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다시 피는 삶
숲 속에 나뭇가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버티는 법이 없다.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간다. 더러 고집 센 마른 가지나 생기 잃은 죽은 가지가 거친 바람에 꺾이기도 한다. 바람이 잦아든 숲은 언제 바람이 불었드냐 조용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도 바람과 겨누었던 힘으로 내일 불어올 바람에 버텨낼 수 있는 새로운 생기를 온몸에 불어넣으며 자라간다.
강변 길에 자라난 갈대밭으로 바람이 불어갈 때면 휘돌아 춤추듯 이리저리 몰리는 군무가 아름답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않는 연약한 강함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람이 불 때 부는 만큼 스스로 기울여 주고 지나가고 나면 제 자리로 돌아오는 멈출 수 없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老子)는 일찍이 '연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至柔極强)고 하였으나 왜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겨낼 수 있는지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옛말에 '하루 종일 오는 소나기가 없다.'고 하였으니 폭풍우가 몰아치고 뇌성번개가 처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려오고 잦은 실바람이 얼굴에 닿을라 치면 간밤의 일이 어느 듯 한바탕 꿈만 같게 느껴지는 평화를 맛보게 된다.
바다는 성난 듯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해변의 바위들을 후려친다. 아무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힘찬 물결을 하늘 높이 들어올려 보는 이의 가슴을 졸아들게 만든다.
보라, 낚시대를 담그고 조는 듯 배 전에 앉은 사공을 보고 있노라면 어제의 파도는 지난 일이 되고 부드럽고 삽살한 바다 내음에 갈매기가 물위를 한번 튕기며 날아오르는 모습은 정녕 평화롭기만 하다.
이것은 모두가 자연이 지닌 위대한 복원력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면서도 제 자리로 돌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항상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 자연이 의연한 모습으로 세월을 이기고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배를 만드는 조선공은 배가 결코 파도에 흔들리지 아니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파도에 흔들려도 다시 제 중심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배를 만들고자 한다. 만일 조선공이 비상한 솜씨로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배를 만들었다면 그 배는 언젠가 큰 파도를 만나 한번만 흔들려도 결국 침몰하고 말 것이다.
높은 빌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진이나 강한 바람에 흔들릴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게 설계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원상회복력」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는 처음 자리로 다시 되돌아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로 실패하고 좌절하고 낙망하면서 괴로움을 겪는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고 듣게 되어 서로간에 오해를 낳고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사는 동안에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을 수는 없다. 한번 넘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못하느냐가 문제이다.
우리는 넘어지는 연습을 할 필요는 없지만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연습은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넘어지는 일을 염려하지 않을 것이다.
승승장구 성공의 길만을 달리는 사람은 일어나는 연습이 안되어 있다. 한번만 어쩌다 넘어져도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거친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뒷동산에 소나무는 꺾여있어도 강변의 갈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실패나 좌절을 맛본 사람이라도 그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복원력을 길음으로서 약한 듯 하면서도 강한 자연의 모습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실패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사업을 맡길 수 없다."고 생전에 정주영회장은 말하였다. 물결에 흔들리며 나아가는 배처럼 인생도 삶의 물결에 흔들리며 가는 것이다. 다만 제 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아옹다옹 다투며 사는 부부간에도 서로 이해하고 아끼려는 마음이 살아있는 한 그것은 복원력으로 작용하여 더욱 따뜻한 사랑을 낳는다.
피는 꽃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준다. 지는 꽃도 또한 우리의 가슴을 흔들어준다.
꽃은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아니 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숭고하다.
우리도 꽃처럼 지고 꽃처럼 다시 피어나자!
첫댓글 꽃 처럼 다시 피어나자! 마음 안에 노 란 희망색이 떠오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