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月塘 文忠公 金臺卿 遺史

[김근학]

드높은 문장과 고고한 충절로 문중의 명성을 높이고 나아갈 길을 밝힌

月塘(월당)

文忠公 金臺卿(1305~1377)의 生涯

只常 金 謹 鶴

(대보공 65세손, 나주군36세손, 전 나주김씨중앙종친회장)

선조의 얼과 정신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선조들의 지나온 행적을 알기는 쉽지 않고, 고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행적은 해석하기가 쉽지 않아 멀리하고 점차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단편적인 자료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선조가 어떠한 인물이며, 어떤 공적이 있는지 알려고 노력하여야 하고, 또 이를 어떻게 잘 정리하여 후세들에게 전할까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문충공 관련자료는 아주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자료가 남아있어 이를 본고에서 정리하여 보고자 한다. 문충공은 당대 위인으로 칭송받았던 이들이 모두 교류를 희망하였던 저명한 선조이시며, 그들이 우리의 선조 문충공에 대하여 언급한 자료가 남아 전한다.

이러한 글들을 삼가 살피면서 몇 백 년이 지나 후손이 선조를 평가하는 것은 외람된 일이나, 감히 평가를 해본다면 문충공은 청렴하며 고고한 성품,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지식과 출중한 문장 등 현시대를 사는 후손으로 존경과 흠모를 금할 수 없는 선조 중 한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1. 머 리 말

월당 김대경은 고려 충렬왕 31년(1305)에 고려 왕경 개성에서 나주김씨 본관조이신 나주군 문하시중 金雲發(김운발)의 15세손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중정대부 전의령을 지낸 成固(성고)이며 모친은 상주 周氏(주씨)로 군부정랑 瑞(서)의 따님이다. 祖는 은광청록대부 추밀원 부사와 병부상서를 역임한 守淵(수연)이다.

공의 선계인 나주김씨 본관조 운발은 신라 56대 마지막 임금이신 경순대왕의 季子(계자 : 마지막 왕자) 湟 왕자의 장남이시다. 湟왕자는 경순대왕이 신라의 천년 사직을 고려 태조 왕건에게 손국할 때 그 불가함을 들어 형인 太子 鎰(태자 일)과 함께 극력 간하고 반대하였으나 가납되지 않자 태자(속칭 마의태자)는 妻子를 거느리고 상악(금강산)으로 입산하여 마의초식으로 종신 하였고, 계자 湟(황)은 고려 태조가 제수한 평장사를 사양하고 받지 않고妻子를 버린 후 가야산 법수사로 입산하여 스님이 되어 법명을 梵空(범공)이라 하였다. 법수사‧해인사를 왕래 주석하다 종신하였다고 삼국유사, 동사강목, 증보문헌비고 등의 사서에 기록되었다.

고려 태조는 경순대왕에 대한 배려와 계자 황 왕자에 대한 예우, 그리고 삼한의 통합과 안정을 이루기 위하여 황 왕자의 장자인 운발에게 羅州(나주)를 食邑(식읍)으로 주고 나주군에 책봉하였다. 이로서 후손들이 나주를 관향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차자인 雨發(우발)은 경주군에 책봉되어 경주김씨 선계가 되었다. 김씨를 성으로 쓰는 많은 이들이 있으나, 이를 통해 우리 나주 김씨가 으뜸이라할 수가 있다.

2. 문충공의 생애와 관력

공의 휘는 대경이고, 字는 仲始(중시), 號는 月塘(월당)이며 諡號(시호)는 文忠(문충)이다. 공의 용모와 자품은 英俊(영준)하고 明澄(명징)하며, 重厚(중후)하고 淸廉剛直(청렴강직)할 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글짓기를 좋아하고 학문에 뜻을 두고 면려 정진하여 학덕이 출중하였다. 또한 문장이 당대에 대학자로 이름을 날리었고, 이는 고려 말 삼은인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등 유명학자들과 창주하고 교류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가 있다. 삼은은 역사서에 많이 등장하여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으나, 이들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월당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후손된 필자로서는 당시 많은 문인들이 월당을 흠모하여 존경하였음을 이글에서 꼭 밝혀두고 싶다.

