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옥과 장성백을 찾는 윤을 보며 원해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군사
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한다. 윤은 애써 화를 누르며 원해에게
장성백을 찾는 일은 절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며 수색에 더욱
열을 올린다. 한편, 감영에서 양 판관이 나와 윤에게 도성으로 돌
아가라 하지만 윤은 판관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며 원해를 도
성으로 돌려보낸다.
동굴 안에서 계속 나갈 곳을 찾던 채옥은 성백이 상처가 깊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자 당황하지만 이내 성백을 살리기 위해 정성껏
돌본다. 성백은 자신을 돌보다 잠이든 채옥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
짐을 느끼고, 두 사람은 마음속의 한을 서서히 꺼내기 시작한다.
양 판관이 역모의 무리라는 사실을 눈치 챈 윤과 백부장은 해주감
영으로 보낸 원해가 돌아오기까지 상황을 살피며 양 판관 일행을
감시한다. 양 판관은 상황이 점점 어렵게 돌아가자 슬그머니 도망
갈 준비를 하지만 윤이 미리 길목을 막는다.
채옥이 독지네에 물리자 성백은 자신이 중독 되는 것도 잊은 채 채
옥을 살린다. 정신을 차린 채옥은 죽어가는 성백을 보며 오열하
고, 드디어 출구를 찾아내는데...
2003년 9월 2일 (화) / 제 12 회
<12부>
1. 막사 앞 (아침)
꺼진 화톳불 주위에서 지친 군
사들 수십이
서로 어깨를 기대거나 쓰러져
누워있다...
막사로 올라오는 윤과 현감,
주완, 원해, 마축지와 군사들...
윤, 군사들을 안스러운 눈으
로 본다....
윤 (마음을 다잡아) 교대한다..! 당장 대오를 갖춰라...!
피곤한 군사들 뭉기적거리는
데...
윤 (수장답게)...명이 들리지 않느냐!
현감 이보시오 종사관....! (따진다) 해도 너무하지 않소....
밤새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한 군사들이오.....한식경
이라도 쉬게 두시오...
윤 (단호하게) 도성 군사 수백의 목숨을 앗아간 화적장
이...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를 놓치면... 현감께서 책임지시겠습니까?
원해 나으리 저 좀 보시겠습니까...
윤, 원해와 주완이 있는 쪽으
로 간다...
원해 군사들이 쇠로 만든 몸뚱이는 아닙니다... 나으리께선
아니라 하시지만...
자꾸... 제 눈에는 장성백을 잡고... (주변을 슬쩍 의식
하더니)
...역모를 막기 위함이 아니라...
...옥이에 대한 애착... (눈에 불이 난다) 옥이에 대한
과한 집착처럼 보입니다...
주완 (참다 못해)...원해야...!
윤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내 말하지 않았소.....
하늘이 주신 기회를 군사들이 피로하다고 망칠 수 있
겠는가...!
집착...? 집착이라 했소..... 틀리다고는 하지 않겠소....
(비장하게) 허나... 과한 집착으로 보였다면.... 그건 역
당에 대해서고...
그 자가 장성백이오....
원해 ....나으리는 이미 장성백조차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하
시고 있습니다!
...나리 말씀처럼 잡범 한 놈... 잡는 일이 아닙니다...
...호랑이 사냥을 하기 전에 수하들의 몸을 먼저 염두
에 두시던...
예전의 모습이 아닙니다...
(차갑게) ...옥이를 생각하는 반만큼이라도..... 군사들
을 생각하십시오!
주완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원해 형님...! 저도 이렇게는 일 못합니다...!
윤 (화를 누르며) ...내 밑을 떠나고 싶단 뜻인가...?
원해 (입주위가 실룩이는데) .....
판관 종사관도 그만 도성으로 돌아가시오....
윤 (당황하다가) ...여기 남겠소....
판관 ...관찰사 영감의 영이니... 돌아가시오....
윤 ...장성백은 포청에서도 쫓는 자요.... 나 또한 포장 영
감의 영으로 온 것이외다....!
판관 (노려보다가) ...좋소.... 대신 내 통제에 따르도록 하시
오...
주완 (불끈) 따르라니...! 같은 품계인데....그러한 예와 법
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윤 나서지 마시오....!
판관 (주완에게) ....허면...내가 종사관의 지휘를 따라야 하
는 것인가....?
주완 이곳 정황은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상의
를....
윤 (O/L, 주완에게) 그만 두지 못하겠소..... (포기하는
듯 판관에게) ...그리 하겠소...
주완 나으리....
윤 백부장은 사안의 막중함을 모르시오...!
판관 ...벌써부터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까....돌아가시는 게
낫겠소이다....
원해 (불뚝) ...돌아가시지요..!
윤 (날카롭게 원해를 노려보더니 이내 미소를 머금고) 아
닙니다... 마음 푸십시오....
(원해를 깊은 눈으로 보면서) ...이부장......... 포청으
로 복귀하시오...
원해 (얼굴이 굳는다) .....
주완 나으리....
윤 들리지 않소....!
원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는.... 이내 돌아서 내려간다....
이부장을 부르며 헐레벌떡 따
라가는 주완...
2. 인근 일각
주완 야 이부장....원해야..! (모퉁이를 돌아서자 뒤를 살펴
보더니 다급히 원해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확 잡아챈다)
원해 ....잡지 마슈... 냉철하지 못한 장수 밑에서 살아남은
장교 없수....
...형님도 아시잖수...내겐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못하
는 원수들이 화적패요... (눈이 젖 어오며)...내 할아버지...아버
지... 두 분 모두 화적들의 손에 돌아가셨소.... 그나마 겨우
풀칠해 먹던 보리살 서말의 녹도 없이 ....살아온 어머
니와 나란 말요....
(눈가엔 눈물이 고였는데... 애써 쓴미소를 지으며) ...
내 그래서 장가도 안들잖소.....
황보 종사관을 만나고서는... 이제야 장가 좀 가보나
싶었더니... (씁쓸히) ...텄소...!
주완 (어깨를 톡톡 치며) ...안다...알아...
원해 ...형님이라두.... 잘 모시슈.... (돌아서는 얼굴이 쓸
쓸하다)
주완 (단호히) 이놈아...! (긴장해서)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
고 잘 들어라...
원해 (고개만 슬쩍 돌린다)
주완 우리가 장성백과 부딪힌 게 어제 낮이다...
저 판관 놈은 감영에서 하룻밤만에 달려왔어... 현감
이 감영에 서찰을 보냈다 하더라도 저리 신속히 움직이지는 못
해...
원해 (그제사 감이 잡힌 듯 눈이 빛나더니 홱 돌아선
다) .....
주완 역모가... 민란의 규모가 아닐 수도 있다.... 잘 들어...
감영까지 엮여 있다면 이건 예사 모반이 아니다.....
원해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주완 (농담처럼 웃으며) ....니기미 ....보리살 서말 녹봉 인
생들이 큰 일 한번 쳐보자... (진지하게) ...해
주 감영으로 가라... 빨리 와야 된다...
원해 가면, 주완 뒷모습을 본
다.....
3. 막사 앞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쳐두고 판
관에게 설명하는 윤....
윤 동헌 군사들과 산자락을 지켰으니... 산 밖으로 벗어나
지는 못했고 어딘가 숨어있을
공산이 큽니다...
판관 ...알겠습니다... 내가 다시 수색을 할 것이니... 종사관
은 각 길목의 요소를 지키십시오....
윤 ...함께 찾겠습니다....
판관 (쏘아보며) ...내 뜻에 따른다 하지 않았습니까...?
윤 ......
