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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되겠으며, 공증인이나 변호사 대신 자유롭게 창작하는 사람이 되겠노라는 스물 살짜리의 갑작스런 선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가족에게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안정된 경력을 포기한다고? 발자크 가문 사람이, 저 존경받는 살랑비에의 손자가, 문필가 따위의 의심스런 직업을 갖겠다고? ~~~~~~
그런데 이 못된 젊은이가 재능의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보인 적이 있었던가? 그가 쓴 어떤 근사한 글을 읽은 적이 있나, 아니면 어떤 지방신문에 시라도 발표한 적이 있나? 한 번도 없었다! 학교마다 그는 벌 받는 자리에 있었고, 라틴어는 32등이었다. 착실한 상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학문인 수학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랬다.
게다가 이 선언은 가장 좋지 못한 시기에 나왔다. 아버지 발자크의 재정 상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
‘안돼!’하고 부모는 단언하였다. 그리고 자기들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친구들이며 친척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물론 한목소리로 이 쓸모없는 인간의 방자한 망상에 반대하였다. ~~~~~~
며칠 동안 가혹한 싸움을 하고 난 다음 대단히 시민적인 타협에 도달하였다. ~~~~~~ 2년 동안 부모는 대단히 의심스런 오노레의 재능에 투자를 한다. 유감스럽게도 보증이 없는 일이다. 오노레가 2년 안에 위대하고 유명한 문필가가 되어 있지 못할 경우 그는 다시 공증인 사무소로 돌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이 탕자에게서 깨끗이 손을 떼겠다. ~~~~~~
고집불통인 어머니는 처음으로 자기보다 더 강한 의지에 굴복해야 했다. 그러니 그녀가 얼마만한 절망감을 맛보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
그녀는 조용히 계획을 세웠다. 이 고집 센 젊은이를 선의로도 간청으로도 이런 수치스런 직업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으므로 그녀는 이제 술수와 끈질김으로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 집에서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난방이 된 공증인 사무소가 얼마나 따뜻한 곳인지 알아야 한다. 파리에서 뱃속에 꼬로록 소리가 울리게 되면 이 뒤대한 계획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 다락방에서 손가락이 얼면 멍청한 글쓰는 짓을 그만둘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로서 앞으로의 그의 생활을 걱정한다는 핑계를 대고 방을 얻어주기 위해서 함께 파리로 갔다. 실제로는 계획을 잘 세워서 미래의 작가를 피곤하게 하려고 파리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형편없고 비참하고 불쾌한 방을 구해주겠다는 계산이었다.
노랗고 더러운 벽지에, 누추함의 냄새가 나는 이 지붕 밑 방보다 더 역겨운 것은 없었다······. 지붕은 아래로 쳐졌고, 느슨한 기왓장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나의 숙소는 하루 3수였는데, 밤에 램프를 켜기 위한 기름 값이 3수였다. 나는 손수 방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배일 빨래비로 2수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플란넬 셔츠를 입었다. 석탄으로 난방을 했다. 그 총액을 일 년의 날 수로 나누어보면 대략 2수가 못 되었다······. 이 모든 지출은 합계 18수를 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예기치 않은 지출을 위해 2수가 남았다. 이 긴 곤궁의 세월 동안 물값을 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침이면 손수 생 미셀광장에 있는 샘에서 물을 길어왔다······. 수도사같이 고독한 처음 열달 동안 나는 그렇게 가난과 은둔 속에 살았다. 나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며 하인이었다.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열로 디오게네스의 삶을 살았다. ~~~~~~~