필자는 월당공의 생애와 관력, 행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60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의 행적과 학문이 저명한 학자에 의하여 가치있게 포양되고 널리 알려지기를 고대하여 왔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기대만으로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자랑스러운 나주인 이야기”를 보찬하면서 중앙종친회 고문 김기운 백제약품 대표회장(33세)께서 이번 기회에 월당공의 遺事(유사)를 정리하여 본 책자에 수록하는 것이 좋겠으며, 그 일을 나에게 맡기고자 하셨다.

이에 비록 재주는 없으나 내가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공의 생애를 정리하게 되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동문선과 동국여지승람은 물론, 신라김씨계 족보, 씨족원류, 경헌사‧우산사 등 서원 기록, 공의 장인인 전법판사 박원계(영해인)의 묘비명과 처가인 영해박씨 족보, 서랑인 金禧(김희 : 청도김씨)의 족보, 공에게 시문을 지어 부친 가정 이곡(목은 이색의 부친)의 문집인 가정집, 목은집 등의 시문을 일일이 열람, 분석하여 이 작은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공이 태어나 출사할 당시의 중원은 역사상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원나라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고, 한족이 건국한 명나라가 급속히 세력을 키워가는 대 격변의 시기였으며, 고려는 세계 최강인 원나라의 침략과 압력에 굴복 자주성을 상실한 채 부마국으로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나마 국운이 다하여 국정의 난맥이 심화되고 홍건적, 왜구의 빈번한 침략으로 점점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였다.

공은 이러한 시기에 국가의 동량으로서 충숙왕 13년(1326)에 문과 대과에 등과하여 충혜왕, 충목왕, 충정왕, 공민왕 등 5대에 걸쳐 대학자로서 관직 생활은 주로 학문을 연마하고 국가의 동량인 준재를 육성하는 淸要職(청요직)에 봉직 하면서 보국안민의 길을 걸으셨다. 특히나 공은 우리 나주김씨 1,000여 년 역사를 빛낸 대학자로 성균관 대사성과 보문각 대제학을 역임하였고 영면 하신 후 문충이라는 시호를 받으실 정도로 충절과 학덕이 높고 뛰어 나셨다.

공이 역임한 관직 중 사보(思補, 정6품)는 뒤에 명칭을 정언으로 고친 정육품인데, 정언은 중서문하성(조선시대는 사간원) 소속으로 임금에게 諫爭(간쟁)하는 일을 맡은 직책이었다. 성균관은 고려 초에 국자감 이었던 것을 고친 것으로 국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공은 이곳에서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성균관 유생에게 유학을 지도하는 사예(司藝, 정4품)를 역임하셨다. 그리고 이어서 학자들이 선망하는 보문각의 직제학, 보문각 제학, 성균관 대사성(종2품), 보문각 대제학(정2품)등을 역임하셨음을 나주김문의 보책과 씨족 원류 등에 적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대사성은 師儒長(사유장)이라고도 하며 성균관의 대표이자 최고의 어른으로 당대 조야의 존경을 받는 자리였다. 고려 말 이름을 날리던 대학자인 목은 이색과 삼봉 정도전 등도 대사성을 역임 한 바 있다. 보문각도 고려 때 경연과 장서를 맡아 보던 관아로서 학문을 총괄하는 본산이고 대제학은 보문각의 수장이며 학자로서 최고위직으로 대제학은 ‘文衡(문형)’이라고도 하며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존경받는 ‘학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위다. 특히 학문의 권위가 높다고만 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문형이 되자면 문과 대과 급제자 이면서 원칙적으로 호당 출신이라야 가능했다. 대제학은 공식적으로 조정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로 여겼으며 品階(품계)는 비록 판서와 동등한 자리지만 삼공, 곧 삼정승과 육조 판서 보다도 높이 대우하고 평가 하였다. 당시는 무인들이 득세하던 시절로 학문으로 뛰어난 이가 드물었으나, 문충공께서는 학문으로 최고의 자리인 대제학을 역임하시는 등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학문과 출중한 문장으로 일세를 풍미하시어 존경을 받으셨던 것이다.

