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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병원 호스피스 병동 스크랩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3]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病床
푸른초장 추천 0 조회 63 15.10.06 10: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末期환자에 절실한 호스피스… 정부는 "늘린다" 말뿐

  • 김정환 조선일보 기자
  • 입력 : 2014.09.03 03:00 | 수정 : 2014.09.03 09:50

    [3]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病床
    공문만 보내놓고 지원은 안해… 큰 병원 81곳중 6곳만 "확충 계획"

    올해 1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박경식(가명·당시 47세)씨. 침샘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하다 암이 척추에 번져 작년 12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 그는 잔잔한 표정이었다.

    "처음 여기 들어올 땐 언짢았어요. '정말 한 달 남았구나' 싶었거든요. 막상 와보니 잘한 선택 같아요. 일반 병동에선 '진통제 놓아달라'고 해도 '약이 떨어져서…' '지금 바쁘니까…' 하고 기다리게 했어요. 여긴 그런 일이 없어요. 의료진이 마스크도 안 쓰고 제 항문에 손을 넣어 대변을 빼줬어요.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런 말씀 마세요. 환자가 편한 게 중요하죠' 하시더군요. 그때 '남은 한 달은 하느님이 주신 시간이구나' 생각했어요."

    마지막 한 달 동안 그는 좋아하던 커피를 하루 여러 잔 마셨다. 아내(50)와 많은 얘기를 했다. "관과 수의는 가장 싼 걸로 하라"고 했다. 납골당도 함께 정했다. 병상에서 색종이를 오려 붙여 꽃 그림을 만들었다. 아내에게 주면서 "일찍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가 울었다. 그는 고통 없이 눈을 감았다.

    호스피스에서 가족을 보낸 사람들은 "고인이 편안하게 떠난 게 좋았다"고 말한다. 한데 우리나라는 살기에 퍽퍽한 것은 물론이고, 죽기도 고달픈 사회가 되고 있다. 호스피스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을 좀 더 인간답게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 "오는 2020년까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상을 현재 864개에서 1400개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 취재팀이 전국 상급 종합병원 43곳과 지역 거점 병원 38곳 등 총 81곳에 모두 전화해보니, 호스피스 병동을 새로 만들거나 이미 있는 병동을 늘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곳은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5곳 중 10곳은 "언젠가 그럴 생각이 있다" "검토는 하고 있다"고 했다. 65곳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조사 대상이 된 병원 81곳 대부분이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공문은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문을 받는 것 외에 복지부·지자체 직원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거나, 설명회를 열어서 참석했다는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과 올해 7월 두 차례 했다. 병원마다 2회 이상 전화해, 책임 있는 담당자로부터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3] 겉도는 호스피스 정책… 病床(병상) 2500개(2006년부터 10년간) 만든다더니 현재 864개뿐

  • 김정환 기자
  • 입력 : 2014.09.03 03:01

    [3] 말뿐인 호스피스 증설… 절박함 없는 정부

    "2020년까지 1400개 만들 것" 목표 수치 내리고 '증설' 홍보
    지방엔 병상 자체가 없는 곳도… 환자들 대기자 번호표 받아야
    담당 공무원 1년에 한번꼴 교체… 업무 지속적 추진 어려워

    '호스피스 늘리겠다.'

    '호스피스 지원하겠다.'

    최근 10년간 복지부는 이런 보도 자료를 24차례 냈다. 전문가들은 "그런데 실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말'은 참 많이 했지요." (허대석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장·서울대 교수)

    원래 계획은…

    더 이상 수술도 항암제도 소용없는 말기 암 환자가 불필요한 고통 없이 편안하게 마지막 나날을 보내도록 돕는 곳이 호스피스다. 우리나라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1963년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첫 환자를 받았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후 한 세대 넘게 한국 호스피스는 제도권 바깥에 머물렀다. 정부도 국민도 '호스피스는 뜻있는 사람들이 펼치는 봉사 활동'이라고 생각했지, 국가가 관리·감독하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의료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암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한 해 암으로 숨지는 사람이 한 세대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1983년 3만명→2012년 7만명). 암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됐다(28.1%).

