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季刊 鎭海] 2006 가을호(54호) 여는 詩
다시 중초동에서
金 正 煥
2006년 8월 8일 立秋에 다시 찾은 중초동은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설킨 낡은 전선 뭉치들이
좁은 진입로에 아무렇게나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안내원 없는 철길 건널목 사이로 살찐 도둑고양이가 한 마리
찢어진 검정 쓰레기봉투를 이리저리 뒤지고,
‘태백가길’ ‘태백안길’ 이라고 이름표를 바꾸어 단 골목길을 돌아서자 공영주택 7호 옛 집터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중초다리 건너편 옛 외가 자리에는 낯선 구멍가게가 들어서 있고
내 나이보다 더 오래된 대추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작은 열매 가득 달고 힘겹게 서 있었다.
‘태백다방’진양다방’중앙탕’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새로 생긴 국도 2호선 고가도로 아래 그늘에서는
몇몇 노인들이 내기 장기에 빠져 더위를 쫓고 있다.
이슬처럼 살다 간 황선하 詩人도
꽃을 보는 마음으로 살다간 방창갑 詩人도
이제 더 이상 중초동 관사에서 흔적마저 찾을 수가 없다.
제4 비료공장 철로 위에 말라붙은 지렁이 위로
섭씨 34도의 따가운 햇살이 거침없이 내리쬐고 있었다.
직유법으로 버티고 서 있는 중초동의 日常에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나 한번 찾아볼까나?
[ 약 력 ]
‘52 진해에서 태어남. 진해중학교, 마산고등학교, 부산교육대학 졸업. ’85 대구매일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 등단함. 진해문인협회 회장을 다년간 역임함. 시집 [雨季의 風景], 동시집 [보물찾기]등이 있음. 진해 안골포초등학교 및 장천초등학교 교가를 작사함. 경남예술인상, 우수작품집상 등을 수상함.
현재 진해 경화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음.
첫댓글 고향내음이 물씬 풍기는 중초동 마을 현재의 풍경입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지난모습 그대로이지만 다방과 구멍가게가
없어진것이 변한것이라고나 할까?
중초동의 이름만 들어도 고향까마기 처럼 반갑건만!!! 옛님은 뵈이지 않고 더문더문 새주택 외에 을씨년스런 동네의 모습 에 왠지 낮설게 느껴지는것이 세월의 탓일까요? 나이를 먹어서 일까요?
그래도 그리운 중초동 마을에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어릴적 옛생각이 절로 나네요? 언제 한번 자리 함께 하여 중초동의 추억을 되새겨 보도록 합시다. 중초동에 대해서도 좋은 글 많이 써도록 애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