전까지만해도 노인회의 단체손님을 상대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볼품없는 온천마을이 바로 구로카와 온천이었다.
에도시대부터 지역의 다이묘들이 이따금 이용하던 첩첩산골의 구로카와 온천은 1970년대 당시 7채의 온천여관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오일쇼크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형편이 어려워진 여관주인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임업도 어려윤 형편에 직면하게 되었다. |
|
희망이 없는 세월이 계속 되던 구로카와에 1985년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다카시마 주니치(高島淳一)가 고향으로 돌아와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 이사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구로카와 온천의 생존을 건 개혁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신메이칸의 고토 데츠야, 이코이 료칸의 오가사와라 가즈가 합세를 하면서 구로카와는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토록 인기가 없던 구로카와 온천이 오늘날 일본 여성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온천으로 손꼽히는 브랜드로 성장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
|
벳푸 온천이 상징하듯, 지금까지의 온천마을은 남성 단체손님을 주고객으로 했기에 대형 온천관광호텔, 단체연회장, 가라오케, 풍속업소 등이 온천마을의 필수요소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취향도 변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하루에 몇백명씩 단체로 숙박하고 밤새 술을 마시고 가라오케에서 흥청거리는 온천놀이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즈음 마을 조합의 지휘아래 똘똘뭉쳐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온천마을을 준비해온 곳이 바로 구로카와와 유후인이다. |
|
두 곳 모두 규모가 작은 온천마을이고 주변에 벳푸온천이라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채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온 보잘것 없는 온천마을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몇몇 사람들의 주도하에 전마을 주민이 조합으로 뭉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가던 이 두 마을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을 맛보게되는데, 남다른 성공의 비결에도 공통점이 있다. |
|
그것은 바로 마을 조합의 지휘아래 마을 전체를 일관된 컨셉으로 가꿔나가고, 각 여관마다 저마다 다른 개성적인 노천탕을 갖고 있다는 것, 마을 내에 단체손님이 들어올만한 대형 호텔식 여관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 대상고객이 단체손님이 아니라 여성을 중심으로 한 개별 가족 여행자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이다.
반면,이 두 마을의 차이점은 고급요리에 집착하고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퓨전 온천마을을 만들어낸 유후인과는 달리 구로카와는 일본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전통적인 소박함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
|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구로카와 온천과 유후인 온천은 어느쪽이 더 좋다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곳 모두 개성있는 매력을 가진 온천마을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 유후인을 찾은 여행자들이 다시 구로카와를 찾게 되고, 구로카와를 찾은 여행자들이 유후인을 다시 찾는 윈윈구조를 갖게 된 것도 또다른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자, 그럼 구로카와 온천이 일본의 여느 온천과 다른 점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풍부한 유량과 뛰어난 온천수질을 자랑하는 구로카와 온천은 원천수의 온도가 80~100℃의 고온으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여느 온천마을과는 달리 노천온천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여행의 주도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있다. 여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남자는 그냥 가는 것이다”라는 발상으로 구로카와의 온천여관들은 각기 개성있는 여성전용 노천탕을 만드는 것에 정성을 기울였다. |
|
지금은 구로카와나 유후인의 인기를 따라하는 온천마을들이 늘어나 여성전용 노천탕을 갖춘 곳이 꽤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일본에서의 노천탕은 남성전용 혹은 혼탕이었다.
그래서 개방적인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싶지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망설이든 여성들이 자유롭게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구로카와를 주목하게 되고 경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지금의 인기를 얻게된 것이다.
특히 구로카와의 각 여관은 제 각각의 원천을 갖고 있어서 노천탕의 천질이 나트륨염화물, 황산염천, 황화수소천 등 가지각색이고 이에따라 온천의 효능도 제 각각이다. 특히 이코이 여관(いこい旅館)의 비징유(美人湯)나 여관 와카바(旅館 わかば)의 ‘케쇼노유’(化粧の湯)는 뛰어난 미백효과로 유명하다.
