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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번째 산행이야기
낙동정맥 5번째
원효암→천성산→정족산→지경고개
1.산행날짜: 2000년 8월 19일(토)~20일(일): 무박산행
2.산행날씨: 산행 중: 안개, 구름 / 산행 후: 비
3.참가인원: 31명(거인산악회)
이구, 권영근, 김원숙, 김점수, 김종기, 박계신, 박종성, 박지혜, 서영구, 김경희,
서진석, 김유선, 남궁균, 최중찬, 엄덕영, 오혜림, 유재철, 이군복, 이방원, 이성우,
이병철, 이영수, 정영옥, 조유선, 조인기, 차기행, 최영락, 홍장권, 김안선, 박창서,
이연숙.
4.산행코스: 대석리→원효암→천성산→정족산→지경고개
5.산행시간
-03:30 대석리 착
-03:45 대석리 발(산행시작)
-05:15 원효암 착(1시간 30분 소요됨) / -05:40 발
-07:00 원효, 천성산 중간 안부
-07;33 천성산 착(아침식사) / -08:05 발
-10:15 정족산(삼각점) 착
-11:35 406.6m봉(송전철탑 No.16)
-11:48 342.7m봉(삼각점)
-12:40 통도골프장 입구도로 착(산행종료: 8시간 55분 산행함)
◈구간: 원효암갈림길(795m)--(산행38분/휴식3분)--895.8봉--(19/34)--807.2봉--(17/0)--천성산(원적산811.5)--(12/31)--792.5봉--(47/2)--안적고개(486)--(33/16)--612.9봉-- (18/9)--정족산(솥발산700.1)--(23/17)--664.7봉--(13/11)--솥발산공원묘지--(29/16)--406.6봉--(8/23)--342.7봉--(6/0)--통도사컨트리클럽--(45/0)--지경고개(110)옆35번국도
◈총산행시간 09:47 (대석리 03:45 ∼ 35번국도 13:32)
산 행 시 간 06:32
휴 식 시 간 03:15
◈총진입산행 01:57 (대석리 03:45 ∼ 원효암갈림길 05:42)
진 입 산 행 01:24
진 입 휴 식 00:33
◈총정맥산행 07:50 (원효암갈림길 05:42 ∼ 35번국도 13:32)
정 맥 산 행 05:08
정 맥 휴 식 02:42
◈거리: 원효암갈림길--0.9km--원효산--0.4km--895.8봉--1.5km--807.2봉--0.8km--천성산--0.8km--792.5봉--1.9km--580.2봉--0.6km--안적고개--0.9km--629.8봉--0.5km--612.9봉--0.8km--665.3봉--0.8km--정족산--1.3km--664.7봉--1.2km--도로--0.7km--406.6봉--0.5km--342.7봉--0.8km--노상산--1.7km--197.6봉--0.2km--지경고개 (총정맥거리16.3km)
진입: 대석리 ∼ 원효암갈림길(약5km)
총산행거리: 21.3km(진입5km + 정맥16.3km)
산행지형도
6.산행후기
4333년 8월 19일 흙의날
비 소식이 들린다. 요즘은 주말 들어 거의 비를 맞는다. 아버지는 산에 가지 말라고 하시지만 괜찮다고 대답한다. 절대로 포기하시지 않는 아버지. 늘 마음에 부담이 된다. 방울 언니들도 걱정인가 보다. 대석리에서 원효암갈림길까지 가는 동안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계곡에 물이 불어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곳에 가서 대장님께서 판단하실 것이다.
조금은 늦은 듯하다. 저녁 8시 46분. 집을 나선다. 동대문 종합시장 주차장으로 걷는 기분은 무거움이다. 아는 얼굴이 꽤 많아져서 다행이지만 이름과 얼굴을 조합시키기가 아직도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노창현 선배는 산행을 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영수 아저씨께서도 나오셨다.