3. 遺詩(유시)와 문원 활동

공은 보문각 대제학으로 학덕과 문장이 뛰어 났으며 문신으로서 충심이 높아 시호를 문충으로 받을 정도로 시문과 글, 치세와 관련한 문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생시에 지은 글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거의 산질되고 없어져 현재는 공이 지은 시문 3편 만이 전해지고 있을 따름이다.

다음에 이를 소개하면서 후손으로서 궁금하고,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고 밝혀야할 우리 가문사의 숙제들에 대하여 작은 소견을 피력하여 보고자 한다.

공의 시 중에서 謫安老縣詩(적안로현시)로 우리에게 알려진 시문이 바로 동문선에 수록된 “안로현에 이르러 첫 공사를 보며(到安老縣聞新事復用前韻)”이다. 그 내용을 소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 동문선 권16 칠언율시(七言律詩)

안로현(安老縣)에 이르러 첫 공사를 보며[到安老縣聞新事復用前韻] ; 김대경(金臺卿)

백 년 인생에 50이 넘으니 / 百歲光陰五十餘

반생을 이제 벌써 시서로 그르쳤네 / 半生今已誤詩書

세상에 난리 날 줄 뉘 알았으리 / 豈知世有干戈難

집에 있는 건 쌀 한 섬도 없구나 / 終致時無甔石儲

하수를 막 건너고 맨손으로 범 잡음을 내 어이 부러워하랴만 / 何羨憑河能暴虎1)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 구하니 그 아니 서글픈가 / 却嗟緣木欲求魚2)

고을 이름이 늙은 나를 편안케 하기 알맞으니 / 縣名正合安吾老

한 굽이 맑은 강물이 집을 둘러 있구나 / 一曲淸灣遶屋廬

1) 용맹만 있고 꾀가 없음을 말함. ≪論語 述而≫에 공자가 “맨손으로 범을 잡고 하수를 막 건너며[暴虎憑河] 죽어도 후회가 없는 자를 내가 용하다 하지 않노라.”한 것을 이른다.

2) 수단과 목적이 틀려 될 수 없는 일을 말한 것이다. ≪孟子≫

그런데 이 글의 문학적 가치는 누구나 공감하는 터이지만, 동문선 원본에는 유배[謫]가 아닌 ‘안로현에 이르러 첫 공사를 보며’라 하여 공사를 보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즉 만일 공께서 유배를 가셨다면 유배를 가신분이 어떻게 첫 공사를 볼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나주군에 봉해져 본관지가 되었던 것과 함께 안로현과 우리 나주김문은 인연이 매우 많았다. 즉 우리 족보에 보면 “나주군 10세 득장 선조를 시중 안노현주를 봉하고 또 대장군을 추봉하다”라고 기록되어 있고 11세 극순 선조도 “평난공신으로 금성 안노현주를 봉하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조에 들어서도 족보의 기록을 보면 나주군 18세 堵(도) 선조가 ‘정난공신으로 대장군을 봉하고 또 금성군을 봉하다’라고 되어있어 안노현이라고 명기되지는 않았으나 조선조에도 우리 나주김씨는 금성(나주의 고호)과 깊은 연관이 있어는 것으로 보인다.

본관조인 운발공이 식읍을 받고 나주군으로 책봉된 나주 땅에 속했던, 어쩌면 나주김문의 근거지(연고지)라 할 안로현에 월당공을 어떻게 유배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위의 시는 유배를 가서 지은 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謫(적)이라는 글자는 ‘유배를 가다’는 뜻 이외에 ‘좌천당하다’라는 뜻도 있어서 혹시 좌천 당하여 안로현에 가셨던지, 아니면 조정의 명으로 안로현에 일정 기간 파견되어 특정 업무를 수행 중에 있으면서 지은 시가 아닌가 감히 추정을 해볼 수도 있다. 이 시의 진실은 무엇인가 더 심층적인 연구와 새로운 자료가 출현되기를 기다려 봐야 될 것 같다.

