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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annel.pandora.tv/channel/video.ptv?c1=03&ch_userid=mental0002&prgid=37596498&ref=da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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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고 절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미소지으며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으며 모든 일에 제 이익을 생각지 말고 잘 보고 들어 깨달아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찾아가서 간호해 주고 서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대신 져 주고 남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대며 걷고 누구한테나 바보라 불려지고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번역 : 권정생) 짧은 생애 그렇지만 굵은 족적을 남긴 미야자와 겐지의 문학을 보면 그가 상상했던 타인에 대한 열망과 타인의 행복을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전해지는 것 같다. 세상엔 남의 불행을 확인해야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반대로 남의 행복을 확인하면 속이 불편하고 나는 이런데 남의 행복을 못 이겨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미야자와 겐지는 비록 남들이 무엇이라고 하든 끊임없이 보편적 행복이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행복은 뷔페 식당에 놓인 다양한 음식과 같은 것이고 남들이 먹는다고 남의 접시를 깨뜨린다면 그것은 자신도 타인도 불행하게 하려는 굴레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접시를 깨뜨려버리는데 집중하면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다시 음식을 찾아 먹을 때도 다시 또다른 누군가의 접시를 깨기 위해 정작 자신은 행복이라는 음식을 놓치게 되지 않는가. ..............................................................................................................................................
이런 시를 쓴 사람이 있다. 서른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작가. 짧은 생이지만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 넘치는 이타심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미야자와 겐지. 병상에서 죽어 가는 누이를 위해 두 손 가득 눈을 그러모아 선물했다는 가슴 뭉클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미야자와 겐지는 참으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순수한, 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는지. 특히나 문학에 있어 순수라고 하면 어떤 작가를 떠올리시는지. 나의 머릿속에는 백석과 미야자와 겐지 두 사람이 떠오른다. 물론 같은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혹은 곁에서 지켜보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순수한,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뭔가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경건하고 정화된 마음을 갖게 하는 작가 말이다. 미야자와 겐지(1896~1933)는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은하철도의 밤》을 쓴 작가로 유명하다. 일본 이와테 현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겐지는 어린 시절부터 빈민들의 삶을 보며 자신의 행복이 그들을 착취해 유지되고 있다는 양심과 자책감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세계대전 시대에 태어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싹트던 일본사회의 삭막함과 비정함을 몸소 체험한 겐지는 평생을 가난한 농민들을 도우며 살아가리라는 열정을 품고 고향 이와테현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업기술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다 폐렴으로 사망한다. 작품으로는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한 《첼로 켜는 고슈》, 《주문 많은 요릿집》 등 동화 100여 편과 시집 《봄과 아수라》를 남겼다. 국내에는 《은하철도의 밤》(바다출판사, 2000년 12월 출간), 《첼로 켜는 고슈》(보림 출판사, 2006년 5월 출간), 《주문 많은 요릿집》(소화 출판사, 2004년 5월 출간),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사계절 출판사, 2006년 4월 출간) 등이 출간되었고, 시집 《봄과 아수라》는 96년에 웅진닷컴에서 출간되었으나 현재 절판 상태이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봄과 아수라》가 복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겐지의 시가 알려졌으면 한다. 겐지의 대표작인《은하철도의 밤》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되었지만 바다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가장 사랑받고 있으며 쇄를 달리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아무튼 각설하고, 겐지의 고향 이와테 현에서 미야자와 겐지 100주년을 기념하고 그의 생애를 기리고자 96년에 헌정 애니메이션 <이하토브 환상 - 겐지의 봄>을 제작하였는데 이 작품을 소개할까 한다. <겐지의 봄>은 이와테 TV와 애니메이션 회사 그룹테크에서 공동 제작하고 <마크로스 플러스>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를 만든 가와모리 쇼지가 감독을 맡았다. 현란한 CG 메카닉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가와모리 감독답게 CG 메카닉과 셀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가며 겐지의 실제 삶과 그의 정신적 고뇌를 효과적으로 묘사하였다.
<겐지의 봄>은 겐지, 겐지의 여동생 토시(코), 겐지의 친구 카나이.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야자와 겐지의 여동생 미야자와 토시코는 가족으로서 신념을 함께 하는 동료로서 미야자와 겐지의 문학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24살 토시코의 죽음은 겐지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과 시련이었다. <겐지의 봄>은 누이를 잃은 그의 상실감에서부터 시작한다. 서글픈 아베마리아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겐지로 보이는 고양이 캐릭터가 기차에 타고 있는 여자를 향해 달려간다. 기차는 점점 멀어지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결국 여자에게 닿지 못한 채 기차는 물속으로 사라지고 겐지는 토시, 를 절규하며 주저 앉는 오프닝. 시작부터 비장하다. 겐지는 소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그를 시라캄바(시인선생)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무척이나 따르지만 급우의 돈을 훔친 가난한 학생의 사정을 들은 후 농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교사직을 그만둔다. 그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을 계몽하고, 농사기술을 개발하려 했지만 막상 농민들은 그의 의지를 부르주아 도련님의 변덕쯤으로 비하한다. 게다가 학창시절부터 뜻을 함께 한 친구 카나이가 함께 이루기로 한 이상을 접고 황실 소속의 군인이 되고 겐지를 외면한 채 "당신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군요. 이상이라는 구름을..." 이란 말을 남긴 채 곁을 떠난다.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겐지는 계속해서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을 교화하려 하지만 농사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농민들에게서 차갑게 외면당한다. 절망에 차 밭에 쓰러진 겐지는 마치 죽음처럼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자신의 의식을 희미하게 부여잡는다. "깜빡이고 있는 것은 나인가 아니면 세상인가. 이것은 변합니까 이것도 변합니까, 저것도 변합니까?" 아무리 변화시키려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삼키며 겐지는 읊조린다. 그러다 갑자기 토시의 환영이 떠오르며 겐지가 떠다준 비에 젖은 눈을 먹은 토시는 "차가워, 하지만 따뜻해."라는 말을 하고, 이 말에 힘을 얻은 겐지는 눈을 뜨고 외친다. "새로운 시대의 코페르니쿠스여. 심히 짓누르는 괴로운 중력의 법칙으로부터 이 은하계통을 해방시켜라." 그러자 두 대의 기차가 용솟음하듯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겐지는 힘을 내어 다시 일어선다. 애니메이션 <겐지의 봄>은 미야자와 겐지의 실제 삶의 궤적을 세밀하게 잘 묘사할 뿐만 아니라 겐지의 관념적인 고뇌와 환상도 특수효과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해낸 수작이다. DVD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출시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주옥 같은 글귀를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어떠한 괴로움에 부딪혀도 그것이 올바른 길을 걸어가다가 생긴 일이라면, 험준한 비탈길의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모두 진정한 행복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니까요." - 《은하철도의 밤》 中 79쪽 작성자 : 레슬뤼 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