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 마음껏 죽여라 어차피 너희 세상이니
우리를 다 죽인대도 아무 책임 없는 것을
여기는 너희의 사냥터 미군의 재미난 놀이터
푸르른 이 강산마저 전쟁 연습장일뿐
(2) 누이를 때려서 죽이고 아우를 칼로 찔러 죽이고
농아를 성추행하고 독극물도 버리고
그걸로 모자랐더냐 너희가 훈련하기에는
그래서 꽃같은 소녀 탱크로 죽였더냐
(후렴) 핏물로 새겨 놓으리라 너희의 씻을 수 없는 죄
우리가 통일을 이뤄내는 날 천배만배 되갚아주리니
그때 구걸하지마라 네놈들의 구차한 목숨
한민족을 업수이 여긴 댓가를 한꺼번에 치르게 해주마
민중음악가 윤민석 노래
'또 다시 너를 묻으며 '-주한미군에게 고함
온통 빨간 물결이던 유월의 함성 속에
묻혀버린 의정부 여고생 효순이와 미선이의 압사사건
미군 케네스에 의해 자궁에 콜라병이 박히고
항문에 우산대가 꽂힌 채 끔찍이 살해되었던
1992년에 있었던 윤금이 살해사건을 떠올려봅니다.
이 땅이 뉘 땅인데,
언제까지 저들 가는 길을 비켜서야만 하는지..
책상 앞 달력을 넘깁니다.
칠월의 아침입니다.
고향 들판의 벼들은 새끼를 치며 푸르러 지고
자두, 복숭아 과일들이 익어 가는 계절
우리들 마음도 푸르게 우거지고
제 맛이 배어드는 날들이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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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03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에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르다가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 이현주 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며칠,
길을 나서렵니다.
별이 가까운 마을에서
길을 멈추고
돌돌돌 흐르는 강물소리를
들어보렵니다.
씻어도, 씻어도
쉬이 씻기지 않을 때이지만
그 강물소리에
마음 때도 씻어보렵니다.
따가운 햇볕 속으로
태풍 소식 전하는지
간간이 부는 바람이
느티나무의 우듬지를
흔들고 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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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08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메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을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어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木枕)들을 베여보며
이 산(山)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굴과 생업(生業)과 마음들을 생각해 본다
씨앗을 뿌려놓고 나니
밭가상에 까치가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 놈들 다 쪼아먹지나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콩을 세 쪽을 심는 이유를 떠올리며
웃으며 돌아온 휴일이었습니다.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풍경과
햇살 환한,
태풍 지나간 말간 아침
그대도 그렇게 말간 인사로
한 주의 창을 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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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10
엄마는 아침부터
밭에서 살고
아빠는 저녁까지
논에서 살고
아기는 저물도록
나가서 놀고
오뉴월 긴긴 해에
집이 비어서
더부살이 제비가
집을 봐주네
이문구 동시집 중에서 '오뉴월'
낮잠에서 깨어나면
텅 빈 집안의 적막함에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이 안되고
학교에 가야하는데 늦은 것이 아닐까
한참을 안절부절 하게 만들던
어린 시절의 그 나른한 낮잠을
떠올려 보는 아침입니다.
짜증나고 지치기 쉬운 날씨입니다.
누구에겐가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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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12
더는 버틸 수 없어
폐쇄하였다는 공고문만 펄렁일 뿐
사연을 물어볼 이 아무도 없는,
가라앉은 먼지와
빛 바랜 신문지 조각들의
간이역 대합실
차마 떼어내지 못한
낡은 시간표를 바라보다
푸르게 내달리던 바퀴소리의
세월을 떠올렸던가
소스라치는 깨진 유리창 너머
녹슨 철길을 따라
지천인 개망초 둑길 아래
폐광에서 흘러내린 눈물로
붉어지는 구절양장의 강
시간이 좀 늦은 길이라면이야
허름한 여인숙에라도 들어
첫차를 기다리면 되겠지만
이제 기다림도 소용없는 일인가
영영 끊겨버린
너에게 가는 길이란 말인가
- 김인호 시 '구절리역에서'
지난 봄,
38일간의 발전파업이 끝나고
벗들은 감옥으로 가고
나는,
더는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어
폐쇄 되어버린 정선선 구절리역처럼
먼지만 가득해져갑니다.
혼자서 이 산골,
저 산골길을 달려보아도
아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갈 수 없어
그만 돌아서고 마는 길, 날들
오늘로
섬진강편지 칼럼 2주기가 되었습니다.
작은 도랑물들이 모여 강을 이루듯이
많은 사람들이 연을 맺었고
강물 또한 푸르고 넉넉해졌습니다.