두 번째로 공이 시문중 ‘가지사 상판운’이라는 시가 있다.

○ 동문선 권16 칠언율시(七言律詩)3)

가지사판상운(迦智寺板上韻) ; 김대경(金臺卿)

백 자나 되는 높은 탑이 반공에 솟았는데 / 百尺浮圖插半空

높고 큰 누각이 겹겹이 벌여 있네 / 飛樓傑閣幾千重

중을 찾는 흥치는 한가할수록 더하고 / 尋僧野興閑彌篤

불도 배우는 기연은 늙어 점점 깊어가네 / 學佛機緣老漸濃

걷고 벗고 수없는 물을 건너와서 / 揭厲屢經無盡水

잡으며 최고봉을 그에 올라왔네 / 扶持更上最高峯

저녁에 두 다리가 시큰하니 / 晩來雙脚多酸楚

포단에 목침을 베고 쭉 뻗고 누웠노라 / 木枕蒲圑忽放慵

3) 이 시는 동문선에 실려 있는데 15대손 정한(鼎漢)이 찾아서 여기에 수록하였다. 또다른 시 한수도 동문선에 수록되어 있다. 동문선 제16권 오언율시(五言律詩) 강남으로 봉사하는 원외 설장수(偰天長:天民)를 보내며[送偰員外天民長壽奉使江南] : 김대경(金臺卿)

사명을 받들고 상국에 조회가니 / 奉使朝天去

때는 천지에 우수수 가을 바람 / 颯然天地秋

은총을 입었음을 하례할 만하나 / 承恩雖可賀

이별에 당하여서 시름이 없을 것인가 / 送別得無愁

송별 자리에 해는 세 홰[三竿]나 올랐는데 / 祖席三竿日

배에는 바람 돛대 달았구나 / 風帆一葉舟

강남은 워낙 아름다운 곳 / 江南佳麗地

가거든 중선다락에 오르지 마소 / 莫倚仲宣樓

설장수(1344~1399)는 고려에 귀화한 위그루인, 시문과 외교에 뛰어난 능력 발휘, 조선 개국 9공신중의 한분, 조선 초기 검교 문하시중을 지내고 연산부원군에 봉해짐, 고려 1370년대 전후 원외랑(정육품) 명나라 사신단에 포함, 사행길에 오를 때 월당공이 써준 시로 보임

이 시에 나오는 가지사(迦智寺)는 전남 장흥군 유치면 가지산에 있던 절인데 현재는 보림사로 바뀌었다. 신라말기 불교의 구산문 가운데 하나인 가지산문이 開山(개산)된 곳이다. 당시 체징 국사가 이 보림사에서 도의 국사를 종조로 삼고 선풍을 크게 드날렸던 사찰인데 월달공께서 안로현에 이르러 계실 때 이곳을 방문하여 ‘가지사 상판운’이란 시문을 지으셨던 것이다. 사실 보림사는 나주와 안로현과 서로 삼각 지점을 이루는 가까운 곳이었다.

다음으로 공의 시는 전하지 않고 있어 애석하나, 공이 지어 보낸 시에 답하여 지은 가정 이곡의 시 2수가 가정집에, 목은 이색의 시 6수가 목은집에 각각 전해지고 있다. 그 정도로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 부자분 등 대학자 명신들과 월당공은 창주하였던 것이다.

