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매주 2회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하루는 시내 인근 병원에 목욕 봉사를, 나머지 하루는 마을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봉사다.
“할아버지!!!” 목청 좋은 여학생이 평소 자주 들르는 할아버지 댁을 찾았다. 부랴부랴 나온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손녀라도 본 듯 함박웃음을 띄며 여학생을 맞는다. “할아버지, 어깨 주물러 드릴게요. 저번에 오른쪽 다리 아팠던 건 좀 어떠세요?” 살갑게 챙기는, 변함없는 아이의 모습에 할아버지는 가슴이 뭉클하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던 봉사활동.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그렇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을 어르신을 찾아뵙기도 하고, 급식에 나온 사과 한 개를 꼭 갖다 드리겠다는 일념으로 쉬는 시간, 땀 흘려 달리기도 감수한다.
이런 아이들의 봉사에는 지리산고만의 이념이 스며들어 있다. “공부 잘하는 거,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봉사를 하고 사람이 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베푸는 건 자기 것을 잃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누고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인심 좋은 옆집 할아버지같은 박해성 교장의 이야기다.
교사 출신의 박해성 교장은 폐교가 된 백곡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지금의 지리산고를 설립했다. “돈 없는 학생들이 마음 편히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짓는 게 항상 꿈이었어요.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뜻이기도 했고요. 공부도 공부지만 저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인성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학교가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교가 탄생했다. 교육비나 숙식비가 전액 무료인 사립고등학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뽑아 아이들의 부담을 완전히 덜어주고자 한 박 교장의 취지를 그대로 품은 학교였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이면엔 그에 상응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운영 대부분이 사람들의 후원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후원이 없을 경우, 수업을 진행하지도, 아이들이 밥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지리산고의 사정을 알고 전국 각지의 후원자들이 자신의 능력 안에서 후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후원자들은 특정 대기업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지리산고를 응원하는 개미후원자들. 그렇기에 지리산고에는 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밥 한 끼 등 소소한 모든 것들에 후원자들의 정(情)이 담겨 있다.
아몽과 술탄을 비롯해 이곳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리산고등학교는 세상이 주는 특별한 선물과도 같다.
“형편상 공부를 잘 못 시킬 줄 알았는데 지리산고등학교를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스스로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는 등 자립심, 책임감도 기르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배울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명호(고1)군의 어머니 최영하씨는 서울에서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조금 안타깝지만 아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다고 말한다.
공부에 지식공부와 인생공부가 있다면 지리산고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전하는 학교인 것 같다. 이곳을 통해 아이들은 지식뿐만 아니라 사랑을 알고 감사를 느끼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가 함께 할 준비를 배우고 실천하는 아이들, 그들이 꿈꾸는 ‘해피투게더’ 세상이 꼭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G-이노잡2010‘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공하는 G-이노잡2010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농어촌과 구직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G-이노잡2010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