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이책 시장은 10년째 ‘미풍’만 불고 있다.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는 얘기는 계속되지만 대중이 알 수 있을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와 개선 방향을 찾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던져지는 가운데 전자책 전문 정보 서비스 커뮤니티 이페이퍼포럼(ePF, 대표 유종현)은 평범한 독자들에게서 답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회의실에서 ‘책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 전자책’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 대학생과 고등학교 교사, 서평 블로거,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운영자가 모였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유종현 대표는 “책을 실제로 소비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그것들을 전자책 관계자들을 비롯한 다수 여론에 나누고 싶다.”고 의의를 밝혔다.
참가자 : 네이버 e북 카페 운영자 이광희씨. / 청담고등학교 국어교사 강소향씨. / 티스토리 파워블로거 ‘연필한다스’ 박지선씨. / 숭실대학교 도서관 추천 문예창작과 김정연 학생. (사진 왼쪽부터)
사회 : 독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는 자리다. 편하게 얘기해 달라. 전자책을 접한 적이 있나.
김정연(이하 김) : 학교 도서관에 전자책이 있다. 특히 절판자료가 전자책으로 많은데 꽤 유용했다. 오래된 책들은 더욱 그렇다. 90년대 책만 해도 종이책은 누렇게 변했는데 PDF 파일로 보니 매우 깨끗했다. 하지만 아직은 종이책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컴퓨터 화면으로 읽는 것 자체가 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박지선(이하 박) : 사실 전혀 관심 없다가 포럼 초청받고 관심을 좀 가졌다. 유용한 것이 많아 보였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영어교육에는 이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또 1인출판의 경우엔 블로거들이 정말 관심이 많다.
사회 : 아이 영어교육 콘텐츠는 태블릿PC 어플리케이션을 말하는 것인가.
박 : 그렇다. 아이들에겐 그게 좋은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용 단말기를 쓰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유용하다면 태블릿PC를 구입하겠다.
이광희(이하 이) : 전자책은 사실 10년 전에도 있었다. 10년 전에 있던 것이 제대로 된 단말기가 없다가 킨들이 뜨니까 e잉크 단말기들이 나왔다. 모니터와 달리 책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기기가 생겼다는 얘기다. 미국은 전용 단말기부터 시장이 단계적으로 준비됐다. 한국은 이와는 다르다.
막연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다. 인지도가 매우 적다. 오늘(30일) 아이패드가 풀렸는데, 디바이스가 풀린만큼 이에 많이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강소향(이하 강) : 전자책을 사 본 적은 없다. 학생들도 전자책은 없고 전자사전으로 글을 보기는 한다. 전자책을 단말기로 보는 경우는 못 봤다.
소비자로서 느끼는 전자책 환경
“가격 아닌 콘텐츠 질의 문제” “다운로드로는 소장 느낌 안 들어”
“통합 안 된 DRM이라면 안 산다…시대착오적 발상”
김 : 고등학교 때 PMP를 많이 썼다. 거기에 인터넷에 서로 쓴 텍스트 파일을 넣어서 읽었다. 나나 친구들이나 많이들 그랬다. 장르가 편중되는 문제는 있었지만. (이와 비슷하게) 전자책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우선 많아야 할 것 같다.
사회 : 전자책을 읽고 싶은, 구매 의사가 있나.
박 : 책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만화나 장르문학 같은 경우는 전자책으로 볼 생각도 있다.
김 : 도서관을 이용한 이유가 집에 더 이상 책을 쌓아두기가 힘들어서다. 부모님이 몰래 버리실 정도였다. 내가 구입한 콘텐츠를 보관할 수 있어서 페이지 손상 없이 평생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박 : 소장하고 싶은 책은 실제 종이책으로 사고 싶지 않을까. 전자책으로 가지고 있다고 해서 소장했다는 기쁨이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 또 아이패드 사용 비율을 봤을 때 책이 높지는 않다고 들었다. 게임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거다.
이 : 소장가치에 대한 생각이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MP3 다운로드를 소장이라고 느끼는 세대와 CD로 구입을 해야 소장으로 느끼는 세대는 다르다.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문제다.
강 : 나 역시 세대 차이일 수는 있는데, 이런 기기가 있으면 좋지만 돈을 들여서 사고 싶지는 않다. 정말 갖고 싶은 책은 종이로 사겠다. 사실 컴퓨터 켜는 것도 귀찮아하는 편인데 별도로 기계를 작동시켜 책을 읽고 싶지는 않다.
이 : 컴퓨터는 켜기 위해 가야 하지만, 휴대전화처럼 바로 들어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강 : 사실 그것도 받아들이기에 매력이 없다. 몇몇 소모성 책들을 넣기는 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별도로 구매할 마음은 없다. 공부할 책이나 오래 두고 볼 책을 전자책으로 사지는 않을 테고.
사회 : 한국의 독서문화 안에서 어떤 조건이 되면 전자책을 구입할 마음이 생길까.
이 : 전에는 가격이 문제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콘텐츠의 퀄리티 문제라고 본다. 실제로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다. 양이 문제가 아니다. 서점에 1만권이 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1만권을 사지는 않지만 선택한 책이 어떤지에 따라 다음 구매를 결정하지 않나.
사회 : 가격 부담에 대한 심리적인 기준이 있지 않나.
이 : 사람들은 사실 1000원도 아깝게 여긴다. 퀄리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500원 짜리 책은 500원짜리 퀄리티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카페에서도 사실 가격에 대한 불만은 지나갔다. 지금은 ‘이걸 책이라고 파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가격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500원까지 내려도 안 팔린 걸 보라. 반면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브리다’ 전자책은 순식간에 팔렸다. 유명 작가, 그리고 좋은 콘텐츠라면 팔린다는 얘기다.
박 : 콘텐츠 말씀에 동의한다. 단말기 구입도 조건에 따라 생각은 있다. 기계와 친하지 않은 나의 경우에 디지털카메라를 가격이 10만원대까지 떨어졌을 때 샀다. 단말기도 그 수준에서 살 것 같다.
사회 : 콘텐츠 가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강 : 당연히 콘텐츠는 싸면 좋다.
박 : 지금도 싸다고 느낀다. 질만 좋다면. 그래도 반 값 이상이라면 쉽게 구매하진 못할 것 같다.
이 : 사실 전자책은 아예 다른 책으로 봐야한다. 종이책과 다른. ISBN도 따로 받는다. 할인의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 : 3개월 동안 작은 서점들을 취재해 본 적이 있었는데, 소형 서점들이 전자책에 대한 걱정이 컸다. 대형 서점에서 전자책을 장악하면 어떡하나 싶은 거다. 나는 전자책을 사서 재밌으면 종이책으로 살 것 같다.
김 : 작가가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는 음원이 포함된 전자책은 어떤가. 작가가 직접 책의 일부를 읽어주고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해주는 등의 콘텐츠를 전자책에 넣어 준다면 팬들에게는 상당한 구매욕을 일으킬 것 같다.
박 : 공감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친밀하게 느끼는 무엇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DVD처럼.
강 : 단말기에 맞게 정해진 유통사에서만 책을 사야 한다는 건 이상하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는) 안 산다.
이 : DRM이 통합이 된다면 문제가 없는데, 지금은 인터파크 따로 교보 따로…. 어떻게 보면 유통사에선 DRM이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방편인 거다. 시대착오적인 방법이다.
김 : 물론 저작자의 권리는 보호해야한다. 그러나 불편한 건 사실이다.
사회/정리 박성조기자 pk@epaper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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