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수리기술자 시험 준비에 관하여
한옥학교 14기 허경도
저는 건축을 전공한 적도 없고 오랜 기간 목수로 일한 것도 아닌데 얼떨결에 문화재수리기술자 시험에 합격한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목수를 하기 전 문화답사를 통해 많은 건축문화재를 직접 본 것과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시 저의 시험공부 과정이 여러 동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험을 준비 전 과정과 저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습니다.
1. 나의 시험 준비 과정
가. 2007년 1월 - 4월 : 한옥학교
나. 2007년 5월 - 7월 15일 : 경북 영주 법고창신에서 목수로 근무
* 그동안 치목 및 여섯평 남짓한 민도리 맞배 요사채 한 채와 네평짜리 육모정 한 채 조립의 경험을 가지고 공부에 돌입
다. 2007년 07월 17일 - 2007년 10월 5일 : 시험준비
* 계명대 도서관에서 공부. 한국사, 한국건축사, 문화재 보호법을 매일 2시간씩 총 6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은 전공 두 과목에 집중
* 혼자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몰라서 매우 답답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자협회와 문화재보호재단에서 실시하는 여름특강을 수강.
라. 2007년 10월 10일 - 2008년 06월 20일 : 법고창신 근무
* 법당, 제실, 솟을삼문, 정자, 도리이상 해체보수 등의 다양한 공사에 참여
* 현장에서 일과 후에 시험을 위한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고 주로 고참 목수들과 친해지며 현장의 실무적인 여러 의문점을 자세히 묻고 배우고 쉬는 날에는 각종 자료를 수집하였음.
마. 2008년 06월 24일 - 2008년 10월 12일
* 청도 적천사에서 공부
* 같은 공부를 하는 동료가 있어 공부에 대한 공감 및 정신적 안정에 매우 도움이 되었음
2. 수강한 교육내용
가. 2007년 문화재수리기술자협회 여름특강 (8시간*3일 / 금토일 3일 강의)
*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기간에 실시하는 시험 준비용 특강
* 덕수궁에서 실시했는데 교육내용보다 덕수궁을 맘껏 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았음.
나. 2007년 문화재보호재단 주최 여름특강 (8시간*4일 / 주말 토,일 강의 / 2주)
* 교육시설은 기술자 협회의 덕수궁 보다는 좋으나 내용은 대동소이함.
* 문화재보호법을 전공하는 김창규 교수의 강의는 한번쯤 들으면 좋다고 판단됨.
다. 2008년 문화재보호재단 주최 문화재수리기술강좌 (8시간*12일 / 매주토요일 / 12주)
* 전체적인 안목을 넓히는 데는 좋은 강의이나 지방에서 12주 동안 서울로 가는 교통비와 수강료 등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비용이 드는 교육임.
라. 2008년 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 교육 (8시간*2주 / 2주간 입소교육)
* 부여에 있는 전통문화학교내에 있는 연수원에 입소하여 교육을 받게 됨.
* 교육내용은 위의 문화재보호재단의 내용과 비슷함.
* 같은 공부를 하는 30여명의 사람들이 2주 동안 대부분 합숙을 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한다는데 의미가 있었음.
* 부여 및 공주 등 충청도의 여러 문화재를 답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함.
3. 과목별 공부에 관하여
가. 한국사
* 평소에 역사에 관한 관심이 많았었고, 연관 도서를 많이 읽었음. 특히 근, 현대사는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관심 분야였기에 공부에 수월했음.
* 시험공부는 정재준 著‘통합 한국사’라는 책으로 공부, 정재준 강의 동영상을 매일 운동시간에 1강의(보통 50분)씩 들으며 공부
* 9월부터는 공무원시험 기출문제집 등을 추가 구입하여 문제위주로 공부
* 두 번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데 9급 공무원시험의 국사보다 약간 쉬운 수준인 것으로 보이며 적당히 공부해도 80점은 무난히 넘을 수 있음.
* 공부하는 곳 근처에 혹시 공무원 학원이 있으면 두 달 정도의 한국사 문제풀이 특강을 듣는 것도 좋음.
나. 한국건축사
* 책은 많으나 문제집이 적고 그 문제집도 오류가 많아 자신의 실력을 측정하기가 매우 힘든 과목이다. 물론 한국사를 제외한 네 과목 모두가 이에 해당하기는 마찬가지다.
* 시중에 나와 있는 한국건축사 관련책으로는 한국건축사/대한건축학회/기문당, 한국의전통건축/장경호/문예출판사, 한국건축양식론/정연국/일지사, 한국의건축/윤장섭/서울대출판부, 한국건축의역사/김동욱/기문당 등의 책이 있다.
* 위의 책들 모두가 약간씩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두를 한 번 이상 읽어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김동욱 著 ‘한국건축의 역사’를 몇 번 정독하고 난 다음 윤장섭 著 ‘한국의 건축’으로 심화 학습하면 좋을듯하다.
* 인터넷이나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의 경우 오답이 많으므로 문제와 답을 외우는 식의 학습은 좋지 않음. 특히 인터넷상의 황세옥씨 관련 책은 오류가 매우 많았음.
다. 문화재보호법
* 전통문화학교 김창규 교수著 ‘문화재보호법 개론’(동방문화사)과 문화재보호법,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문화재보호법시행규칙 3단비교표를 텍스트로 삼아 공부하면 됨.
* 이 과목 또한 시중에 문제집이 없어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는데 힘든 게 사실이나 법령 및 ‘문화재보호법개론’을 다섯 번 이상 정독한다면 80점 이상은 보장됨
라. 전통건축 구조 / 전통건축 시공
* 전공 두 과목의 경우 다포집, 익공집, 민도리집, 팔작집, 맞배집, 정자 등 기본적인 건물의 건립과정에 참여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됨. 아무리 건축을 전공하였고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목조건축의 구조는 몸으로 익힌 사람의 이해도가 좋다고 생각됨.