판관 돌아서서 군사들 쪽으로
가면...
주완이 털래털래 오고...한쪽
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축지가 다가온다...
주완 (모른척 몸을 돌리며) 하여튼 이부장 저 자식 성질머리
하곤....
(윤의 눈치를 슬핏 보며) 감영에서는 왜 또 끼어들고
난리야...
축지 군사가 많으면 좋제...뭐가 걱정이다요...
윤 ......
축지 아따... 그러찮애도 다모 성님 걱정 땜에 속이 숯뎅이
가 되아부렀는디...
어째들 이러시까잉... (마치 상관이라도 된 듯 벌컥 화
를 내며)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 인디 이래서야 쓰겄소...쓰겄
냔 말이시...! 아조 콩가루를 만들어불드라고잉...
주완 (뒤통수를 빡- 때리며)...임마... 죽 쒀서 개 준다는 말
도 몰라...
쥐는 우리가 몰았는데... 막판에 저 판관이... 장성백
이 놈을 잡아봐...
우리는 그냥 삼베바지 방귀 빠지는 짓거리만 한것이
여....
(가며 윤이 들으라는 듯) ...으이구 이놈의 지긋지긋한
부장생활...
축지 (뒤통수를 쓸며) 칵 그냥-- 평생 부장질만 해묵어부러
라....니기미...
4. 동굴 안
성백, 이마의 땀을 흘리며 초
췌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고 있다...
호흡이 거칠고...입이 바짝 타
있다....
5. 동 다른 곳
채옥, 출구를 찾으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한쪽에 다른 통로가 있다...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채
옥...
살피며 뚜벅뚜벅 가는데.... 역
시 바위벽이 가로막고 있다...
채옥, 지쳤는지 입이 바싹 탄
다...
털썩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는다...
어디에선가 똑- 똑- 물방울 떨
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옆을 살피는 채
옥...
바위에 움푹 파인 물웅덩이가
보인다...
두 손으로 물을 떠 정신없이
마시는 채옥...
6. 동, 성백이 있
는 곳
눈을 감고 있는 성백, 낮은 신
음소리까지 새어나온다...
다가오는 채옥... 겉옷을 벗은
상태다....
희미하게 눈을 떠 채옥을 보
는 성백...
채옥이 물에 젖은 겉옷을 툭
내던진다...
채옥 입술이라도 축여라....
성백, 받아서는 입을 벌리고
는 힘껏 겉옷을 짠다...
몇 방울의 물이 떨어지지만 아
쉽다... 수건을 든 손을 떨구는 성백....
채옥, 성백을 노려보는데...고
개룰 떨군 채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이 가쁜 성백이 한편 안스럽
기도 하다...
채옥, 다가가 멈칫거리며 어깨
를 내밀며 앉는데...
힘없이 손을 올려 채옥의 어깨
를 감는 성백...
순간, 채옥의 얼굴이 당혹스러
우면서도 부끄러운 듯 미묘하다...
7. 동, 물이 있던
동굴
성백을 부축하여 다가오는 채
옥...
다 왔다 싶자...성백의 팔을 풀
며 밀친다...
털썩 주저앉는 성백...
성백 ...고약하군...
그런 성백을 노려보는 채옥...
성백, 바지를 와락 찢어내
면... 농이 흐르며 곪아가는 환부가 보인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채옥...
성백 ..물을 떠 부어다오...
채옥 (홱 쏘아본다)...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성백 (진심으로) ...부탁이다...
채옥... 할수없이 웅덩이로 다
가가
손으로 물을 받아 조심스럽게
온다...
그리고는 환부에 물을 천천히
붓는 채옥...
성백, 고통스러운지 이를 문
다...
8. 좌포청 세욱 방
앞
댓돌 위에 세욱의 신발이 놓
여 있다...
장부장과 몇몇의 부장들이 걱
정어린 얼굴로 낮게 소곤거리고 있다...
난희가 중문을 넘어 다가온
다... 부장들 말을 멈춘다...
난희 (장부장에게)...대체 무슨 일입니까....
장부장 어제 궐에 다녀오신 후로 한잠도 주무시지 않고 술을
드시고 계십니다...
난희 (놀란다)......
장부장 ...들어가 말리려 했지만....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호통
을 치셨습니다...
난희 (세욱 방문 앞으로 간다) ...
9. 세욱 방
주변에는 대 여섯 개의 술병
이 널브러져 있다...
임금E 무능하고 무능하도다.... 좌포장의 조부와 선친께서는
임진년의 국난을 맞아 혁혁한 공 을 세워 공신록에까지 올랐는
데.... (비수로 찌르듯)..그 위명이 3대를 잇기는 어려운 모 양이
구려....
술잔을 비우는 세욱...
난희E 아버님...난흽니다...
세욱 물러가거라...
난희E 들어가겠습니다....
세욱 (버럭)...물러가라 하지 않느냐...!
10. 동 방문 앞
난희 ....아버님....
세욱E ....지금은 누구하고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난희 대체 무슨 일이시기에 그러십니까...? (대답이 없다)...
아버님....
(역시 대답이 없자 걱정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물러난
다, 장부장에게)
궐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장부장 전하께 꾸중을 들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난희 ....아버님 곁을 지키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알
려주시구요....
장부장 예....
난희 (다시 한번 세욱의 방문을 걱정스런 얼굴로 본다) ....
11. 정필준 밀실
정필준 등을 보인 채 가부좌
하고 있고...
등 뒤로 역시 등만 보이는 사
내(내관)가 보인다....
필준 간택령을 언제 공포한다더냐.....?
사내 지금 내명부와 가례도감에서 상의 중입니다....
필준 (숙고하는 듯) ...겨울이 오기 전이라..... 해가 가기 전
이라....
주상은...?
사내 무엇에 쫓기는 듯 항상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조세
욱에 대한 신뢰도 이제 완전히 거 둔 듯 싶습니다.... 헌데 아직
그 자리에 두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필준 ...계륵이지.... 그대로 두자니 마음이야 불안하지만...
버리자니 그만한 자가 없고....
잠을 못이룰 정도로 고심이 되겠지.... 조세욱 그 자는
덕과 의기가 있는 장수지만....
유연함과 지략이 없어... 결코 우리의 그림자도 잡지
못해....!
12. 산 중턱
판관이 이끄는 군사들이 숲 속
을 수색하고 있다...
판관 샅샅이 뒤져라... 시체라도 찾아야 한다...!
13.. 산, 정상
윤은 한쪽 바위에 어두운 얼굴
로 앉아있는데....
주완 다가온다....
주완 나으리...
윤 ...자리를 지키지 않고...무슨 일이오...?
주완 ...나으리 거시기... 이부장 일 말입니다.... 겉만 보시
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윤 ...백부장...
주완 예....
윤 ...판관 양진호가 왔다는 해주감영이 여기서 얼마나 되
오...?
주완 (놀라는)...! (비호대를 물리치려는 듯) 야...여긴 내가
지킬테니까...가서 끼니나 떼우고들 와....
비호1 부장나으리께서 종사관 나으리 곁을 떠나지 말라 했습
니다...
주완 (벌컥) 이런 우라질.... 지랄하고 자빠졌네.... 한양 간
놈 명령을 뭐한다고 듣고 있어...
당장 내려가...!
비호대 쭈삣쭈삣 내려간
다..... 주완 윤을 돌아보면...
윤 (그러지 않았으리라 믿으며) ...이부장을 포청으로 돌
려보냈소.....?
주완 ...알고 계셨습니까....? 원해 놈.... 해주로 보냈습니
다...
