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병현(31)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많은 운동을 하고 노력을 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그는 홀연히 야구를 떠났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소문과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재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 계약을 하고 재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주 스콧츠데일에 있는 마이너 캠프에서 홀로 훈련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자 그는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몸을 만들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년간의 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2년 전 왜 피츠버그와 결별했는지, WBC 여권 분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도 들었습니다. 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살짝 들었고, 구원과 선발에 대한 소신도 들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가능성도 이야기했고, 미국 야구와의 차이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격과 오해, 그리고 진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생 야구만 해왔고, 2년간의 공백을 거쳐 만 서른하나의 나이에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다시 야구를 한다는 김병현이라는 야구 선수, 김병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김병현 (사진 제공 : 순스포츠)
몸은 괜찮아 보이는데 컨디션은 어떤가요.
몸이요? 글쎄요.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져봐야죠. 아무리 혼자 좋아도 타자가 잘 치면 그만이죠. (크게 웃더니) 타자를 놓고 던져봐야죠.
공은 언제부터 던지기 시작했는지.
제대로 던지기 시작한 것은 2주 됐어요. 그 전에는 그냥 아는 사람들과 장난으로 LA의 대학 같은데서 1주일에 두 번 정도 던졌어요. 강하게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감 잡으려고 던졌지요. 세게 던지기 시작한 것은 2주 됐어요.
그럼 지금 어느 정도인지.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정도인가요.
타자 상대로 던져보고 싶어요, 내 공을 어느 정도 타이밍을 맞추는지 보고 싶은 거죠. 그래도 지금도 1이닝, 2이닝은 던지죠.
그 정도라면 몸 상태는 많이 올라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솔직히 야구라는 것이 자기가 제대로 던지고 싶은데 던져서 홈런 맞을 수도 있고, 가운데 던졌는데 타자가 못 치면 잘될 수도 있고 하니까요. 우선 부딪쳐 봐야죠. 오락 야구 하는 것도 아니고, 오락은 자기가 던지고 싶은 대로 다 던질 수 있잖아요. (웃음) 그런데 직구 스피드보다는 변화구의 손가락 감이 좋더라고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던지던데.
체인지업을 처음 배운 것이 2000년도인가 그래요. 그런데 제대로 던지지를 못하고 써먹지를 못하다가 이제야 체인지업이 뭔가 감이 오는 정도에요. 이제 왼손잡이한테도 던져보고 오른손잡이한테도 던져보고 할 텐데 충분히 통할 것 같아요. 이거 가지고 있으면 선발로 할 때 아마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오랜 이닝을 던지려면 다양하게 체인지업이나 싱커가 있어야 하잖아요. 서클체인지업인데 10년 동안 던져본 중에 제일 좋더라고요.
진작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렇죠, 조금 더 좋았겠죠.(웃음)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던지느냐, 어떤 타이밍에 던질 있느냐를 배워야 해요, 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는 ‘아, 얘가 어느 타이밍이구나.’ 그런 것이 머리에 딱 있는데 체인지업은 아직 그것을 배워야 해요. 그 외에 투심과 싱커도 괜찮아요.
전매특허였던 업슛은 어떤가요.
그게 슬라이더가 가다가 뜨는 건데 솔직히 힘이 많이 필요하죠. 쭉 끌고 나가서 빵! 던져줘야 하는데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살짝 뜨더라고요. 이제 더 던져봐야죠.
지난 2년간 야구를 떠났었는데 어떻게 지냈나요.
잘 먹고 잘 놀았죠,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요.(웃음)
미국 대륙횡단도 하지 않았나요.
아, 그거 못할 일이에요. 후배랑 둘이 중간에 주차장에서 3시간인가 자고 LA부터 마이애미까지 갔거든요. 이틀 반인가 한 60시간쯤 걸린 것 같아요. 무식한 짓이에요. (웃음) 거기 가서 트레이너랑 훈련을 하기로 했는데 3일 만에 햄스트링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차 놔두고 비행기 타고 다시 LA로 돌아갔죠.