한편 공이 지은 시문과 문장 스승과 제자, 지기들과 주고받은 서간과 각종 자료 등을 모아 편찬한 ‘월당집’이 있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전하지만, 실물이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언젠가 월당집이 우리 후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어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의 유려하고 주옥같은 시문들이 인구에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4. 공의 가족 사항

공의 가족 사항은 부인 영해 박씨와의 사이에 3남 2녀를 두셨는데 장자인 可久(가구)는 충목왕 정해(1347)에 문과 급제하여 관직이 중현대부 전교령과 봉익대부 예의판서에 이르렀고, 차남 千久(천구)는 중군 별장으로 무오란에 순국하여 승국명록 충렬록에 등재 되어있다. 병조참판에 증직되고, 시호는 定武(정무)이다. 순국하였을 때 六指(육지 : 육손)로 시신을 알아보고 수습해서 장례를 모시었다는 내용이 임진보(1832년 족보) 서문(32세 진척의 글)에 나와 있다. 3남은 萬久(만구)이고, 딸은 중현대부 전교령과 제학을 지낸 청도인 金禧(김희)에게 출가 하였고, 다음은 봉선대부 사재부령을 지낸 하동인 鄭漬(정지)에게 출가 하였다.(아드님 세분 나김 족보 기록, 따님 두 분 공의 장인 박원계 묘비문 확인)

公은 1377년에 향년 72세로 영면하셨으며 묘소는 나주김씨 대동세보에 목천(천안)에 모셔져 있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묘소의 정확한 위치는 실전되어 향화를 받들지 못하고 있어 애석할 따름이다.

공의 후손들은 전국의 나주김씨의 90% 이상을 차지 할 정도로 번성하였고 조선과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조정의 문무내외 현관과 사회 각계에서 요직을 맡아 봉직한 후손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비록 그 수는 적으나, 나주 김씨가 가정충효 세수돈목의 정신을 이어 받아 사회에 봉사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가문으로 크도록 한 초석이 되신 이이다. 

5. 문충공이 후손에게 끼친 영향

1,000여 년 역사를 연면히 이어온 우리 나주김문의 역대 조상님 중 충효와 절의, 문장과 도덕, 외적의 방어와 토평으로 보국안민하신 분들이 많으시지만 그 중에서도 문충공은 우리 후손들에게 끼친 영향이 가장 큰 선조님 중 한 분이시다.

그리하여 우리 문중사를 편찬 기술하고 논할 때는 물론이고, 개별 선조님들의 행장이나 비문을 찬할 때도 과거는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도 맨 먼저 내세우고 떠 올려 흠모하는 선조님인 것이다. 1832년 공의 후손인 상언(32세), 응순(31세), 진척(32세) 등 후손들이 임진보를 편찬할 때에도 족보의 서두에 후손들을 세세손손 훈육하여 문중을 튼실하게 번성시키고 영세 발전 시켜나갈 문중의 도덕적 준거가 되고 행동이나 생활의 지침이 될 종훈을 ‘가전충효 세수돈목’으로 정하면서

□ 임진보(1832) 나주김씨족보 머리글

<원문> “立譜收族 宗法遺意 有攝人心 俗厚風美 惟我羅州金氏 肇自月塘公 至參判公 訓練公 鷲巖公 龜巖公 道德文章 聯芳趾美 爲世矜式 琦歟諸賢 華慈一譜 八字弁卷 警世裕後焉 家傳忠孝 世守敦睦”

<번역문> “족보를 만들어 종족을 모으니 종법이 남긴 뜻은 인심을 추스르고 풍속을 후하고 아름답게 하는데 있다. 오직 우리 나주김씨는 월당공(月塘公)을 비롯하여 참판공(參判公), 훈련공(訓練公), 취암공(鷲巖公), 구암공(龜巖公)에 이르기까지 도덕과 문장과 충효와 절의로 나란히 아름다운 명성과 자취를 날려 세상의 본보기가 되었으니 아름답도다. 여러 현인들을 이 한 족보에 모아 가전충효세수돈목(家傳忠孝世守敦睦)이라는 여덟 글자를 책머리에 적어 세상을 경계하고 후손을 넉넉하게 하고자 하노라”