저녁이라고 하던 시각은 밤으로 접어든다. 8시대는 저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데 10시는 밤이 제격이다. 밤 10시 5분. 버스에 시동이 걸린다. 원의연 아저씨의 노고로 완성된 낙동정맥 책자와 8월호 거인소식지와 구간 지도를 배부한다. 서초구민회관에서 방울 언니들과 서영구 아저씨 김경희 아줌마와 반가운 해후를 한다. 박창서 회장님께도 인사를 드린다. 오혜림 언니가 늦어져서 잠시 멈춘다. 버스에 올라 보니 오혜림 언니는 조인기 아저씨 옆에 앉아 있는데 대장님은 언제까지라도 밖에서 기다리실 태세다.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리실 거에요? 왜? 글쎄요... 오혜림씨 왔어? 네!
궁내동에서 김원숙 언니가, 신갈에서 이병철 아저씨께서 버스에 오르신다.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라 한편으로는 즐겁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겁기까지 하다. 잠을 자려고 하는데 곧 망향휴게소에 도착한다고 한다.
4333년 8월 20일 해의날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정차한 것 같은데 기억만 가물거릴 뿐 그 휴게소 이름이 무엇이며 정차한 시간도 알지 못한다. 새벽 3시 29분. 대석리. 지난번 닭죽을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이 있는 그 자리. 주차장까지 버스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웬걸. 버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고 움직일 줄 모른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끝낸다. 25도다.
03:45.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내리쬐는 태양 아래의 포장도로를 지겹다고 투덜대며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새벽이라 그런지 지겹지도 않고 별로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른다. 20분도 안되어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른쪽 임도로 접어든다. 지난번 하산할 때 다른 분들은 흥룡사 방면의 왼쪽 임도에서 내려왔나 보다. 오른쪽 임도가 낯설다고 한다. 20여분을 오르니 임도는 끝이 난다.
잠시 쉬어본다. 금방울 언니가 힘들다고 한다. 충분한 휴식 끝에 오른쪽 계곡을 건넌다. 지난번 하산길을 돌이켜 보면 길은 가파를 텐데도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데 금방울 언니는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한다. 지난번의 기억이 금방울 언니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언니는 하산하겠다는 결심을 굳혀간다. 하산해도 버스는 이미 대석리를 떠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언니를 혼자서 돌아가게 할 수도 없다. 걱정만 쌓인다. 언니의 짐을 내 배낭에 나누어 담는다. 조인기 아저씨께서 금방울 언니의 배낭을 대신 짊어지신다. 언제 뵈도 투철한 기사도정신에 입각해서 산행을 하시는 분 같다.
대장님은 후미에 언니들을 남겨두고 서둘러 앞으로 진행하라고 하신다. 선두가 원효암 갈림길에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곧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엄덕영 아저씨께서 무전기를 통해 알려오는 소식들이 원효암 갈림길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근심이 걸음을 늦추게 한다.
5시 23분. 원효암갈림길(795m)에 이른다. 선두 일행 모두 기다렸다가 출발을 하고 인원을 파악한다. 대략 20여명이 선두로 출발한다. 배낭을 부리고 원효암으로 간다. 그동안 소비했던 만큼의 물을 채워 놓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금방울 언니가 걱정이다. 은방울 언니까지 하산하겠다고 한다. 막막하다. 서영구 아저씨와 김경희 아줌마께서 언니들에게 자꾸 용기를 심어 주신다. 이제는 완만한 길이고 천성산까지만 가면 가파른 오르막도 없을 것이라고... 천성산에서는 내원사 쪽으로 하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금방울 언니는 액체 청심환을 마신다. 약간의 간식을 먹은 후 언니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5시 42분. 원효암 갈림길에서 출발한다. 895.8봉까지 1.3km의 도상거리는 우회하는 까닭에 그 정확성에 있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니 대장님께서 공터에서 기다리신다. 초소가 보인다. 왼쪽으로 휘어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니 알림판이 나온다. 민간인 우회등산로라고 적혀 있다. 원효암 갈림길에서 20분이 지난 지점이다. 원효산으로 오를 수 없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니 왼쪽에는 철조망이 이어지고 지뢰라는 팻말이 자주 시야를 어지럽힌다. 국경지대도 아닌데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의아해 하는데 동해 쪽에 접해 있기 때문에 간첩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는 설명이 들린다. 왼쪽 위에 보이는 군사통제지역 원효산 정상은 마음을 아프게 쓸어내린다.