그게 작년 가을인가요.
네, 2009년 10월인가 그렇죠. 훈련 한 번 해보려고 갔다가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느꼈죠. 아침 6시부터 세게 했거든요. 너무 무리하게 억지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LA로 돌아가 스트레칭도 하고 몸도 다 풀었죠. 이젠 몸은 아주 괜찮아요.
그럼 2008년에는 무엇을 했나요.
거의 놀았죠. 운동도 안 하고. 그러다가 WBC 가기 전에 2008년 말부터 한 달 정도 준비를 했어요.
김병현 (사진 제공 : 순스포츠)
그때 상황은 참 황당했었는데.
정말 황당했죠.(어이없다는 듯 웃음) 제 계획은, 원래 2주 정도면 공을 던지니까, WBC 가면 선발이 아니면 몇 이닝을 안 던지니까 충분히 잘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죠. 준비도 잘 했고, 하와이 가서 마무리하면 잘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가서 공을 보여드려도 안 늦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여권을 딱 잃어버렸어요. 협회 분들께 연락을 하니까 내일 모레까지 하와이에 오면 된다고 하셨죠. 그 다음날은 하와이 가는 비행기가 없었거든요.
여권은 어떻게 잃어버린 것인가.
그날 공항까지 가서야 여권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어요. 밥 먹은 식당에 가방을 두고 온 거에요. 그래서 공항 관계자에게 갔더니 그런 것을 담당하는 사람이 업무 끝나고 퇴근했다는 거예요. 그날이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였는데 7시인가 저녁 비행기였거든요.
그래서 아는 형에게 연락해서 그 식당에 빨리 가보라고 했더니 가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퀵으로 빨리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이 발렌타인데이라 차가 너무 막힌다는 거예요. 오토바이는 인천공항 가는 고속도로를 갈 수가 없었고요.
그럼 여권을 완전히 분실한 것은 아니었네요.
그렇죠.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관계자 분들과 다시 통화를 했는데 (하와이에)오늘 안 오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날은 비행기도 없고 배를 타고 갈 수도 없고요.(웃음) ‘그럼 안 되겠네요’ 했더니 언론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좋겠냐고 해서 알아서 하시라고 했어요. 그렇게 끝났어요. 여권을 식당에 놓고 왔으니 제 탓이죠, 뭐.
WBC에서 던졌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럼 작년에도 쉬지 않고 던졌을지도 모르죠. 그러면서 느낀 것도 있었어요. 미국에서 운동을 하면서 잘 하면 치켜 주고 아니면 홀대하는 그런 미국인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내 몸이 말을 안 듣고 기량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 걔네들이 표시를 했을 때 ‘아, 내가 이방인이라서 그러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대표팀에 가면 말도 통하고 선 후배와도 즐겁고 그럴 테니까 재미있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을 해보자고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아, 여기도 똑같은 덴가, 에이 그냥 쉬자. 올해도 놀자,’ 그렇게 된 거죠.
여권 사건이 그렇게 꼬였네요.
내가 만약에 운동을 잘 했고 소속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데리고 갔겠죠, 물론 이해는 하죠. 왜냐하면 제가 던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서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그 분들도 여권을 잃어버렸다니 뜬금없었겠죠. 그러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한 것도 아닌데 오해도 있었고 했지만 그냥 덮자고 생각했지요.
2년 전 피츠버그에서 방출됐을 때도 좀 이해하기 어려워요. 당시 현장에 취재가서 봤을 때도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그렇게 됐나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든지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게 아니라 그날이 계약상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날까지 나를 데리고 갈 것인지 아닌지를 정해야 하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아침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았던 거죠. 왜 몸이 안 좋은가 끙끙하다가 도저히 안 좋아서 집에 가야겠다고 했어요. 명확히 아픈 것은 아닌데 정말 설명할 수 없게 몸이 안 좋고 기분도 그랬어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팀에서는 마침 그날 마무리와 좌완 셋업, 그리고 우완 셋업인 나를 던지게 하려고 했었어요. 그렇게 짜 놨는데 아프다니까 황당했겠죠.
