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라는 걸 다 아실거다. 그래서
여행관련 산업이 매우 발달되어있다.
리장시 정부도 이 부분에서는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얼마 전부터 시내 자전거 도로에 초록색 페이트칠 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슨 일일까? 몸시 궁금했는데, 결국 그거였다. 성수기끝나고 이제 소규모 자유여행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거다. 자전거
타고 리장, 수허, 백사,
옥호촌으로 아주 쉽게 갈 수 있도록 그 구간에 초록색 페이트를 칠하는 것이었다. 이
거 따라가면 된다~
당연히 여행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사도 무지하게
많고. 그 중에서 꽃이라면 단연 여행가이드다. 그 가이드중에서도 꽃이라면 바로 산악가이드.
동북에서 자란 소년이 있다. 조선족이다. 한족,나시족,백족,이족과 같은 조선족이다. 한국사람들은 조선족이라는 단어에 뭔가 다른
걸 자꾸 끼워넣으려 한다.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따지자면 그냥 중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사람이예요~아자씨 아줌마~예의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사실 나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경계가 다 부질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우리는 다 그냥 지구인 일뿐.)
대련에서 대학다니며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거 공부했단다. 생긴
건 전혀 거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졸업 후에는 북경에 있는 삼성SDS에서 2년간 시스템엔지니어로 일했다.(솔직히 삼성SDS가 뭐하는데임? 몰라서 그러는데 아는 사람 댓글로 알져주기). 이후에 자기사업을 하겠다고 이거저거 시도해보다가 먼저
리장에 정착해있던 지 형의 "정신차려, 이 시끼야" 이말에 쪼로록 리장으로 건너와서 3년째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참고로 얘네 형이야기는 스토리 차암 많은 관계로 따로 정리해 보도록 한다.)
이 차일광 가이드는 혈기방자한 청년 가이드다. 올해 나이 만 29세. 가이드일은 3년
만땅 채웠고 이제 4년차에 접어든다. 회사나 군대로
치면 잔대가리 굴릴 줄아는 대리나 끗발
날리는 상병쯤되는거 같다.
물오른 가이드?
한국 산악팀들을 이끌고 설산 오지로 향하는 그의 삐적마른 체구에,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멘 채, 언제나 그의 머리에
씌어진 야구모자 아래 빛나는 두 눈빛(살짝 건방진)을 보면
일단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절대 이 모자를 벗지 않는다. 왜? 대머리니까! 그가
모자를 벗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더 당당하게 자신있게 자기 인생의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는 절대 벗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한 약속 때문이란다.
그는 가이드로서 관광객들의 비위를 잘 맞추는 스타일은 아니다.(나라면
무조건 맞추겠건만.) 가이드로서의 현장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존심을 지키며 관광객을
유도해나간다. 생각해보라 한 20명되는 어르신들 모시고 다니는게
쉬운지? 언제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 적절하게 긴장도 부여하고 또 그 긴장을 정확한 타임에 풀어제끼고. 진정한
선수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또 이 차일광 가이드님의 말씀
" 상품을 파는 것보단 제 마음을 파는 게 더 중요해요" 이런 발칙한
언사도 발사하신다. 참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차일광 가이드.
이 차일광 가이드는 일반 관광코스보다는 험한 오지 설산 등반을 더 선호한다.
오직 인간 대 인간의 진정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공간이라나? 그와
함께 이런 등반을 마친 분들, 특히 나이드신 누님들은 공항에서 울고 간다. 젊은 청년이 참 살아보겠다고 성실히 낑낑댄다고. 한국 돌아가서 전화도
날려 주신다. 밥은 먹고 다니냐고. 엔간하면 서울로 오란다, 중매서겠다고. 여기서 이 차일광 가이드 잘나가는거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으로 듣겠다.
모 대기업의 부장님께서는 등반 오시기
직전에 구입하신 약 100여만원짜리 윈드파커를 단 5일 산행
중에만 입으시고 고스란히 이 차일광 가이드의 어깨에 둘러 주셨다. 이랬겠지. 등반 후 뒤풀이하면서 술 한잔 걸치시고, "이 쉐끼, 이리 와" 하면서 술김에 벗어서 입혀주며, "고맙다" 이러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리고 한국가서 약간 후회하셨을 것으로.
빈틈없는 일정을 정확하고 부드럽게 진행하거나, 또 오지 열악한
산속에서 팀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자기희생도 감내하는 이 차일광 가이드도 역시 구멍이 있었으니....
나와 따숑, 그리고 이 차일광 가이드는 가끔 리장 시내에서 야간
작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 차일광 가이드는 불의를 보면 몸으로 반응하는 친구다. 우리는 불의를 보면 머리만 반응한다. 간혹 이 차일광 가이드의 정의로운
행동으로 인해 사소한 소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 차일광 가이드 역시 불의를 보면 머리만
반응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한편으론 안심이지만 내심 그러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왜? 재밌잖아.
올해 초 따슝이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갈때 이 차일광가이드도 함께 한국에 한번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고, 항공권 구매하려고 컴퓨터에 앉아 이거 저거
살펴보며 빈번한 질문이 오가던 중,
동료 한 명이 "일광아, 근데 여권은 있나?"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이 차일광 가이드는 지가 마치 영화 "황해"의 하정우라도 되는 듯이 말한다. "여권 필요하오!" 이런....
결국 한국은 못갔다. 지금까지도. 이 차일광 가이드는 리장에서 서울가는 걸 마치 리장에서
북경가는 것으로 알고 있나보다. 중국은 여권 발급이 좀 까다로운 모양이다. 원적지도 다녀야하고 뭐 ..암튼 못갔다. 앞으로도 가긴 좀 힘들거 같다.
이 차일광가이드는 리장 고성에서 자그마한 한국음식점도 하나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고 아버지가 배달, 이 차일광가이드는 전반적인 운영과 마케팅을 맡고있다. 리장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 자존심 쎄고 더우기 속이 다 비치는 투명한 놈이다 보니 자칫 그의 강렬하고 직설적인 언사에 듣는 이들(특히 나와 따슝)이 간혹 곤혹스러운 적도 있다. 청년의 언사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살살하길 바란다. 형들도
반성할테니.
이 차일광 가이드는 형의 큰 울타리 안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딱 2년
후 독립할 거란다. 결혼해서. 이건 최근에야 나온 말이다. 결혼을 하겠단다. 그의 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 리장에 오래도록 뿌리내리고 살려는 건 분명하다. 먼저 자리 떠억
잡고있는 자기 형을 좀 뛰어넘어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자기 형을 존경한다는 동생. 정의에 불타는 이 차일광 가이드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형수. 찍소리 못하더라.
이 차일광 가이드는 점점 멋있어지고 있는데 우린 점점 찌질해지고 있다고 느끼니 ,,갑자기 졸음이 온다.
어이 차일광 가이드, 살살하자.
첫댓글 야, 정말 재미있다. 훌륭하다!!!
드뎌 일광이 이름이 얼굴과 매칭이 된다. ^^
반가워요~~! 차일광 동생!
첫 사진~, 하바설산 정상이구나... !!
예전에 일광이가 했던 말... "그곳에서는 옥룡설산, 백마설산... 그리고 저 멀리 메리설산도 보여요. 정상들끼리는 다 보여요." .... 입으로만 정상을 올랐던 내게 ... 묘한 울림이 있는 말이었지. 차일광 멋있다~!!!!
비교적 적확한 인물묘사이지만... 너무 빨았어...
이 정확한 분석!!! 역시 직업은 속일 수 없어...
나노끄님 댓글의 이야기와, 모자에 얽힌 사연이 인상 깊습니다.
인물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