곧 ㅓ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은 내리막이다. 왼쪽으로 오른다. 약간 가파르다. 원효암 이정표가 있고 지뢰 팻말이 있다. 잠시 내려섰다 오르는데 억새가 가득하다. ㅏ자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한참을 오르니 895.8봉이다. 6시 23분.
철조망도 끝이 난다. 햇빛이라도 비쳐 준다면 좋으련만 안개만 자욱하여 전망을 볼 수가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능선. 억새 능선이라는 것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억새를 배경 삼아 사진이라도 폼나게 찍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금방울 언니의 멋진 폼은 살아날 수 있을 텐데... 다행히 언니는 기운을 회복했나 보다. 힘들다는 얘기도 없다.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런 물음이 언니의 기력을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입을 다문다. 억새밭에서 김경희 아줌마의 고구마를 먹는다. 고구마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그래서 내 기호품이다.
7시 32분. 1.5km가 되는 807.2봉을 향해 출발한다. 부근에 시멘트 구조물이 있다고 했으나 안개 때문인지 찾아볼 수 없다. 완만하게 진행하는데 대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쪽 오른쪽... 중얼거리면서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하산길이 보이는데 앞서 간 사람들은 직진하여 능선으로 내려간다. 선두 일행이 분명 표지기를 달아 놓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도 대장님의 오른쪽!이라는 무전을 되뇌이면서도 직진하여 나아간다. 뒤에서 대장님의 외침소리가 들린다. 되돌아가는 억새 무성한 길.
그렇다면 선두 일행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간 것이리라. 대장님이 거인! 거인!을 외치신다. 멀리서 응답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무전을 들으니 선두는 계곡을 만났나 보다. 오른쪽에 보였던 내리막으로 진행한다. 북동 방향이다. 잠깐 가파르게 내리니 넓은 길이 나타나면서 억새밭이 나온다. 천성산 안부에 이르니 6시 55분.
선두 일행을 기다린다. 한 명 두 명… 과외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모두들 싱글벙글이다. 안개 속에서는 까다로운 독도 때문에 뭉쳐서 가야 한다는 대장님의 말씀에 모두 동조한다. 이병철 아저씨는 괜히 가이드를 따라갔다면서 앞으로는 가이드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신다. 하하하! 이영수 아저씨는 무릎이 안좋으신가 보다. 그래도 잘 가신다. 인원을 파악하니 30명이다. 1명이 부족하다. 누군가 소리쳐 부른다. 볼 일을 보신 모양이다.
언니들과 김경희 아줌마는 먼저 출발한다. 인원 파악이 끝난 후 출발을 서두른다. 벌써 7시 10분이다. 왼쪽 길로 오르면 천성산으로 직행하지만 도중에 계곡을 건너야 한다고 한다. 정간 길은 오른쪽 길로 올라야 한다. 가파르게 오르니 7시 16분 807.2봉이다. 여기에서 천성산까지 0.8km이니 곧 천성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밥을 먹기로 한다. 임도가 나오고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오르고 내리다 임도가 평탄해지면서 오른쪽으로 휠 즈음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방향은 여전히 북동 방향이다. 오르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거의 북쪽을 나타낸다.
대장님께 지경고개에 내려가면 거기에서 밥을 먹는 지를 여쭈니 오혜림 언니가 말한다. 진짜 밥을 좋아하나 봐요? 우아아아~ ㅏ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도 뚜렷하지만 직진하니 자갈길이다.