판관... 어쩌면 감영 전체가 역모와 무관하다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윤 (씁쓸하다) ...나나 백부장의 짐작이 틀리길 바랄 뿐이
오....
주완 (다급히) 원해가 알아보고 돌아오는 대로... 판관 놈을
물리쳐야 합니다...
윤 (차분히) 그럴 필요 없소.... 그 자가 장성백을 찾도록
도와주시오...
주완 .....?
윤 백천 관아의 군사가 화응하도록 손 써두겠소....
(사이) ....판관의 군사가 장성백을 찾는 순간.... 군령
을 내릴 것이오...!
주완 (비장한) 예.. 나으리....
윤 나와 백부장... 그리고... 비호대 뿐이오....
칼을 내려두지 말고...... 기다리시오.... (사이) ...한꺼
번에..... 쓸어버리겠소.......!
14. 백천 인근 산,
외떨어진 민가 전경
15. 동 방
중갓을 쓴 달평과 가토가 마
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한쪽에는 수명이 앉아있는
데...
방문이 부서지며 덮개 없는 관
이 쑥 들어온다...
놀라 움찔하는 달평 가토 수
명...
도끼눈을 한 덕수가 방으로 성
큼 들어선다...
덕수 (화를 누르며) .... 각출이오.... 형님은 산에 갇혀 있
고... 여러 형제들이 죽었소... 헌데... (버럭) 대체 지금
무슨 짓들이야...! (수명을 보며) ...넌 지난 삼년의 정을 이 따위로
갚 느냐...!
수명 (침착하게) 앉으시지요...
달평 (다시 고개를 돌려 바둑판에 착수한다) ...
덕수 이런 쳐죽일..... (바닥판을 엎으려고 달려드는데)
달평 (무섭게) ...이놈...!
동시에 가토의 칼이 어느새 덕
수의 목에 닿아있다... 덕수 멈칫하면...
달평 ...네 놈 따위 식견으로... 판세를 볼 일이 아니다...
가토, 칼을 번개처럼 칼집에
넣고 바둑판을 바라본다...
덕수 (화를 못이겨 부들부들 떤다)...보시오.. 당신들이 보여
주겠다는 새 세상을 위해 죽은 각 출이오...... (울음이 새어나오
는 목소리로) ...식견있는 자가 보는 판세라는 게 방구석에 쳐박
혀 바둑이나 두는 것이란 말이오...
달평 (아랑곳없이 한 수를 착점하며)...장두령이 벌인 일이
다...
(차갑게) ...사석(死石)을 구하자니....수순이 꼬이는구
만....
덕수 최도방!
달평 (돌아보지도 않고).... 지금 내 돌이 한 수 빠르면 살
고...
한 수 늦으면 죽게 되어 있어....
덕수 ....선문답 하지 마시오...! (비장하게)...감영의 군사만
이라도 물러나게 해주시오....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두령은 찾아내겠소....
달평 ...글쎄.... 감영의 군사라도 물러나게 해 달라...
내가 그리 늦게 수를 둔 것 같지는 않구만....
(기고만장해) 흑돌도 백돌도... 다 내 바둑알이니 말이
야..... (웃음이 샌다)
수명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무언가 낌새를
채고)....이미 수를 쓰신 겁니까....?
덕수 (그제서야 이미 손썼음을 알겠다) ......!
달평 자네는 내 수순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 않겠는가...
덕수 (밖에 대고) 관을 빼라....! (수하들이 관을 빼 나가면
덕수 다시 달평을 보며)
고맙소... 하지만 마치 앉아서 구만리를 보듯이 식견
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 오...... 함께 움직일 줄도
알아야... 형제의 피를 느끼는 법이오...
달평 (돌을 놓는 손이 멈칫한다) ....
덕수 ....새 세상을 여는 일에... 적어도 우리는 이문을 계산
하지는 맙시다...!
(칼을 문틀에 꽉 박으며 나간다)
달평 (당황한 듯 헛기침하며) .....한심하군.... 계집보다 말
귀를 못알아들으니...
수명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덕수를 따라 나선다)
16. 산 중턱
관비들이 통에 담긴 주먹밥과
나물을 비호대에게 건넨다...
채옥이 남긴 유서를 보고 있
는 윤.....
채옥E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 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
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
그런 나으리를 잃는다면 제가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
니까....
나으리.... 나으리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산채로 올라
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으리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차마 그 자를 베지
못한
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죽기보
다 괴로운 일입니다...
<현재>
윤... 눈에 눈물이 차오른
다....
관비 (조그만 소반에 주먹밥과 국을 챙겨 들고) 나으리...
고개를 들어보는 윤..... 채옥
이다...!
윤, 믿기지 않는 듯 천천히 자
리에서 일어난다...
그릇 깨지는 소리에 놀라... 다
시 보면 채옥이 아니다...
비호대 달려오면... 그저 멍하
니 서있는 윤...
17. 동굴 다른 곳
횃불을 들고 출구를 찾아보지
만... 사방이 벽이다...
무기력해지는 채옥의 얼굴...
18. 동굴 안 (물이
있는 곳)
벽에 기대고 있는 성백..... 몸
상태가 악화되었는지...
호흡이 거칠고 땀을 비 오듯
이 흘리며 온몸을 덜덜 떤다....
힘없이 걸어오는 채옥.... 횃불
을 바위 틈에 꽂고는
털썩 성백의 맞은 편에 앉는
다...
성백 ...나면서부터 반역을 꿈꾼 자는 없다....
... 지난해에 역병에 걸린 어머니를 찾았지...
치료는 커녕... 마을에서 쫓겨나 굶어죽었다.... 온몸
이 돌에 맞은 멍투성이었어....
살아온 길도 멍투성이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그
랬어...
그것이 조선 백성의 삶이다....
채옥 ...말을 아끼는 게 좋을거야....
성백 (아랑곳 없이) ....입곱살짜리 어린 누이도 내 눈 앞에
서... 짐승처럼 끌려갔다...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스무살이 넘었을텐데....
어느 사내의 아내가 됐을테고.......
.... 아이라도 낳았다면... 그 놈 역시 천한 노비가 되었
을테지....
채옥 ......
성백 도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이냐....
...병자가 치료 받고.... 굶는 자에게 밥을 주는 게...그
른 것이냐....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부리고... 학대하고....일하
지 않는 자가 배불리 사는 게...
그게 옳은 것이냐...(기침을 하며 몸을 떤다)
채옥 ...나는 그런 것 모른다....
성백 ...나도 좋은 세상이 오면.... 칼 대신 가래를 들어 밭
을 일구고....
...아내와 아이를 키우는 꿈을 꾸곤 했다...
...그것이 너희들이 말하는 반역이고 역모다....!
.......정적.....
성백 ........살고 싶구나...... 새 세상을 보아야 하는데....(벽
에 기댄 채 옆으로 무너져 내린다)
채옥 (놀라 다가간다, 나직히) ...장성백....
성백, 몸을 달달 떨 뿐... 의식
을 차리지 못한다...
채옥 (몸을 흔들며) 장성백!
여전히 꼼짝 못하다....
채옥,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성백의 이마에 댄다...
뜨거운지 놀라 손을 떼는 채
옥...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채옥, 손으로 물을 떠와...성백
의 얼굴에 붓는다...
채옥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채옥, 겉옷을 벗어 성백을 감
싼다...
하지만 사시나무 떨 듯 온몸
을 떠는 성백...
채옥, 이를 어찌해야 하는
가.....
동굴 천장을 바로 보고 의식없
이 누워있는 성백...
온몸이 덜덜 떨린다.....
채옥의 손이 성백의 가슴께로
다가간다...
성백의 앞섶을 푸는 채옥의 손
이 떨린다...