그리고 그날 집에 있는데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에이전트를 하던 전영재 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내가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어쨌든 그 일로 구단에서는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고를 했어요. 그래서 알았다고 했죠. 다른데 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팀도 구하지 못했는데.
당시 에이전트가 찬호형 에이전트인 제프 보리스였어요. 마이너로 가서 다시 할 수 있다며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고 하데요. 그런데 ‘지금은 좀 아니다’라고 제가 쉬겠다고 했어요.
스스로 안 하겠다고 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그 전해에 애리조나로 잠깐 트레이드됐을 때 아주 가까운 후배와도 너무 힘든 일이 있었어요. 인간적으로 크게 실망한 일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그때 애리조나에서 던진 것도 엉망이었죠. 전영재씨의 사망도 충격이었고, 그러면서 야구보다도 내가 뭐하고 이렇게 사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은퇴 기사도 나오기도 했어요. 저는 잠깐 쉬는 것이었는데요.(웃음)
2008년은 자기 의지로 쉬었고, 2009년은 본의 아니게 쉰 셈이네요.
글쎄 말에요. 삼재였나.(웃음) 사실 몸도 마음에 안 들고 그냥 쉬자 그랬죠.
언제 야구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을 했죠.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야구를 다시 해야겠구나, 했죠. 노는 것도 지겨웠고요. (웃음)
그럼 야구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네요. 잠시 쉰다는 정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해온 것은 야구밖에 없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야구를 그만두면 분명히 허전할거에요. 지금까지 남들보다 열심히 했었고,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반복해서 만들어온 것이거든요. 야구만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야구 말고 다른 것을 뭐를 하고 싶으냐고 자신에게 물어봤죠, 그런데 없어요.
오로지 야구?
그게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요. 영화도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하는데 그건 취미죠.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했던 것도 아니고요. 미국 애들은 야구하다가 농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러잖아요. 근데 저는 하나밖에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야구를)조금 잘했다고 생각도 하죠. 아닌가요? (웃음)
야구를 언제까지 하겠다, 그런 생각은 있나요.
죽을 때까지 하겠습니다. (웃음) 그건 아니고요, 좋은 그림에서 딱 그만두고 싶죠. 힘없고 이빨 다 빠졌는데 잇몸으로 물고 뜯고 하는 것보다는 멋있게 그만두고 싶죠.
결혼은 안 할 건가요.
결혼도 해야죠.
여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네, 뭐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 있을 수도 있고요,(웃음)
마음에 차는 사람이 나타난 모양이군요.
그렇죠, 그러나 아직은 내가 뭐가 돼야죠. 운동도 제대로 돼야하고요. (말을 무척 아꼈습니다.)
예전에 결혼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을 많이 했지요. 작년, 재작년에 정말 놀기도 많이 놀았어요. 술도 많이 마셨어요. 술이 좋구나, 그런 것도 느끼고요.(웃음) 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마시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고 과음을 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다가 미국 와서는 술 안 마시죠, 지난 12월 이후로.
야구 선수로 다시 자리를 잡으면 결혼을 하겠네요.
물론 해야죠.
지금 그 좋은 사람과?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히 말씀 드리죠.(웃음)
김병현 (사진 제공 : 순스포츠)
지금 에이전트 폴 코비는 어떤가요.
정확히 사람은 몰라요. 에이전트는 좋게 말하면 대리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커미션 받는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나를 보고 나를 키워보겠다고 정이 붙은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한국 에이전트들은 말이 통하지만 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전영재 씨가 제일 좋았어요. 예전 내가 트라이아웃 하던 비디오를 보면 그 분의 마음이 느껴지고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그런 생각을 하죠. 그 때 조금의 금전 문제 때문에 틀어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크게 볼 것을 하고 아쉬움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한국 에이전트 같은 경우 선수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린 선수들이 와서 고생 많이 하는데 영어도 못하고 하니까 마음대로 하려고 하죠. 그리고 애 같으니까 이것저것 다 해줘야 하니까 자기도 불편하니까 그렇고. 이용을 하면 안 되는데 이용을 하려고 하지요.