창가에 앉아서 공기를 숨쉬고 빵을 부수어 우유에 넣으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기억이 난다. 눈으로는 갈색과 밝은 회색과 붉은 색의 석판이나 기와로 된 지붕 풍경을 이리저리 훑었다. 지붕들은 누르스름한 혹은 녹색의 이끼로 덮여있었다. ~~~~~~~~
나는 이끼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그 색깔들이며, 비가 그것을 생기있게 만드는 것을, 그리고 햇빛을 받으면 마른 우단으로 변하는, 변덕스런 갈색 이끼를. 시적이고 빠른 하루의 인상들, 안개의 슬픔, 갑작스럽게 나타난 태양, 밤의 침묵과 마법, 아침해가 떠오를 때의 신비스러움, 굴뚝의 연기 등, 자연의 모든 사건들이 내게 친근해지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나의 감옥을 사랑하였다. 나는 자유의사로 그곳에 있었다. 저 아래 삶의 심연 위쪽에 펼쳐진, 평원처럼 똑같은 모양의 지붕들로 이루어진 이 파리의 사바나 초원. 그것은 내 영혼으로 들어와서 나의 상상력과 뒤섞였다. ---<마법가죽>
** 발자크는 비싼 값을 치르고 얻은 자유로운 처음 며칠 동안 장차 자신의 불멸을 위한 비참한 이 장소를 작업 공간으로 바꾸었다. 그는 손수 더러운 벽에 석회칠과 도배를 하였다. 가지고 온 몇 권의 책들을 세우고 다른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어왔다. 장래 걸작을 쓰기 위해 하얀 종이들을 쌓아놓았다. 초를 하나 사서 그것을 조명등 삼아 빈 병 안에 넣었다. 그리고 램프를 위한 기름도 샀다. 램프는 작업의 사막에서 밤의 태양이 되어줄 것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단 한가지만 빠져 있었으니, 하찮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미래의 작가는 자기가 무엇을 써야 할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는 구멍 속에 몸을 감추고 대작이 완성되기 전에는 거기서 나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순전히 본능으로만 했던 것이다. 이제 시작해야 할 시점에 그는 아무런 특별한 작업 계획도 없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공허하고 설익은 계획들의 주변을 맴돌았다. 스무살짜리는 자기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이 되려는지 아직 분명한 생각이 없었다. 철학자인지,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극작가인지, 아니면 학자인지. 어디를 향할지 모른 채 다만 힘만을 느끼고 있었다.
** 계단을 올라오느라 숨이 가빠 헐떡이는 작고 뚱뚱한 남자, 단추를 잘못 끼운 갈색 웃옷에 절반쯤 끈이 풀린 구두와 정돈되지 않은 갈기머리를 하고 방안으로 들어서서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 그의 85, 혹은 90킬로그램의 몸무게에 짓눌린 의자는 삐꺽 신음소리를 내고, 그런 그의 첫 인상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뭐라고? 이 거칠고 뚱뚱하고 몸치장도 제대로 못한 구질구질한 친구가 우리의 발자크라고? 우리의 가장 친근한 감정을 노래하는 시인, 우리 권리의 옹호자라고? 부인들은 기막혀 하고, 거기 있던 다른 작가들은 만족스러운 태도로 거울을 흘끗 보면서 자기들이 얼마나 더 나은 효과를 내는지, 얼마나 더 정신적으로 보이는지 확인해보곤 했다. 수많은 부채들 뒤로 미소들이 감추어지고, 신사들은 이 눈에 거슬리는 모습의 시민, 문학적으로 그토록 위험한 경쟁자의 유쾌하도록 비천한 모습을 보면서 심술궂은 눈길을 교환하였다.
