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님의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 카페에 다른분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되셨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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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수행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지내던곳은 쌍계사 건너편 황장산 기슭이었습니다
며칠지나지 않은 어느저녁무렵 산길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작은 계곡을 지나 올라가니 오두막집이 보였죠, 얕으막한 돌담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빈집은 아닌듯한데 기척이 없었습니다
잠시후 주인인듯한 키큰 남자가 나오기에 눈인사하고
다가가 담넘어로 아래 누구집에 사랑채에 일시 거주중이라고 밝히고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마당으로 들어오라 하더니 발효차를 한잔 따라줍니다
머리는 꽁지머리에 깡마르고 키는 180정도에 안경낀 하얀얼굴..
젊은 나이에 지리산에 들어와 20년되었으며 공부를 하는중이라는 소개를 합니다
아 공부…그러면 고시공부나 신춘문예낼 문학공부중인줄 알았죠
다음날 저녁을 먹고 다시 찾아갔습니다 에이스크랙커랑 오랜지쥬스하나 사들고….
정식으로 통성명하고 제가먼저 여차여차해서 아곳에 오게되었고 아래 제다공장에서
날일하고있다고….
사람이 처음 대화를 하면서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않은데 편안하게 마주보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같이 공부하는 도반이 있는데 그는 지금 서울에서 공공근로하며 겨울지낼 생활비를 벌고
있는중이랍니다
봄에 수제차를 만들어 지인들통해 팔기도하고, 화게장터 숙박업소에 객실 청소해주면 한달
먹을 쌀등을 살수있고,.. 아는 스님들이 김치며 떡등을 나누어 주시고…
어떻게 사는지를 제가 물어보니 이렇게 알려주더군요
40 갓넘은 수행자, 흔히 거사라불리우는 제도권 승단에 오르지않은 불교수행자였습니다
지리산 둘레엔 그런 수행자들이 수행하며 살아가는 토굴이 많다는이야기도 듣습니다
저보다 연배는 적지만 다른길을 살아가고있는 그에게 호감이 갔습니다
방안에 옷가지 두세벌 라면박스 3개 책들, 병원에서 보던 하늘색담요, 30촉짜리 백열등하나,
명함두개크기 비로자나불 코팅한사진,아주작은 찾잔하나,소주잔에 모래담은 향꽂이
고무신,
방크기는 누우면 머리와 발이 벽에닿는 단칸방
난방은 하루에 장작 3개, 겨우 냉기만 가실정도
함부로 나무를 할수없어 가로수 가지치기를하며 생긴 나뭇가지를 용달차비만 들이고 사온답니다
혼자 기도 염불하며, 여느 절의 중과 같이 처사수계를 받아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고있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제살아온 이야기,최근에 속상한이야기등등을하며 불안한 퇴직자의 평범한 고민을
털어놓았죠 그또한 산에 오기전 살아온 얘기를 나누게됩니다
그러면서 제게 자기가 배운 선사들의 지혜를 하나 가르쳐줍니다
“매일 한가지씩 보시를 하도록 노력하십시요”
새벽 한시까지 얘기를 나누고 집에와 되뇌어 봅니다
며칠간 머리속엔 제가 그동안 살아온 것이 얼마나 생각없이 살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도 나도 하루 먹고 사는 것은 같은데, 나는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투정하며 사는것아닌가
하는 생각등등…
틈나는대로 그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며 책도 얻어보며 뒤늦게 세상보는 눈이 조금 바뀌게 되더군요
지금도 어려울때는 젊은 거사와 나눈이야기를 되뇌이면서 스스로 안정을 찾곤합니다
물론 서로가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 가지만, 때론 남들의 인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해봅니다,
그들 나름의 가치있는 인생도 귀하며 또 내게 반면교사가 될수도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부자가 가난한자를,강한자가 약한자를.. 서로를 이해하고 귀기울여주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행자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도 얼마후 연곡사 근방 토굴로 간다며 떠나더군요
이름만 김영기라 알려줄뿐 간곳을 알려주지않고 인연이되면 또만나게 된다고……..
그후로 저도 그를 흉내내서 그가준 몇권의 경전과 책자를 보며 향과 물을 떠놓고 앉아있기를
좋아합니다
가끔 한국에 가서 지리산 구석구석 다니면서 그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많이합니다
이곳이 야단법석, 미국이민에 관한 정보등을 나누는 자리인데 이런글을 올려도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얘기가 실제 카페에 도움이 되는 얘기가 아닌데…
첫댓글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그 연세에 결단있는 선택과 노력하시는 모습에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끔 되는군요. 다음글 기대하면서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