자이언츠를 택한 이유는 뭔가요.
저는 여기 운동하러 온 거예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계약을 하자고는 했는데 제가 보기엔 별로 기대를 안 하는 것 같고요. 3월15일까지(미국시간) 나를 내보낼 수도 있고, 또 내가 그만둘 수도 있는 조건이 있어요. 나를 원하면 그 때까지 40인 로스터에 저를 포함시켜야 해요.
3월15일까지 나는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그런 조항을 요구했어요. 내가 만약 몸이 괜찮은데도 메이저로 안 부를 수도 있고, 던질 수 있는 확신이 생겼는데도 마이너에 묶어 둘 수도 있으니까요. 계속 마이너에 있어봐야 배울 것도 없고요.
그 뒤로는 내가 한국을 가든 일본을 가든 그것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에이전트에게 이야기했죠, 미국 쪽 일만 맡은 것으로요.
그런데 15일이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요.
그러니까요. 일찍 와서 체계적으로 불펜피칭도 하고 타자 상대 피칭도 하려고 했는데 여긴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네요. 처음에 신체검사 하는데만 3,4일 까먹고 그랬어요.
한국 같으면 투수 코치나 트레이너가 곁에서 보고 지금 상태가 이렇다는 것을 체크할 상황인데 그렇지도 않고요. 저도 빨리 타자들 상대로 던지고 싶었거든요, 궁금하니까. 미국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느긋하고 느릿느릿하고. 한국 같으면 새벽까지 일할 텐데 이 사람들은 네다섯 시면 퇴근하고 내일하면 된다, 그러니까요. 이해는 하는데 구단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에이전트를 통해 다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스스로 선택했지만 상당히 어려운 조건인데.
그렇다고 마이너에서 1년을 허비할 수는 없잖아요. 솔직한 말로 마이너에선 배울게 없어요. 얘네 야구 잘 못해요.
그럼 한국이나 일본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인가요.
우선은 여기서 해봐야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야구가 남들이 생각하는 야구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미국에 처음 와서 왜 왔냐? 자신도 있었고 돈도 벌려고 왔거든요. 처음엔 잘 했죠. 그러다가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고 내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뭐가 문젠가 찾다가 딜레마에도 빠졌었고요.
이제는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그런데 미국 야구는 솔직히 재미는 없어요.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최고라고 생각을 하고, 야구를 처음 만들었고, 자기들의 운동 시스템이 체계적이라고 하는데 그게 저한테는 그다지 좋은 영향은 되지 않았어요. 여기 와서 운동하는 한국 선수들 보면 그 영향을 받고 점점 실력이 떨어져요. 한국에서 그 친구들이 훨씬 더 잘했을 거예요.
여기서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한국이나 일본은 자신과의 싸움도 해야 하지만 옆에서들 열심히 하고 함께 운동을 하면서 남들과 싸움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는 거죠. 여기는 누가 시키는 사람도 없고 함께 호흡 맞춰 해줄 사람도 없고 그렇죠. 여기 생활이 뭔가 빵 뚫려 있거든요. 그것을 잘 이겨내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고서는 실패죠.
야구를 막 꿈과 희망을 갖고 했던 시기는 이제 지난 것 같고, 이제는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돈보다도 자존심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내가 운동을 해서 옛날 몸을 만들 수 있는 것 하고, 한국이나 일본에 가서 트레이너나 그런 도움을 받아서 내가 몸이 더 좋아지는 것 하고 따져보면 그쪽이 훨씬 확률이 높거든요. 여기는 찢고 꿰매는 수술은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재활 쪽으로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럼 그쪽으로도 알아보고 있나요.