그러나 발자크가 말을 시작하는 순간 고통스런 첫 인상은 번개처럼 바뀐다. 재치와 정신으로 번쩍이는 하나의 ‘급류(torrent)'가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방안의 분위기는 금세 전기를 띠게 되고 그는 자석처럼 모든 주의력을 자기에게 끌어들인다. 그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철학에 대해서, 그런가 하면 정치적 구상을 펼치기도 하고, 수많은 일화들을 알고 있으면 실화와 지어낸 이야기들을 한다. 이야기하는 동안 그것들은 점점 더 환상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변한다. 그는 떠벌리고, 비웃고, 웃어젖히고, 빛나는 작은 눈에서는 오만불손한 황금빛 불꽃이 인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힘에 도취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도취시킨다. 그가 자신의 충만함으로 말하는 순간 그는 비할 데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은 유쾌하고 광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는 무엇이든지 적당한 정도라는 것을 벗어났다. 좀스럽다는 것보다 그의 성격에 안 어울리는 것도 없었다. 발자크는 거인의 선량함과 어린아이다운 특성을 가졌다. 그는 두려움을 몰랐다. 오직 낭비적으로만 행동할 수 있었다. 어느 것도 그의 선량함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 첫사랑 베르니 부인의 죽음은 발자크의 생애에서 커다란 후지의 하나였다. 그를 교육하고 보호하고 그에게 사랑과 자신감을 가르쳐준 그녀, 진정한 어머니의 ‘딜렉타’가 이제는 그를 보호하고 감싸주고 격려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멀리 우크라이나에 애인이 있고, 가까이 샹젤리제에도 애인이 있건만 그는 혼자였다. 그의 생애 어느 때보다도 더 혼자였다. 그녀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내면에서 어떤 새로운 것이 분명하게 깨어났다. 이 생명력 넘치고 낙관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 전에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으니 바로 두려움이었다. 신비스럽고 헤아리기 힘들고 여러 가지 뜻을 담은 두려움. 모든 힘을 다해도 자신이 스스로 시작한 엄청난 작업을 완수하지 못할까하는 두려움, 너무 일찍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일에 빠져서 진짜 삶을 놓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었다.
내 삶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난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발자크는 자문해보았다.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미 상당히 듬성해진 갈기머리카락에 뚜렷한 한 줄기 흰머리. 그것은 근심이고 매일의 싸움이며 작품에서 작품으로 영원히 쫓기는 추격전이었다. 뺨은 누렇게 부풀어 올랐고 턱은 두턱이 지고 몸은 뚱뚱했다.
그것은 창문을 두텁게 내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낸 끝없는 밤들이었고,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에서 공기도 움직임도 자유도 없이 보낸 주간들이었다. 이렇게 벌써 17년째다. 날마다, 달마다, 수만, 수십만의 쓰인 종이들, 50만 장의 교정쇄, 책, 또 책. 그런데 이룬 것은 무엇인가? ~~~~~~
10만 프랑의 빚을 안고 그는 7년 전에 새로 시작했다. 10년, 20년 동안이나 자신의 잠을 훔쳐내면서, 자신의 힘을 갉아먹으면서 일만했다. 30편의 소설을 썼다. 그러면 이제 짐은 없어졌나? 아니, 그것은 오히려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매일같이 그는 또다시 신문과 출판사에 자신을 팔아야한다. ~~~~~~
다르게 살자! 이제 그의 내면의 목소리가 이렇게 경고하고 독촉하였다.~~~~~~
그전까지 그에게 모든 것을 의미했던 작업이 갑자기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여행, 삶, 향락, 이것이 서른일곱 살부터 발자크의 욕망과 꿈이 되었다. 일은 그만, 명성도 그만. 그림자가 싸늘하게 그의 심장을 건드린 이제야 비로소 쾌락과 유희의 열망이 그의 내면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이다.
** 1845년에서 1846년····· 실제로 이 기간에 발자크에게는 <인간희극>의 완성보다는 미래의 아내를 위해 집을 짓는 일이 더 큰 관심사였다. 이 구제불능 몽상가에게 있어서 희망은 언제나 현실이 되곤 하였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말 앞에 마차를 매달았다. 아니면 빈 수레를 앞으로 말이 서 있게 될 빈자리 앞쪽에 매달았다.
