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여학도기념비와 역사관
광주문화재단에서 발간한 『광주견문록』 제4권은 “광주에는 일제강점기 피 끓는 청춘의 시절을 살아야했던 학생들의 항일운동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광주제일고등학교, 그리고 지금은 자연과학고로 이름이 바뀐 옛 광주농업고등학교와 전남여고 등이다.”라고, 전남여고를 적고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발상지는 두 곳으로,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6호로 1999년 4월 30일에 지정되었다. 한 곳은 광주제일고등학교이고 또 다른 곳은 전남여자고등학교이다. 그런데 『광주견문록』은 광주학생독립운동 발상지를 살피면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수록하고 전남여고는 단지 거명 그뿐이어서 여학도들의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다. 위치를 고려할 때 전남여고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근거리에 있어 관광객의 접근성도 좋은 곳이다. 논의를 거듭한 결과 우리 팀은 전남여고로 향하였다. ‘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비’와 ‘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 역사관’에 대한 탐험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전남여고는 1927년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로 개교하여 여러 번의 교명 변경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비’ 앞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발상지2/ 광주전남여자고등학교’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도한 광주공립여자고등학교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광주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후 가두시위와 동맹 휴교로써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으로 만주와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민족 차별 교육에서 비롯되어 독립 만세 운동으로 발전한 이 운동은 수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던 항일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학교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비’와 1928년에 붉은 벽돌로 건축된 본관이 있다. 본관은 일제 강점기 당시 여학생들의 교육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였던 장소였다”라고 이 장소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비’는 1959년 1월 13일 제막식을 가졌다. 기념비의 건립문은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썼고 기념비문 휘호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썼는데 기념비 정초(定礎) 속에 건립문과 휘호의 영구보존을 위해 비혼궤를 끼워 놓았다 한다. 비혼궤는 비(碑)의 혼(魂)을 담은 상자인데 강철, 유리로 된 2중상자라고 한다. 전국 여학도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한 내용과 기념비 건립에 대한 기록이 들어 있는 타임캡슐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찰의 불상을 해체할 때 복장 유물이 발견되듯 이 비도 해체되는 순간, 조성 당시를 증언하게 될 것이다. 빗돌에 새겨진 글을 읽어본다.
배달 여자의 전통적 덕행을 이어, 맨손으로 왜정의 총칼에 항거하여, 독립의 한길을 닦은 여학도의 절의는 골 해의 겨울이요, 잘 사람의 본이다
여학도의 절의는 만 년의 거울이요, 억 명의 본이라는 내용을 되새기며 ‘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비’ 앞에서 고개를 돌리면 ‘역사관’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만주에서 찍어 왔다는 붉은 벽돌 건물의 오른쪽 하단에 건물을 설명하는 돌판이 있다. “이 건물은 1928년에 준공된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본관 건물로 1999년 4월 30일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에 학생독립운동 여학도 기념 역사관을 2011년 5월 25일에 개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역사관 관람은 행정실 직원 노은선님이 동행하였다.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과 충장축제 때는 상시 개방을 하고 학교 동창회에서 나와 설명도 해주지만 평소에는 해설사나 관리인 배치가 없기 때문에 관람을 원하면 반드시 학교 행정실에 들러 직원과 동행해야 한다. 이 건물은 역사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1층은 교무실 등이 있었고 2층은 교실로 사용되었다.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2011년 5월 25일 제84주년 개교기념일에 맞추어 ‘학생독립운동 여학도기념 역사관’으로 개관하였다. 역사관은 총 5개의 권역으로 구분된다. 1층에서 ‘전남여고와 만나다, 제1전시실-역사 사료관, 기획 전시실’을 둘러보고, 반질거리는 나무계단을 걸어 2층으로 올라갔다. ‘제2전시실- 전남여고 역사관, 제3전시실- 독립 전시관’에서 여학도들의 매운 기상과 접할 수 있었다.
토르소처럼 몸통만 남은 거대한 히말라야시더들과 여학도 기념비와 백송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린다. 종달새 같은 여학생들을 붙잡고 역사관에 대하여 물어보니 역사수업 시간에 보았다고 한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교장선생님의 인솔로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한다고 말하던 행정실 직원의 말이 사실 그대로여서 반갑다. 백송 옆에 만발한 매화 줄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향을 퍼뜨린다. 서슬 퍼런 일제를 두려워 않던 여학도들의 절의(節義)인 양 가슴이 서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