성백, 눈을 가늘게 뜬다....
품에서 툭 떨어지는 붉은 저고
리 고름....
고름을 천천히 보는 채옥... 무
언가 묘한 느낌을 받는다...
성백, 의식이 희미한 와중에
도 손을 뻗으려 한다...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다....
갑자기 불규칙하게 헐떡이는
성백의 거친 숨소리...
다시 성백을 돌아보는 채옥의
얼굴....
이내....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
어 모아 옷고름으로 동여 매더니...
성백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채옥...
성백의 가슴이 드러난다...
젖은 천으로 성백의 몸을 쓸어
내리는 채옥....
덜덜덜 미친듯이 떨리는 성백
의 몸에 물기가 닿자마자...
수증기가 훈김처럼 증발해 오
른다...
19. 좌포청 전경
(밤)
20. 동 조세욱 방
+ 동 밖 (밤)
탁자 위에 곱게 접은 철릭과
그 위에 관모와 유서가 올려져 있다.
눈을 감고 있던 세욱이 눈을
뜨고는 검대(劍帶)에 놓인 검을 든다...
카메라, 창문을 비추면... 모서
리에 미세하게 박혀 있는 작은 대롱..
그 대롱을 창문 너머 따라가
면 팽팽하게 늘어진 긴 실이
옆 마당의 나무 아래까지 이어
진다...
나무 아래서 어둠 속에 몸을
낮추고 실에 연결된 대롱을 귀에 대고
있는 장부장...!
순간... 쇄액-하고 칼 뽑는 소
리가 나지막히 들린다...
놀라 벌떡 일어나는 장부장...
21. 동 조세욱 방
(밤)
장부장 문을 와락 열면....
세욱이 장검을 칼을 머리 위
로 들어올려 자결하려 한다...
세욱, 고개를 돌려 장부장을
쏘아보면... 할 말이 있는 듯한 눈빛으로
마주본다...
순간, 와장창 다기가 쏟아지
는 소리...
난희 (문간에 서서) ...아버님....!
세욱, 칼을 든 채 난희를 본
다...
난희 (떨리는 목소리로) 대체 무엇이 아버님을 이 지경에까
지 이르게 했습니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다) 오라버니를 잃은 것도 하늘이 무너
진 일이온데...
소녀 혼자 남아 어찌 살라는 것입니까...
(품에서 장도를 꺼내 뽑아 목에 겨눈다) ...차라리 저
도 데려가시지요....
난희 눈을 감고 장도에 힘을
주는데....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난희를
바라보는 세욱....
손을 풀면 툭 떨어지는 장
검....
장부장, 세욱의 장검을 수습하
며 뒤로 물러난다...
난희, 풀썩 주저앉아 흐느낀
다....
세욱...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
개를 젖힌다...
그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
보는 장부장....
임금 ...장수가 정사(呈辭 - 자막 : 벼슬에서 물러남을 원하
는 사직서)를 올렸다 하여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일.... (괴로운 듯 뇌까린다)...
좌포장이 고작 이것 밖에 안되더란 말인가....
흥복E 전하! 하물며.... 전장에서 사로잡은 적장의 죽음도...
예우를 갖추어 주는 것이....
임금 (버럭) 그만 두라....! ...한마디만 더하면.....
(정적... 화를 누르며) 혼자 있고 싶다.... 물러가라....
옷깃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놋대야의 불길이 임금의 동공
속에서 타오른다....
임금 (불길을 보며 고민스러운 듯) ...어찌하란 말이오... 좌
포장....
23. 좌포청 전경
(아침)
세욱E (맥 없이) 물러날 수도 없다...?
24. 조세욱 방
조세욱, 병색이 감도는 낯빛으
로 장부장과 마주 앉아 잔을 기울이고
있다.... 술을 들이키는 조세욱...
세욱 (자조적으로 웃으며)...허허 ...이 몸을 말려죽이시려
는 것인가...?
장부장 아침부터 술이 너무 과하셨습니다.... 그만 하시지
요...
세욱 문갑에서..... 붉은 비단보를 내주게....
장부장, 옆으로 치워놓은 문갑
을 열고 붉은 비단보를 가져와 건넨다...
세욱, 보를 풀면... 교지 같은
것이 접혀 있다....
세욱 (펴 보이며)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장부장 (놀라며)....며... 면사첩이 아닙니까?
세욱 (끄덕이더니... 자조적으로) 내 조부께서 받은 면사첩
이지... 대역모반의 죄만 아니라면 3 대에 걸쳐 사형을 면할 수
있다는... 선대왕의 증표 말이야... 이러니 난 조부님
의 덕으 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지 않나... (그렁한 눈으
로) 이런 은헤를 베푼 조부님의 위 패에까지... 먹칠을 한 내가 말
일세....
장부장 ......
세욱 갑자기 촛불에 면사첩을
들이댄다...
순식간에 면사첩에 불이 붙는
다...
장부장 (기겁하며) 영감....! 면사첩을 태우시다니요... 이는 주
상전하를 능멸하는 일입니다...
세욱 (날카롭게 눈을 치켜 뜨는데 광기가 서린다) ...주상께
서... 내게 죽음보다 혹독한 모멸
감을 주었네.... 더 이상 누추하게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을걸세....!
주상의 그늘 아래서... 남은 생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
야...!
장부장 (놀라 쳐다보는데 묘한 빛이 얼굴에 감돈다) ....
25. 막사 앞 (아침)
군사들 삼삼오오 주먹밥을 먹
고 있다....
윤이 다가와 막사에서 막 나오
는 판관에게 다가간다...
윤 ...찾지 못했습니까...?
판관 ...그렇소.... 밤새 불을 켜고 찾았지만....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었습니다....
윤 (침울한 얼굴이 된다, 판관을 쏘아보며) ... 두 대의 군
사로도 아무런 단서를 못 잡는다 면... 감영 군사를 더 부르거
나....다시 이곳 관아의 군사를 동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판관 (일순 안색이 변한다)...지금 군사로도 충분합니다...
찾아낼테니 걱정말고 자리를 지키시 오... (돌아서 군사
들에게 간다) 한시각 후에 계곡 쪽을 수색한다...!
윤 (날카로운 눈빛으로 판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26. 동굴 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
는 채옥...
의식없는 성백의 상체를 열심
히 주무른다...
-갑자기 심하게 몸을 퍼덕거리
는 성백...
채옥, 진정시키느라 가슴을
내리누른다...
경련하는 성백의 힘이 감당되
지 않는다...
온몸으로 내리누르는 채옥...
-한 시련이 가고... 잠들어 있
는 성백...
곁에서 숨을 몰아쉬며 이마
의 땀을 닦는 채옥
-채옥, 칼을 들고 일어나.. 성
백을 돌아보더니...
다시 칼을 내려놓고는 길을
찾아 나선다...
-평온히 잠든 성백의 곁에 무
릎을 모으고 넋 나간 듯 앉아있는
채옥...
문득 성백의 이마에 손을 얹
는 채옥... 다시 성백의 볼을 쓸어본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만
히 가슴에 귀를 대보는 채옥...
...살았다는 듯 눈을 감으
며... 성백의 가슴에 지친 고개를 뉘인다...
<시간
경과>
어두운 화면으로 툭툭 물 떨어
지는 소리만이 들린다...
화면 조금씩 밝아지면.... 횃불
빛이 일렁이는 성백의 얼굴...
턱이 파르르 떨리는 성백이 희
미하게 눈을 뜬다...
몸이 푹신하다... 이상한 느낌
에 옆을 보면....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들어 있는 채옥...
놀라는 성백...
