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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안평지맥46.79km
타들어 갈것 처럼 뜨겁기만 하던 한 여름의 뜨거움이 이제는 조석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제는 정말 산행할만 한 계절이 온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슨 조화속인지 주말만 되면 비가 내립니다.
하늘이 어디 가지 말고 푹 쉬라고 하는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쉬고만 있을수 없는 별하는 오늘도 지맥 여행을 떠나 봅니다.
별하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안평지맥....
아쉬운것도 서운한것도 많았던 그곳...
안평지맥
오늘은 어떤 일들이 별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기대반/설레임반
비가 조금만 와주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어둠을 달려 봅니다.
하지만 제 마음과는 상반되게 달리는 차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가 너무 요란해 쉽게 잠이 들지 못합니다.
그렇게 쏟아지는 비와 함께 도착한 안평지맥 들머리인 배티재에 3시경에 도착을 합니다.
일기예보에는 아침6시 정도 되면 비가 그친다고 합니다.
비가 쏟아지는데 출발하기는 싫고 비가 좀 그치면 출발 하기로 하고 잠들지 않는 두 눈을 감아봅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지만 비는 쏟아지다 조금 오다를 반복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조금만더 하다 보니 아침8시가 넘어 갑니다.
안되겠습니다.
멀리 까지 와서 집으로 돌아갈수는 없고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해봅니다.
이젠 제발 그만좀 내리면 안되겠니?
출발 하려는 순간에도 비가 살짝 잦아 드는것 같아서 후다닥 차에서 나왔더니
내가 나온줄 알았는지 또 쏟아붓습니다.
그러다 잠시 빗줄기가 작아지는 틈을 이용해 찰칵과 함께 안평지맥을 만나로 출발을 합니다.
제가 빗속에 혼자 출발 하는게 안 돼 보이셨을까요?
아니면 숲속이 궁금하셨을까요?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우산 들고 저를 따라 나서며 찰칵해 주시는 사부님
비가 오기는 하지만 바람이 불어주니 땀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힘들이지 않고 올라선것 같습니다.
금남정맥 하면서 올라와 보고 두번째 올라와 보게 됩니다.
금남정맥 할때는 사부님께서 대둔산 까지 함께 걸어 주시면서 규식님과 별하에게 산삼도 캐서
힘내라고 먹여 주셨었죠.
그때와 지금....
저 안평지맥분기점 산패를 바라보는 마음이 또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부님께서는 우산을 쓰시고 눈을 이리저리 돌리시며 뭔가를 찾고 계십니다.ㅎㅎ
찾고 싶은것을 찾으셨을까요?
여기서 조금더 따라 오시다가 배티재로 다시 되돌아 가십니다.
이정목 뒤쪽에 숨겨둠 오대산 정상석 입니다.
이정목 뒤쪽으로 안들어 갔다면 정상석이 있는줄도 모르고 지나칠뻔 했습니다.
강원도 진고개쪽에만 오대산이 있는줄 알았는데 이곳에도 오대산이 기다리고있습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사골국물 진하게 우려낸 하늘은 멋진 모습을 애써 감추려는듯이 뽀얀모습만
보여주고 황홀한 경치는 꼭꼭 숨겨버립니다.
내리막길은 버글버글 하니 미끄럽습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부님께서 여기 까지 오셨다면 언제 내려가실지 기약이 없을뻔 했겠습니다.
옹기종기 이쁜 아가 달걀버섯들이 보입니다.
맛난 버섯이라고 하는데 먹어보지 않아 손이 잘 가지않습니다.
내가 더 이뻐~
하는것 처럼 올라오고 있는 영지버섯도 보입니다.
비를 맞아 반질반질 윤기가 짜르르르 합니다.
저는 특히나 영지버섯을 좋아합니다.
제 마음 처럼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영지버섯이 저는 좋습니다.^^
빗속에서 만나는 준희선생님의 산패는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홀로 산행을 하면 사람 만날일도 없고 심심 할때도 많지만 이렇게 산패를
만나게 되면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안녕하세요. 선생님 하면서 꾸벅 인사를 하게됩니다.