1845년에 발자크는 집도, 새 집을 지을 집터도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궁전을 지을 집터를 사들일 돈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집을 위해서 벌써 열심히 치장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열광이 그를 사로잡았으니, 바로 골동품이었다. 왕비의 먼 손녀뻘 되는 제부스카가 살게 될 집은 보물보관실, 미술실,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이 거대한 망상꾼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겨우 2,3백 프랑 때문에 전당포를 찾는 주제에, 극히 진지한 태도로 루브르, 에레미타주, 우피치 미술관들, 그리고 왕후장상의 궁전들과 똑같이 되려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
어디에 머물든지 똑같았다. 어떤 도시에서든 그는 공돌품 상점에 들렀다. 거의 자석에 끌린 것 같았다. 여기서는 그림 테두리를 사고, 저기서는 그림을 사고, 다시 저기서는 꽃병, 여기서는 가지가 많이 달린 촛대를 사는 식이었다. 그는 며칠이고 골동품상을 돌아다녔다.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면서-그리고 대개는 운임도 지불할 수 없으면서-·····
** 발자크는 어쩌면 자기 상황이 어떤지 짐작이나 하는 정도였을지 모르지만, 의사들만은 분명히 그가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스카 부인에게 자기들의 의견을 밝혔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제 결혼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그녀는 마침내 그렇게 여려 해 동안이나 구애를 해온 이 남자에게 마지막 소원을, 그가 일생 가장 바라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녀는 이제 이런 행동이 어떤 위험과 결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더는 낭비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선량한 발자크’는 이제 ‘가련한 발자크’가 되었다 성실하게 오랫동안 봉사해온 하인이 죽을병에 걸리면 귀족 여인들이 느꼈던 것 같은 동정심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마침내 1850년 3월로 결혼식이 예정되었다. ~~~~~~
3월 14일에 우크라이나 주도인 베르디체프에 있는 성바르바라 교회에서 예식이 거행되었다. 의식은 극히 조용하게 치러졌다. 사람들의 관심을 일절 피했다. 아무도 초대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새벽 7시 여명 속에서 의식이 진행되었다. 쉬토미르 주교가 나타나기를 고대하였지만 물론 그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발자크는 고위 귀족 출신인 수도운자 차루스키 백작이 부부의 의식을 베풀어주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식이 끝난 직후 그들은 죽도록 지친 채로 밤 11시경에 집에 돌아왔다. ~~~~~
발자크는 이 행복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는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다. 길은 여전히 눈이 덮여서 이용할 수 없었다. 길이 괜찮더라도 그의 건강상태는 여행을 불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발작들이 약해진 신체를 덮쳐왔다. ~~~~~~
다시금 발자크의 귀향에는 저주가 놓여있었다. 그것은 발자크가 얻은 행복의 대가로 현실에 공물로 바쳐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언제까지나 작가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환상>의 고통 받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
그들은 기차로 마지막 구간을 왔고 기차는 연착하였다. 그들 두 사람이 마차를 타고 앞으로 나갈 때는 깊은 밤이었다. 발자크는 자신의 지시들이 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실천되었는지 초조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모든 세부사항까지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두었었다. 그는 꽃받침대들과 꽃병들이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할지, 얼마나 많은 불들을 밝혀두어야 할지, 하인은 손에 가지가 여럿 달린 꽃장식이 된 촛대를 들고 어디서 자기들을 맞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마차가 멈추었다. 프랑수아는 말을 들었다. 집은 위서부터 아래까지 온통 밝혀져 있었다. 그러나 문 앞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벨을 울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또다시 발자크는 벨을 울렸다. 불을 밝힌 집은 조용하기만 했다. 몇몇 이웃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발자크가 마부를 재촉해서 집의 문을 열어줄 열쇠공을 데려오는 동안 발자크 부인은 마차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억지로 결혼하더니 그렇듯이 억지로 문을 열고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런 다음에 유령 같은 장면이 뒤따랐다. 하인인 프랑수아를 어떤 방에서 찾아냈다. 그는 미쳐있었다. 바로 이 순간에 그는 이성을 잃었고 한밤중에 정신병원으로 실려가야만 했다. 사람들이 미쳐날뛰는 사람을 제압해서 수송해가는 동안 발자크는 제부스카로 태어냔 고귀한 부인을 그토록 빛나게 그리던 집안으로 안내하였다.