다시 ㅏ자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바위를 오르니 원적산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천성산(811.5m) 정상이다. 양산산악회에서 88년에 세운 대리석의 표지석이 있다. 뒷면에 "양산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상되다"라고 적혀 있다. 지리산 표지석이 생각난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가면 내원사와 주차장이 나옴을 알려준다. 가지도 못한 원효산까지는 2.9km라고? 갈 수도 없는 곳. 비구니 도량인 내원사가 보인다고 했으나 안개는 여전히 시야를 가린다. 원효대사가 1000명 대중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는데 글쎄...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이야기에 불과한가...
사진을 찍고 돗자리를 깔고 밥을 펼친다. 김경희 아줌마께서 가지고 오신 콩밥은 천하일품이다. 김과 멸치가 어우러져 입 안에서 분해되는 밥알들을 오래도록 씹는 탄수화물의 단맛. 이영수 아저씨와 이병철 아저씨도 같이 드시면 좋으련만 따로 드신다. 내가 제일 많은 양의 밥을 먹는다. 나는 정말 밥충이 같다. 포도도 시큼하지만 먹을 만하다. 어느덧 30분이 흘러 있다.
792.5봉까지 800m의 길을 향해 출발하는 시각은 8시 3분. 왼쪽으로 내려가면 내원사 행이다. 직진하여 몇 걸음 가다 오른쪽 바윗길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드니 평탄하다. 곧 ㅏ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을 택하니 내리막이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철쭉 터널을 내려간다. 오른쪽에 하산로가 보이는 억새 지대를 지나 오르막이 시작된다. 넓어지고 길은 북동 방향이다.
8시 16분. 792.5봉에 도착하니 삼각점(양산435 1998복구)이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삼각점이다. 삼각점은 언제 봐도 반갑다. 가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을 만날 때는 조금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길의 이정표가 되어 주기 때문에 늘 반갑다. 안적고개까지 2.5km.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 내려간다. 약간 경사가 있지만 좋고 넓은 길이다. 봉우리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휘어지니 직진하는 능선길로는 길이 없고 오른쪽으로 사면길로 우회길이 있다. 잠시 뒤 능선을 만나 완만하게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간 후에야 오르막이 나타난다. 아주 완만했는데 다시 내리막인데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사거리에 접어들고 봉우리를 왼쪽에 두고 임도로 진행한다. 왼쪽으로 임도는 휘어지고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언제까지 임도를 따를 것인가...
무전을 보낸다. 계속 임도를 따라 진행하라고 하신다. 오른쪽에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초록색 철망이 보인다. 한참을 내려가니 주남 꿀벌농장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이른다. 노란 교통막이 쳐져 있고 송신탑과 시멘트 건물이 보인다. 안적고개에 도착한 선두 일행과 대장님의 무전 교신이 들린다.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붙으라는 내용이다.
주남 꿀벌농장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휘어져 내려오다 보니 왼쪽 뒤로 가사암 가는 임도가 보이고 이정표도 보인다. 안적고개(486m)에 이르니 선두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9시 5분이다. 오른쪽으로는 시멘트 도로가 나 있다. 가사암 이정표와 대성암 안적암 조계암 방면으로 이정표가 두 개 있다. 시멘트 도로로 가면 양산시 웅상읍 주남리로 가게 된다. 612.9봉까지 1.4km.
9시 13분. 직진 임도로 걸음을 시작한다. 한 걸음 두 걸음 가다 보니 임도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왼쪽 임도로 가면 조계암과 안적암이다. 오른쪽 '성불로 가는 길 대성암'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가다 보니 임도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선두가 공터에서 무전을 보낸다. 대장님은 오른쪽 능선으로 접어든 후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라고 응답하신다. 임도는 시멘트가 포장이 되기도 하고 비포장이기도 하다. 임도를 따라가다 보니 오른쪽에 산길로 진입하는 곳에 표지기가 몇 개 보인다. 잠시 기다리다 대장님을 만나니 임도를 따라 내려가라고 하신다. 임도는 다시 시멘트로 포장이 된다.