역시 거르지 않고 인사드리는 비실이부부선배님...
두분 알콩달콩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더울때면 여름방학 하시고 비가 와도 방학을 하신다죠 ^^
저도 비올때면 방학 하고 싶어요..^^
앗@@
깜짝이야..
비가 오는데 너는 왜 나와서 이 비를 맞고 기어 다닌다니..
그러고 보니 비가 오는데 저도 이렇게 비를 흠뻑 맞으며 산속을 헤메다니고 있기는 하네요.
태고사삼거리에 내려옵니다.
트랙은 무인모텔앞으로 내려오라고 합니다.
그리 해야죠..
조그만 도로에 오가는 차들이 많이 쌩쌩 지나다닙니다.
왔던 곳을 뒤돌아 봅니다.
그리고 도로변에 축대를 쌓고 있나봅니다.
트랙을 따라서 뚫고 들어갈수가 없어서 도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절로 가는 길인줄 알고 따라 올라왔는데 절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 뒤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사람을 만나면 뻘쭘 할것 같아 후다닥 뒷산으로 올라갑니다.
밤에 지나간다면 밤손님으로 오해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무사히 뒷산으로 올라서며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야할 방향은?
이쯤이야 웃으며 지날수 있겠죠..
하고 들어서는데...
헉!!!
소리 납니다.
이쪽 저쪽 살피지만 뚫고 가야 하네요 ㅠㅠ
에효!!!
이제 좀 걸을만 한 길인가 싶어 들어서게 됩니다.
에효!!x 10000
어떻게 지나가라고 이런다니...
소나무만 해도 힘든데...
싸리나무까지 한몫을 거듭니다.
돌아갈수도 없고 피해갈수도 없으니 뚫고 지나갈수밖에 없습니다.
안평지맥 걸을만 하다고 말씀해주신 사부님...
완전
순~
개 뻥쟁이 사부님 ㅠㅠ
잡목숲을 뚫고 올라서는 봉우리에서 반가운 시그널을 만납니다.
산패는 어디로 갔지?
두리번 거리다가...
몇발자국 더 가니 333.0 봉우리 산패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반가운 마음으로 찰칵 입니다.
잡목숲을 빠져나온것 같습니다.
사부님께서 이쪽 방향으로 내려가라 하시네요.
급경사 내리막인데 정말 안내리막 처럼 찰칵이 되었네요. ㅠㅠ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면서 벌목구간이 나타납니다.
잠시 비가 멈추었는지 산기슭 이곳저곳에서 안개들이 생겨납니다.
이 비오는데도 저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분들이 계시네요.
여기까지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습니다.
사부님께서 알려주시는 이곳으로 갔어야 하는건데..
뚫기 힘든 잡목이 있어 우회 해서 간다고 하다 엉뚱한 곳으로 갔다 고생고생 생고생만 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도로가 가까워 내려 갈까도 싶었지만 되돌아 갈길이 더 어려울것 같아 다시 기존의 트랙을
찾아 왔습니다.
그랬더니 산이 선물이라도 주려고 했는지 토실토실 알밤을 선물해 줍니다.^^
앞에 내려섰던 고개는 방고개 더니 여기는 그 절반인 반고개입니다.
또 다시 내려온 도로에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저 파란 관을 땅에 묻는 공사를 하는가 봅니다.
이 시골에도 도시가스가 들어 오는건가요?
트랙을 보니 저 집을 지나 가야 할것 같습니다.
들어가려는데 저 분께서 이곳으로 들어오셔도 길이 없으니 옆길로 해서 올라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짖어대는 멍멍이 조용히 시켜주시네요.
네...
감사합니다.
가지 말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는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감사하지 않을수없죠.
알려주시는 길을 따라 갑니다.
어라!!!
길이 이렇게 좋은가?
둘레길 이라서 그런가?
하면서 룰루랄라 하면서 가는데...
묘지 하나 나타나고 벌초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딱 여기까지만 길이 좋고 그 뒤로는 다시 지맥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에효!!
한참 올라 가다 미끄덩 해서 발목이 살짝 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정도는 참고 걸을만 합니다.