가슴을 끌어안은 채옥의 손을
가만히 풀어 내리는 성백...
고개를 돌리면 가는 숨을 내쉬
며 평온히 잠들어 있는 채옥....
성백... 마음이 울컥해 눈물이
핑 돈다...
손을 내밀어 채옥의 뺨을 쓰는
데..
머리를 동여맨 푸른 저고리 고
름에 눈길이 멈춘다...
순간 표정이 굳는 성백...
풀어내려는 듯 옷고름 잡아 빼
려다... 손을 멈춘다...
다시 채옥의 얼굴을 바라보더
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
을 내린다....
채옥의 이마에 흐트러진 머리
칼을 쓸어 올려준다....
번쩍 눈을 뜨는 채옥...
성백의 눈과 마주치자... 화들
짝 밀치며 떨어진다...
성백 ...(본다)...
채옥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 쉬다가 이내 뛰어나간다)
27. 동, 동굴 다른
쪽
채옥 달려와 벽에 기댄다... 호
흡이 거칠다...
차츰 숨을 고르더니.... 벽에
기댄 채 스르르 주저앉는 채옥...
괴로운 듯 무릎에 얼굴을 묻
은 채 고개를 가로젓는 채옥...
그 주변을 천천히 기어가는 지
네가 보인다...
28. 숲 (채옥과 성
백이 빠진 장소 인근)
윤이 다가오고..... 뒤로 두셋
의 비호대가 따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한쪽으로 가는 윤
29. 성백 있는 곳
+ 채옥 있는 곳
벽에 기대고 있는 성백... 의식
이 돌아오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자신을 껴안았던 채옥의 온기
를 느끼는 듯.....
양손을 감아 스스로를 껴안고
쓰다듬더니 따뜻한 미소를 띤다......
성백 (평온하게)..너와... 산채에 있는 동안... 살아간다는 것
이...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었다....
채옥 (고개를 든다) ....
성백 ...칼을 들고부터.... 나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살아왔
다.....
아무 것도... 그 어느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사이) .........너를 처음 본 순간.......... 칼을 버리고
싶어졌다.....
채옥 (눈물이 차오른다) ....
성백 ...너에게 마음을 잃을수록... 점점... 겁이 났다....
원망스러웠다....언젠간 너와 칼끝을 겨누어야 한다는
것이......
(눈을 지긋이 감으며) ...처음으로... 처음으로... 칼을
놓고 평범해지고 싶었다......
채옥 (눈물이 툭 떨어진다) ....
성백 ...결국... ....헛된 희망이었지만....(마치 채옥이 울고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채옥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역시 눈물을 글
썽인다)
...이 곳에서.... ....죽는다 해도.....너를 잊지 못할 것
이다...
채옥 (눈물을 흘리며 애써 냉정하게)....착각하지마라... 난
단지... 널 생포해...
순간, 짧은 채옥의 비명이 들
린다.....
성백 (놀라 고개를 돌려 본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 ...무슨 일이냐....?
모로 쓰러져 경련을 하는 채
옥.... 동공이 돌아간다..
성백 (대답이 없자 갑자기 다급하게 기어가며) ..무슨 일이
야... 대답해...!..
(안간힘을 다해 채옥을 향해 기어간다)
30. 동굴 밖 인근
윤.... 지나다가 멈칫 멈추더
니 천천히 뒤로 고개를 돌린다...
조금 떨어진 곳에 채옥과 성백
이 빠진 구덩이가 눈에 확연히 들어온
다... 미친 듯이 달려가는 윤.....
31. 동굴 안, 채옥
있는 곳.
...몸을 퍼덕이며 경련을 하는
채옥....반개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안간힘을 다해 기어오는 성
백..... 눈 앞으로 검붉은 지네가 지나간다...
놀라 미친 듯이 기어가는 성
백....
팔과 다리에서 피가 줄줄 배
어 나온다...
채옥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윤E ...아무도 없느냐...!
멈칫하며 그 자리에 서는 성
백...
의식이 혼미해져가던 채옥....
눈이 번쩍 뜨이고.. 눈동자가 돌아온다....
천정을 올려다 보더니 다시 채
옥을 바라보는 성백....
갈등하는 눈빛의 채옥.... 성백
을 보더니 다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성백 (다급하게) .....어서 대답 해.....!
계속 헛구역질을 하는 채
옥......
32. 동굴 밖 입구
밑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향해 소리치는 윤...
윤 ...옥이 있느냐...!
33. 동굴 안
성백 어서 대답하라니까...!
채옥 (몸을 파르르 떨 뿐 입술을 꾹 다문다) ...
성백 (안타깝게 보다가 이내 천정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입
을 여는데) .....여..
채옥 (순간 채옥의 손이 성백의 입을 막는다)....
성백 (놀라 보면) .....
채옥 (희미하게 눈을 떠 바라보며 힘겹게 고개를 가로젓는
다) .....
윤E 없느냐...! 아무도 없느냐...! (미친 듯이) 옥아...!
윤의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
진다....
채옥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
다....
채옥을 보는 성백의 눈가도 젖
는다......
34. 동굴 앞
허탈하게 몸을 돌리는 윤...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심장이
도려지는 듯한 아픔으로 하늘을 본다...
35. 동굴 안
성백의 입을 막고 있던 채옥
의 손이 툭 힘없이 떨어지면....
... 채옥의 종아리 옷을 잡아뜯
는 성백....
종아리에 물린 자국이 있고...
피부가 벌써 파랗게 부어올라 있다...
채옥 곁에 있는 칼을 들어 종
아리를 베는 성백.....
피가 흘러나온다...
상처에 입을 대고 정신없이 피
를 빨아 뱉어내는 성백......
<시간 경과>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의 눈이
반쯤 감겨 있다.....
채옥의 엉덩이에 돌이 받쳐져
있고....
종아리와 허벅지에 천이 칭칭
감겨 있다....
성백 (힘없이)....왜...대답하지 않았느냐....?
채옥 .....
성백 ....너라도 살아야 할 게 아니냐....(거친 숨을 몰아쉰
다)
채옥 ...(역시 진이 다 빠져 버린 듯 힘 없이....) ....너 같으
면... 어떻게 했겠느냐.....?
성백 ....
채옥 (고개를 스르르 반대쪽으로 돌리며 차갑게) ...생각 같
은 건 없었다...
내 몸이 먼저 그랬을 뿐이니까......
채옥 (오한이 일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의식이 멀어진다) ....
안아....... 줘.........
성백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
이 흐른다...
벌벌 떨고 있는 채옥을 가만
히 감싸다가...
으스러질 듯 움켜 끌어안는
다.....
타던 횃불이 툭 쓰러지는 모습
이 보인다...
36. 숲 일각
넋이 나간듯 허탈하게 걷는
윤.... 뒤에 비호대 두셋이 따른다...
윤 (마음 속으로) ...살아있는 것이냐......
...다시 너를 보지 못한다면....나도 살아있는 목숨은
아니다....
(눈물이 차오른다)
37. 물이 있는 동
굴
채옥의 손이 움찔거린다...천
천히 눈을 뜨는 채옥...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성백이 벽에 몸을 기댄 채 몸
을 덜덜 떨고 있다...
채옥을 보고 있다... 여태 지키
고 있었던 눈치다...
성백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이 ....름이 뭐....
냐......?.
채옥,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성백을 보는데...
성백의 몸이 심하게 떨린다...
채옥, 벌떡 일어나 횃불을 비
춘다...
호흡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성
백의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다....
채옥 (기겁하며 털썩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미쳤
어.........독을 삼킨거야...?
성백 (피식 웃더니 벌벌 떨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입 안의 상처는...