    그러자 정부가 2003년 "호스피스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2006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규모라면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병상이 2500개 정도 있어야 한다"면서 "단계적으로 호스피스 병상을 늘려 2015년까지 2500개를 채우겠다"고 했다. 당시 한국 호스피스 병상은 307개였다.

    실제 벌어진 일은…

    그때만 해도 복지부는 2010년까지 우선 1000개 병상을 확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그 해가 돼도 실제 병상은 673개에 그쳤다. 그다음 해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목표 달성 시한인 2015년만 한 해 한 해 닥쳐왔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해 목표를 수정했다. 2015년까지 2500개 병상을 만드는 게 애초 목표였는데, 2020년까지 1400개 병상만 만들기로 목표를 낮춰 잡았다. 기한도 늦추고 병상 수도 줄였다. 현재 전국 호스피스 병상은 864개다.

    듣기 좋은 부분만 발표

    문제는 복지부가 이런 사정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목표 자체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히는 대신 도리어 "지금보다 호스피스를 대폭 늘리는 정책"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에 불리한 부분은 쏙 뺀 것이다.

    
	최근 10년간 호스피스 담당한 복지부 과장들에게 '왜 목표 달성 못했나' 물어봤더니.
    윤영호 서울대 의대 부학장이 "말기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정부가 한 행동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서울·부산 같은 큰 도시도 호스피스 병동이 부족하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아예 없는 곳도 많다. 그 결과 말기 암 환자가 편히 죽을 장소를 찾아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대기자' 번호표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

    일부 호스피스 병동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한 달 이상 못 있는다'는 식으로 제한을 둔다. 그 바람에 한 달이 지나도 숨지지 않은 환자가 다른 데 자리가 있나 다시 알아본 다음 앙상한 몸으로 앰뷸런스에 오르는 일이 왕왕 생긴다.

    "공무원은 절박하지 않다"

    허대석 서울대 교수가 "저희는 죽어가는 사람을 날마다 직접 보니 마음이 절박한데,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복지부에 찾아가 '호스피스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설득한 게 몇 번인지 모릅니다. 한참 설명하면 다들 '맞는 말씀'이라고 합니다. '아, 이제 뭔가 되겠구나' 하지요. 다음에 찾아가면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습니다."

    취재팀이 최근 10년간 담당 과장이 몇 번 바뀌었나 확인해보니 10번이었다. 전임자 9명 중 1명만 32개월 근무하고, 나머지는 1인당 1년이 못 되게 근무했다(평균 11개월 2주일). 지금 과장은 올 초에 왔다.

    "왜 임기 중에 목표 달성을 못 했느냐"고 묻자 10명 중 3명이 인사 요인을 댔다.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해외 발령이 났어요." "담당 부서가 통폐합돼 인력이 줄었어요."

    다른 대다수는 조직 안팎을 탓했다. "저는 열심히 하려 했는데, 국립암센터가 안 따라줬어요." "복지부 윗사람들이 소극적이었어요."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병원들이 '돈이 안 된다'면서 거부했어요." "다른 큰 사건이 자꾸 터져서 이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어요."

    "제 임기 때 저는 잘했다"는 사람도 1명 있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3] 병원들 "증설요?… 지금 있는 病床 운영하기도 빠듯"

  • 김정환 조선일보 기자
  • 송광모(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인턴기자
  • 장경혜(세명대 대학원 재학) 인턴기자
  • 입력 : 2014.09.03 03:01

    빅5 중 2곳에만 호스피스 병동 "인력·인건비 충당 어려워"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VIP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이른바 '빅5' 병원이다. 모두 최첨단 연명치료 장비와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지만,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곳은 이 중 서울성모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두 곳뿐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아예 호스피스 병동이 없다. 서울대병원은 2006년 호스피스 병상을 27개 만들었다가, 지금은 중환자실 겸용으로 돌려서 사용하고 있다. "적자가 자꾸 나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복지부가 "2020년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1400개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들 세 병원 중 어느 곳도 정부 정책대로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거나 다시 열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더했다.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18곳, 지역거점병원 38곳 중 13곳이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있다. 취재팀 조사 결과 이들 대부분이 "증설하긴커녕 지금 있는 병상도 운영하기 빠듯하다"고 했다.

