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전문대학소식지 201404)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고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졌다. 밤새 뒤숭숭한 꿈자리에 시달리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터넷과 방송에 나오는 뉴스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한다. 밀려오는 슬픔과 안타까움과 죄책감과 분노에 시달려 눈물을 떨어뜨리다가 힘겹게 시선을 돌리지만, 어느새 다시 그 소식에 빠져 있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고 무기력하게 탄식만 하다가, 귀가해서는 우울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든다. 물론 잠자리도 뒤숭숭해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그야말로 전 국민이 우울증에 빠진 것 같다.
우울증의 원인과 진단
대부분의 우울증은 심한 심리적이나 정서적인 문제가 있은 후에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의 과거력부터 마악해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울적한 기분이나 슬픔이 적어도 두 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대개는 그보다 훨씬 더 길게 수개월에서 심지어 수년까지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장애의 증상들은 다음과 같은데,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내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정신의학회 우울증 진단 기준)
• 뚜렷하게 우울하거나 과민한 기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 정도)
• 흥미나 쾌락의 상실 (식욕이나 성욕의 저하)
• 체중,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
• 수면의 증가 또는 감소
• 행동이나 반응이 느려지거나 초조한 것처럼 보임
• 만성 피로와 에너지 상실
•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
• 집중력 및 학습능력 저하
• 우유부단함 및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함
• 죽음, 자살시도, 자살계획에 대한 생각들
우울증의 증상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천 가지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울증의 핵심적인 증상은 물론 심한 우울감이나 흥미의 상실과 같은 심리적 증상이지만, 연령이나 증상의 심각도, 사회 문화적 환경 등에 따라 각각 상당히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경우에는 체중증가의 지연이나 발달의 지체 등이 두드러질 수 있으며, 청소년기의 경우에는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지 못하여 난폭행동, 비행, 본드, 환각제 남용 등의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노인들의 우울증은 육체적인 체력저하나 치매등과 같은 다른 질병과 혼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갱년기 여성의 우울증은 상열감, 한열왕래, 수족냉증, 두통, 요통, 피로감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우울증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라기보다는 몸과 마음 양쪽 모두를 병들게 하는 전신적인 질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신적인 신체 증상이 추가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명종 20년 4월 16일의 <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얘기하는 기록이 나오는데, “내가 약한 체질로 평소에 위는 열이 나고 아래는 냉한 증세가 있었다. 근년에 들어와서 심기(心氣)가 허약하여져, 계해년 가을에 놀라고 슬픈 일을 당한 이후로 작은 병이 자주 있어 (중략) 갑자기 망극한 변을 당하였다. 바야흐로 애통한 중에 있으면서 비위(脾胃)가 편치 못하고 기운도 혹 피곤하기도 하며 가슴과 명치가 막힌 듯 하여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라고 호소한다. 즉 평소 상부는 따뜻하고 하부는 차가워서 건강하지 못했는데,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증상이 악화되어 가슴과 배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얘기한 것이다.
우울증의 치료
일반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를 스스로 자각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거나 다른 사람의 눈에도 이상 상태로 보이게 되어, 결국 주변 사람의 손에 이끌려 오는 경우가 많다. 또는 다른 질환을 치료하러 왔다가 동시에 함께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 다시 말해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태도 때문에 치료를 꺼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이들은 우울증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느끼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염려해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몸 상태는 2차적으로 다른 위험한 병증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특히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비관적인 생각들이 실제 상황의 정도를 심하게 벗어나게 되면, 현실을 지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망상(거짓된 믿음)이나 환각(거짓된 지각)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의약에서는 크게 허증과 실증의 두 종류로 나누어 치료를 한다. 허증의 경우에는 오장육부의 기운이 부족해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데, 특히 심(心)과 담(膽)이 부족해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심은 정신 사유능력과 감정을 담당하는 무형의 심이며, 담은 결단을 담당하는 장부로서, 혈액을 공급해주는 Heart나 쓸개즙을 만들어내는 Gall Bladder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기혈을 강화시켜 심담(心膽)을 보강하면 나약해지고 허약해진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는데, 이 때 원기회복을 위해 비위를 강화시키는 처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원래 스트레스와 위장은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치료법이다.
실증의 경우에는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고 기혈순환을 촉진시켜주는 치료를 한다. 기운이 울체되면 습담이나 식적 등이 생겨 가슴이 답답해지고 소화가 안 되며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침 치료와 더불어 기혈을 순환시키는 한약을 병행하면 효과가 좋다. 이러한 경우에도 스트레스는 큰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
또한 막힌 증상이 오래되게 되면 차가운 기운은 자꾸 아래로 내려가고 뜨거운 기운은 자꾸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 배탈이나 소화불량 수족냉증 생리불순 불임 성기능장애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되며, 가슴답답증이나 두통 안면홍조 여드름 코피 탈모 눈 충혈 안구건조증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는 수승화강(水升火降) 치료법을 행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한방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므로, 만약 우울한 감정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되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찾아가 보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