시멘트 도로가 왼쪽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96년 천연림 보육사업' 표지판이 있고 '대성암 500m'라는 이정표도 보인다. 오른쪽으로 접어드니 공터다. 공터 오른쪽 능선을 보니 무릉도원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다. 전통차와 음식을 파는 곳인가 보다. 능선으로 올라선다. 금방울 언니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다. 잠시 뒤 나타난 언니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왼쪽으로 꺾어지니 헬기장 자국만 보이는 억새밭이다. 방향은 어느새 북서로 향하고 있다.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숲을 이룬 산길을 오르니 ㅓ자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여 오른다. 잉? 갈림길이 아니었잖아! 두 길은 곧 만난다. 잡목을 잠깐 거쳐 내려오니 길은 네 갈래로 나누어진다. 직진하여 오르니 억새밭이다. 계속되는 북서 방향의 길로 진행하며 억새를 헤치고 넓은 길을 오르니 612.9봉이다. 9시 54분. 정족산까지는 1.6km.
방화선길인지 소롯길인지 알 수 없다. 길에는 바퀴 자국이 나 있기도 하다. 오토바이일까? 자전거 바퀴라고 하기엔 굵고 차 바퀴라고 하기엔 너무 얇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길은 아주 넓어진다. T자 삼거리에 이르니 임도가 나온다. 왼쪽 임도로 향한다. 김원숙 언니가 앞서가는 방울 언니들을 보고 팬더 곰 2마리가 걸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김원숙 언니에게는 금방울 은방울 언니라고 알려드리고 달려가서 방울 언니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깔깔깔! 너무 재밌다. 손뼉 치며 좋아한다.
임도가 왼쪽으로 넘어가는 지점에는 무제치 늪안에 무단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임도를 왼쪽으로 넘겨 보내고 직진 소롯길로 들어선다. 다시 T자 임도 삼거리다. 임도의 오른쪽으로 몇 걸음 가니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영구 아저씨와 김경희 아줌마도 보인다.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언니들이 팬더 같다고 했더니 껄껄껄 웃으신다. 모두의 거나한 웃음이 이어진다.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조금 가파르고 바위가 자주 나오면서 드디어 정족산(700.1m)에 이른다. 10시 21분. 정족산인 줄도 모르고 바위를 우회하여 바위 정상을 지나치려는데 정상에 선 은방울 언니가 삼각점이 있다고 외친다. 바위로 올라서니 삼각점(양산413 1998재설)이 바위 위에 고정되어 있다. 뜻을 풀이하자면 솥의 발이라지만 솥의 발이 이렇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이름과 모양새는 판이하다.
다시 한바탕 먹을거리 잔치를 벌인다. 참외와 사과와 천도복숭아. 내 배낭이 아주 가벼워진다. 무게가 줄어들 때는 가벼운 걸음걸이가 흥겹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한 섭섭하다. 거의 산행이 끝나간다는 것을 뜻하므로. 전망은 여전히 안개 때문에 불가능하다. 온도계는 25도를 기록한다. 그저 먹는 즐거움만이 우리의 아쉬움을 잊게 해 준다. 10시 38분에 664.7봉까지 1.3km의 도상거리를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바위를 내려오니 길은 거의 평탄해진다.
다시 임도다. 오늘은 왜 이렇게 임도가 많이 나오는지... 속상하다. 오른쪽은 두 갈래로 나누어지고 있다. 왼쪽을 택한다. 임도가 오른쪽으로 내려갈 즈음 왼쪽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바위가 듬성듬성 박힌 봉우리를 지난다. 직진해서 진행하다가 오른쪽에 봉우리가 있어 올라보니 664.7봉이다. 11시 1분. 전망이 좋지만 독도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거인 표지기가 보인다. 직진하던 사람들을 부른다. 조그만 바위에 걸터앉는다.
