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이 뭐라고 궁시렁거렸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택 이랑 한 약속이 왜
깨졌는지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친구 말대로 최 택이 널 호구로 본 거라고“
잠든 진주를 안고 기다리는 오빠야 에게 붕어빵을 먹여주는 선영, 뭐야 이거 벌써 살림을
합친 것이여? 동룡 이가 똥꼬 때문에 괴로운 표정입니다. 덕선이가 발 고락을 다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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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를 했네요. 아니 어쩌다가? 택의 고백 불발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정환과 택,
둘 사이엔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데 정환이 말문을 엽니다. “너 혹시 내 지갑 열어
봤냐? 아니 안 봤는데?” 안 보긴 자식아, 다 봐놓고선. 쌍문동 악동5인방이 개구멍을
뚫고 공 차러 나왔습니다, 정환 이랑 동용이 한 편, 선우랑 택 이가 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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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시절에 농구 골대에서 돈 내기 공을 많이 찼습니다. 하루 8시간씩 찼는데
왜 축구선수가 못 됐는지 몰라. 진태, 승룡이, 은영이, 광천, 도효, 광호 형, 이 피풀
들은 지금 뭐하나들 모르겠습니다. 정환 이 첫 골을 넣고 얼마 지나서 동용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시선 집중 “야 너 생리 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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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꼭 감기라도 걸립니다. 그리고 그놈은
3일을 꼬박 끙끙 앓게 할 만큼 심하게 절 괴롭힙니다. 그래도 전 어지간하면 참지
병원에 잘 가진 않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주사 맞는 게 너무 아프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치위생사인 각시가 병원에 가봤자 별효과가 없다고 세뇔 시켜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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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렀습니다. 제가 공처가도 아니고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도 이 부분에선 왜,
각시 말을 잘 듣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세여, 엉덩이에 소독약을 바르고
주사를 놓기까지 그 공포의 몇 초를. 그런 저가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약수 동에 있는 송도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비밀스런 곳을 잘라내는 수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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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는데 무통주사에 진통제까지 먹었는데도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제 말은 수술이 아팠다는 얘기가 아니라 주사 맞는 거랑 마취가 풀린 상태에서 대
소변을 볼 수 없는 고통이 힘들었단 말입니다. 지금은 웃음도 나오고 창피도 하지만
그땐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창피고 뭐고 없어서 가운 하나 걸치고 수시로 화장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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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었습니다. 오죽 했으면 주님, 오줌이랑 똥 좀 나오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할
정도였답니다. 그때 각시가 참 고맙고 요긴하대요. 수술하고서 보통은 3일이면 퇴원
하는데 전 퇴원하고 나서 이틀 있다가 다시 3일을 입원한 히스토릴 갖고 있답니다.
그래도 엄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꼭 한 번 수술해 보시라. 치*질*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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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떨어지는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소원을 비는 골목길 사람들, 그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동생아 별똥별의 전설을 아니?” “알아야 돼?” 철학자 정봉이 말합니다.
“초콜릿은 꼭 녹여서 먹어야 사랑은 이루어진데” “사탕 아니야? “정환 이 소원은 뭘까?
”제 소원은 저 세끼(택)가 아주 나쁜 세끼였으면 좋겠습니다. “ 밤에 걸려온 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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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가 않습니다. 제 심장이 철컥 내려앉습니다. “보라의 이별 선언에 선우 역시
청천벽력입니다.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어쩌면 좋아요.
미소를 띠워 봐도 마음은 슬퍼져요. 사랑에 빠진 나를, 나를 어쩔 수 없어요. “니들이
이별을 알아? 사랑하는데 헤어져야하는 가슴 아픈 이별을 아냐고? “ 누나, 거기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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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평생 안 볼 거예요. “ 작가 양반 우리 선우 불쌍해서 어쩐대?
왜, 벌써 이별이냐고? 빛바랜 정환 이 일기장을 들춰보며 라미란 여사부부가 오져 죽습니다.
저도 가끔 외로움이 몸서리칠 때면 우리 아이들 옛날 일기를 꺼내 보지만 그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압니다. 정팔 이 형제가 오늘 따라 컷이 많습니다.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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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동생이랑 중학교까지 요냥 저냥 형제애를 과시하였지만 몇 년 전부터 요원
해졌습니다. 유전자 적으로 당연한 것인데 왜 그리 서글픈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늙는 모양입니다. 주용이 아빠, 보고 싶네 그려. 보라가 서럽게 웁니다.
선우가 예외로 차분합니다. 나는 보라가 이별을 선언했지만 선우를 더 사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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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합니다. "사랑은 오래참고, 자랑하지 않으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보라는
똑똑한 년이라 선우가 올 장학금으로 의대에 가도록 배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카사블랑카 정봉이 청재킷을 빼입고 테이트를 나가는 모양입니다.
덕선이 긴급 전화를 받고 정봉의 들뜬 마음에 찬물을 껴 얹습니다. 가슴이 멍먹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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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이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입니다. "오빠, 이 것(천 마리 종이학)은 내가 전해줄게“
"to 만옥 양, 먼저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세상 그 어느 사람보다 가장 크게 축하드립니다.
약속을 펑크 냈다고 절대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정봉은 자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발발이 맞습니다. 여자는 흔들리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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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 나오는 장래희망 설문 조사결과 1위가 과학자, 2위가 교수랍니다.
선영이랑 노을이 어릴 때 꿈이 가수가 되고 싶었다네요. 미란이는 화가가 꿈이여서
화투치는 것으로 꿈을 이루었습니다. 정팔이 아버지는 과학자 꿈을 금성(gold star)대리점
사장으로 이루었고, 학 주는 댄서가 꿈이었대나 봅니다. 다들 부전자전 청출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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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아빠는 씨름 선수가 꿈이었고, 저는 아빠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꿈을 이룬 건가?