채옥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
<플래쉬백 9부 14씬,18씬> //채옥의 주먹이 성백의 볼에
작렬한다...
어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채 입술 안쪽으로 피를 닦아내는 성백...
//채옥의 상처에 입을 대고 정
신없이 피를 빨아 뱉어내는 성백.....
채옥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떨군다) ......
성백 (숨을 몰아쉬며) .....남겨지는 것보다... 떠나는 편이
낫다....
채옥 (눈물이 글썽인다) .....
성백 (애써 웃으며) ...혼자 남는 게... 죽기보다 고통스러웠
다...
...내 아버지...어머니... 내 누이.... 그때도 나만 살아
남았어....
채옥 (기어코 눈물이 흐른다) ....
성백 (역시 젖은 눈으로)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니
탓이 아니다....
(거의 죽음이 임박한 듯 목소리가 잦아든다) 널... 혼
자 두고 가서 미안하다......
.....사랑 한다....
채옥 (온 얼굴에 눈물이 범벅인데... 이를 악물고 참는다...
몸이 떨린다) ....
성백 (피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다시 태어나면.... (울
음이 새어나오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다시는.....
떨리던 눈이 감기며... 스르
르 무너진다....
성백의 가슴을 움켜쥐고 처절
하게 흐느끼는 채옥...
느슨하게 주먹을 쥔 성백의 오
른손이
땅바닥을 쓸며 힘겹게 움직인
다....
성백의 손이 흐느끼는 채옥의
손에 닿는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채옥...
성백의 손이 마치 채옥의 손
을 간절히 원하듯 떨린다...
채옥....성백의 손을 가만히 움
켜쥐는데.....
성백의 주먹이 풀리는 듯 싶더
니... 툭- 떨어진다...
채옥의 손바닥에 젖은 흙덩이
가 놓여 있다.....!!!
그제서야 성백의 얼굴을 보는
채옥....
젖은 흙과 성백을 번갈아보더
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벽을
더듬으며 젖은 흙벽을 찾는 채옥...
...어느 순간... 채옥의 움직임
이 굳은 듯 멎는다...
벽을 쓸어 손으로 비비면.....
후두둑 떨어지는 젖은 흙...
품에서 단도를 꺼내... 미친듯
이 흙을 파기 시작하는 채옥....
울음이 터져나온다....
<플래쉬 백>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동굴벽
을 짚은 채
사방을 뒤지는 성백의 모습...
- 채옥의 곁으로 돌아와 앉는
성백... 꼭 쥔 주먹을 펴면...
젖은 흙 한 줌....
몸을 벌벌 떨며 의식없는 채
옥을 보며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현재> 계속해 칼집으로 흙을 파고 있
는 채옥...
울음 범벅이된 얼굴로 성백을
돌아 보고는...
다시 미친 듯이... 흙을 파는
채옥... ...갑자기 손을 멈추면...
쏴아아- 하며 물떨어지는 소리
가 명확히 들린다...
이윽고 흙벽이 무너져 내리
며.... 환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채옥 (감격해 얼굴을 드는데...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이 햇
빛에 빛난다, 허공을 보며 정신이 나간 듯) ......채옥..............
재희........장재희..... 그게 내 이름이야.................
.....왜 깨우지 않았어.... ...왜.... 포기한거야....... 같
이 나갈 수도 있는데....
(천천히 몸을 돌려 성백에게 다가간다, 몸을 낮추며
두 손으로 성백의 볼을 감싼다,
눈물이 어리는 슬픈 미소로) ....눈을 떠봐.... ...새세상
을 보고 싶다고 했잖아.......
....같이 살고 싶다고 했잖아....
(울음이 터진다) 나는 아직 대답하지 못했어.... 눈을
떠...... 나두 널.......... ...사랑한다구....
제발... 눈을 떠.... 같이 나가..... 같이... 살아.......
...나두... 혼자 남겨지는 건.... 지긋 지긋하단 말이
야....
죽지마..... 안돼..... 안 돼-------------------------
-!
38. 숲 속 일각
판관 양진호, 군사들 앞에 비
통한 모습으로 서 있다...
판관 온 산을 이 잡듯이 수색했다...
(비장하게)...아무래도 장두령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
을 것 같다...
사내1 (불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찾지 못했다고... 죽었다 장담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
까...
판관 장수가 죽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너희들 마음은 안다... 마음의 준비는 해두라는 것이
다....
.....만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장두령은 새세상을 위한 거름이 되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
사내1 이대로 돌아가자는 겁니까...?
판관 포청 종사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더 이상은 위
험하다...
사내2 (불쑥 나서며) ...안됩니다... 더 찾아 보아야 합니다..!
판관과 군사들 모두 사내1을
본다....
판관 (결연하게)...나도 안타깝다.....하지만 자신 때문에 우
리 모두가 위태로워지는 걸
장두령도 원치 않을 것이다...
사내2 (눈물을 글썽이며) ...원이라도 없게... 하루만... 하루
만 더 찾게 해주십시오...!
군사들, 여기저기서...“그렇게
해주십시오...”
“하루만 더 찾게 해주십시오
나리...”라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판관 그만! (군사들 소리를 멈추면) ....좋다... 하산하면서
산정부터 산비탈까지 샅샅이 수색한 다.... 이후에 더
이상의 미련은 버려라...!
39. 막사 앞
군사들, 멀리 하산하고 있
다... 몇몇 군사들이 막사를 걷고 있는데...
축지 (군사를 붙잡으며) 워매 갑자기 어째 이런다요....? 감
영 군사들까정 가불먼...
뭔 수로 장성백을 잡고.. 다모 누님을 찾으라고....
군사 (팔을 치며) 저리 치워...! 우리는 그저 철수하라는 영
을 따를 뿐이야...!
주완 (일각에 서서 팔장을 낀 채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 ....
축지 (주완을 보며 침을 튀기며 쏟아붓는다) 아따 거기서 시
방 팔짱 끼고 뭐하고 있다요...?
요 군사들 가불고 나믄 ...마을 똥개덜 모아서 찾을 것
이오...?
...아 얼릉 와서 좀 붙잡아보랑게요...!..
주완 (축지를 향해 자기에게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린
다)
축지 아니... 귓구녕에 여의봉을 막아놨나....... 어째 손가락
을 까불댄다냐...
나가 강아지 새끼여 뭣이여... (가서... 턱을 내밀며) 어
째 그라요...?
주완 넌 저 판관과 군사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뒤를 밟고 오
너라...
(반대편 산 아래로 다급하게 내려간다)
축지 음마.... 갈라먼 지가 가제...꼭 나를 부려먹어야....?
꽉 자빠져 부러라....
축지 돌아보면 군사들 벌써 사
라지고 없다...
정신 차리고 군사들 사라진 방
향으로 냅다 달려가는 축지....
40. 산길
헐레벌덕 달려내려가는 주
완...
돌부리에 걸려 넘어 구른지
만.... 얼른 다시 일어나 죽어라 달린다...
주완 (마음 속으로) ...눈치를 깐 것이여... 틀림없이 눈치를
깐 것이여...
41. 산길
윤과 비호대 가는데... 주완이
헐떡이며 달려온다....
주완 나리...양판관이 철수하고 있습니다...!
윤 (다급하게) ...어디로 갔느냐...?
주완 마가놈이 뒤를 밟고 있습니다...
윤 (몸을 돌리며 비호대를 비장하게 바라보며) ...양진호
판관의 군사는...
우리의 적일 수도 있다...
비호대원들 놀라 서로의 얼굴
을 본다.
주완 장성백을 구하러 온 놈들일 수도 있다 그 말이야....!
