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문열
● 줄거리
'나'는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의 명문 국민학교에서 Y읍의 초라한 곳으로 전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학급 반장 엄석대가 담임 선생의 두터운 신임과 아이들의 절대적 복종을 받으며 군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저항해 보지만, '엄석대'는 '나'보다 월등한 학업 성적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터라서 달리 대항해 볼 방도를 찾지 못한다. '나'는 엄석대의 폭력·위압·비행을 담임에게 고발하지만 시기와 질투로 인식되어 배척받고 소외당한다. 결국, 엄석대에게 굴복하고 동조하며 그의 시헤를 받는데, 6학년이 되자 민주적 의식을 가진 새 담임의 개혁 의지로 엄석대 체제는 몰락하게 된다. 학급은 새로운 체제의 환경에 시행 착오를 겪으며 허우적거리지만 점차 용기를 얻고 민주적 질서를 회복한다. 그 후 사회인으로 성장한 '나'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엄석대에 대한 일종의 향수마저 느낀다. 그러던 중에 피서길에서, 수갑을 차고 경찰에 붙들려 가는 엄석대와 맞닥뜨린다.
● 핵심정리
▣ 갈래 : 중편소설, 액자소설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우의적, 회고적, 고발적
* 우의 - 어떤 의미를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사물에 빗대어 넌지시 비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구성 : 회고 형식의 역순행적 구성
▣ 배경 :
시간 - 정치 현실이 부패했던 자유당 정권 말기(1950년대 말)
공간 - 초등학교 교실 = 4.19 전후 시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우의적)
▣ 주제 : 부정에 맞서는 민주적 주인 의식 강조
① 절대 권력의 허구성과 부조리한 현실에 안주하는 소시민적 근성 비판.
② 폭력과 독재에 의해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비판
③ 부정한 권력과 독재에 맞서는 민주적 주인의식
▣ 의의 : 한국의 정치 현상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점이 높게 평가 되어 발표된 해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해제 :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국민학교(초등학교)교실이라는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 특징 :
① 시골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벌어지는 시험 부정 행위를 통하여 독재와 독재에 굴복하는 한국적 정치 현상을 우의적으로 풍자했다.
② 한 개인과 사회 환경과의 대립에 의한 내면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 인물과 공간의 의미
● 나(한병태) : 나약한 지식인 / 공정한 민주주의 를 부르짖다 좌절당한 지성인
⇒ 합리적․민주적 사고를 지닌 성격으로 엄석대의 권위에 도전하지만, 현실의 부조리함에 좌절하는 인물.
● 엄석대 : 부정한 독재자의 전형 / 4․19 당시의 정치 지도자 이기붕
⇒ 절대 권력을 지니려 하며, 반(班) 아이들의 이기적 속성을 교묘히 이용할 줄 아는 인물.
● 아버지 : 현실의 가치를 긍정하는 인물.
● 5학년 담임 : 방관자적, 현실 순응형 인물. / 이승만 대통령
⇒ 모든 일에 방관자적이고 실리나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물
● 6학년 담임 : 외부에서 등장한 강력한 권력 / 혁명을 일으키는 시대적 상황
⇒ 개혁적 의지를 실천하는 인물로 민주적 절차와 방법을 존중하는 인물. 교실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반장의 권력을 무너뜨린 새로운 권력자
● 급우들 : 권력 앞에서 무기력한 국민들
⇒ 정당한 권리를 잃고도 독재자에 순응하는 인물들
● 작은 읍의 5학년 교실
⇒ 현실 사회의 축소판. 4․19 시대
●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권력의 형성과 몰락 과정을 국민학교 교실이라는 축소되고 집약된 공간을 통해 조명해 본 작품이다. 절대 권력이 지닐 수밖에 없는 허구성, 그리고 그 허구성의 형성 배경은 주변의 방조와 묵인에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렇게 하여 형성된 권력이 제도와 질서라는 미명하에 군림한다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준다. 바로 '엄석대 왕국'의 세계이다.
여기에서는 민주적 사고 방식이 철저히 외면당한다. '나'의 체제 저항과 도전은 결국 좌절하게 되고, 절대 권력 '엄석대' 주변에는 곡학 아세(曲學阿世)하는 어용(御用)과 굳어진 대세를 추인(追認)하는 무능한 담임, 그리고 사회 의식이 결여된 학급 아이들, 곧 즉자적(卽自的) 인물들이 있을 뿐이다.
민주 체제로의 가능성이 없었던 환경은 새 담임에 의해 변혁을 겪는다. '엄석대' 체제의 붕괴이다. 그러나 '엄석대'의 권위와 횡포는 다수의 아이들 자신의 힘에 의해서 물러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정확히 인식한다. 즉, 새 담임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반 아이들의 반성과 자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나' 역시 복종의 달콤함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과거의 사건을 성장한 '나'(한병태)가 회상하는 형식인데, '나'는 엄석대에게 도전했던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나' 역시 자신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를 막지 못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지식인적 허무주의도 짙게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