그렇게 또 위를 올려다 보며 봉우리를 향해갑니다.
▲403.2 에 힘겹게 올라서고 나니 더욱 반가운 산패입니다.
조금전 벌초 하시던 분들이 여자 혼자 산길에 올라서니 뒤에서 한마디 하더군요.
그 쪽으로 가시면 길이 없으실텐데요..
그렇죠..
길이 꼭 있어야 가는건 아니다 보니...
지맥길은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알것 같습니다.
대전광역시 극남점?
대전광역시 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자리라는 뜻 이겠죠?
저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혹시 제가 잘못 이해 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뜻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지맥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곳이 있는줄도 몰랐을테고..
이런곳에 와볼 일도 없었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비가 그친줄 알았는데
오늘의 비는 그렇게 쉽게 그치는 비는 아닌가 봅니다.
순간 후두둑 하고 쏟아집니다.
그리고 잠시후 내가 언제 비를 내려줬니?
하는것 처럼 말짱해집니다.
하늘 너~~어 그러는거 아니에요.
이곳은 최근에 만들어진 전망대인것 같아 보입니다.
깔끔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비님은...
이후로도 이정목 몇개를 지날때 까지..
오락가락 합니다.
그래도 이정도 길이면 안평지맥 괜찮은것 같습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후로 완전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평지맥으로 변해 갑니다.
나만의 착각을 하고 있었죠.
평상도 준비되어있네요.
주변에 등산로도 잘 정리 되어 있지만 워낙에 이리저리 등산로가 많다 보니
트랙을 자주 확인하지 않으면 알바하기 좋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휴양림이 있어서 산책길을 만들어 놨던가 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모르게 산속에 기계음이 계속해서 울리네요.
무슨 이유로 산속에서 기계음이 날까요?
의아하고 궁금증을 유발 하네요.
기계음이 나는 이유가 저것 때문이었네요.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나는 소리였네요.
중장비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잘 몰겠지만 기계음이
쉬지않고 계속 울립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준희선생님께서 길 안내를 해주시네요.
안평지맥의 주봉인 안평산은 아직일까요?
새벽에 시작 했어야 하는데 많은 비로 인해 늦게 시작했더니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져야
산행이 끝이 날것 같습니다.
아까 발목이 접질릴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통증이 심해져 옵니다.
산행이 끝날때 까지만 이라도 버텨주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뿐 입니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거지.
힘내세요.. 인가?
아!!
질울재
이정목에 질울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 뒤에 산패는?
힘내세요가 아니고 질울재 산패였네요..
여기서 부터는 오르막이 장난아니네요.
쉬면 힘들것 같으니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발한발 올라갑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나무 밑둥이 시커멓게 변해 있습니다.
산불이 났었나봅니다.
불이 붙어 죽은 소나무에 한입버섯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러진 나무가지에는 선생님 시그널이 있어 가지고 가다보니
걸어 둘만한 자리가 없습니다.
나무들이 불에 타서 죽어 있어서 걸지도 못하겠고 결국 안평산 올라서서 걸어드립니다.
땅가시나 가시넝쿨들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것을 보니 불이 난지 오래되지 않은것 같기도합니다.
불에 그을려 죽은 벚나무에는 세력 좋은 운지버섯들이 한가득입니다.
산불로 인해 척박해진 이런 땅에도 새로운 생명은 자라납니다.
모싯대가 꽃대를 활짝 피웠습니다.
안평산을 향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불이 심하게 났었나봅니다.
안전손잡이 해놓은 곳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습니다.
내려서 뒤돌아본 등산로도 망가져있습니다.
길안내를 해주던 시그널도 화마를 피할수는 없었나봅니다.
화기를 머금고 오그라들었네요.
그래도 둘레길 정비작업을 하고 있는것인지 새로 만들어 가져다 놓은것 같은 안내판도 보입니다.
그 화마속에서도 피해를 보지 않고 꿋꿋하게 길 안내를 해주시고 계시는
비실이부부 선배님시그널이 반갑습니다.
암릉구간도 아기자기 하게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 좋은 구간도 여기까지 였을까요?
