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 제3차]
31년전에도 만나지 못한 눈물고개를 넘고보니 ...
범어사-계명봉-지경고개-남락마을-299.4-430봉-운봉산-582봉-천성산밑 임도-대성마을
하산포함 도상거리 27.1km
글. 그림 / 기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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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가지런히 평탄하게만 늘어져 있다면 아마 사람들은 산을 오르지 않을것이다.
산은 약간은 산만하지만 구비쳐 요동치는 줄기와 능선이 있어야 오르는 맛과 멋이 있다.
처음에 산을 오르는 사람은 먼발치서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고 따라가다가 저너머 또 다른 숨겨진 산줄기의 미묘한 율동에 유혹되어 고통스러워도 가는것이리라. 산은 늘 그렇듯이 물처럼 유영하다가 갑자기 멈춰서서 큰 봉우리를 만들고 그리고 다시 유유히 용트림하며 부드러운 선을 만들어 끝간데 없이 자꾸간다. 때로는 대립과 갈등 고통과 환희 고고함등 동전의 표면처럼 산은 늘 양면성이 있지만 종국에는 맑은 경지에 도달하는 강인한 선비정신이 산은있다(필자 생각)가장 사치성이 결여된곳 바로 산길이 아닐까? 사치로 시작하는 운동은 희롱과 즐김이 결부되어야 하지만 산길은 오직 자신과의 싸움 즉 인내뿐이다. 2차 종주시 그 아름답던 설경은 어디 한구석도 남아 있지않다. 만덕고개로 걸어가던 4차선 도로엔 휴일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넉넉하다. 터널을 지나 지하철을 탓던 동래역앞을 지나 범어사에 도착하니 설화 아름답게 피웠던 노송들이 낙천을 떨며 가지를 편안히 늘어뜨려 솔방울을 몇개씩 달아놓았다. 우측 계명봉이 시커멓게 버티고 서 있어 초장부터 한땀할걸 생각하니 소름이 돈다. 8시45분에 도착하여 각자의 짐을 챙기고 09:04분 임도를 올라 계명봉 줄기로 붙었다. 정맥꾼들의 리본이 풍어로 만선된 어선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솔바람에 보기좋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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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봉을 향해...
경사 50여도 처음부터 만난 비탈길이 심상치않다. 뒤에서 누군가가 꼭 잡아 당기는듯 진행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뒤따라오던 조철현대원이 능선을 붙지않고 대원들을 놓쳐 사송리로 가는 산허리를 넘어가다가 인기척이 없자 총무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25여분 한땀 쏟으며 계명봉에 도착하니 엉성한 돌탑이 그래도 정상임을 암시하고 발아래 범어사가 정말 아늑하게 금정산 자락에 싸여있다. 북문성루와 고당봉이 예쁜 그림엽서 처럼 마루금을 그리며 병풍처럼 동래를 감싸안아 순간 비탈길 오르던 고달픈 마음까지 평온하게 해준다. 돌탑밑으로 비둘기처럼 생긴 이름모를 새한마리가 공해에 병이난건지 날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먹이를 쪼아댄다. 오르막이 있었으니 당연히 내리막이 있다. 멀리 경부고속국도엔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우리 가야할 맥은 끊어진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요동치며 길게 늘어져 시야에 장성처럼 들어온다. 40여분을 빠른 속도로 내달려 내려서니 양지쪽 황토밭에 초록빛의 겨울초가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밭가에 쑥 케려 나온 부부의 손놀림이 무척 바쁘다. 젖소농장의 향내를 맡으며 도로를 건너 정맥길을 이은 공사가 아직 진행중인 육교를 건너서니 바로 골프장(부산 컨트리)을 만났다. 어설픈 복장의 남정네 3-4명이 내기 골프를 치는지 케디1명을 대동하고 우족으로 라운드를 걸어가는 모습이 우습다. "폼이안나 산타는게 나을것 같아"이 말에 한바탕 웃고 좌측 대나무숲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다시 이마에 땀을 쏟으며 바위가 운집해있는 봉우리에 도착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 부산 컨트리클럽이 잘보인다. 총무 고향집에서 담군 잘익은 막걸리 한짠씩을 나누고 내려서니 2차구간 종점이었던 지경고개다. 도로가로 일단의 무리가 걸어가는걸 보니 우리처럼 낙동정맥을 체험하는분들 같다. 여기서 맥은 다시 도로로 양분되어 200여미터 도로를 따라 내려가 지하통로를 지나 장송군락이 있는 남락마을(표지석)위 임도를 따라 형제농원을 지나 능선에 붙는다. 정맥꾼들의 노획이 심해서인지 아니면 일반 사람들의 얌체가 화근인지는 몰라도 정맥길 유락농원은 아예 문을 해달아 우회 해야한다. 임도를 내려서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 코가 닿을듯한 비탈길을 힘들게 오르고 12시38분 임도를 만나 의자처럼 누운 소나무에 앉아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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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자락이 품은 범어사 일대
▲ 계명봉. 돌탑이 정상임을 알린다.