라 하여 이 종훈을 월당공을 비롯한 참판공, 훈련공, 취암공, 구암공의 충절과 의행을 본보기로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보책은 후손에게 가르침의 준거가 되는 가전충효 세수돈목 이외에도 나주김씨 분파목록이 기록되어 있어 180년 전인 당시의 나주김씨 분포와 현황을 파악하는데 문헌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보책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봉건사회에서 이러한 훌륭한 보책을 만들어 남기신 조상님들의 훌륭함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이 머리글에 등장하는 월당공은 이 글에서 조명하는 문충공 대경(臺卿) 선조이고 참판공은 예종, 성종, 중종 때에 조정의 문무내외직을 지내면서 명신양리로 이름을 날리시고 치행의 으뜸으로 중종이 포상하신 봉서(鳳瑞)공을 일컬으며, 훈련공은 중종, 명종조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남정북벌로 보국안민하고 특히 을묘왜변시 65세 나이로 방어사로 출전하여 전남 영암에서 왜적을 토멸한 혁혁한 공적으로 정국 1등 공신에 책훈되신바 있는 21세 용주공 경석(景錫)을 이름이며, 취암공(鷲巖公)은 김제 군수 등 목민관을 역임하다 을묘왜변시 중군장으로 참전 공을 세워 광주목사에 승차되고 호조판서에 추증된 22세 적(適) 선조를 말하고, 구암공(龜巖公)은 정유재란에 정부인 나주나씨와 함께 순절하시어 선무원종 1등 공신으로 책훈되신 23세 충수(忠守)공을 말함이다.

물론 어찌 열거한 다섯 분 선조만이 충효의 본보기이겠는가 ! 그 이외에 고려와 조선조에 나라를 보위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신 수많은 충의 열사와 효자 열녀가 있었지만 다 소개 못한 것뿐이며 기회가 되면 이를 정리하여 우리 후손들의 귀감으로 삼고, 널리 알려 김씨 중에서도 으뜸인 나주 김씨를 널리 알리고자하는 희망을 품으며. 문중을 빛낸 훌륭한 어른들의 기록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6. 나주김씨와 나주 安老縣(안로현)

우리 나주김씨와 인연이 각별한 안로현 지역은 지금 어디를 이르는 것일까. 자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주지역 향토 사학자인 정윤국씨와 사학자 이해준 박사에게 자문을 구하였던 바, 안로의 중심 위치는 지금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 안로리 일원이라고 한다.

본래 나주군 지역 이었으나 고종32년(1895년) 지방관제 개편으로 영암군에 편입되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월평리, 금장리, 모정리, 감산리, 연지리, 수곡리, 동라리, 상목리, 감산리와 나주군 세화면의 임천리 일부를 병합하여 안로리라 칭하게 되었다. 안로리는 현재 금정면 사무소 소재지인데 금정면은 나주군 지역으로 사금이 많이 나와 이름 부쳐진 금마면과 나주군 원정면, 그리고 나주군 세화면 일부 지역을 병합하여 염암군에 편입하면서 금마면의 금자와 월정면의 정자를 따서 금정면이라 칭하게 되었다.

현재 금정면은 영암군 11읍면 중의 하나로 동쪽은 장흥군 유치면4), 남쪽은 영암읍, 서쪽은 덕진면과 신북면, 북쪽은 나주시 세지면과 봉황면에 접경을 이루고 있다. 물론 고려 초에 운발 관조께서 나주를 식읍으로 하는 나주군에 책봉될 당시의 나주와 1,0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나주는 일치하지 않는다. 고려 초 이후 수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명칭이나 관할이 그 때마다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주김씨와 나주 안로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운발공께서 나주군에 봉군된 이후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을 부인 할 수 없으며 옛날의 나주 안로는 지금은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 안로리로서 우리 나주김씨와 매우 큰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라 하겠다.

4)앞에 소게한 가지사(보림사)가 있는 곳이다.