    충남대병원은 2008년 호스피스 병상 13개를 마련했다. 환자들이 밀려들어 매달 20여명씩 대기하는 실정이다. 충남대병원 관계자가 "정부에서 1년에 한 번 8000만원씩 주는데, 그 돈으로는 운영비도 모자라 1년에 7000만원씩 후원금을 걷고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는 걸까.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병동에는 음악치료·목욕봉사처럼 일반병동에 없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말기 암 환자에겐 꼭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인력난도 심각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바자회 수익금과 기독교적 신념을 가진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겨우 버틴다"고 했다. 홍성의료원은 "지방이라 간호사들이 오질 않는다"면서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들은 휴가도 못 가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호스피스 병동이 없는 병원들은 "새로 만들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지방 A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거기 참여했다간 재정 적자가 날 게 너무 뻔했다"고 했다. 지방 B의료원은 "호스피스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지원금으로 시설을 만든다 한들, 인력을 구하거나 인건비를 댈 자신이 없다"고 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3] 정부는 호스피스 건강보험 수가(酬價)도 아직 못 정해

  • 이동휘 기자
  • 입력 : 2014.09.03 03:01

    심리 치료·가족 상담 등에 건보 혜택 줄지 의견 갈려

    호스피스가 지금보다 늘어나려면 '건강보험 수가'부터 정해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용을 얼마씩 나눠서 낼지 정한 액수다. MRI를 찍거나 주사를 놓는 것 같은 의료 행위 하나하나에 값을 매겨서 그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고(행위별 수가제도), '하루에 환자 1인당 얼마'라는 식으로 총액을 정해 그만큼 병원에 주고 '이 범위 안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일당정액제도).

    복지부가 2003년 처음으로 '호스피스 법제화 계획'을 내놓은 뒤 11년이 지났지만 지금껏 건강보험 수가를 정하기 위한 시범 사업만 두 차례 하고, 수가 자체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호스피스만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의료계 안에서도 갈등이 많아 좀처럼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심리 치료, 가족 상담 등 일반 병동에서 안 하는 서비스를 많이 한다. 말기 암 환자에겐 주사 한 대 맞는 것보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보 혜택은 없다. 그러면서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은 중단한다.

    복지부 관계자가 "일당정액제도로 가자니 일부 의사가 '그러면 심리 치료처럼 공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운영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그렇다고 행위별 수가제도로 가자니 '호스피스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말자고 가는 곳인데, 의료 행위를 할 때마다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고 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민간 호스피스 병원들은 후원금으로 모자라는 돈을 각자 알아서 메우고 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2부]고통속 임종 '중환자실' vs 평온한작별 '호스피스'… 죽음의 質다르다

  • 김수혜 사회정책부 기자
    E-mail : goodluck@chosun.com
  • 입력 : 2014.09.03 05:56
      [3] 말뿐인 호스피스 증설… 두 말기癌 환자 비교해보니

      - 중환자실서 죽는다는 것
      의식 잃은 채 인공호흡 연명…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눠

      - 호스피스서 죽는다는 것
      항암제 안 쓰고 통증완화 집중… 가족과도 "잘가요" "고마웠다"
    호스피스를 늘린다고 암 치료까지 게을리하자는 게 아니다. 요즘은 4기에도 암이 낫는 사람이 있다. 암 환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완치되도록 암 생존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 암 생존율은 66.3%다.

    문제는 '더 이상 의학이 안 통하는 순간'이 닥쳤을 때다. 그때 중환자실에 눕는 것과 호스피스 병동에 눕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지난달 서울성모병원에서 영면한 두 말기암 환자의 임종 과정을 추적했다. 한 사람은 중환자실, 한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졌다.

    ◇중환자실의 죽음

    61세로 숨진 고(故) 양정국(가명)씨. 지난 6월 말 입원해 첫 30일은 일반병동에 머물렀다. 자기 힘으로 숨 쉴 수 없게 되자, 중환자실로 옮겼다. 의료진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살고 싶어했는데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고 했다. 이후 기도에 튜브를 꽂고 기계와 연결해 21일간 인공호흡을 하다 숨을 거뒀다. 인공호흡을 시작한 뒤 수면제와 진통제를 주사해 의식이 없었다.