봄이오고 있다.노오란 산수유가 금방이라도 하얀손수건을 물 들일것 같이 고즈녁한 산중턱에 고독하게 피어있다. 깊은 골짜기에서 만나는 봄꽃은 외로움에 젖어서인지 더 청초하게 보인다. 299.4봉에 오르고 430봉엔 산제를 막 지낸 산객들이 둘러앉아 점심과 수육을 안주삼아 반주를 들고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을 보는 순간 입안에 군침이 돌지만 무정하게도 수육이 적은지 한점 먹으라는 말도없다. 20여미터를 더 내려가 제초작업을 한 길가옆에 자리를 잡고 그래도 총무가 가지고온 족발 때문에 군침돈 수육을 금새 잊었다. 초반 레이스가 너무빨라 1시간 넘게 넉넉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우리는 일어섰다. "누군가가 말한다. 우리 빨갱이 아닌가? 하루종일 산만타게" 천성산 생태계 (도룡농)보호를 위해 비구니승의 단식으로 중단된 터널입구가 빤히 보이는 운봉산엔 측량폴대가 꼽혀있다. 편편한 능선 한쪽에 늦은 점심을 들고있는 3-4명의 산객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억새 이쁘게 피게할려는 지자체의 배려가 이곳에도 있다. 잠시후 내리막을 내려서려는 순간 눈앞에 턱 버티고선 만리장성 처럼 생긴 고개길이 활강장처럼 닦여 기다리고 있다. 아 !저것이 31년전에도 직접 체험하지 못한 눈물고갠줄 누가 알았던가? 저 고개의 난이도를 갸늠도 하지 못한체 비탈길을 두다리에 힘을주며 조심하며 내려가면서 올라오는 산객들과 여유롭게 인사도 하고 걸어온 뒤를 돌아보며 필자는 부산을 완전히 떠나 양산에 입성한 감회에 젖는 행복한 순간도 잠시 경사 7-80도의 난이도 별5개의 눈물고개를 만났다. 초반 강행군이 체력을 소진했을까? 필자는 오르기가 너무 벅차다. 아니 대원들 모두가 그럴것이다. 특히 감기 기운이 남아있는 구인혜 대원과 예전 진양기맥시 무릅인대가 고장난 산행대장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다해 오른다. 필자도 한라산 눈밭등반시 고장난 왼쪽발목과 무릅인대에 통증이 계속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산행대장은 고통이 더한지 다리를 심하게 절고 필자는 땅만 쳐다보고 걷지만 겨우 서너발 떼어놓고 쉰다. 불현듯 이 짓을 꼭 해야하는지 자신에게 반문도 하지만 뽀족한 대답은 없다. 다들 그 나이에 무모한짓이라 생각 하겠지만 나이는 때론 숫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참 힙겹게 정말 힘겹게 능선을 올랐다. 특전사 출신 대원의 말 "이 건 산행이 아니라 예전 군복무시 했던 천리행군과 같은거야" "아니 범어서에서 여기까지 왔심니꺼? 참말로예" 고개길에서 만난 산객 한분은 믿기지 않는지 연신 필자의 위 아래를 훓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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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고개. 장성처럼 표시난 저곳을 천자봉의 눈물고개라 불렀다.