길을 막고 버티고 있는 잡목구간이 나타납니다.
이런 구간을 보자 밤에 걸어야할 그 길이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조금이라도 해가 있을때 한발이라도 더 걸어야 할것 같습니다.
안평산에 도착을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저 산 줄기는 어느곳 일까요?
저도 사부님 처럼 혹은 산을 잘 아시는 분들처럼 딱 보고서 저기는 어느산이고
저곳은 어느곳이고 하면서 한번에 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2등삼각점과 함께 하는 안평지맥의 주봉인 안평산 입니다.
산불이 어디까지 났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날이 빨리 어두워지니 산불난 구간을 빨리 지나지 않으면 어둠속에서
고생할것 같아 마음이 바빠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트랙을 확인하니 저 곳으로 내려 가라고 합니다.
저 곳을 바라 보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저 앞에 무영객님 시그널은 불때문에 오그라들어 원래의 형태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까 떨어져 있던 선생님 시그널 나무들이 불에 타죽어서 달곳이 없어 들고 오다보니
이곳에 달아 드리게됩니다.
어둠이 찾아 오기전에 한발이라도 더 가야 한다는 마음이 급해서 였을까요?
급하게 하면 안되는데 접질렸던 발목을 미끄덩 하면서 또 부딪치네요.
오늘은 완전 별하의 수난시대입니다.
아!!
어떻게 뚫고 가야하나?
이럴때 사부님이라도 계시면 너무 좋을텐데...
규식님이라도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낫 이라도 들고 왔었으면 ㅠㅠ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래도 그곳을 빠져 나오니 또 다시 등산로가 있기는 하지만
불이 난 후로 정리를 못했는지..
등산로가 엉망입니다.
그래도 여기는 불이 살짝 지나쳤나 봅니다..
이정목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하지만 길안내를 도와주던 시그널들은 오징어가 되어있습니다.
길 안내 안하고 누워서 놀고 있는 비실이선배님 시그널...
이곳에서 길안내 해주세요.
하고 새로운 곳에 걸어드립니다.
누군가 앞에 지나가셨나?
솔잣버섯 처럼 보이는데 나무위에 살포시 올려두고 가셨습니다.
요즘 서서히 버섯철이 다가오니 인적 드문 깊은 산에도 사람들의
그림자가 하나둘 보이나봅니다.
공원묘지가 보입니다.
공원묘지 도로도 보이고요.
길도 좋았다 나빴다 하지 발목도 좋지 않지 하다 보니 저곳으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마음속의 두 정신이 치고받고 싸우는 도중에도 발걸음은 한걸음 두 걸음 계속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듯한 이정목...
가야 할 해철이산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주저앉은 벤치
쉬지 말고 후딱 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난 삐뚤어질테얏!!!!
하는것 처럼 삐딱한 345.1산패
그러면 안되지요..
살살 달래 똑바로 만들어 주고 찰칵...
불 먹은 산패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더 이 자리에서 수고해 달라고 부탁을 해봅니다.
불 먹은 나무에 흰 봉지는 무엇?
혹시?
당겨보니 어마무시하게 큰 노루궁뎅이가 붙어있습니다.
애기엉덩이만한 노루궁뎅이 ..
하지만 내가 너를 모시고 가기는 어렵단다..
잘 살렴..
다시 등산로가 좋아집니다.
이젠 꽃길만 걸을수 있겠구나..
속으로 좋아 합니다.
불이 나서휑한것인지..벌목을 한것인지?
깔끔하게 이발을 한것 같은 산의 모습입니다.
그 사이로 불이나면 끌수있게 소방임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산불 제발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모야모야....
너 이러기 있어..
불난 길이 끝난게 아니었어?
트랙을 확인해 보니 이쪽이 맞는데 어디로 가란 말인거야?
들어갈 곳을 찾을수없어 서성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고 저 속으로 스르르 스며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긴 어디 난 누구...
갇혀서 허우적 거립니다.
그러는 사이 해는 점점 내려앉고 있습니다.
안돼 벌써 어두워지면 안돼...
