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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프랑스 파리 레프트뱅크로의 초대
'저 사랑하고 열망하는 도시‘
-천부적 재능의 시인 르네 비비앙-
‘지상에 남겨진 가장 사랑스런 도시’
-40년간 파리에서의 생활을 집필한 ‘뉴요커’잡지기자 재닛 플래너-
“고백하자면, 나는 파리를 너무나 좋아했다.”
-1920년대 프랑스 문학과 영문학의 연결 다리가 되었던 서점 세익스피어 & 컴패니의 실비아 비치-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 프랑스 파리 센느강의 좌안, 레프트뱅크에는 예술을 사랑하는 영미의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듬직한 풍채의 여성소설가 거트루트 스타인, 그녀를 절대적 스승으로 모시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는 빼빼마른 제임스 조이스, 재즈와 클래식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크로스오버의 선구자 조지 거쉬인(독자들이여~!! 고백하건데, 전 거쉬인의 음악 외의 일체의 크로스오버는 제 괴팍한 취향 상 질색이기 때문에 절대 듣지 않습니다.), 겁 없는 당돌하고 무모한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주나반즈........
그렇다면 그들에게 레프트뱅크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라 메종 데 자미 데 리브르( la maison des amis des livres)' 서점의 주인 아드리엔느 모니에의 말을 인용하자면........
-레프트뱅크는 나를 불러들였고,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나를 부르고 잡아둔다. 나는 그 곳을 떠나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다. 몸속 어느 기관이라도 정해진 장소를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책 ‘파리는 여자였다’ 中-
“작가 이자 영화감독 장콕토를 위해 친구들이 파티를 열었죠. 나(스캇 피츠제럴드- 미국작가, ‘위대한 개츠비’와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의 위대한 저자)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우디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 2012년作-
가르송 스타일의 (garcons style)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에게 둘러 싸여 피아노를 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콜 포터, 존재감 넘치는 풍채와 구수한 입담으로 마티스, 모딜리아니, 파블로 피카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트루트 스타인(분명 손에 와인이 아닌 물을 들고 있었을 겁니다. 술 자체를 싫어했기에 술꾼에게 일말의 관용조차 베풀지 않았어요.)그리고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느 보부아르........
자~!!!1920년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파리의 저녁, 레프트뱅크 파티에 참석했을 법한 예술가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은~~
La maison des amis des livres & 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에서
비가 심하게 내리진 않지만.......서점에 들어가서 서점주인 아드리엔느와 실비아의 따스한 접대를 받는 것도 좋겠지요.
확실히 그녀들의 서점은 서점 이상이니까요! 그녀들의 서점은 책과 사랑에 빠진 세상 모든 이에게 무료로 대여해 준답니다.^^
마드무아젤 실비아의 말로는 그녀의 서점 세익스피어 앤드 컴패니에서 T.S 엘리엇의 ‘프루프록의 연가’ 시 낭송회가 있다는 군요.
J.A 프루프록의 연가 -T.S 엘리엇 지음-
만일 나의 대답이 저 세상에 돌아갈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고 내 생각한다면
이 불길은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러나 내가 들은 바가 참이라면, 이 심연에서 살아 돌아간 이 일찍이 없으니,
나 그대에게 대답한들 수치스러울 염려가 없도다.
그러면 우리 갑시다,
그대와 나,
지금 저녁은 마치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된 환자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
헌데, 말이죠. 요즘 실비아는 아일랜드 태생의 천재 작가 제임스 조이스 씨에게 푹 빠져 있나봅니다.
절대로 연인관계는 아니고요. 그녀는 그를 숭배한다합니다. 그러던 중에 그의 작품 율리시스가 미국에서 영국에서 검열 후
출판 불가 서적으로 낙인찍혔지 몹니까. 결국은 ‘겁 없고 이타적이고, 경험도 전혀 없는 이 가난한 젊은 출판인’인 실비아가
그의 작품의 산파역을 맡기로 했답니다. 저기서....
오늘도 야근인 파리 인쇄업자들이 툴툴 거리고 있네요. 매 교정쇄마다 추가된 본문을 집어넣는 짓을 더는 못하겠다고........
그런데 말이죠.......인쇄업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을 야금야금 침해하는 제임스 조이스 이 양반은 대체 어디 있을까요?!
참을성 많은 실비아의 개미만한 목소리에 따르면 생 제르멩거리의
카페 뒤 마고(Les deux Magot)에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소시지와 사우어 크라우트를 한가롭게 먹고 있다는 군요. -_-;;
하여튼 그는 굉장히 까다로운 작가지만 실비아 그녀는 그의 독창적이다 못해 난해한 문체가 몹시도 맘에 드는 모양입니다.