택은 정환이 혜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그녀를 향한 고백을 미뤘었는데
왜 사랑을 양보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오늘도 택은 덕선과 거리를 두려 애를 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골목에 나와 있던 덕선과 마주친 택은 평소와는 달리 “얼른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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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말 뿐이었습니다. 덕선이가 방으로 따라 들어오자 “나 잘 거야 빨리 가”라고
말한 채 바로 잠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이어진 택의 꿈에서 그의 진심이 드러났습니다.
꿈속에서 눈을 뜬 택은 마주 누워 잠들어 있는 덕선의 손을 잡았고, 이에 잠에서 깬 덕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택이 덕선에게 입 맞춘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택은 두 사람의 키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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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확인하기 위해 덕선에게 “어젯밤에 언제 갔어?”라고 물었고, “바로 갔다”는 그녀의
답에 “다행이네”라고 말하며 몹시 아쉬워합니다. 아침 상 차린 골목 세 집 중에 꼬막 탑에
이어 소시지 탑을 만들어 내 온 덕선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고 싶어집니다. 기분도 꿀꿀한데
오늘은 꼬막이나 사서 삶아 먹고 싶습니다. 근데 꼬막을 어디서 사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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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이 꽃개 찜을 가져다 주러 고시원에 갔습니다. 두 평 남짓한 고시원의 컵 라면 그릇이
궁상맞습니다. 덕선이 울컥하더니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보라도 웁니다.
덕선이 가고 난 후, 보라가 먹는 꽃개 찜 몸통을 보니 동일이가 꽃개 발만 쳐먹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이번엔 제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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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유 CF중에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 아빠들은 자식에게 이 한가지 소원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앞서 미란네 부모들은 정봉이가 대학만 가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고,동룡이는 댄서가
꿈인 자기 닮아 미친개처럼 돌아다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학 주가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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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는 까칠한 보라가 덕선이랑 둘둘 말아서 반으로 뚝 잘랐으면 한답니다.
그러면 둥글둥글 해질까요? 글쎄 모범생 선우 때문에 선영이 힘든 적이 있다네요.
제발 털털해졌으면 좋겠답니다. 택이랑 덕선은 패스하고 저는 우리 큰 딸 에스더가 새로
시작하는 학부 생활 잘하고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을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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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예주는 제발 아토피 좀 없어졌으면 소원입니다. "울 공주 오랜만이넹~~방학하면
한번 아빠 찾아 오렴. 김치찌게 끓여줄게. 아빠가 네 작품들 봤는데 곤충 나온 그림은
인상적이었어, 에니메이션이나 웹툰 쪽으로 방향을 잡고 공부하자. 대학은 세종대나
한예종이 좋겠어. 너도 알다시피 웹툰은 미술은 기본이고 글쓰기가 더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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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박친 "내부거래자"들 웹툰이 원작인 거 알쥐? 글쓰기는 공부보다 더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이란다. 아빠는 네가 미술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번 벌래나 파아노
나온 그림은 아빠도 깜짝 놀랐어. 이왕에 미술을 할거면 이번 방학 동안" 댓생"을 배워봐.
회화의 기본은 댓생이거든. 웹툰을 하려면 댓생과 글쓰기가 뒷받침되어야 해.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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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의 35번 째 편지를 받고 장만옥이 답장을 보내왔습니다."제발 저를 잊어 주세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지만 어쩝니까 정봉은 묵묵히 받아들이고 절로 들어갑니다.
"하늘이 울어야만 사나이도 운다는데" 정봉이 꺼억,꺼억 웁니다. 만옥이는 여름이 오기
전에 유학을 떠났고, 1989.7.17. 덕선이가 공부하느라고 첫 코피를 쏟아지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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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어느 다방에서 아내를 만나 첫 선을 보고 만난지 1년 만에 초고속으로 약혼에
결혼까지 했습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실수입니다. 입시를 치루고 마지막 대학 가요제에
쌍문동 악동들의 고삐리 시절 쫑-파리를 합니다. 그리고 꽃보다 스무살이 된 악동들,
덕선은 노량진 재수 대학에 동룡과 입학을 했고, 절치부심하던 정봉이가 8수 끝에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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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동네에 걸린 플래카드가 보무도 당당하게 바람에 휘날립니다.
1990년 어느 날, 생일을 D-day로 청주에 있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정환은 각 잡힌
모습으로 등장했고, 선우는 연세대 의대에 입학후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동룡은 서태지 스타일의 힙합 패션으로 등장했습니다. 택이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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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9단이 되었는데 나는 갈수록 오그라들고 있습니다. 아, "소년은 이로할새 학난성하니"
인간만사 새옹지마, 격세지감입니다. 하지만 "이세상 모두 우리 거라면 이 세상 모두 사랑이라면
돌아가고파, 날아가고파 "그리고 이게 누구여? 김 영애여, 짱쯔이여? 웬 스튜디어스 ?
별을 본지가 언제였던가 생각해 보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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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 거지같은 현실 때문에 그럴거라고 가볍게 자문자답했습니다.
별하면 더오르는 것이 성조기,군용 지프에 붙은 성판,알퐁스도데의 별이 생각납니다.
인생을 살수록에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만 더이상 설래임도 마음속의 별도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삼청교육대,헌병대,섹스,돈,사랑,문학,미술,신학,명품,같은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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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저의 로망이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더 이상 로망이 아니거나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특별히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답니다.
슬프기도 하고 기가 죽기도 한데 이젠 호기도 겍기도 한 풀 꺾고 물흐르듯 사는 것이
대세인것 같습니다. 내 가슴에 별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2016.1.9.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