뚫고 나왔는데 또 있네..
아직 다 뚫은게 아니었구나봅니다.
땅은 버글버글해서 그렇지 않아도 아픈 발목을 더 아프게 합니다.
잔해가 없었다면 이곳에 이정목이 있었고, 또 이곳에 벤치가 있었는지 몰랐을듯 합니다.
이렇게 화마속에 남겨진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이쪽은 불이 난 후에 정비작업을 해놓은듯 합니다.
이곳도 정비작업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젠 말도 안나오네요.
정비 된곳을 지나오니 또 이렇습니다.
올라가야 하는데 트랙을 피해 살짝 옆으로 돌아봅니다.
후회 하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다시 트랙이 있는곳으로 이동해서 뚫고 나갑니다.
희미하게 보이던 이 흙길을 보고 무조건 앞으로 ㄱㄱㄱ
뚫고 나오고 나니 정신이 가출한것 같습니다.
임도가 있는것 같은데 여기서 도망이라도 치고 싶습니다.
갈등...
갈등...
하지만 트랙을 보니 이 임도 타고 간다고 해도 길이 좋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다시 마음 다잡고 앞으로앞으로 해봅니다.
앗!!!
길이 좋아졌나?
살았다..
이제 끝이 보이나 보다...
아픔도 잊은채..
급 싱글벙글..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물을 건너면 안된다고..
하지만 가는 길에 물길이 생겨 물이 졸졸졸 흐르는데 어떻게 하나요?
물줄기가 생긴 이곳이 등산로 랍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아직 불난곳을 빠져 나오지 못했음을 알게됩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밀고 뚫고 올라오다보니 어느새 사방이 깜깜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에효!!!
5km 오는데 3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도저히 더이상은 못가겠습니다.
사부님께 전화해서 더이상 못가겠으니 독짐재 아래 마을로 와주세요.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삼각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산패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길이 없고요.
독짐재에 도착하면 아래쪽으로 하산을 해야지 하는 마음만 가득 합니다.
발목도 좋지 않은데 한치앞도 알수없는 잡목숲에 갇혀 허우적 거리다 보니 내가 이 뭐하는짓인가 싶기도 하고
맨탈이 나가기 일보직전입니다.
에효..!!!
이정목 찾아 나오기도 힘이 드네요.
트랙 확인 안하고 간다면 어느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엉뚱한 곳으로 가서 맨탈 나가 멍해 있었을지도요..
길 좋다고 해서 온 안평지맥인데 아주 된통 당하고있습니다.
이곳은 정리 되기 전까지는 겨울에 와야 할곳입니다.
독짐재에서 마을로 내려가야지 했는데 내려가는길을 찾을 수가없습니다.
트랙이 알려주는 곳은 도저히 뚫고 갈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괜스레 잘못 내려가다가는 더 힘들어 질것같기도 하고 다음에 여기를 어떻게
다시 오지 하는 마음도 들고 여러 생각이 어지럽다 보니 슬그머니 그자리를 지나쳐가버립니다.
그렇게 287.3봉에 도착을 합니다.
그리고 사부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독점재를 지나쳐서 그냥 진행했다고 말씀드리니 힘들면 하산하라고 하십니다.
전화를 끊고 보니 등산로를 다시 정비하고 있는듯한 흔적이 보입니다.
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히 내려섭니다.
코팅산패에는 명막재라고 되어 있는데 어둠속에서 보이지도 않네요.
하산하려고 했던 독점재 지나면서 부터 또 잡목지가 나오면 어쩌지 하면서
조마조마 해가며 가는데 다행스럽게 잡목지는 나타나지 않는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힘을 내고 있습니다.
오르고 내리는 사이 ...
차라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것이 잡목에 갇히는것 보다 훨씬 좋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안평지맥입니다.
어라?
이번에는 이게 뭐지?
등산로 주변에 철조망이 계속입니다.
해처리산까지 이어집니다.
뭐하는곳일까요?
얼마지나지 않아 알게 됩니다.ㅋ
골이 깊이 파인 등로 조심히 가다 또 다시 발목을 접질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프고 힘이드는데 또 접질리게 되니 화가 납니다.