    중환자실, 호스피스 진료비 비교 그래픽
    /그래픽=김성규 기자
    농양배액술, 소화관 확장술, 산소흡입, 흡입배농…. 양씨는 인공호흡 외에도 100회 이상 각종 처치를 받았다. 그중 3분의 2가 중환자실로 옮긴 뒤에 이뤄졌다. 암 자체를 낫게 하는 처치는 없었다.

    51일 동안 총 3069만원이 들어갔다(하루 60만원꼴). 이 중 2367만원(77.1%)은 건강보험공단이, 702만원은 가족이 냈다(22.9%).

    ◇호스피스 병동의 죽음

    73세로 숨진 고 이정숙(가명)씨. 지난달 초 입원해 7일 만에 숨졌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씨가 받은 '처치'는 몇 가지 없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했는가'보다 '하지 않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곳에서 이씨는 인공호흡을 하지 않았고, 항암제를 쓰지 않았다. 의료진은 섬망 조절약, 진통제, 위궤양약을 처방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들어간 의료비는 총 184만원(하루 26만원꼴). 이 중 125만원을 건강보험공단이 내고(68.0%), 59만원을 가족이 냈다.

    ◇"마음이 멍들지 않게"

    라미란 수녀가 "암센터 의사 중에 '치료가 잘 안 됐으니 이제 호스피스에 가라'는 식으로, 마치 실패한 작품을 내던지듯 환자를 보내는 분들이 있는데, 제발 안 그러셨으면 한다"고 했다. 생후 9개월 된 소아암 아들을 안고 온 젊은 엄마가 "세상에서 내쳐진 느낌"이라며 울었다.

    라 수녀는 "호스피스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생각도 오해"라고 했다. 고통만 더하는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을 뿐, 호스피스 의료진도 온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말기암 통증을 다스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마약성 진통제를 조금만 써도 금방 웃는 분이 있고, 스테로이드제와 섞어서 충분히 써야 비로소 표정이 풀리는 분이 있어요. 통증을 없애고, 따뜻한 물에 목욕시키고, 사이 나빴던 부인과 손잡게 하고,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이 '잘 가라' '고마웠다' 인사를 나누게 해요. 이런 걸 안 하면 가족 마음에 멍이 듭니다."

    ◇"한국인은 포기하는 데 서툴러"

    취재팀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의뢰해 한국인 암 사망자의 '마지막 한 달'을 분석한 결과, 한 해 1만명 넘는 암 환자가 사망 한 달 전~사망 당일 사이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사망자 일곱 명 중 한 명꼴이다(14.0%). 평소 적극적인 암 치료를 강조해온 전문가들도 "말기암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보다 환자 본인을 위해 좋지 않다"고 했다. 중환자실은 응급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위기를 넘기는 공간이지,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의사도, 환자도 '포기'하는 데 서투르다. 김석찬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 교수가 "말기암 환자 가운데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느라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되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에 경황없이 중환자실에 눕게 될 때가 많다.

    김 교수가 "사망 한두 달 전까지 항암제를 쓰는 경우를 포함해, 진작 중단했어야 할 치료를 너무 오래 계속한 분들을 자주 본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누운 암 환자 열 명에 두세 명이 '항암제를 일찍 끊었다면 지금보다 오히려 상태가 나았을 텐데…' 싶은 분들입니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국립암센터에도 호스피스 病床이 없다니…

  • 김정환 기자
  • 입력 : 2014.09.03 03:00 | 수정 : 2014.09.03 13:30

    2006년 100병상 짓기로 발표, "年20억 적자 난다" 결국 포기
    논란 일자 "2018년까지 20병상"… 美·日 등은 국립암센터서 운영