그녀의 오랜 친구 아드리엔느가 미국에서 건너온 젊은 작가 헤밍웨이를 주목하라고 했는데도.....
헤밍웨이가 뛰어난 작가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임스 조이스를 밀어주고 있으니 말이에요.
며칠 전에는 여성작가 거트루트 스타인이 들어와 펄펄 뛰며 성냈다는군요.
“제임스 조이스에게 쏟은 열정 반만큼이라도 내 자식들(작품들)에게도 신경 좀 쓰란 말이에요!!!”
실비아가 소스라치게 놀랐나 봐요. 여태껏 그녀가 거트루트 스타인과 젊은 미국 작가들의 관광 안내인 역할을 자청했을 정도로
거트루트 스타인과 친분이 두텁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ㅠㅠ
아드리엔느가 실비아에게 경고했더랍니다. 거투르트 스타인의 작품을 돕는 게 남는 장사라고~~
제임스 조이스 저 양반은 율리시스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날 당신을 버릴 거라고........
실비아가 아드리엔느의 조언을 들었더라면........
끝까지 훌륭한 산파였던 실비아는 율리시스가 태어나던 그날 파산하고 말아요.ㅠㅠ
자, 서두르세요. 시 낭송회가 끝나면 곧이어 맞은편 아드리엔느의 서점 ‘라 메종 데 자미 리브르’에서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전이 있답니다. 그녀에게 그간 자투리 필름을 공짜로 제공한 영화감독 부뉴엘씨와 그의 친구 화가 달리,
초현실주의자 만 레이씨도 오신다는군요.
그녀의 서점은 어떤 분위기였을까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회상에 따르면
-그곳은 유명 작가들로 북적거렸다. 누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의자들이 줄지어 있는 광경,
어둠 속에서 빛나던 영사막, 아름다운 색체에 뒤덮인 낯익은 얼굴들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머물렀다........
모든 추앙받는 작가들과 아직 앞날이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인재들이 우리 눈앞의 영사막을 가로지르며 부유했다.
책 파리는 여자였다 中-
이렇게 그녀의 서점은 ‘시 낭송회’로 때로는 ‘사진전’으로 분주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실비아와 함께 엘리엇의
‘프루프록 연가’와를 공동 번역했답니다.
비가 제법 멈춘 듯 하군요. 이제는 장소를 바꿔서 거트루트 스타인의 살롱을 방문해 봅시다.
거트루트 스타인의 면모는 그녀의 전속 요리사이자 절친 이었던 엘리스의 다소 과장된 찬사를 인용하자면........
-그녀는 몸집이 크고, 육중했지만 작고 섬세한 손과 아름답고 독창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육체적 아름다움과 거대한 힘이 있었다........나는 그녀의 존재에, 그녀의 멋진 눈과 아름다운 목소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명을 받았다........
이야기 할 때에 그녀의 목소리는 콘토랄토 가수의 노랫소리처럼 아름다웠다........인생에서 딱 세 번 천재를 만난 적이 있는데,
매번 내 안에서 어떤 울림이 있었고 내 판단은 틀리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세 명의 천재는 바로 거트루트 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였다. 책 파리는 여자였다 中-
거트루트 스타인의 첫인상은 또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으로도 알 수 있겠지요.
“피카소가 그린 나의 초상, 언제나 나인 것, 나의 유일한 재현.”
그 누구보다도 피카소의 큐비즘을 인정하고 그 뛰어난 천재적 독창성에 경의를 표했던 거트루트 스타인........
그녀는 작가이기도 했지만 사실 빼어난 미술 평론가였어요. 세잔느, 마르셀뒤샹, 피카소, 마티스........
그녀는 그들의 작품의 진수를 직관적으로 아는 대단한 심미안을 지녔지요.
“이 그림은 독창적이긴 해도 객관적이진 못해요. 전체적으로 요염함이 넘쳐 흘러요. 아름다움보다는 그쪽이 더 강조 되었죠.
파블로 씨, 저속함 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세요.” -우디앨런 감독의 미드 나잇 인 파리 2012년作-
그런데 현대미술을 사랑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취향 면에서는 통속적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요리사인 엘리스가 그러는데 하루는 렌 가를 산책하다가 중고품, 골동품 상점을 들렀데요.
