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땡'입니다.
일각에서는 위의 두가지 카약킹 활동분야가 판이하게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들어 각각의 카약킹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이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카약킹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잠깐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아주 쉽게 접해볼 수 있는 것 중에 자전거가 있지요.
어릴적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면 세발 자전거를 탑니다.
이것은 아주 안정감이 좋습니다.
조금 더 성장하면 큰 바퀴가 있고 뒷바퀴 양쪽에 작은 보조 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좀더 진화했다고나 할까요?
이후 소년기나 청소년기에 이르면 소위 MTB라고 부르는 좀더 큰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사실 정상적인 진화과정을 거친다면 BMX라고 부르는 조금은 작은 바퀴와 변속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타면서 각력(脚力)을 키울 수 있는 자전거를 추천해주는 것입니다.
여튼...
BMX와 MTB 등을 거치면서 왕성한 청소년기에는 유년시절과는 달리 좀더 거칠고 빠르게 자전거타기를 즐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네 부모들은 행여 다칠세라 손사래를 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것에 굉장한 매력을 느낍니다.
왕성함이 절정에 이르면 MTB 중에서도 정상에서 쏜살같이 내리달리는 다운힐(downhill)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며, 좀더 나이가 들면 조금은 덜 위험하게 보이는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자전거로 많은 시간을 즐깁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점점 쇠락해가는 체력 대비 속도 효율이 좋은 로드(road), 즉 스피드 바이크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자전거 하나만 보더라도 이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자전거든지 그 기본 기술은 그 맥락이 같습니다.
다를까요?
화제를 다시 카약킹으로 옮겨옵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을 레크리에이셔널 카약 앞자리에 앉혀서 길이가 작은 노를 주어 노를 저어보게 할 때,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 노를 젓게 가르치시겠습니까?
어떤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결국 여러분이 카약 패들로 노를 젓는 방법과 똑같이 젓게 하실겁니다.
그것은 카약은 형태가 어떠하든 역시 카약이라는 것이며, 그때 사용하는 패들은 카약 패들입니다.
급류 카약은 투어링 카약에 비하여 단지 길이가 짧으며 용적이 적을 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루기가 조금 쉽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속도보다는 조작성을 좀더 고려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최근에는 급류 카약들 중에서도 거의 투어링 카약에 가까울 정도의 선형과 외관, 성능을 가진 카약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진 장년층 카약커들의 급류 카약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지금 카약킹을 시작하지 않고 만약 어린 시절부터 카약킹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앞서 예를 든 것과 마찬가지로 청소년기에 이르렀을 때는 분명 급류 카약킹에 관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아이들에게 카약 투어링(여기서 말하는 것은 잔잔한 수면을 질주하는...)은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서 '재미없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다이나믹하고 스피디하며 빠르게 회전하며 솟구쳐오르는 그런... 급류 카약킹에 매료됩니다.
여러분 역시 그런 시절을 보낼 것입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굉장히 견고하며 능숙한 패들링 기술과 많은 경험들을 축적하게 될 것입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파워풀하던 근육계는 지구성 근육계로 변화를 겪게되고, 순간에 강한 힘을 발휘하던 근육들은 조금은 더 장시간동안 효율적인 체력관리를 요구하는 카약 투어링의 근육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시각을 조금 바꾸어서....
여러분이 바다를 질주하거나 아니면 해안에서 카약킹을 즐기는 와중에 간혹 접하게 되는 파도에서의 대응순간을 떠 올려보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과거에 급류 카약킹을 통해 서핑(surfing)이라는 기술을 습득하였다면, 투어링 카약으로도 얼마든지 재미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짧은 급류 카약으로 즐기던 서핑 그것보다 훨씬 스릴넘치고 굉장한 스피드의 서핑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급류 카약킹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이상의 기술과 카약 컨트롤을 익혔다면, 아마도 투어링 카약으로는 어지간한 파도라 할지라도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카약의 조작능력과 활동범위, 환경 등은 패들링 기술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패들링 기술이 뛰어나면 여하한 형태의 카약으로도 얼마든지 다양하고 다이나믹하며, 안전한 카약킹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해봅니다.
사실 투어링 카약으로 패들링 기술을 배우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길이가 길어서 어지간해서는 카약을 회전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제 막 카약에 올라타서 카약을 기울이는 것조차 두려운 시기에 긴 카약을 기울여서 회전을 시켜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라는 것입니다.
길이 대비 폭이 좁은 카약을 횡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급류 카약보다는 훨씬 많은 힘과 균형감을 요구합니다.
급류카약에 비해 훨씬 더 무겁고 큰 카약으로 배우는 것은 어쩌면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이제 처음 카약킹을 시작하는 분들이 만약 투어링 카약으로 바로 시작하게 된다면, 아마도 고작 포워드 스트로크 정도밖에는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횡으로 모이자고 했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혹은 뒤로 이동하라고 했을 때를 보십시오.
카약킹 기술은 입문부터 중급의 수준, 즉
카약에 올라탄 채로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능숙하게 카약을 조종할 수 있으며,
불식간에 전복되었을 때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복구시킬 수 있으며,
자신보다 덜 숙련된 카약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의 안전도 확보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는 활동 환경이 급류이던 바다이던 결국 그 기술과 조작 방법들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 자신이 리더가 되는 상급의 수준에 이르러 다른 카약커들을 리드하게 되었을 수준에 이르게 되면 보다 안전하고 유쾌한 항해 또는 여행의 성공을 위해 여러분이 활동하게 되는 자연환경, 즉 water conditions 에 대한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굳이 기술이 다르다라고 한다면 바로 이때부터를 두고 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아마도 굉장히 많은 시일과 경험, 학습, 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카약킹 기술은 카약킹 기술이지, 카약이 다르다고해서 기술까지 다르지는 않습니다.
(글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