오혜림 언니가 꺼낸 빵을 먹는다. 먹을거리 앞에서 좀 점잖아졌으면 좋으련만 언제나 싱글벙글이니 난 못 먹고 자란 거지같다. 안개는 여전하다. 406.6봉까지 1.9km를 향해 출발하려니 11시 11분. 오른쪽으로 잡목 터널을 거쳐 완만하게 내려간다. 안부에 이르니 오른쪽에 초록색 콘테이너 건물이 보인다. 오르막에는 오른쪽에 보이는 콘테이너 건물의 주인이 쳐 놓았는지 철조망이 보인다. 곧 오른쪽 봉우리를 우회하며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가파르게 내려가니 절개지가 나온다. 11시 25분. 그 앞으로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솥발산공원묘지다. 절개지의 흙이 끈기가 없는 데다 젖어 있어 조심하느라 한 사람 한 사람 다 내려가니 15분이나 지체된 셈이다. 도로에 떨어지니 물이 흐른다. 절개지를 내려오면서 묻은 흙을 닦아낸다.
밧데리가 다 소모되어 간다는 대장님의 무전기를 교환한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다가 T자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내려가니 도로는 사거리다. 오른쪽으로 가고 곧 삼거리다. 정간의 능선이 묘지로 인해 훼손된 부분을 보며 왼쪽으로 내려간다. 앞으로는 406.6봉의 철탑이 보인다. 비로소 안개가 걷히고 있나 보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텐데 오히려 안개 때문에 지금까지 전망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탓을 한다.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선두가 벌써 406.6봉을 지나고 있다.
11시 54분. 삼덕공원 현장 안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시멘트 도로를 횡단하여 직진하는 소롯길로 접어든다. 왼쪽에 묘지가 있고 오른쪽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소롯길은 곧 끝나면서 묘지를 건너 왼쪽 능선으로 진입하여 오른다. 묘 군락지를 거쳐 오른쪽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다시 묘가 나오면서 오르막이다. 봉우리를 하나 내려선 후 오르막은 조금 가파르다. 완만해지면서 406.6봉에 이르니 정말로 철탑이 있다. 16번이라고 적혀 있다. 정오를 넘겨 12시 10분이다. 기온은 더 낮아져 23도를 나타낸다.
마지막 향연을 누린다. 내 배낭에서 건낸 금방울 언니의 빵을 대장님께서 너무나 맛있게 드신다. "다음에도 가지고 올께요"라는 금방울 언니의 반응이 너무 기쁘다. 남아 있는 음식을 모조리 없애니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있다. 12시 30분. 비가 올 걸 걱정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342.7봉까지는 0.5km를 걸어야 한다. 조금 걷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빗방울이 뚝뚝거린다. 배낭에서 판초의와 배낭옷을 꺼내다 보니 일행들에게서 멀어진다.
오르막에 뱀그물이 나타난다. 앞서간 언니들을 부르지만 대답이 없다. 으~ 소름이 끼쳐 온다. 12시 41분. 342.7m봉의 삼각점(304재설 건설부7510)을 확인한다.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사진을 찍는다. 지도상으로 보자면 지경고개까지는 2.7km 거리이지만 우회해야 한다니 어느 지점에 도착할 지도 알 수 없거니와 따라서 도착지점까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공터가 있는 오른쪽으로 내려오는데 계속 뱀그물망이 따른다. "언니!" 아무 반응이 없다. 어쩜 좋아! 이럴 줄 알았다면 판초의와 배낭옷 때문에 일행들과 멀어지는 사태를 맞이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데... "언니!" 뱀 그물을 두 번 횡단하고 나서야 드디어 뱀 그물망은 끝이 난다. 일순간 깊은 한숨이 밖으로 새어나온다.