* 여러 합격자의 다양한 연습노트가 복사본으로 나돌고 있는데 이를 텍스트로 삼아서 공부하는 것 보다 각 주제 및 영역별로 자신만의 정리노트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좋음.
1) 목조
* 장기인 著 ‘목조’와 김왕직 著 ‘알기 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경기문화재단의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 문화재청의 ‘영조규범 조사보고서’를 기본으로 공부했다. 이 네 권을 기본서 삼아 기초를 다지고 건물별 보고서의 공부를 통해 심화학습을 하였다.
* 도면 그리기
- 국보의 도면은 모두 외워야함.
- 보물 중 중요하거나 특수한 구조(예를 들면 중층구조 : 흥인지문, 팔달문, 풍남문, 무량사 극락전, 마곡사 대웅보전, 법주사 대웅전 등 / 특이한 구조 : 화암사 극락전-하앙양식, 봉정사 대웅전-추녀의 결구방법, 영천향교 대성전-부연의 형태, 동묘-전체적 구조 및 지붕의 형태와 회첨골 등)의 건물의 종단면도는 외워야 함.
- 중층건물은 10분 이내, 단층건물은 6분 이내에 시험지에 꽉 차게 그릴 수 있어야만 함.
- 도면 그리기의 핵심은 비례와 주요 구성요소의 표현에 있음
* 구조적 특성에 대한 공부
- 건축사에서 언급한 각종 서적들을 보면 건물별 특징 및 시대에 따른 다양한 분류가 있음.
- 문화재청에서 나온 수리보고서 및 실측보고서를 주요건물의 경우 모두 읽어 보는 것이 필요. 읽으면서 각 건물별로 주요 내용을 자신만의 노트에 기록해 두는 것도 좋음.
- 중층구조, 외기의 구성, 추녀의 결구방법, 기둥의 결구방법에 따른 구조적 해석, 보와 구조적 특성 등 구조적 주요사항에 대한 더욱 심화된 공부는 논문을 보는 것이 필요함.
-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요 항목을 주제어로 선택하여 국회도서관에서 논문목록을 찾아보고 원문복사 신청 등의 방법으로 논문을 찾아서 보는 것이 좋음. 자신이 자료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한 공부의 과정이 된다고 생각됨.
- 40여 편의 논문을 읽었는데 이들 중 아래의 논문들은 권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다.
다포계 맞배집에 관한 연구 / 배병선 / 서울대
전통 중층 목조건축에 관한 연구 / 김봉건 / 서울대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보에 관한 연구 / 이연노 / 고려대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가구 형식과 결구법 / 배병선 / 대한건축학회지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도리 배치에 관한 연구 / 최지혁 / 고려대
조선시대 목조건축의 맞춤과 이음 방법에 관한 연구 / 정연상 성균관대
팔작지붕의 가구구성에 관한 연구 / 이연노 / 대한건축학회지
2) 석조
* 석탑, 부도, 석등, 석교, 계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주요 단면 구조와 세부 명칭, 시대적 변천과정, 종교적 의미 등도 자세히 아는 것이 필요할듯하다.
* 장기인 著 ‘석조’와 건축사책들의 관련부분을 기본으로 한다.
* 심화학습은 문화재청 및 각 지자체에서 발간한 석탑관련 보고서와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 중 석탑, 부도, 석등, 전탑, 전통과학건축 등을 참고하였다.
3) 성곽
* 텍스트로 삼을 만한 좋은 교재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 주로 기술자협회나 문화재보호재단에서 실시한 문화재수리기술자시험 관련 교육의 교재의 성곽 부분을 텍스트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최근에 발간된 성곽의 수리보고서를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성곽 관련 보고서는 그 수가 많지 않다.
* 서울과 경기도에서 펴낸 ‘서울의 성곽’, ‘경기도의 성곽’ 등도 보조 자료로 활용할만하다.
4) 시공
*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문화재 수리 표준시방서’와 각종 수리보고서를 기본으로 공부한다.
* 특히 표준시방서는 이상 정독을 요하는 기본적인 텍스트이다.
* 수리보고서는 수리의 원인, 수리과정 및 수리공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수리보고서의 요약 및 종단면도, 주요 수리부위에 대한 상세도 또한 학습이 필요하다.
* 시공은 점차 목조보다는 석조, 조적조, 초가, 성곽, 홍예, 온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에 유의하여 폭 넓게 공부하는 것이 좋음.
5) 기타
* 구들, 초가, 민가건축, 석교, 홍예, 기단 등은 시공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음.
* 각 주제별로 단행본들이 있음. 그렇지만 이 단행본들도 수준이 매우 다양함.
바. 기타
* 한옥학교 졸업 후 바로 시험공부에 임하는 것 보다는 최소 1년 정도의 현장 경험은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됨. 특히 조립은 구조의 이해와 시공의 구체적인 방식은 현장 경험이 없이 책을 통한 학습만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됨.
* 전공시험 준비는 반드시 시험용지와 동일한 용지를 인쇄하여 그 용지를 사용하여 연습할 것. 그 용지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필기구를 선택하여 연습할 것.
* 기출문제나 예상문제 등의 답안지를 직접 작성하는 연습은 시험시간과 동일한 시간을 설정(50점짜리-60분, 25점짜리 -25점)하여 실시할 것. 시간 내에 쓰지 못하는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시험에서는 모르는 것과 동일함.
|
첫댓글 너무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