7. 글을 맺으며

문충공은 고려말엽을 대표하는 대학자로서 약관의 나이에 문과대과에 등과하여 목은 이색 등 유명한 학자들과 교유, 창주할 정도로 문명이 높았고, 관직은 성균관 대사성, 보문각 대제학 등 국가의 동량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관장하는 최고위직을 역임하시며 보국안민의 걸으셨다. 영면하신 후 문충공(文忠公)의 시호를 받으신 바 있고, 공이 지은 시문이 동문선과 동국여지승람 등에 등재되어 인구에 회자된다. 그런가하면 공의 영위가 경현사(전남 장성군 남면)와 우산사(무안군 향토 문화유산 2호 :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배향되는 등 후세들이 공의 정신과 얼을 흠모하고 찬탄하며 기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공의 생애를 정리한 문장이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김기운(33세) 중앙회 고문께서 편찬한 자랑스러운 나주인 이야기를 보완 편찬하면서 마침내 문충공의 유사(遺事)를 공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 참고 하여 정리하게 되었다. 능력이 모자란 필자가 막상 공의 유사를 정리하고 보니 아쉽고 미흡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께서 활동하던 시기와는 600여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자료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공이 지으신 문집인 월당집 등 공과 관련한 자료가 다수 있었다는 흔적이 있는데 이러한 소중한 자료들은 후손들이 보존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또 공의 묘소가 천안 목천에 있다고 하지만 실전하여 향화를 모시지 못하고 있는 점, 공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주김씨와 깊은 인연을 가진 전남 영암군 금정면 안로리(옛날 나주목 속현)에 대하여도 별반 관심없이 그냥 간과하고 지나친 점 등등 아쉬움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굴곡진 600여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불가피한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선조들의 유적이나 기록 등을 보존하고 계승하고 기리는 몫은 당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몫이다. 문충공은 물론 역대 조상님의 훌륭한 정신과 고귀한 얼아 계승 보전되고 기리기 위해서는 후손들의 뜻을 모아 조상들의 얼과 발자취를 계속 발굴하고 영원히 소중하게 가꾸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 나주김문의 오랜 연고지인 안로에 작고 소박한 나주김씨 유허기념비를 세우고, 이어서 황 왕자와 나주군의 조경단이 있는 포천 기지리에 문충공을 비롯한 역대 조상님의 영위를 모실 수 있는 사당겸 기념관을 건립하여 문중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꾸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이러한 일은 후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이고 도리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그나마 추진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간절히 기대한다.

이 글을 통해 후손들이 문충공의 기개와 학문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선조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으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해주기를 바라며, 문충공을 비롯한 선조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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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주김씨 관조이신 나주군 문하시중 15세손인 고려 문충공 월당 김대경 선조의 생애를 조명한 글입니다. 각종 문헌과 동문선, 동국여지승람, 가정집, 목은집, 보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 정리 하였습니다 만은, 혹 잘못된 점이 있거나 참고 자료를 소장하고 계신분이 있으면 많은 질정과 협조를 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2011. 11)

[ 부 록 ]

□ 가정이 월당에게 부친 시 (4수)

○ 가정집 제16권 율시(律詩)

중시(仲始) 사보(思補)에게 부치면서 박 판사(朴判事)에게도 증정하다

산림에 몸 부쳐 숨어 살 곳을 구할 수도 없으니 / 山林無處着幽棲

압록강 서쪽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스럽네 / 恨不身生鴨水西

만촉의 전쟁과 같은 덧없는 세상의 명리라면 / 浮世利名蠻戰觸

초인(楚人)들이 떠들어대는 낯선 땅의 언어로세 / 他鄕言語楚咻齊

우연히 들은 최근의 소식에 가슴이 또 에이는 듯 / 忽聞新事心還折

친한 분들 언제나 잊지 못해 꿈속에 더욱 헤매오 / 長憶親交夢轉迷

두 분 집안에도 물론 자제들이 있을 텐데 / 幸有兩家兒子在

혜계와 같은 습관이 들게 하지는 않겠지요 / 休敎習慣似醯鷄

○ 가정집 제16권 율시(律詩)