아니 그건 전혀 아니에요. 여기서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해봐야죠. 만약 한국이나 일본으로 간다면 전혀 새로운 생활을 하는 거죠. 그러면 여기는 완전히 접고 가야죠. 제가 지금 월등히 뛰어난 선수도 아니고 2년을 쉬었고,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등 등 생각할 것이 많겠죠. 그러나 지금은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지금 여기서 최선을 하다고, 몸이 좋은데 얘들이 저를 안 받았을 때 다른 팀을 알아보고 그래야죠.
예전에는 국내 프로에서 뛸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때 당시 몸도 마음에 안 들고 딜레마에 많이 빠졌을 때, 이 정도를 갖고 내가 한국에 가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 쪽팔렸어요. 한국 야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꼭 메이저에서 뛰어야 돼, 그런 것도 아니었죠. 다만 그런 공을 가지고 가서 던진다는 것 자체가 나도 그렇고 남에게도 보여주기 싫고 그랬던 거죠. 남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배 타고 나와서 돈 벌러 왔는데 집에 돌아갈 때는 돈도 좀 갖고 가고 뭔가 이루고,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데 제 자신에게 너무 야박하게 점수를 준 것 같기도 해요.
여기 와서 3,4년을 빼놓고는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냥 꾸역꾸역 던졌고 버텼는데 성적도 대충 나왔지만 던지는 것도 그렇고 투구폼도 그렇고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요.
그건 너무 완벽주의 아닌가요.
아니 그건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그걸 느끼니까요. 정말 좋았을 때, 어느 정도 좋았을 때, 조금 더 떨어졌을 때. 물론 떨어졌을 때도 어느 정도는 통했었지만 좋았을 때가 그리웠죠. 아직 나이가 마흔도 아니고 뭔가가 잘못된 것이 있는데 찾아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제대로 지적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내게 ‘생각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이 던진다. 운동 방식이 틀려서 지쳐서 그런다,’ 뭐 그런 식이었죠.
3월 15일이 아주 중요한 날이 됐네요. 시간은 촉박하고.
중요한 날, 글쎄요. 2년도 쉬었는데 뭐,(웃음) 예전에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는데, 사회생활 겪어보고 사람들한테 치어보고 하니까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죠. 모든 것이 복합적이 수 있죠. 나는 괜찮은데 자기들이 키우는 애들이 있으면 안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15일에 얽매이고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냥 순리대로 되겠죠.(웃음)
보면 항상 자신이 있는데 이번 메이저 복귀해도 자신 있나요. 팀에서는 구원을 원하는데.
가면 솔직히 던지는 거야 던지면 던지죠. 그리고 선발을 하려면 준비도 많이 필요하고요. 지금은 하루 던지고 그 다음날 어떤지 보고 해야 하거든요. 2년을 놀았기 때문에. 지금 솔직히 몸은 선발을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욕심은 나죠.
선발에 대한 미련은 버린 것이 아니네요.
미련이라기보다 선발해도 잘 던질 것 같고 불펜해도 잘 던질 것 같은데 둘 중에 하나 어떤 거 할래 그러면 저는 당연히 선발을 하고 싶죠. 하고 싶은 거 하는데 그건 욕심이 아니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죠. 남들은 ‘너는 선발 체질이 아니야’ 그러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죠.
그런 이야기 들으면 어떤가요. 선발 체질이 아니라는.
냉정하게 숫자로 하면 워낙 불펜 했을 때 잘 했으니까 그런 말을 하지만 그 당시의 공으로 선발을 했으면 또 기가 막히게 던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선발하고 불펜하고 다르다? 글쎄요. 이 사람들이 말하는 데이터 야구, 1이닝을 던졌을 때 어떻고 2이닝을 던졌을 때 어떻고 그런 것 저는 별로 신봉 안 하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단장이나 감독이 뭐가 필요해요. 그런데 요즘 야구가 그런 것 같아요. 그날그날 컨디션도 틀리고 하는데.
그럼 다시 선발을 할 생각도 있다는 뜻인데.