철책따라 가다보니 선골고개라 알려줍니다.
계속 철책을 따라가다보니 273.0봉을 만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힘도 없고 발목도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까 싶네요.
지도를 보니 400m 정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마을이 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사부님께 그쪽으로 와주십사 연락드리고 하산을 합니다.
사부님을 만나 아이스박스에 있던 얼음으로 얼음찜질도 하고 땀도 좀 씻고
보충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그 길을 올라갑니다.
꺾였던 의지 다시 불태워 올라선 해철이산입니다.
앞서 가신 선배님들의 시그널이 줄줄줄 입니다.
가야할 방향에 야경을 찰칵해봅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좋아서 그런지 야간인데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해철이산을 지나면서 부터는 불이 나지 않았는지 둘레길 처럼 잘 정리되어 있어
잡목의 트라우마를 잊고 편하게 걸을수있습니다.
짧은 봉우리 오르고 내리며 편안한 길로 가는데..
발목의 아픔도 있지만 자꾸만 힘이 빠지는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지는 것일까요?
낮 같으면 사람들이 많을것 같은 대전 둘레의 야트막한 산군들...
빨리 가고 싶어도 점점 몸이 무거워서 발걸음이 더뎌짐을 느낍니다.
왜 이렇게 발걸음이 무거운 걸까?
하며 가다 보니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안보일정도입니다.
아~~
안개가 짙게 껴서 습도가 너무 높아 몸이 무겁게 느껴졌나 봅니다.
길이 좋아도 너무 좋구나 싶어 둘레길인가 했는데
역시나 대전 둘레산길 12구간 이었습니다.
가는곳 마다 산스장이 계속 보입니다.
모두 찰칵하기는 너무 많아 빠른 포기를 하고...
딱히 기억에 남을만한 것도 없어 힘이 들어도 조금더 빠르게 걸음을 떼어봅니다.
촉촉이 젖은 길이 미끄럽기는 하지만 걸리적 거리는 잡목이 없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걷습니다.
하지만 워낙 중간중간 샛길들이 많다 보니 트랙을 자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하지만
그래도 잡목에 비하면 너무 좋으니 행복한 마음입니다.
쓱~
지나쳐 갈까 싶었지만 그래도 조그만 봉우리도 봉우리 이니 살짝 다녀옵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두발을 떼어봅니다.
학교옆으로난 둘레길을 따라 가다 찰칵...
고등학교가 쫌 있어 보이네 싶었는데 지도 확인 하니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였네요.
학교옆으로 빠져 나와 길을 건너 도심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열심히 걷고 또 걷고...
도로주변 풍경을 둘러봅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건너편에 달리기를 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저도 저렇게 뛰어서 후다닥 끝을 낼까요?
하지만 별하는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하니 그냥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걸어서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산으로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트랙은 이곳으로 들어가서 저 위에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예전에 숲이었던 곳 같은 이곳은 지금 아파트공사가 한창 이라서 들어갈수가없습니다..
담넘어 간다고 해도 산으로 들어가는 곳을 절개지를 만들어 놔서 갈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조금더 가다 산으로 붙어봐야지 하고 가는데 옹벽을 만들어 놔서 갈수도없습니다.
할수없이 트랙을 확인하고 골목을 따라오다 어느곳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제법있습니다.
건물에 불도 켜져 있고 이곳은 뭐하는 곳이지 하며 이리저리 돌아보다 보니 이곳이 배재대학교 였네요.
그렇게 배재대학교 교내를 가로 질러 트랙에 붇습니다.
그리고 둘레길 처럼 부드러운 길을 따라서
한봉우리 올라서면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도솔산에 도착을 합니다.
도솔산을 보니 강원도 양구에 있는 몇달전에 했던 도솔지맥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삼각점을 자세히 보니 1등삼각점입니다.
횡재했습니다.
이런곳에서 1등삼각점이라니요^^
이곳은?
당연히 대전시내이겠죠.
야경이 참 좋습니다.
랜턴이 없어도 되겠습니다.
가는곳 마다 이렇게 불을 밝혀놨습니다.