김중시(金仲始) 사보(思補)에게 부치다

異時物議奈吾何 예전의 물의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했는데

此日功名未足多 오늘의 공명을 대단하게 여길 것이 있으리오

誰似南江煙雨裏 가랑비 내리는 남강보다 멋진 곳이 또 있을까

千金不換一漁蓑 천금으로도 어부의 도롱이와 바꾸지 않으리니

○ 가정집 제17권 율시(律詩)

다시 중시(仲始) 사예(司藝)에게 부치다

구슬 감추려고 몸을 절개하기도 하고 / 身爲藏珠剖

이사하다가 처를 놔두고 오기도 하고 / 妻因徙室忘

마음가짐이 만약 담박하기만 하다면야 / 處心如淡泊

무슨 일을 당하든 창황망조(蒼黃罔措)할 리야 / 遇事豈蒼黃

○ 가정집 제17권 율시(律詩)

대서(代書)하여 중시(仲始) 사예(司藝)에게 답하다

禍福常相對 화와 복은 항상 마주하는 것

恩讎要兩忘 은혜와 원수를 모두 잊을 일

南村讀書處 남촌은 우리가 독서하던 곳

便是一羲黃 그때가 바로 희황의 시대

□ 목은이 월당에게 부친 시 (6수)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5권 시(詩)

김월당(金月塘)이 부친 시운에 차하다. 이름은 대경(臺卿)이고, 자는 중시(仲始)이다.

달빛과 물결이 위아래로 연하였으니 / 月色波光上下連

선생은 스스로 물 가운데 신선이로다 / 先生自是水中仙

세간 만사 중에 고요함이 가장 좋으니 / 世間萬事無如靜

구름 돛 펼치고 해외로 떠나지 마소 / 莫掛雲帆海外天

정신은 물과 같고 얼굴은 달과 같아라 / 水想精神月想容

천지간에 자적하니 사람 중의 용이로다 / 乾坤高臥是人龍

구름 일으키고 비 내림은 하잘것없으니 / 興雲致雨眞閑事

세상 사람이 게으름뱅이라 하거나 말거나 / 也任時人說大慵

나무 심어 그늘 이룸은 십 년의 일이라 / 栽種成陰在十年

벌써 그림자가 술동이 앞에 너울거리네 / 婆娑已映酒樽前

곁에 띳집 지어 서로 이웃할 땅 없으면 / 結茅相傍如無地

내 또한 돌아가서 진포의 배를 타 볼거나 / 我亦歸乘鎭浦船

천하가 지금 정히 몇 집이나 되는고 / 天下如今定幾家

공명은 와룡이요 자양은 개구리로다 / 孔明龍臥子陽蛙

월당은 홀로 세 그루 오동에 의지하여 / 月塘獨倚三梧樹

산하의 조각조각 분열된 걸 웃고 있네 / 笑殺山河似剖瓜

천지가 태평한 시절이 얼마나 되던고 / 乾坤能幾太平時

학문은 가이없고 벼슬길은 갈래도 많네 / 學海迷涯宦路岐

비록 이 마음은 둥글어 정하질 못하나 / 縱是此心圓不定

필경에는 편의함 찾는 데에 불과하리 / 到頭無過討便宜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5권 시(詩)

김월당이 입추(立秋)에 부친 시운에 차하다.(又次立秋所寄詩韻)

하늘이 시의 시름에 두 귀밑 희게 하고자 / 天敎雙鬢管詩愁

짐짓 세월을 흐르는 물처럼 빨리 보내네 / 故遣年光迅似流

나는 읊조림 의탁하여 긴 날을 보내는데 / 自倚長吟消永日

누가 좋은 일이 한가을에 있음을 알리오 / 誰知勝事集高秋

푸른 나무 매미 소리엔 흥취는 무한하고 / 寒蟬碧樹無涯興

게 농짝과 햅쌀도 달리 구할 것 없건마는 / 紫蟹香秔不外求

지척에 있는 강이 약수처럼 멀기만 하니 / 咫尺阻江如弱水

일엽편주 맑은 놀이를 어떻게 이룬다나 / 一帆安得辦淸遊

[31세)재종]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