임도에 이르러서야 언니들이 보인다. 임도 왼쪽으로 몇 걸음 간 후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르니 Y자 갈림길이 나온다. 거의 직진길인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피해 왼쪽 시멘트 도로로 접어든다. 통도사컨트리골프장이 시작되는 곳이다. 12시 47분. 골프장의 사유지라는 이유로 정간의 능선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우회해야 하는 서글픈 길이다.
골프장을 왼쪽에 끼고 진행하다 골프장 홀을 건넌다. 골퍼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티를 내며 인사를 하니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잠시 골프를 멈춘다. 삼거리에 이르기 전 엄덕영 아저씨로부터 무전이 들린다. 삼거리에 이르면 왼쪽 길로 가야지 오른쪽으로 가면 이리 저리 우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삼거리에 이르렀는데 대장님은 오른쪽 길을 택하신다. 다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위쪽 길로 간다. 한 번 더 골프장 홀을 건넌다. '위험 절대감속' 안내문을 보면서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골프장 옆 잔디가 너무 좋다. 푹신푹신.
13시 4분. 왼쪽 홀에서 골프를 치던 사람들에게 정문을 향하는 길을 묻는다. 9번 홀을 오른쪽에 끼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다. 잔디밭 능선으로 접어들어 걷다가 오른쪽에 휴게소 건물이 보이자 내려오니 아스팔트 도로와 도보용 도로가 있는 곳이다. 왼쪽에 클럽하우스 건물이 있다. 도보용 도로는 캐디들이 카터를 타고 다니는 모양으로 잔디밭처럼 탄력있게 푹신거린다.
비는 한없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자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에는 논이 있다. 박창서 회장님으로부터 대장님을 찾는 무전이 들린다. 대장님은 응답하지 않으신다. 대장님! 무전이에요! 내 무전기는 배낭 안에 있어! 판초의 안에 있는 무전기를 꺼내어 응답한다. 주유소에 버스가 주차되어 있음을 알려주신다. 13시 24분 정문을 통과한다. 예쁜 아가씨가 지나가는 차량에게 인사를 한다.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빗물을 찰랑찰랑 밟으며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굴다리가 나온다. 굴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35번국도에 닿고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35번국도에서 오른쪽 신동아고속관광버스 있는 주유소 쪽으로 향한다. 13시 32분이다. 비는 하염없다. 버스에 오르니 빗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김승기 기사 아저씨께서 화를 내실 만도 한데 오히려 목욕탕 있는 곳까지 버스를 이동해 주신다. 이영수 아저씨와 이병철 아저씨는 벌써 식사까지 끝마치신 상태다.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버스에서 내린다. 목욕탕 입구에서 목욕을 하지 않고 옷만 갈아입겠다고 하니 은방울 언니가 벌써 목욕비를 치렀으니 빨리 들어가자고 한다. 우앙! 결국 이렇게 대중탕으로 들어가다니….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는다. 김경희 아줌마께서 탕 속으로 들어가신다. 나도 얼른 들어가니 너무 뜨겁다. 으! 한기를 느끼는 것처럼 목에서는 저절로 소리가 새어나온다. 목욕탕 우스개소리가 생각난다.
탕 속으로 들어가면서 아버지가 '어! 시원하다'라고 말하자 탕 속으로 들어가던 아들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군'이라고 한다는 씨리즈 유머. 그리고 그 부자가 목욕을 끝내 밖으로 나와 남아 있는 천원으로 찐빵을 3개 사서 아들에게는 하나를 주고 자기는 두 개를 먹은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배부르지!' 했을 때 아들이 '하나 먹고 배부르면 두 개 먹은 사람은 배 터져 죽겠다'던 두 번째 씨리즈. '아버지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며 아들을 쥐어박자 아들이 곧이어 보이는 반응. '그래 죽여라 죽여 네 아들 죽지 내 아들 죽냐?'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게다가 우산마저도 하나밖에 없다. 우산 하나를 들고 버스를 불러온다. 한 명씩 버스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버스에서 내려 밥집으로 향한다. 이영수 아저씨와 이병철 아저씨는 추어탕 집으로 가라고 하신다. 추어탕요? 잉~ 내 반응에 매운탕도 있다고 하신다. 언니들은 그렇다면 매운탕을 먹자고 한다. 수제비를 들먹이면서….