김도수이장님,
박정순, 오정순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오늘에 이르렀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조금 늦겠지만 7월 말쯤에나
섬진강 식구들 섬진강강변에 모여 앉아
별빛 어린 술잔을 나누며
어우러지는 자리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구나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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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15
하늘의 거센 소나기가
미칠 듯이 지상을 한바탕 훑고 지나간 뒤
보랏빛 연한 하늘에 하나의 강렬한 붉은 태양이 떴다
< 이시영 시인 '적요 후'>
죽죽 내리던 비 그쳤지만
길 나서는 사람들
반쯤은 우산을 들고있는 아침
아직 빗방울이 묻어있는 버스 유리창 너머
월요일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내 살았던 집들을 헤아려봅니다.
광주 양동, 광천동, 백운동, 산수동,
서울 가리봉동, 도봉동, 인천 화수동, 원
평택 원정리, 제주 삼양동 대천, 순천..
참 많이도 옮겨다녔지만
하나도 잊혀지지 않는 곳들
어느 시절이 가장 행복하였던가?
가만 생각해봅니다.
훗날, 돌아보면
어느 한 시절이 되어 떠오를 오늘도
맑은 날들로 만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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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16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신경림 시집 「뿔」중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한 권의 시집을 주머니에 넣고 가는 일은
그 시인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와 함께 강을 건너기도 하고
그가 외진 별정 우체국에 일 보러 간 사이에
그를 기다리며 화단에 핀
보라 빛 벌개미취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시집이 들어있는 주머니 쪽으로 몸이 기우는 것은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그가 바쁜 내 걸음을 자꾸만 붙잡는 까닭인 것만 같습니다.
어제, 발전소 해외매각을 발표했습니다.
열에 여덟은 반대한다는데 막무가내인지..
다시, 거센 바람의 냄새가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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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18
여기에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나는 저녁이면 돌아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가
몇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비 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쪽 납작바위에 붙어앉아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다가 새벽녘 솔바람 소리 속으로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이시영 시집 「사이」 중에서 '나의 나'
어제는 관악산엘 올랐습니다.
계곡에는 많지는 않지만
며칠 전 내렸던 빗물들이 모여 맑게 흘러내립니다.
그 물가에 자리를 펴고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 물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골짜기에 물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삭막해 보일까!
흘러내리는 소리만으로도
마음을 적시는 시 같은 물 앞에서
잠시 시의 길을 생각도 해봅니다.
연주암의 점심 공양..
고춧가루가 가득한 국수 국물까지
훌훌 들이키며 새삼 먹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산행이었습니다.
'나만의 내가 나에게 아침인사를 한 때가
언제였을까?'
보내 온 여학생의 시 한편이
컴 속에서 튀어나와 인사를 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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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22
꽃을 보려면
난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한다.
물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아야 한다.
죽음이 향기로 피는 꽃
죽음이 아름다움으로 피는 꽃
난을 살리려면
한 사흘만 향기에 취하고
한 사흘만 아름다움에 눈먼 뒤
꽃을 잘라야 한다.
죽음이 향기로운 꽃
죽음이 아름다운 꽃
사람아
우리는 얼마나 목말라야 꽃으로 피는가
얼마나 향기로워야 꽃으로 지는가
- 안상학 시인 '춘란'
옛 동료들을 만나고
찾아간 소래포구
배들은
바다로 가는 길 잃은지 오랜
흐릿한 눈빛으로 누워있었지만
어물전 함지박 위로
기어 오르는 낙지들의 방향은
온통 바다 쪽이더군요.
그대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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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25
콩만한 나방이 사방에 날아다녔다
농협 앞 좌판 곡물 자루에 담겨 또렷또렷 까만 눈
자발없게 끔뻑이기에 데려와서 잊고 지낸 불찰이다. 대체
딱딱하게 굳은 저 몸 어디로 침입해 벌레는 알을 슬어놓았을까
결코 호락호락 생을 내어주지 않을 것 같은
둥글게 말아 쥔 저 짱짱한 초록의 내세(來世) 한가운데
날선 송곳니도 갈퀴다리도 없는 무력한 애벌레로 비집고 들어서서
현무암 같은 견고한 뼈대 가르며 긴 몸 누일 집 지을 수 있었을까
아니지, 흐물거리는 낮은 포복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지
해찰하는 사이 고물고물 슬어 놓은 남의 자식들을
콩은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제 아랫도리 틈새 벌려 받아들였던 게지
밭은젖 무르게 만들어 파먹히며 어미 맘으로 여생을 내어 주었을
눈부신 상생(相生)의 교리가 거기 서목태* 한 알 안에 들어있었던 게지
* 서목태(鼠目太): 쥐눈이 콩이라 불리며 민간 요법에서
약으로 많이 쓰여지는 까닭에 약콩이라고도 불리운다
< 손세실리아 시인 '틈새' >
어제는 하루를 조용히 쉬었습니다.