나는 벨을 울렸다. 달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길거리는 쓸쓸했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벨을 울렸다. 문이 열렸다. 촛불을 든 하녀 하나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는 내 이름을 말했다. 그녀는 나를 살롱으로 안내했다. ~~~~~~
나는 한 동안 기다렸다. 불빛은 살로의 가구들을 비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포르뷔스와 홀바인의 화려한 그림들도 비치지 못했다. 대리석 흉상은 어둠 속에서 임종을 앞두고 있는 남자의 유령처럼 출렁거렸다. 송장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발자크는 머리를 엄청난 양의 쿠션에 파묻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소파에서 가져온 붉은 다마스트 천 쿠션들이며 베개를 합친 쿠션더미였다. 그의 얼굴은 보라색, 거의 검은색이었고 오른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수염은 깎지 않고 백발을 짧게 깎여있었다. 눈은 멍하니 뜬 모습이었다.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는 황제와 닮았다. 늙은 간호사와 하인 하나가 침대 양옆에 붙어있었다. 침상 뒤편 탁자 위에 촛불이 켜져 있었고, 문간 옷장 위에 하나가 더 켜져있었다. 나이트 테이블 위에는 은꽃병이 놓여있었다. 하인과 부인은 일종의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죽어가는 사람의 그르렁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침상 옆에 있는 촛불은 생생한 불빛으로 벽난로에 걸려있는, 장밋빛으로 젊은, 미소짓는 남자의 초상화를 비추었다. 참기 힘든 냄새가 침대에서 풍겨나왔다. 나는 이불을 들추고 발자크의 손을 쥐었다.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나는 그 순을 꼭 잡았다.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가 내게 말했다. “동틀 무렵 돌아가실 거예요.”
----<빅토르 위고의 회고록>
첫댓글 스테판 츠바이크-서구의 많은 작가들은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죠.
발작도 그렇군요.
예전에는 '골짜기의 백합'이라든가 여려편의 발작의작품을읽은 적도 있는데,
츠바이크를 통하여 그의 진면목을 더 상세하게 알게 되는 것 같군요.
감사해요.
현정원님의 독서가 마음에 들어요. 저도 돌아다니는 일 그만하고 푹 파묻혀 책 좀 읽고픈데. 그게 어렵네요. 젊었던 시절(지금은 덜 젊었음) 독서가 지금도 생각나네요. 방학하면 한 달 내내 책읽기!
강정주 선배니임~~
선배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덜젊은 선배님의 예쁜 얼굴<용서하시기를, 어린 것이 감히 한참 선배를!>과 맑은 눈빛을 떠올립니다^^ 지금도 이러하신데, 선배님이 많이 젊으셨을 때는 어떠셨을까요?! 선배님의 그 맑은 눈빛은 지성의 반짝임이겠지요?!
선배님 연배가 되었을 때의 저도, 얼굴의 주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지성미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을 가질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순한 입술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배님, 서로 함께 독려하며 책 많이 읽어요^^
최고의 찬사로 선배의 마음을 흐믓하게 하는 후배님 칭찬은 앞으로 그렇게 되라는 격려로 받아 들이겠어요. 예를 들어, 술먹고 눈 게슴츠레 뜨지마라 또는 책을 읽어 지성을 좀 더 쌓아라 등등 마무튼
저의 독서는 교과서가 전부였을 것입니다. -교과서는 독서에 안들어 가나요?-
오죽하면 사위 며느리 보기 전에 책을 읽어 볼까해서 찾아간 모임이 현대수필이었으닌까요.
시반도 소설반도 있었는데 처음 접하는 독서이기에 수필이 쉬울 것 같아 선택했지요.
일년이 넘어 얻은게 있다면 글의 재미를 알아간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되는 기쁨 보다 그 동안 몰랐던 글의 재미를 알아가면서
이 길에 들어 선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듭니다.
책과 함께 나이 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현샘이 기제해 주신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아이쿠! 큰 일 났네요^^ 이제 정말 책 열심히 읽어야할까 봐요!
제 모자라는 기억력을 스스로 돕기위해 시작한 글 올리기가 여러 선생님들의 격려를 받네요^^
좋은 책, 감동받은 귀절을 서로 권하면서 우리 열심히 책읽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