여자 혼자도 무서움없이 다닐수있겠습니다.
아무도 없을것 같은 새벽시간 간혹 사람이 보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시그널과 산패는 하나도 안보이는데 반바지님의 코팅산패는 하나씩 보입니다.ㅎㅎ
도솔봉을지나 얼마나 왔을까요?
이번에는 도솔정입니다.
그리고 도솔정을 지나 월평사이클장이 있는 공원에 도착하니 이 새벽에 트랙에서
운동하시는분도 계시네요.
그리고 시내를 지나다 보니 일요일 새벽이라서 그런지 젊은 청춘들이 북적북적 하는곳도 있습니다.
그렇게 도심지를 가로 질러 정부대전청사를 지나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가로 질러...
한밭수목원을 지나야 하는데 휴장이라고 문이 닫혀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수도없고 여기서 멈출수도없고..
슥슥~
두리번번번~
휘릭~
가로질러...
갑천과 유등천이 만나는 둔산대교앞에 도착을 합니다.
다리아래쪽으로 내려가 물에 빠지지 않고 갈수있는곳 까지 가서...
옷도 털고 옷매무새 고치고 안평지맥 끝을 외칩니다.
옷매무새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꼴이 말이 아니네요.
긁히고 찢기고..
온몸에 생채기의 흔적이 ㅜㅜ
옷도 여기저기 찢기고 배낭도 어디에 걸렸는지 너덜너덜 해졌습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24시간 하는 식당을 찾으니 설렁탕집이 24시간 하는 곳이 있습니다.
금요일 쌀구경 하고 일요일 새벽에 쌀구경 합니다.
이렇게 안평지맥을 끝마치게 됩니다.
정말이지 산불로 인해 우거진 지옥 같았던 가시잡목에 갇혀 허우적 거리며 맨탈이 탈탈 털리고 있을때는
내가 이짓을 해야 하나 몇번을 되묻고 곱씹어봤지만 그래도 산행이 끝나고 나니 또 언제 그랬었나 싶기도 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노심초사 해주시면서 걱정 하고 계시던 사부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한의원 가서 침 맞아 보고 다음주 산행은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신 분들 께도 감사말씀 전하며 별하의 좌충우돌 안평지맥은 여기에서 끝 입니당..
ps.끝나고 나니 이리 홀가분 합니당^^

첫댓글 별하님,
안평지맥을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의지와 투지로 완주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발목은 한 번 접질리면 습관적으로 재발하기 쉬운 부위이고, 인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됩니다.
평생 고질병으로 남지 않도록 꼭 정밀검진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한의원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깁스 치료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발목 안정성과 회복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제대로 치료한다면, 앞으로 산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걸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평지맥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장시간 어렵게 산행중 안평산 산불로 인한 재생 능력은
나무는 거의 고사인 반면 산야초는 거의 회복 단계가 도였습니다.
23년 4월 질울재~안평산~조중봉 화마로 능선이 거의 소실된것
세삼스럽게 잘보고 갑니다. 안평산 지나 어둠이 깔려 모습은 재대로
나오지 않했습니다.
산행기 감사합니다.
안평지맥!
올해 4월에 금남정맥을 하면서 배티재에서 대둔산을 향해 힘들게 올랐던 계단길 끝에서 갈라져 대전 시내를 통과해 유등천과 대전천의 합수점에서 끝을 맺는 지맥이군요.
대전과 인연이 깊어 가보지 않았어도 대충 마루금이 그려집니다. ^^
별하님 덕에 꼭 가야할 지맥 하나 추가합니다.
산불 후유증으로 인해 큰 고생을 하셨군요.
다친 발목도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안평산에서 보였던 멋진 산은 계룡산인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향적산, 방송탑 계룡산 천황봉~장군봉 주능선, 오른쪽으로 관암지맥 갑하산 등으로 보입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늘 응원합니다. ^^
대단하신 별하님!
여전히 홀로 주야없이 한줄기 마무리하셨네요.
안평지맥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산불난 지역통과, 발목상태도 않좋은데 강행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유등천 합수점에 이르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