시켜주면 당연히 하죠.(웃음) 안 시켜주는데 하겠다고 했다가 또 2년 놀 수는 없죠. (너털웃음)
김병현 (사진 제공 : 민기자닷컴)
자신의 성격이 독특하다고 생각하나요.
독특하다... 글쎄요, 사람들이 다 다르죠. 다 똑같으면 그게 어디.(웃음) 특별히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다 다르니까요.
사실 미국 기자나 팀에서 오해도 많았죠. 돈 때문에 선발을 하려고 한다, 늘 외톨이로 지내려고 한다, 등등. 그런 것에 대해 억울하다거나 바로 잡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바로 잡는다고 그 사람들한테 ‘아닙니다. 나 아닌데.’라고 해봐야 핑계일 뿐이죠. 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니까 그렇게 말했을 것 아닙니까. 한국 사람끼리도 서로 의견이 안 맞고 티격태격하고 하는데 미국 사람들이랑은 더 하죠. 아예 영어 잘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 통역을 해도 잘못 전달될 수가 있어요. 또 내가 통역을 데리고 가면 ‘얘는 영어할 줄 아는데 통역을 데려온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솔직히 저는 남한테 피해주는 것 제일 싫고 남에게 피해 받는 것도 싫고 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여기 애들은 앞장서고 목소리 크면 팀을 위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야구장에서 야구 제대로 하고 안에 들어와서 지킬 것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억울할 때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저는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를 아는 분들은 억울하지 않느냐고 하지요. 그러나 또 어떤 분들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안 써요, 제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웃음) 그 사람들 에게는 그게 큰 이야기가 아니고, 얘는 그런가보다 하고 말죠. 그러면서 또 제게 2PM의 누군가가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해요. 그럼 저는 그런가 하고 말죠. 그 친구들한테는 2PM이 대단한 이슈지만 저는 또 그러든지 말든지. 크게 보면 별 것 아니거든요. (웃음)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저는 저고.
그럼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이네요.
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는 안잖아요. ‘저 놈은 항상 저래, 여권을 잃어버리고 다니고 그럴 줄 알았어,’ 그러는 분들도 있는 거죠.
제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한국에 처음 돌아갔을 때 전영재씨와 처음 다툰 것도 여기저기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하는데 저는 싫다고 해서 다퉜거든요. 거기 내가 친하고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갈 텐데 그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운동만 해서 사회생활을 모른다고 해서 기분도 나빴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저를 그렇게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해요, 가운데서. 제가 전적으로 믿고, 할 것은 하고 딱 딱 자를 것은 자르고 그런 사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가요.
제가 영악하게 먼저 하지는 못하니까요. 그리고 그 와중에 제가 마음을 주고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한 적도 아주 많아요. 아쉬운 것 보다는 이제는 스스로 노력은 하려고 하죠. 어느 정도 사람들과의 금전적인 관계, 예전같이 마음을 다 주지 말고 그 사람이 그 정도면 나도 이 정도만 해야겠다, 그런 것.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그때부터 잘 했으면 좋은 이미지에 광고도 많이 찍고 그랬을까요.(성격상 안 맞을거라고 했더니 크게 웃었습니다.)
그래도 돈은 상당히 많이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에 식당과 집도 있고.
에이 아니에요. (웃음) 식당은 돈 안 되고 집값은 떨어졌어요.
그럼 더 벌어야 하나요.
돈을 벌면 좋죠.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고 내 자존심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는지 봐야죠.
미국 생활 11년을 했는데 좀 다르게 했더라면 하는 것이 있는지요.
다르게 했더라면.. 문화가 여기 생활하고 한국 생활하고 전혀 다르잖아요. 제 인격이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아요. 이럴 때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있는데 또 뭔가 이 사람들을 대할 때는 다른 인격이,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생긴 것 같아요. 아예 한쪽으로 다 받아들였으면 모르는데, 역마살이 끼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을 떠난 99년부터 지금까지 생활이 저한테는 없어져 버린 시간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작년에 한국에 돌아가 6개월 정도 생활하다 보니까 주위 사람들, 옛날 친구들 만나보니까 달라져 있더라고요, 여기 중학생 때 오신 분은 아직도 자기가 중학생인줄 알고 사는 분도 있고, 저는 대학생 때 와서 아직도 대학생에 머문 것 같은 그런 느낌, 뭔가 붕 뜬 것 같은 아쉬움이 있어요.