윤 ...모두 쓸어버릴 것이다... 살고 싶으면.... 지금 돌아
가라...!
비호1 (한쪽 무릎을 꿇으며 칼집을 땅에 박는다) ...비호대에
겐 충(忠)과 의(義)만이 있을 뿐입 니다...!
윤 (입술을 꾹 문다) ....
42. 다원폭포 계곡
쏟아지는 폭포수......
한쪽에서 양판관과 군사들이
내려와 계곡물을 건너려는데...
반대 방향에서 윤의 일행이 튀
어나온다...
양판관 흠칫하더니, 손을 들
어 군사들을 멈추게 한다...
계곡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
주보는 윤과 양판관...
윤 (날카로운 눈을 감추며) 철수한다 들었습니다......
양판관 경황이 없어 인사를 못했습니다... 이리 배웅나올 필요
까지야...
윤 (정중하게) 방금 전에 백천 현감이 올라왔었습니다...
해주감영에 신임 감사께서 부임하신다는 관보를 접했
다는데........
그 연통을 받고 급히 돌아가시는 겁니까?...
양판관 (멈칫하더니) ...그렇소...신임감사 영감을 맞자면 일각
이 여삼춥니다....
장성백은 이미 이 산이 없는 듯 하니 종사관께서도 그
만 돌아가시지요...!
(군례를 갖추며) 그럼 이만....(하고 돌아서는데)
윤 ...양판관..! 오지도 않는 신임감사를 맞으러 간단 말이
냐...!
양판관 (가다가 멈칫한다)
윤 (칼을 날카롭게 뽑으며) ...네놈이 돌아갈 곳은 해주 감
영이 아니라 도성 좌포청이다...!
양판관 (역시 칼을 뽑아 돌아서는데...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다) ....니 놈이 명을 재촉하는구나...!
윤 (살기를 풍기며)...단 한 명의 적이나.... 백 명의 적이
나...
...내겐 그저 한덩어리의 적일 뿐이다... (분노가 서린
다) ...모조리 베어주마...!
판관, 칼을 치켜올리면 일제
히 무기를 겨누는 군사들...
비호대도 칼을 뽑는다.... 일촉
즉발의 대치 상황...
순간, 폭포수를 따라 수직낙하
하는 채옥과 성백......
계곡물 속으로 물보라를 일으
키며 깊숙이 빠져든다...
43. 물 속
물속을 가로지르며 쳐박히듯
빠져드는 두 사람....
채옥은 보이지 않고... 성백만
이 둥둥 수면 위로 의식없이 떠오른다...
44. 폭포가 떨어지
는 계곡
수면으로 솟구쳐올라오는 채
옥...
양편 군사를 사이에 두고 물
가운데 서 있다.....
채옥... 당혹해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의식없는 성백의 몸이 윤 일
행 쪽 물가로 쓸려나온다...
비호대1이 어느새 성백의 목
에 칼을 겨눈다... 당황하는 양판관...
윤과 눈이 마주치는 채옥...
윤도 믿기지 않은 듯 채옥을
본다...
축지 (눈이 땡그래진다)...오매...! 사람 속을 숯검뎅이 만들
어 놓고 시방 어써 떨어진 것이여...주완 (벅차) 옥아....!
(정신을 차리며) 모두 화적패야...! ....어서 건너 와...
채옥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 양쪽을 두리번거리는데)...
양판관 저 년을 잡아라...!
사내1과 군사들이 물에 뛰어든
다...
주완 (성백의 목에 칼을 보태며) 더 움직여 봐 새끼들아..!
니놈들 두령 목을 따줄테니까...!
사내1과 군사들 동작을 멈추고
는 어쩔 줄을 모른다...
양판관도 흔들리는데......
축지 누님, 빨리 이짝으로 나오랑께요...!
채옥, 애절한 눈으로 축 쳐진
성백을 보다 다시 윤의 눈과 마주친다...
윤, 나오라는 듯 고개를 끄덕
인다...
축지 아따 참말로 뭣하고 있다냐... 다리에 쥐라도 난 것이
여 뭐시여...!
뒤에 섰던 비호대2가 참지 못
하고 물 안으로 들어간다...
순간, 채옥의 몸이 수면 밖으
로 솟구쳐 오르더니...
칼을 들고 양판관을 향해 공격
한다...
판관... 칼을 들어 채옥의 공격
을 막는다...
놀란 윤....질풍처럼 칼을 누이
며 달려간다....
채옥... 교묘하게 몸을 돌리며
양판관의 칼 든 손을 자신의 목에 감는
다... 그 동작이 너무도 빨라 마치 양판관이 채옥을 제
압한 듯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물가를 달려오
던 윤... 그 자리에 선다...
외려 채옥의 목에 칼을 댄 자
세인데도 어리둥절한 판관...
채옥 (들릴듯 말듯) ...맞바꾸자 해라...
판관 (퍼득 정신을 차린다, 윤에게) ... 칼을 놓아라...!
퍽, 소리와 함께 전광석화처
럼 물 속에 떨어진 칼을 차 날린다....
파공음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공기를 가르는 칼....
퍽--- 화살처럼 판관의 상투
에 꽂힌다...!
상투가 잘려나가고 산발이 되
는 판관....
판관 (사색이 되어 일순 굳는다) ....
윤 (얼음처럼 차갑게) ....그 아이가 죽으면... 니놈도 죽는
다....
판관 (칼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자존심이 상한 듯 표정
이 일그러지고) ...죽는 것이
곧 사는 길이다...(채옥의 목에 칼을 댄 채, 윤 앞으로
다가오는데)
주완E (버럭) 멈춰...!
윤, 판과 고개를 돌리면...
첨벙첨벙 물을 헤쳐가는 주
완... 성백의 목덜미를 잡은 채
씩씩거린다.... 의식없이 낭창
낭창 흔들리는 성백의 머리...
주완 좋아...! 우라질... 바꾸자... 바꾸자구...!
윤 (노여운 목소리로) 백부장...!
주완 (윤이 불만스러운 듯) 나으리... 살아있는 목숨이면 언
제든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목숨은 어찌 다시 살리시겠습니까....
옥이가 남입니까....? 옥이가 우리한테 그냥 다모일 뿐
이었습니까.....!
채옥 (애써 외면하는 눈시울이 뜨겁다) .....
주완 (눈물을 글썽이며) 저는 역적 수괴의 목을 취하는 공보
다... 내 식솔들을 살리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죄는 나중에
물으십시오....(성백을 잡아채 더 나아가려는데)
비호1 (주완을 붙잡으며) 나리...!
주완 놔 새꺄...! (팔꿈치로 가격해 버린다)
주완, 성백을 끌고 물을 첨벙
첨벙 걷는다...
윤 멈춰라... 멈추라지 않느냐... (계곡이 떠나갈 듯) 백부
장...!
주완, 무시하고 나아간다...
판관도 채옥을 데리고 주완에
게 다가간다....
마주선 주완과 양판관...
주완 성백을 목덜미를 인계하
면...
양판관도 칼을 풀고 채옥을 내
어준다....
채옥, 옆으로 스치는 성백을
보면...
아무런 의식이 없이 푸르스름
한 얼굴...
금세 눈물이 떨어질 것 같
다....
주완, “채옥아--”하며 와락 껴
안는다....
사내1과 군사, 서둘러 성백을
들것에 싣고 뒤로 빠지고...
윤, 주완과 함께 물을 건너는
채옥을 무섭게 쏘아본다....
판관E 쳐라...!
판관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
며 우르르 물을 박차고 달려온다....