눈물고개를 뒤로하고 우리는 물한모금씩 나눠마신뒤 다시 천성산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모두가 582봉까지 온것도 순전히 깡으로 이뤄냈다. 다시 능선옆을 돌아가는 지루한 구간이 시작된다. 예전 공군부대가 주둔한 지역으로 현재 부대는 다 철수하고 과거 매설한 지뢰제거 작업도 하였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철조망으로 능선길을 봉쇄해 우리는 지겨운 원형철조망을 따라 천성산을 향해간다. 대성마을에서 천성산 밑 임도까지 오기로한 차량은 이 도로가 군사도로로 민간인 차량은 전면 출입통제란다. 지형을 갸늠하지 못하는 우리는 김종길 아우를 웅상으로 와 미타암으로 들어 오라고 했더니 포장이 안된 임도는 곳곳이 파헤쳐지고 경사진곳이
너무많아 위험을 무릅쓰고 도착했지만 다시 원효암쪽으로 오라고 해 그날 김종길 아우도 여간 고생한게 아니다. 16시07분 군사도로에 도착하여 능선을 바라보니 철조망만 아니면 쉽게 올수 있는길을 빙빙돌아 온것이 부아가 치민다. 더 이해가 가지않는것은 원효암 버스의 작태다. 지입된 버스인지 유일하게 이 군사도로를 통행한다. 그리고 일과중에는 입구에 군인들이 통제를 하다가 원효암 버스가 마지막으로 내려가면 버스 기사가 출입문 시건장치인 열쇠를 잠궈 오후 5시를 넘긴 등산객들은 하산길에 3-4미터의 출입문을 월담하는 헤프닝이 연출된다. "이 날 우리 대원들 모두가 월담했다." 그리고 길잃고 헤며던 낮선 여성등산객 3사람도 월담을 해야 모두 집으로 갈수가 있다. 원효암과 버스기사 그리고 군부대가 짜고치는 고스톱임이 명명백백하다. 모두들 임도에서 끝냄을 갈망하는 시위가 계속 되지만 능선을 다시 오른다. 고됨도 고통도 너무 심하면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하던가? 탁 버티고 선 천성산 아래 원효암옆 으로 맥은 엄청난 상처로 중병을 앓고있다. 앞서가던 대원들이 군사도로에 주저앉아 이제 더 이상 죽어도 못간단다. 다행이다. 실은 필자가 더 이상 갈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또 다시 실망과 어두운 말 "형님 원효암으로 차량이 전면 통제되어 못갑니다. 고되더라도 다시 걸어 내려오이소" 8km를 더 우리는 잠시전 우리옆을 지나간 마지막 버스에 손 한번 못든것이 이렇게 후회로 오래 남을줄 몰랐다. 민속주집 이층 오늘의 무용담을 술잔에 담아 마셔보지만 다음 흥룡사길을 따라 천성산 제2천성산을 지나 또 다른 이름의 지경고개를 가야할걸 생각하니 갑자기 술맛마져 확 달아난다. 제3차구간 동참해 주신 대원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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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고개 중턱에서 바라본 582봉
천성산 밑 군사도로. 이 도로가 마을까지 약 8km
군사시설. 절 가는길로 천성산도 중병을 앓고있다. 더는 못간다 주저앉은 울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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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울 대원님들 정말 고생하셨군요. 제가 죄송스럽네요 사무실 일로 참석하지 못해서 일부러 힘든 구간을 빠진거 같은 마음이 드네요 . 그래도 우리 진주자연산악회는 태백으로 갑니다 . 아자 아자 화팅~~~~~
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네요. 낙동완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대원님들 모두 체력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완주를 위하여! 축하드립니다.
진양기맥.낙남정간.낙동정맥 정녕 한국의 맥을 체험하시는 여러분들께 무사산행을 빕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회장님의 종주기로 마음을 달랩니다. 언제나 앞서가는 자연산악회 영광만 함께하길 빕니다.자연산악회 화이팅
회장님 종주기로 내도마음이나마 낙동정맥을 함께가는것같읍니다 좋은글볼수 있도록 화 이 팅 외쳐드릴께요. .......아 자 태백으로.......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