거트루트는 단번에 스페인 도자기 인형을 보더니 거기에 꽂혀서 꼭 사겠다고 했고,
엘리스는 그 인형이 스페인 산이 아닌 동유럽 산일 수 있다고 말렸죠. 결국엔 사지 않기로 했지만 말이죠. “
그건 이제 내 안에 있으니까 방해만 될 거야.”
정교한 일본제 찻잔에서 뽀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내오면서 엘리스의 말은 계속 됩니다.
“ 그 스페인 도자기 인형은 오페라 ‘3막 속의 네 성인’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그녀는 작곡가 버질 톰슨,
그리고 디자이너 & 화가 플로린 스테타이머와 오페라 대본을 협력해서 썼는데, 작곡가 버질 톰슨은
거트루트 그녀가 시적 형태로서 오페라를 발견했다고 뛸 듯이 기뻐했죠.”
이렇듯 거트루트 스타인은 미술 면에서도 음악 면에서도 그 당시 파리 레프트뱅크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어요.
그러나 그녀의 가장 빼어난 예술적 재능은 역시나 문학에 있었고 그녀는 1953년 퓰리처상,
그 이듬해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신적스승 역할을 했어요.
헤밍웨이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면.......
-1923년 11월 9일
기자 일을 때려치우려고 합니다. 지난겨울 당신은 기자로서의 나를 망쳐버렸지요. 그 이후로 전 형편없었어요.......
당신이 이야기 한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그렇게 처음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뭐든 다른 생각이 있으면 편지를 보내주십시오. 저는 창작에 매진하며 항상 정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책 파리는 여자였다 中-
그 뒤로 1년도 지나지 않아 헤밍웨이는 기자 일을 정말 때려치우고! 소설에만 전념하기로 합니다.
다시금 1924년 8월의 편지를 인용하자면........
-중편 소설 두 개를 마쳤는데, 하나는 별로지만 다른 건 꽤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글쓰기가 너무 힘이 드네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쉬웠는데.......책 파리는 여자였다 中
거트루트의 살롱을 나와서 우리가 들를 곳은 미국 작곡가 조지 거쉬인의 하숙집을 들르도록 합시다.
마침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과 올리비앙 메시앙에게 사사 받으려 파리에 들렀다는 군요.
근데 두 작곡가 다 “지금 그대로 당신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세요.” 했데요.
특히 라벨 쌤은 “당신은 이미 1류 작곡가인데, 왜 2류 작곡가인 라벨이 되려는 건가요?”하고 겸손하게 극구 사양했다죠?!^^;;
거쉬인 씨가 그러는군요. 좀 전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방문했었는데 돈 버는 법 좀 알려달라며 자신을 부러워했더라는.........
그래서 일러준 처방전은 “좀더 대중성을 추구 하세요~~”
아무튼 평생 독신 남이던 거쉬인 씨의 작품중 주목할 곡 세 곡은
파리의 미국인
랩소디 인 블루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연아양이 바로 이 곡으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여왕 되었죠^^)
블라~블라~블라~약 2분간의 인터뷰 후에 멋들어진 재즈식의 피아노 협주곡 감상할 수 있어요........쇼맨십은 물론 최고죠........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아니고 재즈 피아니스트인지라.........자끄 루시에와 더불어 잘나가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할 곳은 콜 포터의 라이브 재즈 음악이 펼쳐지는 장콕토의 파티장입니다.
아마도 가르송 스타일로 치장한 여성들이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러 많이 입장하겠죠.
운좋으면 빨간 볼, 적갈색 머리, 기쁨과 장난기가 번뜩이는 회색눈동자를 한 언더그라운드의 고전이라 불리는 나이트 우드의
작가 주나반즈도 만날 수 있을 듯해요.^^물론 비흡연자인 우리는 그녀에게 가까이 가기 좀 힘들거예요.
우리가 전에 이미 만났던 여성작가들과는 다르게 주나반즈는 항상 커피 마실 때 담배를 필 정도로 애연가라서.......ㅠㅠ
뭐.......19세기 중엽에 파리에 살던 마담 상드도 담배를 폈는데 20세기 여성이니 참아 주자구요. ㅠㅠ
(참고로 담배가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은 1960년대 이후부터라네요.)
아무튼 앞서 말씀드린 1920년대 파리를 휩쓸었던 가르송 스타일!!♥_♥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깡마른 몸매에 보브 컷 스타일입니다. 대학시절 서양복식사를 교양으로 들어두었는데
전 사실 이 시대 옷이 가장 맘에 들어요.@ㅅ@
아무튼 콜 포터씨의 음악은 여성들에게 항상 인기만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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