윤과 비호대, 채옥, 주완 결연
하게 칼을 다잡으며 자세를 취한다...
축지 ...오매 오늘 우리 마누라 과부되는 날인갑네.....
순간, 쇄액 하는 소리와 함께
판관 군사들의 목에 화살이 꿰인다...
윤 돌아보면... 손이 보이지 않
을 만큼 날렵한 솜씨로 연속해 화살을
날리는 원해...서너명이 순식간에 쓰러진다....
동시에 숲 속에서 말을 탄 해
주감영 감사가 이끄는 군사 백여명이
쏟아져 나오며 소나기같은 화살을 퍼부어댄다.....
허수아비처럼 맥없이 쓰러지
는 판관의 군사들...
놀란 판관과 군사들이 일제히
도망가고.... 이를 쫓는 감영 군사들...
윤은 못들은 듯 한 곳만을 응
시하고 있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고개
와 칼을 늘어뜨리고 있는 채옥....
축지 (채옥에게 다가가 손을 덥썩 잡고)....누님은 모를 것이
오....
우리 여편네가 죽었다 살아난 것보담 더 반갑단 말이
여라우...
주완 (윤 앞에 무릎을 꿇으며) ....나으리... 처분에 맡기겠습
니다....
윤 (주완을 외면하며 비호대에게) 당장 포박하라...!
비호대 (난감해 보면) ......
윤 (버럭) 장채옥을 당장 포박하란 말이다...!
채옥 (놀라...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
45. 숲 일각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멀
리서 들려오고....
비명이 들리는 전장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판관...
들것에 성백을 든 군사들도 소
매로 눈물을 훔친다...
판관 ...열 배......백 배로 돌려줄 날이 올 것이다..... 가
자...!
판관의 뒤를 따라 달리는 예닐
곱의 사내들....
46. 산 길 (두 갈
래 길로 갈라진 곳)
윤의 일행이 채옥을 포박한
채 내려오고 있다...
원해, 안타까운 듯 채옥을 힐
끔거리다가...
원해 저는 다시 해주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화적들의
자금줄에 대해 알아볼 게 있습니 다...
윤 ...그리 하시오...!
원해 예... (갈라진 길로 가려다) 나리... 채옥이년 겁 없이
날뛰는 거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습니까...이제 그만....
윤 (O/L) 속히 다녀오시오...! (총총히 내려가버린다)
채옥 (성백이 걱정되는 듯 뒤를 돌아다본다) ....
47. 음산한 밤 하
늘 전경
48. 정필준 밀실
(밤)
정필준과 네 명의 사내가 앉아
있다....
사내들은 대갓을 쓰고 반투명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내1 대사를 그르칠 뻔 했습니다.... 장성백을 엄히 문책하
셔야 할 것입니다...
필준 그리 할 것이네... .....그보다.... 문제는 좌포장 조세욱
인데...
사내2 ....그의 주상도 신뢰를 거두었습니다..... 이미 이 빠
진 호랑입니다...
필준 호랑이가... 이가 빠졌다고 풀을 먹고 살겠는가... ...
그 자의 발톱은 아직 살아있어....
사내3 무슨 뜻입니까...?
필준 ...조세욱은 군영의 신임과 덕망이 두터운 자야...
....그가 우리와 뜻을 함께 한다면....
대사를 이룬 후에 군영의 반발을 잠재우기가 수월하
지...
장성백이... 백성들에게 명분이듯이...... 조세욱은....
군영의 명분이 될 수 있어....
사내1 대감의 말씀은 일리가 있습니다만.... 그 자는 결코 두
임금을 섬길 성품이 아닙니다....
필준 그러기에 배신감이 더할 수도 있지...
사내2 신중하셔야 합니다.... ...조세욱의 심중은 구중심처보
다 깊습니다...
필준 (확신에 차) ...두고 보면 알 일이지....!
49. 들 (밤)
간단한 노숙용 천막 두 개가
세워져 있고...
천막들 앞에는 장작불이 있
다...
50. 몽타쥬 (밤)
-천막 1안에서 자고 있는 주
완... 비호대..
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
인다...
-천막 2에서 손발이 묶인 채
모로 누워 있는 채옥...
51. 천막 2 앞 (밤)
비호대원 하나가 천막 앞을 지
키고 있다...
윤 다가온다... 비호대원 군례
를 갖추면...
윤 그만 들어가 쉬거라...
비호 (예를 갖추고 천막으로 들어간다)....
52. 천막 2안 (밤)
윤 들어오면... 모로 누워있던
채옥, 일부러 눈을 뜨지 않는다.....
윤, 채옥의 등쪽으로 가 팔과
다리에 묶인 줄을 풀어준다...
그제서야 눈을 슬며시 뜨는 채
옥....
윤 앉거라....
채옥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고
개를 떨군다)...
윤 ...장성백을 잡았었다......역모를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을 알 것이다.....
(쏘아보며) ...왜 스스로 인질이 되어 그를 살렸느냐...
채옥 (알았는가...놀란 얼굴로 본다) ....
윤 (북받치는 화를 누르며) ...왜 그랬느냐 물었다....
채옥 (시선을 내린다) ....
윤 (제발 아니기를... 가슴 아프게) ...그 자를....... 사랑하
느냐...
채옥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린다) .....
윤 (불길한 눈으로 채옥을 응시한다) ......
채옥 (고개를.... 힘겹게... 힘겹게.... 끄덕인다) .....
멍해지는 윤..... 가슴이 무너
져 내린다...
시간이 정지된 듯 아무 소리
도 들리지 않는다... 세상이 빙빙 돈다...
눈을 감고 굳은 듯 아무 말이
없다.....
윤 (눈을 치켜 뜨는데 실핏줄이 터질 듯 하다... 쏟아붓는
다)...나는 내일부터 종사관이 아니 다.... 포청에 당도하면 영감
께 말씀드리고 물러날 것이다... 너는 나와 함께 내 어머님이
계시는 곳으로 갈 것이다...
채옥 저는 도련님의 아내가 될 수 없습니다....
윤 (O/L) 그건! 내가 판단한다.... 들어라... 너는... 나와
함께 간다...
채옥 (고개를 떨군 채) ...전 아이도 낳을 수 없습니다...
윤 (놀라는데)....
채옥 (울먹이며) 스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윤 (가슴이 저민다) 내겐... 너만 있으면 된다...
채옥 나으리께선 이미 정혼을 약조하셨습니다.......
윤 (O/L) 나를 속였던 일이다...!
채옥 (O/L)...나으리와는 섞일 수 없는 비천한 몸입니다...
윤 (O/L, 버럭) ...내가 비천해지면 된다...! (감정을 추스
르지 못하고 부르르 떤다)
채옥 (고개를 들어 본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나으리...
...저도 이런 제 자신을 모르겠습니다...
....그 자에게 칼을 들이밀어야 할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혀를 깨물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
드는 저를....
...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이 떨어진다)
윤 (입술을 깨물며, 간곡하게) ...가자....장성백을 잊을
수 있는...... 먼 곳으로 가자...
...어디든 가자......더이상 나를 속이며 살지 않을 것이
다...
....서자로 돌아가도 좋다..! ..백정으로 살아도 좋
다...!
(사이)... 너는... (눈물이 떨어진다) ...나로 인해 숨을
쉰다고 하지 않았더냐...
...나도 그렇다.......너 없이는... 내가 살지 못한다....
채옥 ...........이년 육신은... 나무 그늘 아래 숨긴다 한들...
...이미 떠난 마음... 무엇으로 가리겠습니까..... (눈물
이 툭툭 떨어진다)
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한참을 보다가 힘없이 일
어나) ...나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