우산을 빌려 두 사람씩 한 우산 속으로 들어가 음식점으로 향한다. 추어탕 집에 가기 전에 중국집에서 일행들이 식사를 하는 게 보인다. 대장님은 중국집으로 들어가자고 하신다. 하긴 낯선 곳에 가서 먹거리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중국집으로 가라는 원칙이 있지 않은가.
싸고 맛있게 해 주겠다는 여자 주인의 호객행위와 더불어 중국집으로 들어가니 찌개거리도 있다. 식당 안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대장님은 짜장면을, 우리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주문한다. 서영구 아저씨께서 김치찌개에 고기를 많이 넣어줄 것을 당부하신다. 맛은 별로다. 게다가 밥도 아주 조금이다. 투덜대니 한 그릇 더 주신다. 어딜 가나 밥 타령이라니. 밥은 뚜껑을 열었을 때 언제나 수북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머니의 습관이자 내 지론이다.
대장님의 짜장면을 한 젖가락 맛보니 으! 이럴 수가! 대장님마저도 짜장면을 옆으로 제쳐두시고 밥을 드신다. 이번에도 서영구 아저씨께서 밥값을 치르신다.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부담이 갈 만큼 죄송스럽고 고맙다.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사드릴게요." 계산이 잘못되어 항변을 하고 몇 천원을 되돌려 받는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린다. 늘 혼만 난다. 3시 12분 서울을 향해 버스가 움직인다. 조잘조잘. 곧 잠에 빠져든다. 차는 막히지 않는다. 5시 7분. 칠곡휴게소에 내린다. 요플레를 사 먹고 커피를 마신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버스로 돌아와 서영구 아저씨 김경희 아줌마 이병철 아저씨 이영수 아저씨께 하나씩 드린다. 인원을 파악하는데 부족하다.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한 보따리 싸들고 오른다. 잉! 웬 아이스크림! 홍장권 아저씨께서 한 턱 내시는 거라고 한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이잉~ 한 사람에게 하나씩 돌리다 남은 건 대장님에게 하나 더 드리고 모두 내 차지가 된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고... 천안삼거리휴게소에서는 커피를 마신다.
우산이 필요없다는데 언니들은 한사코 내게 우산을 내밀며 양재동에서 내린다. 9시 50분. 신사역. 얼마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온다. 오늘은 운이 좋은가? 버스에서 내리니 10시 5분. 이젠 빨래거리만 걱정할 때다. 비가 오고 난 후엔 빨래를 해야 할 양이 배로 늘어난다.
(거인산악회 총무 이연숙님[고인]의 후기를 발췌했습니다)
7.특기사항
①지형도: 1/50,000(양산) / 1/25,000(삼호·통도사)
②날씨: 새벽 안개와 오후 비. 대석리25도 895.8봉20도 천성산20도 안적고개23도 정족산25도 406.6봉23도 35번국도25도
③교통: 신동아고속관광버스(김승기 기사)
-동대문 ∼ 대석리: 05:24(양재동7분 궁내동1분 신갈1분 망향휴게소20분 정차)
-지경고개 ∼ 서울(신사동): 06:38(칠곡휴게소21분 천안삼거리휴게소15분 정차)
④답사 산봉우리
No.262 천성산(千聖山 811.5m): 경남 양산시 웅상읍, 하북면 소재
-정상석
No.262 정족산(鼎足山 700.1m): 경남 양산시 하북면 /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소재
-삼각점(양산413 1998재설), 바위.
8.경 비
①산행회비: 40,000
②목욕비: 3,500
③교통비: 5,000
④기타: 10,000
⑤합계: \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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