야구는 아쉬움이 없나요.
말 잘 듣고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웃음) 사실 야구 쪽은 별로 없어요. 솔직히 야구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크게 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잖아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목숨과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안 좋아하는 사람에겐 없어도 그만이잖아요. 좀 진지하게 했더라면 하는 정도랄까요.
한국에서 김병현의 야구 스타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재기를 기다리는 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기서 의외로 고민이 깁니다. 이것도 그의 솔직한 스타일입니다.) 항상 고맙죠. 그건 확실하죠. 그런데 뭐라고 얘기해야할까요. 제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빠지는 일이 없어요. 약간 무덤덤하다고 해야 할까요. 어려서부터 운동만 했으니까요. 한국에서 프로 생활도 했으면 팬과의 상호 관계 등을 이해하고 배운 것도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아무도 없이 혼자 운동하고 야구장에서 끝나면 집에 가고 그러면서 그럼 느낌을 많이 잊은 것 같아요. 제가 던지는 것을 좋아해주시면 다행이죠. 늘 고맙죠.
긴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다시 시작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빕니다.
즐거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부딪쳐 보겠습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아슬아슬한 대상이 있습니다. ‘인터뷰어’인 기자를 가장 맘 졸이게 하는 ‘인터뷰이’인 선수는 아마 김병현이 아닐까 합니다. 인터뷰 도중에 ‘오프 더 레코드가 있으면 미리 말하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터놓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 없다.’고 했습니다.
때론 매끈하고 세련된 표현이 아니라서 오해를 살 소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맥을 짚어 가면 그의 진심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해석은 여러 분의 몫입니다.
민기자닷컴 기사목록|기사제공 : 민기자닷컴
|
첫댓글 김병현 선수 정말 안좋은일이 계속 겹쳐서 안타가운데 이번에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해서 멋지게 메이저리그 타자들 돌려세우는거 보고싶네요 bk 파이팅!!!
대한 민국을 빛낼 투수 입니다!,,, 반드시 성공해서 후련한 야구 보여주세요!,,,, 김병현 파이팅!,,,
아.... 정말. .멋진 인터뷰네요... 최곱니다... 재기 성공하세요.. 김병현선수..!! 홧팅!!!
반가움에 읽고 또 읽었어요. 열심히 준비 잘 하고 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꺼라 믿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것 같기도 한데...성공해서 결혼 하는 모습도 보고싶네요. 김병현 선수..파이팅.
아~ 역시 솔직하시네요ㅎㅎ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뭔가가 잘못된 것이 있는데 찾아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제대로 지적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요부분에서 엠팍의 ㅋ48님 생각나네요. 세게 던진지 2주됐는데 변화구의 손가락 감이 좋다, 투심,싱커 괜찮고 서클챈접은 10년간 가장 좋다.......이거 이거 점점 저를 들뜨게 만드는데요. 이번주 일요일 시범경기 두경기인데 잘하면 병현선수 볼수도 있겠네요..개봉박두!!
잘 봤습니다. 기대반 걱정반 두근두근 하네요. 좋은 소식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bk스러운 인터뷰네요>.<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실 거 같은게 .. 아자아자!! 퐈이팅
미국기자들중에도 BK 인터뷰해보면 상당히 똑똑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부디 재기에 성공하세요.
ㅎㅎㅎ 선수로써 부활 멋지게 하고 개인적으로도 경사가 얼른 생겼으면 하네요.
거의 도통한듯이 말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마음이 놓이는데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네요...그간의 아픔이 느껴지는것 같아서...
정말 확실하게 스스로 만족하게 삽시다. 그면 족하지뭐...화이팅!!!
어서어서 MLB 특급투수 BK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곧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