    국립암센터는 정부가 우리나라 암 발생률·사망률을 낮추는 역할 외에도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며 2000년에 만든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암 치료, 검진, 환자 돌봄 등 암 관련 분야에 전국 병원의 롤 모델인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은 없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부학장은 "호스피스는 외국 제도라 우리나라 문화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국립암센터가 직접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하면서 한국형 호스피스 모델을 만들어야, 전국의 호스피스 기관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 다르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후지산 인근에 호스피스 병동(25병상)을 두고 있다. 일본의 호스피스 기관들은 일본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모델을 참고해 운영한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국립암연구소에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국립암센터도 호스피스 병상을 지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 복지부가 2006년에 '제2기 암정복계획 수립추진'을 발표하면서, 국립암센터에 100병상을 짓기로 했다. 이후 2007년에 예산·인력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100병상 대신 우선 20병상을 짓기로 했었다.

    그런데 2008년에 상황이 바뀌었다. 국립암센터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없는데, 센터 돈을 쏟으며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할 자신이 없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당시 원장은 "취임 직후 상황을 보니 '어떻게 호스피스 100병상을 짓는가'에 대한 대책은 없이 '지어야 된다. 나중에 해야 한다'며 탁상공론만 하는 중이었다"면서 "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해 다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 보니, 매년 20억원씩 적자가 날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와 호스피스 병상을 짓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립암센터는 정부에서 받은 예산을 고스란히 다시 반납했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왜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이 없는가" 하고 질책하니, 국립암센터는 "우리는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하는 대신 호스피스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2012년 국립암센터에 호스피스 병상을 짓는 것이 다시 논의됐다. 국립암센터는 2018년까지 호스피스 20병상, 임종실 2병상을 지을 예정이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末期환자에 절실한 호스피스… 정부는 "늘린다" 말뿐

  • 김정환 기자
  • 입력 : 2014.09.03 03:00 | 수정 : 2014.09.03 09:50

    [3]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病床
    공문만 보내놓고 지원은 안해… 큰 병원 81곳중 6곳만 "확충 계획"

    올해 1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박경식(가명·당시 47세)씨. 침샘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하다 암이 척추에 번져 작년 12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 그는 잔잔한 표정이었다.

    "처음 여기 들어올 땐 언짢았어요. '정말 한 달 남았구나' 싶었거든요. 막상 와보니 잘한 선택 같아요. 일반 병동에선 '진통제 놓아달라'고 해도 '약이 떨어져서…' '지금 바쁘니까…' 하고 기다리게 했어요. 여긴 그런 일이 없어요. 의료진이 마스크도 안 쓰고 제 항문에 손을 넣어 대변을 빼줬어요.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런 말씀 마세요. 환자가 편한 게 중요하죠' 하시더군요. 그때 '남은 한 달은 하느님이 주신 시간이구나' 생각했어요."

    마지막 한 달 동안 그는 좋아하던 커피를 하루 여러 잔 마셨다. 아내(50)와 많은 얘기를 했다. "관과 수의는 가장 싼 걸로 하라"고 했다. 납골당도 함께 정했다. 병상에서 색종이를 오려 붙여 꽃 그림을 만들었다. 아내에게 주면서 "일찍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가 울었다. 그는 고통 없이 눈을 감았다.

    호스피스에서 가족을 보낸 사람들은 "고인이 편안하게 떠난 게 좋았다"고 말한다. 한데 우리나라는 살기에 퍽퍽한 것은 물론이고, 죽기도 고달픈 사회가 되고 있다. 호스피스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을 좀 더 인간답게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 "오는 2020년까지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병상을 현재 864개에서 1400개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 취재팀이 전국 상급 종합병원 43곳과 지역 거점 병원 38곳 등 총 81곳에 모두 전화해보니, 호스피스 병동을 새로 만들거나 이미 있는 병동을 늘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곳은 6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5곳 중 10곳은 "언젠가 그럴 생각이 있다" "검토는 하고 있다"고 했다. 65곳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조사 대상이 된 병원 81곳 대부분이 "복지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공문은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문을 받는 것 외에 복지부·지자체 직원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거나, 설명회를 열어서 참석했다는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2월과 올해 7월 두 차례 했다. 병원마다 2회 이상 전화해, 책임 있는 담당자로부터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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