가끔 주어지는 휴식의 시간이지만
어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시간이었기에...
고장난 선풍기를 고치고
한 뼘 밭에 나가 오이 두 개 , 가지 몇 개
풋고추를 따고
열무 씨를 뿌렸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온다지만
더울 때는 더워야겠지요.
매미 소리 굵어지고
햇살 짱짱한 아침
눈부신 상생(相生)을 들려주는
시를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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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26
그대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를 지나간다
군내버스를 타고 간다
두메산골 나뭇짐 지고 내리던
그대의 배고픈 어린 얼굴 온 산에 가득하구나
보도연맹에 나가 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버지 얼굴 지리산에 온통 진달래로 피었구나
슬픔과 눈물이 깊게 쌓이면 흉터로 굳어지고
가난도 오래 가면 굳센 정신이 된다는 것을
내 이미 터득했거니
묵계저수지에 내려앉는 저녁노을
그대 인연의 빛깔 아름다움이여!
- 이성부 시집 <지리산> 중에서
'정규화 시인에게' -
밤늦게 일 끝나는 아내 기다려 꼼장어 집에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두 번 째 시집에 대한 축하연입니다.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힘들고 팍팍한 삶이지만
늘 환히 웃어주는 사람
시험을 백 여일 남겨놓은 큰아이는
지쳐 힘든지 깨워도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이 여름을 잘 났으면 좋으련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십오분을 걷고
세 개의 호선을 갈아타는 아침,
태풍의 전령, 바람이 많이 불고 무덥지만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를,
마산 허름한 술집에서 만났던 詩속의 시인을
떠올려 보는 시간은 맑아집니다.
무더운 날, 그대도
지치지 말고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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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29
눈을 떠라 네 눈을 통해 네 속으로 들어가마
네 속에 들어가 네 기억을 타고 멀고 달콤한 여행을 떠나마
황량한 초원을 질주하고 다시 고랑밭 옥수수밭도 내달리마
너와 함께 서서 지평선에 지는 방석만큼 큰 해도 보고
낯선 거리를 짓누르는 둔중한 찻소리도 들으마
양철 차양에 듣는 빗방울 소리에 귀도 세우고
마방집 떠들썩한 술추렴에도 코를 벌름거리마
네가 눈을 감으면 나는 네 속에 갇힐 것이다
나갈 수가 없어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부끄러움도 뉘우침도 사라질 것이다.
신경림 시 <말을 보며>
주말 어떻게 보내셨나요.
모깃불 피워놓고 대나무 평상에 누워
별을 헤다 잠들고 밤이슬에 젖는다고
어머니 깨우면 잠결에 오르던 토방에
무릎을 찢던 기억....
어제는,
선풍기와 나무숲으로 난 작은 창으로는
삼십오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를 견디기 어려워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 밤이었습니다.
소쩍새 울다 그쳐
다시 우는 소리를 기다리는 사이
어느 틈에 잠이 들었습니다.
휴가를 떠난 자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아침입니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 해보지만
며칠 무더위가 이어진다는데..
나, 후두둑 빗소리로
그대 귓가에 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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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띄우는 아침편지 -0730
청승맞은 소슬바람에도
대나무들 낭창낭창 흔들리더니
대숲에 가라앉았던 푸른빛들
눈부시게 되살아난다.
탄력을 받은 푸른빛들은
온 숲을 흔들며 바람을 타는데
내 안의 푸른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세상을 꿈꾸는 일은 자꾸만 멀어지고
몸마저 누추해지니
늙은 숲에는 바람이 일지 않는구나.
아, 사라진 푸른 넋들이여.
탄력의 세월이여.
나는 다시 한번 흔들리고 싶다.
머잖아 내 작은 땅에 고향을 일구고
몸 속 깊이 푸른 대나무를 심어
낭창낭창 흔들리고 싶다.
-박두규 시인 '푸른 탄력'
한줄기 소나기가
나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는 가버렸고
지하철 안에서 겨우 책 한 권 펼쳐들 수 있는
틈을 내어 기형도의 짧은 여행의 기록을 엿보는데
아, 지하철 천장을 비행하는 한 마리 잠자리
유유히, 그러나 이리저리 부딪치며
고추밭으로, 나 보다 키가 훌쩍 커버린
깡냉이(옥수수)밭으로 나를 끌고 다닙니다.
그렇게 잠자리 따라 들판을 뛰놀다가
낭창낭창한 대나무 숲의 푸른 빛을 품은
한 줄기 바람을 만난 아침 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