구로카와 온천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던 1984년 경 노천온천 붐을 타고 당시 16곳이었던 여관 중 14곳의 여관이 노천온천을 만들었지만, 남은 두 곳은 공간의 문제상 아무리 해도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천온천의 구로카와’라는 카피를 널리 홍보하기 전에 남은 두 곳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마을 주민들의 회의를 통해 고안된 시스템이 바로 ‘입탕어음’(入湯手形) 제도다.
|
|
구로카와 온천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을조합 사무실에서 1,200엔짜리 입탕어음을 구입하면 구로카와 온천여관 25곳(외 3별관)의 노천온천 중 3곳의 온천 순례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입욕어음은 1986년에 6,000장을 제작해서 판매에 들어가 다음해인 1987년에는 19,000장이 판매되더니, 2000년에는 약 10만장을 판매하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인 리크루트지의 통계에 의하면 1986년부터 1997년까지 판매된 테가타의 수가 무료 70만개라고 한다. 두께 1cm의 나무로 만든 테가타 70만개를 한 줄로 쌓으면 높이가 무려 7,000미터로 후지산 높이의 2배에 이를 정도. 참고로 이 어음의 제조원가는 개당 250엔 정도라고...
입욕어음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말을 제외하고는 썰렁하던 마을이, 입욕어음 제도 도입 후에는 유카다를 입고 온천 순례를 하기 위해 마을을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면서 온천마을다운 분위기가 정착되었고, 이로 인해 구로카와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나무로 만든 마패처럼 생긴 입욕어음을 목에 걸고 유카다 차림으로 게다를 신고 노천온천을 순례하며 수다를 떠는 그런 비일상성이 도시인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 구로카와의 입탕어음 '뉴유데카타'
구로카와의 온천 명물 ‘뉴유테가타’(입탕어음, 入湯手形)는 구로카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마을여관조합에서 판매하는데 흔히 ‘데가타라’ 부른다.
입탕어음을 구입하면 24개의 온천여관 중 마음에 드는 3곳을 선택해서 여관 내의 온천(내탕 및 노천탕 포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
만약 입탕어음을 구입하지 않고 여관의 노천탕을 당일치기로 이용할 경우 입욕료는 1회당 500엔이므로, 3곳을 이용할 경우 300엔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
- 요금 : 1,200엔 (1개의 어음으로 2명이나 3명이 함께 이용할 수 없음)
- 횟수 : 1개당 3곳의 온천 이용가능
- 유효기간 : 6개월간 유효 (구입시에 개시일자를 스탬프로 찍어준다)
- 이용시간 : 오전 8시 30분~오후 9시(여관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사전확인 필요)
- 특전 : 구로카와의 온천 중 15곳을 순례했을 경우 감투상, 24곳 전부를 순례했을 경우에는 퍼펙트상 및 기념품 등을 제공한다.
- 구입처 :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 ‘가제노샤’(
) ☎ 0967-44-0076
|
일본의 어느 온천마을을 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가라오케도 편의점도 찾아볼 수 없는 구로카와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산속 마을이지만, 이곳에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연의 정겨움이 가득하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신록의 아름다움, 그리운 흙의 향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청명한 계곡물 소리를 감상하면서 마을을 거닐다보면 어느듯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아득한 기분에 젖어들게 된다. |
|
하지만 엉뚱하게도 구로카와 온천에는 자연 그대로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온천마을이나 여관 내에 푸른 신록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수목한 것이고, 여관들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도 자연미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구로카와가 유명해지기 전 어렵던 시절 여관들끼리 경쟁적으로 세웠던 20여개의 화려한 여관간판은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모두 철거하고, 대신 나무로 만들어 자연과 썩 조화를 이루는 7개의 공동 간판과 20개의 이정표를 마을 곳곳에 만들었다.
마을 도로 한켠에 서있는 가드레일도 흰색 대신 자연에 좀 더 가까운 색인 차(茶)색으로 새단장을 했고, 빨강 노랑 녹색으로 혼잡했던 여관의 외벽도 황토색으로 바꾸는 등 마을 전체를 통일된 컨셉으로 단장해서 자연 그대로의 온천마을 분위기를 연출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자연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